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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무총장의 2020 진단: 악순환과 광풍 [정세와 정책 2020-1호]
2020-02-17 조회수 : 2,296 정은숙

 

유엔사무총장의 2020 진단: 악순환과 광풍

                                                                                                                                                                                                                                                           

 

정은숙(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chunges@sejong.org

 

지난 24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신년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신년 리비아, 시리아, 예멘에서 또 다시 포격전으로 민간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고, 여기에 지난해 101일 시작하여 현재까지 500여명 희생자를 내고도 멈추지 않는 이라크 반정부 시위까지, 중동·북아프리카 불안정과 지정학적 경쟁이 유엔의 최고행정가인 사무총장에게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 됐다. 그런 만큼 그의 정세진단은 악순환그리고 미친바람’ (狂風)으로 집약됐다. 기자들의 질의·응답 역시 평화·안보 부문 도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적대활동과 유혈사태를 중지시킬 수 없는 유엔의 한계, 유엔헌장 수호자로서 총장의 자긍심과 자괴감 모두 드러난 자리였다. 물론 총장은 기후변화 위기, 그리고 2030년까지 향후 10년 지속가능발전 목표(SDG)의 이행도 주요 화두에 포함시켰다. 전반적으로 3개 영역 모두 악순환을 강조하면서 위기를 경고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단적으로 21세기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점에 서 있는 국제기구 유엔, 그 유엔의 최상위 행정가인 사무총장의 고충이 느껴진다. 2020년 유엔과 인류가 큰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말한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2020년 세계지도자들이 이들 제 영역에 있어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사무총장의 신년기자회견을 토대로 2020년 글로벌 정세현황을 좀더 거시적으로 분석해 보려한다. 전후 국제사회의 지원을 토대로 중견국이 된 한국이 글로벌 차원 평화와 안보,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각각의 영역에서 어떻게 악순환을 끊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 보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글로벌 안보·번영과 국익간 윈-윈을 모색할 것인지 정책함의를 생각해 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 신년 유엔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서는 시간적 제약도 있었겠으나, 미북 협상의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북핵이나 한반도 평화 문제는 그 자체로 큰 주제가 되지는 못했다. 단지 일본측 한 기자가 말미에 올해가 히로시마 원폭 75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거론함에 사무총장은 유럽INF조약의 소멸 및 핵무기확산 위험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미러간 신START조약이 군비통제뿐 아니라 모니터링 기제로도 의미가 큰 만큼 2021년 종료전 갱신이 긴요하다는 기본입장을 보였다.

 

평화·안보 부문 악순환 & “미친 바람

 

2011년 중동·북아프리카 장기 독재국가들에 불어온 아랍의 봄은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지 안정적 정권이양에 성공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다. 구체적 양상은 다르나 즉각 혹은 최소한 수년내 내전에 돌입, 원래의 민주화 문제 이외 종파분쟁, 인종분쟁, 이란(시아파)과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의 직간접 교차 군사개입, 전통적 글로벌 강대국 교차 지원 등 3층 복합 국제전으로 확대되어 정치적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유엔 및 유럽 혹은 걸프국 주관으로 휴전·평화안이 모색되고 가까스로 교전세력들간 합의되지만, 늘 수포로 돌아간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는 일단 5개 상임이사국들 각각의 국익관점에 따라 채택도 어렵지만, 채택된다해도 지켜지지 않기 일쑤이다. 여기에 권력공백을 틈타 알카에다, IS(‘이슬람국가’)와 같은 극단이슬람 테러단체까지 창궐, 역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주,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파괴, 무고한 민간인 희생과 인도주의 문제, 인근국가와 유럽내 난민위기 및 테러활동은 아랍의 봄 이후 지난 10여년 부쩍 글로벌 안보위기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긴장완화 및 개선 징조들이 있었음을 강조하며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당시 자신이 희망의 바람을 말했었는데, 이제 일시에 상황이 바뀌어 미친 바람을 말하게 됐다는 것이다. , 리비아로부터 예멘, 시리아, 기타 여러 나라에 이르기까지 전쟁이 다시 격화된 것이다. “무기가 오가고 공격이 거세졌다. 각기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불안정과 일촉즉발의 긴장 등 불가예측성, 통제불능성에 직면해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특정조건하 휴전을 약속하고도 심지어 잉크가 마르기도 전적대활동을 개시한다고 개탄했다. 비근한 예로 새해 119일 베를린에서 리비아 양대 교전세력, 그리고 여러 관련국들이 대 리비아 무기금수 및 전투불참을 약속했지만 수주 후 깨뜨린 사실을 지적한다. 사람들은 베를린 회의를 필두로 마침내 올해 리비아에서 평화로드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역으로 점점 더 민간인 표적 공격이 거세지고, 긴급 난민이 속출한 것이다. 작금의 리비아 격전은 질의응답 시간에도 사무총장과 기자들간 가장 열띤 주제가 됐다. 리비아는 카다피 정권붕괴(2011)후 파벌경쟁 출현에 따라 3년만인 2014년 내전에 돌입, 오늘에 이른다. 리비아 서부를 장악한 알 사라즈 현() 총리 측은 모슬렘계로 터키, 카타르 등의 지원을 받고 있고, 동부를 장악한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 (사령관)측은 이슬람계로 러시아,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무총장은 외부 세력에 대해 국명을 거론치는 않았다. “리비아 사태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 여전히 서부 미스트라타와 동부 벵가지로 항공기가 운송된다. 계속 무기금수를 위반하는 것이다.” “수치스런 일이다.” 그는 처음부터 합의를 존중할 의사도 없이 서명한 것이라 격앙됐다. 그러면서도 기자회견 바로 전날(23), 리비아 양대 교전세력이 5+5 형태로 유엔주재 제네바 협상을 시작한 만큼, 다시 그 결과를 기대해 본다는 여운을 남겼다.

 

포르투갈 총리를 역임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사무총장으로 임용되기 전 10년간(2005~2015)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으로 봉직해 왔다. 적지않은 기간 전쟁과 난민 부문 전문성을 쌓아온 자로서 작금의 리비아 사태가 한층 더 안타깝게 다가온 것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경제침체, 빈곤, 사회불안정, 무장충돌, 실패국가, 테러의 문제가 하나의 사이클 속에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 하나의 문제가 또 다른 문제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말한다. “경제가 침체하면 빈곤이 찾아온다. 미래전망이 불투명하면 포퓰리스트와 인종민족주의자들의 호소력이 커진다. 불안정이 커지면 투자가 마르고 개발 사이클이 멈춘다. 무장충돌이 지속되면 사회는 극도로 위태롭다. 정부가 약해지면, 권력공백을 틈타 테러리스트들은 강해진다.” 사무총장은 자신이 올 한해 바로 이러한 고통과 분쟁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한층 더 평화외교에 노력할 것이라 했다. 그 시작으로 이집트에서 개최되는 제33AU(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 했다(2020.2.9~10). 주지하다시피 지역기구 AU는 평화·안보 차원에서 아프리카 평화유지군의 산실이며, 지속가능발전, 기후변화 등 여타 글로벌 도전 해결에 있어 유엔의 대표적 전략파트너로 간주되고 있다. 20201월 기준 13개 유엔평화유지미션 중 과반수 이상(7)이 아프리카 관련이다.

 

물론 질의응답 시간에는 리비아 외에도 연초 시리아 이들립 공세 및 시리아군과 터키군 격돌이라는 시리아 내전의 새 국면, 만수르 하디 정부(사우디아라비아 지원)와 시아파 후티반군(이란의 지원의심)간 재점화되는 예멘내전, 나아가 2019101일 발발, 그칠 줄 모르는 이라크내 소위 ‘post-2003 체제유혈시위를 주제로 열기가 더해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 1년여 사실상 서방과 러시아 격돌하 2인 지도체제(마두로 대통령 vs. 과이도 국회의장)를 견지해 온 베네수엘라 내 정정불안과 인도주의 문제, 데이튼 협정 25주년을 맞은 올해 발칸 보스니아-헤르제고비나 내 증오발언 출현문제, 지난해 12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새로운 중동평화안 등이 다뤄졌고, 이들 각각에 대해 사무총장은 간략하나마 자신과 유엔의 기본입장을 밝혀야 했다.

 

기후변화: 악순환 & 26차 유엔기후변화회의(UNCCC) 준비

 

2020 새해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또 다른 광풍은 기후변화 악순환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2019) 전세계 이산화탄소 응축량이 또 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새 정점을 찍고 새로운 기후위기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사무총장은 탄소방출에 따른 생태계 훼손 심각성을 과학적 연구결과를 곁들여 설명해 갔다. 1초당 해수온도 상승정도가 히로시마 원폭 5개에 상응하며, 2019년 해수열은 1981~2010 평균치보다 무려 228 제타(zetta: 1021)) (joules: 에너지 단위) 높고, 2000년 이후 인간이 소비한 에너지의 20배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는 한편, 남은 동토는 좀더 일찍 녹고 좀더 늦게 얼기 때문에 광대한 메탄 (가장 간단한 탄화수소로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잠재력이 훨씬 높음)이 대기권에 진입하여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호주 2019~20처럼 대형 산불이 나면, 지구는 긴요한 온실가스 흡수원을 잃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증대된다. 탄소가 문자 그대로 지구를 순환하며 2018년 한 해 호주 총 온실가스의 1/6을 방출했다. 사무총장은 같은 일이 지구 어디에서 발생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임을 강조했다.

 

주지하듯, 5년전 (2015.12.12.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 임기중) 지구온난화 전환점을 마련코자한 파리기후협약(Paris Agreement under 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19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듬해 2016114, 국제법 효력 발효에 따라, 기후협정으로는 최초로 포괄적 구속력이 적용된다. 이전의 교토의정서가 미국 등 주요국 불참 및 연장 실패한 것과 대비된다.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나아가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국제적 약속이다. 20176, 트럼프 신임 미 대통령의 탈퇴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탄소배출 87%를 차지하는 187개국이 협약을 이행하고 있다(2019.12: 197국 서명, 187국 비준). 협약규정상 빠르면 2020114, , 트럼프 대통령 임기만료 직전 미국의 탈퇴가 기정사실화된다. 미국의 탈퇴는 중국 등 다른 주요 탄소배출국들의 협정준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신년사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올해 해수온도 상승과 이에 따른 해빙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국제협력이 무엇보다 중차대함을 강조했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회의 (UNCCC)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2020.11.9~19)를 앞두고 참가국들이 좀더 야심찬 기후위기 완화정책 및 기금확보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특히 거대 방출국들이 화석연료 보조금 종식 등 앞장 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도 너무나 많은 석탄화력발전소 계획을 세운다면서 소위 석탄중독증을 개탄했다.

 

다만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인식이 커지고 있는 점, 관련 투자가 증대되고 있는 점은 좋은 징조로 보았다. 더불어 사무총장은 올해 해양, 지속가능운송, 생물다양성 등 유관회의들이 다수 개최예정이어서 행동으로 이어질 기회도 많아진 것 아닌지 기대를 보였다. 여하한 경우에도 사람과 자연, 둘 다를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몰아붙이는 악순환을 끊어야하는 압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빈곤과 불평등 악순환 & ‘지속가능발전 목표’(SDG) 잔여 10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빈곤과 불평등 부문에서도 악순환을 끊고 모두를 수용하는 공정한 글로벌리제이션을 추구할 시점에 왔다고 강조한다.

올해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2030) 기한 10년을 남겨두고 있다. 5년전 (2015), 반기문 사무총장 재임기 유엔총회 195개국은 우리 모두에게 좀더 낫고 지속가능한 미래창출을 위한 청사진으로서 17개 글로벌 목표를 채택했다.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는 (i) 평화, 정의 등 인류 보편문제, (ii) 지구 환경문제, (iii) 경제 사회문제를 망라하는 포괄성, 그리고 상호연계성을 갖고 있다. 각국 정부, 기업, 언론, 고등 교육기관, 로컬 NGO등이 함께 ‘2030년까지주민의 삶 증진 목표달성에 기여한다는 것이 기조이다. 지난 5년간 여러 측면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목표달성 행동은 요구 속도나 규모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남은 10년을 시작하는 첫해로서 2030까지의 목표달성을 위한 야심찬 행동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20199월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SDG ‘10년 행동’ (Decade of Action)을 위한 3대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i) 글로벌 차원: 좀더 확고한 리더쉽, 좀더 많은 재원, 좀더 스마트한 해결책; (ii) 로컬 차원: 현지 당국들의 구체적 이행; (iii) 피플 차원: 피플 액션으로서 청년, 시민사회, 언론, 사부문, 노동조합, 학계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부단한 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아가 새해 122일 사무총장은 ‘10년 행동’ (Decade of Action) 포함 올해의 우선순위 개요를 정했다.

 

신년사에서 그는 SDG는 유엔회원국이 발전의 청사진으로 채택한 것임을 다시 강조하면서 발전은 그 자체로서 목표인 동시에 악순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라 평가했다. , “하나의 목표가 다른 목표의 진전을 이끌어 낸다.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으로써 모든 이들에게 성장과 번영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2030 기한을 앞두고 이제부터 10년 좀더 많은 정부, 시민사회, 기업들의 동원이 필요하며, 모든 이들이 글로벌 목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것을 호소했다. 더불어 최근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과 같이 예기치 못한 도전을 대결하기 위해서도 함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안: ‘네트워크 다자주의’ & ‘포용적 다자주의의 중요성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악순환,” “미친 바람등 다소 격한 어휘로 2020 국제정세를 진단한 후, ‘다자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년사를 마쳤다. 당면 평화안보, 기후, 발전 제 영역의 도전에 비추어 다자제도의 필요성이 더 커졌음은 물론, 반드시 21세기형 도전이란 특수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유엔과 여타 국제기구들과의 협업을 토대로 한 네트워크화된 다자주의 (networked multilateralism)’ 그리고 기업, 정부당국, 청년 등 다양한 그룹의 의견 청취 및 반영을 추구하는 포용적 다주주의 (inclusive multilateralism)’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립 75주년을 맞은 올해 유엔은 경청하는 유엔기치하 세계도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이 원하는 미래와 그들이 원하는 유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여 9월 총회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세계지도자들이 보다 효과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의 근심에 답하기 위함이다. 도전을 해결하고 악순환을 끊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임기(2017~2021)가 마무리된다. 전례에 따라 연임확률이 높지만 유엔회원국, 특히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의 합의를 얻지 못하면 연임이 어려울 수도 있다. 유엔사무총장직은 영예롭지만 정치적, 법적, 재정적 제약에 둘러싸인 힘든 직책이다. 일찍이 제1대 총장 투뤼그베 리(노르웨이)1952년 임기를 마치고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이라 술회한 바 있다. 회원국의 이해와 우려를 반영해야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도전이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유엔의 가치와 도덕적 권위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됨을 말한다. 구테흐스 제9대 사무총장도 이 고뇌를 비껴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신년사에서 그는 종종 193개 유엔회원국간 균열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계속 원칙을 견지하면서 사람들을 경청하고, 담대히 입장을 밝히려 한다고 피력했다. 자신과 유엔조직은 유엔헌장에 명시된 임무와 가치를 준거로 활동함을 강조했다. 그것이 바로 유엔이 제반 활동영역에서의 글로벌 도전의 악순환을 끊고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방식이란 것이다.

 

나가며

 

국제평화·안보, 그리고 여타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등 글로벌 차원의 도전과 악순환 해결을 위한 중견국 한국의 보다 효과적인 기여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도 좀더 글로벌 시각에서 접근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유엔무대는 물론 글로벌 지정학과 지경학에 심대한 영향력을 지닌 글로벌 행위자인 점, 아울러 이들의 관심이 한반도 주변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