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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 2018-31]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중국의 시각 고찰
2018년05월28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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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흥

-논평-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중국의 시각 고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정재흥

 

지난 반세기 동안 적대적 관계를 종결시키고 화해와 평화번영 시대를 열기 위한 차원에서 준비되어 온 6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계획이 전격 취소되었다. 524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당신과 함께 그곳에 있기를 매우 고대했지만 애석하게도 당신들의 가장 최근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기반을 두어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계획되어온 동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끼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취소 이유를 밝혔다. 현재 대다수 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이유를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분노와 적대감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 비핵화 해결방식에 대한 상호간 분명한 입장차이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북미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놓고 미국은 일괄타결식 비핵화-보상조치의 속전속결형을 강조하였으며 이에 반해 북한(중국)은 단계적 접근(progressive)-동시적(synchronous measures)이행방안을 제시하며 끌고 당기는 협상을 이어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은 먼저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무기을 폐기하며 이를 철저히 검증한 이후 체제 보장과 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북한(중국)은 상호 신뢰가 전혀 없고 적대적 관계에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방식으로 나누어 비핵화 이행단계와 보상을 서로 주고 받는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병행)방식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북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문제 등으로 북미 협상이 결렬된 과거사례가 있어 북한(중국)은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불능화, 동결, 검증, 폐기로 넘어가는 각 단계마다 이에 부합하고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조치(: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지원,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중단,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일괄타결식 비핵화-보상조치의 속전속결형을 요구한다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20여년간 대북제재와 압박 속에서 핵무기와 ICBM 기술을 확보하고 자국이 핵보유국임을 공식 선포한 상황에서 미국의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보상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미국의 입장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4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개인 담화 발표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다시 고려 할 수밖에 없다"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 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며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면서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 밝혔다. 이에 반해 최근 존 볼턴 NSC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리비아식 핵포기(핵포기-보상)의사가 없으며 즉각 북핵 협상을 중단하고 군사적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언급하였으며 펜스 부통령 역시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리비아 모델로 끝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어 상호 적대적 인식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북한은 과거 이라크, 리비아 사례들을 줄곧 언급하며 미국의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체제안전 보장,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및 안보적 우려 해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여 왔다. 결국 현재 북한이 제기한 체제안전 보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승자패자의 제로섬(零和博弈)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해결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리 역시 보다 세심한 전략적 고민과 과감한 정책적 대응이 요망된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 이후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 북미 양국은 인내심을 갖고 서로 선의를 보이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대방의 우려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지속해 나갈 것"을 촉구하였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기존 단계적 접근 및 행동행동 원칙과 일맥상통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중간 두 차례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해결방식이 아닌 쌍궤병행과 같은 맥락인 단계적 접근과 동시적 조치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더욱이 현재 중국의 주요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미국인 인질 3명 석방,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을 강조하며 미국도 여기에 맞춰 대북제재 일부 해제 혹은 한미연합훈련 연기 등을 통해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쌓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미 북한 스스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어 중국 역시 논리적으로나 명분상 더 이상 미국 주도 대북제재 동참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머지않아 북중간 본격적인 경제교류, 투자, 협력 등이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설을 주장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원인을 미국이 아닌 중국 탓으로 돌리고 다시금 최대 대북제재(maximum pressure)와 압박 등을 시도한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중, 북미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은 북핵문제의 구조적이고 근본 원인을 북미간 적대적 대결관계로 인식하고 있어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북미수교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되지 않는 이상 북핵문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작금의 미중 양국의 분명한 대북 인식과 입장차이, 한반도 정세변화추이 등을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아닌 보다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국익관점에 기초하여 정교한 논리 발굴과 전략적 대응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