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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 2018-20] 북중 정상회담 의미와 전략적 시사점
2018년03월2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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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흥

-논평-  

북중 정상회담 의미와 전략적 시사점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정재흥

 

325일부터 28일까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공개 방중에 이은 북중정상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개 방중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강화를 통해 든든한 우군 확보와 사전 정지작업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새롭게 임명된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CIA 국장), 존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모두 대북 초강경파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중국이라는 가장 신뢰 가능한 후원자를 뒤에 놓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만약 북미정상회담이 깨진다면 중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북제재와 압박에 대응할 수 있고 북미정상회담이 원활하게 풀린다면 중국과의 본격적인 경제협력과 대규모 지원 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북한과의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다시금 확보하고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을 마련하였다.

중국은 지난해 19차 당 대회와 금년 양회(兩會)를 통해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완성되었다. 시진핑 주석 연임제 페지에 대한 수정헌법이 통과되면서 중국 현대사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후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랐고 마음만 먹기에 따라서는 마오쩌둥을 넘어 설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1인 지배체제 강화를 기점으로 2050년까지 사회주의 강대국을 실현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적 구상을 밝히면서 기존 미국 중심 질서 탈피와 새로운 중국 중심질서 구축을 제시하였다. 즉 대국(大國)에서 강국(強國)으로 전환을 공식화하고 이전에 비해 더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통해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2050년까지 이룩하겠다는 강한 포부와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시진핑 1지배체제의 중국꿈(中國夢)실현은 매우 대담하게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고 중국식 비전과 목표를 바탕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질서 변화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중 양국은 무역통상, 타이완, 남중국해 문제들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시진핑 1인 지배체제 완성 이후 북핵문제는 무역통상, 남중국해, 대만문제등과 같은 미중경쟁 구도 속에서 인식하고 있어 북핵 문제해법을 놓고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따라서 김정은 방중과 북중 양국의 획기적인 관계개선 추진은 1인 지배체제를 끝낸 시진핑 주석의 중국꿈을 향한 중장기적 대외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북중정상회담의 참석자를 보더라도 이례적으로 대미외교 사령탑인 왕치산 (王岐山)국가부주석과 최고 전략통으로 불리는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 모두 북중 정상회담에 참석하였다. 더이상 북핵문제를 역내 지역 문제가 아닌 미중경쟁 차원에서 접근할 것임을 예상하게 되는 대목이다. 3시간에 걸친 북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핵심의제이었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올해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었고 북한이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찬성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선대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힘쓸 것이나 한국과 미국이 우리 노력에 선의로 응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계단성(단계적/progressive), 동보적(행동행동/synchronous measures)조치로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한 것은 중국도 북한과 같이 단계적 접근 및 행동행동 원칙으로 접근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관련 각국과 함께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행 제안과 각국의 유익한 건의를 합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지역 및 세계의 장기 평화를 위해 노력하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단계별 접근 및 행동행동 원칙, 쌍궤병행 이행을 우회적으로 촉구하였다.

이는 과거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함께 경제-안보의 동시보상인 단계적 접근 및 행동행동 원칙과 일맥상통하며 중국이 줄곧 주장한 단계적 북핵 문제 해법인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병행)에도 부합되는 조치이다. 따라서 미국이 처음부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부터 강조한다면 북미 회담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어 미국의 입장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리비아식 핵포기(핵포기보상)의사가 없으며 즉각 북핵 협상을 중단하고 군사적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주고 있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향후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동결, 검증, 폐기로 가는 단계마다 한미양국 모두 상응하는 조치(대북제재 해제, 한미군사훈련 축소(중단), 대북경제지원 등)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향후 중국과 북한은 단계적 접근과 행동행동 원칙에 입각한 쌍궤병행(雙軌竝行)을 강조하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현재 한국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묘수를 의미)정상차원의 통 큰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고, 미국도 곧바로 CVID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어 북중 양국과 미국 사이에 전략적 균형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현재 북중 모두 CVID식 비핵화 해결이 아닌 시간을 갖고 단계별 행동과 신뢰구축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정부가 제시한 핵동결을 입구로 시작하여 궁극적인 비핵화를 출구로 한다는 2단계 북핵문제 해법구상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논리와 함께 세심한 추진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변수를 적극 활용하여 남··3자 대화를 통한 남···4자회담 추진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 북일, 북러 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