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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평 No.2019-22]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성공 조건: 비핵화의 대상, 방법, 일정표와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 합의
2019년07월08일  월요일
조회수 : 823
정성장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성공 조건

비핵화의 대상, 방법, 일정표와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 합의

 

[세종논평] No.2019-22 (2019.07.08)

정 성 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softpower@sejong.org

 

남북한과 북한미국이 2018년에 개최된 정상회담들을 통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수많은 난관들을 극복하고 마침내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 국가들 간에 비핵화의 대상과 방법, 일정표 및 비핵화 진전에 대한 상응조치와 관련해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북미 실무회담에서도 비핵화의 대상과 방법, 일정표 및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관련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 비핵화의 대상으로는 핵무기와 핵물질, 핵무기 제조장치와 시설, 핵무기 운반수단(미사일), 핵 과학자와 기술자 등 관련 인력 등이 있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를 비핵화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북한이 과연 생화학무기까지 협상 대상으로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 간에 우선적으로 비핵화의 대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비핵화의 대상과 관련해 북한은 최근까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만 논의하겠다는 일방주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1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그는 미국 측에 영변 핵시설 폐기만 언급하면서 마치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프로그램의 거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미 행정부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이후 비핵화를 위해 더 이상 나아가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북한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 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해서는 오직 김정은 위원장만이 언급할 수 있다고 하면서 비핵화의 대상과 수준, 방법에 대한 논의를 회피했다. 그리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만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북한이 비핵화 1단계 조치로 제안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과 비핵화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하나하나씩 합의해 가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간주될 수 있어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미 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뿐만 아니라 미국이 자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대해서도 동시에 포괄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미 간에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향후 양국 실무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대상 전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북미 실무 및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의 방법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및 중장거리 미사일을 어떻게 폐기하고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영변의 핵시설 폐기보다 더욱 합의하기 어려운 주제일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 중장거리 미사일을 북한 내부에서 폐기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이다. 반면에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중장거리 미사일을 미국으로 이전해 폐기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에게 상당한 정도의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방안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미 양국은 타협안으로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중장거리 미사일을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으로 이전해 폐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지가 있다면 미국과 비핵화의 일정표에 대해서도 논의해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비핵화 대상 중 오직 영변 핵시설 폐기만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다른 비핵화 대상에 대해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 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은 북한의 협상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를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비핵화 조치부터 시작한다면 이 조치를 언제까지 완료하고, 그 다음에는 다른 비핵화 조치들을 언제까지 완료할 것인지 북미 간에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다른 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기하면 어떠한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이 ICBM과 핵탄두를 폐기하면 미국은 어떠한 제재를 해제할 것인지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별로 미국은 완화 또는 해제할 제재 목록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강경하고도 경직된 입장을 고수한다면 비핵화 협상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여러 개의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신속하게 병행적으로 진행하면 그만큼 제재 완화 또는 해제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북미 간에 이익의 공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이 제재를 해제해줄 경우 북한의 WMD 개발에 보조금을 주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북한은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핵무기와 미사일 등 모든 비핵화 대상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에게 원하는 안전보장 조치,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 그들이 원하는 모든 상응조치 목록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일단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올해 안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대북 제재 완화 문제 등에 대해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하고 이후 합의 사항을 동시병행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중단하거나 역진시킨다면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합의 사항에 포함시키면 북한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위반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미 간에 우선적으로 북한 비핵화의 대상과 방법, 일정표 및 상응조치에 대해 큰 틀에서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 간에 합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한국정부가 성급하게 북한과 먼저 합의함으로써 한미갈등과 남북합의 불이행에 대한 북한의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북미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개최된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향후 국내 전문가들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 러 간에도 북한 비핵화의 대상, 방법, 일정표와 상응조치에 대해 긴밀한 전략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