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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정책 2018-10호]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평가와 과제: 남북 적대관계 해소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견인
2018년10월0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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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평가와 과제:

남북 적대관계 해소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견인

[정세와 정책] 2018-10(2018.10.05)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softpower@sejong.org

 

 

평양공동선언이 우리의 무장해제를 가져올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9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가진 정상회담 기간 중에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 제거와 적대관계 해소,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 강구(조건이 마련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정상화),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사회문화 분야 교류협력 적극 추진,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노력(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 폐기 및 미국의 상응조치 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김정은 위원장의 조기 서울 방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또한 평양공동선언 서명 직후 두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군사 분야 합의서는 지상과 해상 및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남북 공동의 작전수행절차 적용,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의 공동유해발굴,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 분야 합의서는 특히 적대행위 중지 차원에서 지상 완충지대에서의 포병사격훈련 중지, 해상 완충수역에서의 포병함포사격 중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우발적인 남북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평양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 핵은 달라진 것 없이 남북관계만 과속으로 가는데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해서도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우리의 무장해제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우리 사회 일각의 이런 우려나 비판, 심지어 비난이 과연 합리적인 사고인지 또 현실적인 타당성을 가진 주장인지 면밀하게 검토해보고 평양 정상회담 이후 한국정부의 대내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군사 분야 합의 평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과 협력의 모색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이번 평양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이 보다 중요한 의제였다. 문 대통령도 서울로 복귀하자마자 가진 920일 대국민보고에서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에 관하여 거둔 가장 중요한 결실은 군사 분야 합의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은 지난 427일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및 전쟁위험 해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 등에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이 같은 3대 주요 합의 사항 가운데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및 전쟁위험 해소를 위한 군사 분야 합의 도출에 특히 중점을 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더라도 북한의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선언을 통해 군사 분야와 관련해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이 같은 노력 차원에서 당시 세 가지 구체적인 사항에 합의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올해 5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 및 그 수단 철폐,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추진

둘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 수립

셋째,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 실시, 쌍방 사이에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를 지체 없이 협의 해결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며 5월 중에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남북 정상은 이번 평양공동선언의 제1조에서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남과 북은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하며,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적시했다. 또한 남과 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 분야 합의서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언급했다.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 국방장관이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도 서명한 것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구체적인 조치들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지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성 설치, 이산가족상봉 진행,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대책 수립,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남북 확성기방송 중단 등 많은 사항들이 지금까지 대체로 이행되어 왔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을 통한 군사 분야 합의서의 이행 실태 점검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도 합의한 정신과 취지에 맞춰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국방장관이 서명한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

201811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 중지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지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 유도무기 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 금지

2018111일부터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지상해상공중에서의 남북공동교전수칙 수립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시 연락체계를 가동하며,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통보하는 등 모든 군사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협의하여 해결

둘째,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 강구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들을 완전히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에서 시범적 남북공동유해발굴 진행

셋째,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 수립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내에서 불법어로 차단 및 남북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하여 남북 공동순찰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

넷째, 남과 북은 교류협력 및 접촉 왕래 활성화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대책 강구

북측 선박들의 해주직항로 이용과 제주해협 통과 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여 대책 마련

다섯째,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

남북 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 설치 및 운영 문제를 계속 협의

 

남북이 이처럼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이중삼중의 확실한 안전장치들을 마련한 것은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발발해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과 올해 남북 정상 간에 형성된 깊은 신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내에서 불법어로 차단 및 남북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하여 남북 공동순찰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기로 한 것은 남과 북의 군대가 서로를 ()’으로 간주하던 냉전시대의 입장을 가지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발상이자 인식의 대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 남북 군사합의서 쟁점 사항

출처: 한겨레, 2018/09/20.

 

한반도 비핵화 관련 합의 평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여건 조성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명기했다. 마지막으로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합의 내용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고작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쇄한다는 것뿐이라며 영변 핵시설은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비핵화 진전이라는 표현조차 아까운 내용을 가지고 종전선언과 흥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이러한 비판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사실 북한이 미래핵의 폐기와 관련해서만 우선 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관련해서는 아직은 구체적인 협상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미사일 엔진을 최종 테스트하는 유일한 곳으로 알려진 동창리 엔진시험장의 폐기를 무시할만한 조치로 보며 평가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내외의 의 전문가들 대다수가 북한이 아직 ICBM 능력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는 북한의 ICBM 개발 중단 의사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특히 미국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또한 영변에는 핵물질을 추출하는 원자로, 농축시설, 핵연료봉 제조시설, 재처리 및 연구시설 등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는 역시 결코 가볍게 여기거나 큰 의미가 없는 조치가 아니며, 미국의 아무런 상응조치 없이 북한이 이러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취하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그 같은 입장이 매우 비현실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비합리적이기도 한 것이다.

북한 핵 문제, 특히 핵기술과 비핵화 방법론에 관한 한 최고의 외부 전문가로 꼽히는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S. Hecker) 박사는 최근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의 감소(risk reduction)’, 즉 북한이 더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핵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플루토늄을 더는 생산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미국이 6.12 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표명한 것에 대해 헤커 박사는 진지하게 검토할만한 제안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북한으로선) ‘진짜 빅딜(a really big deal)’이다. 거대한 핵 단지인 영변에는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5MW 원자로가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면, 이것은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플루토늄 없이는 핵 개발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이뤄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영변 핵시설이 노후화했기 때문에 평양정상회담에서의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제안이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 절하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헤커 박사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그는 영변 핵시설에 직접 가 봤기에 하는 말이지만, 난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영변 핵시설이 노후화했다는 건 맞다. 그러나 여전히 가동이 가능하다. 내가 2010년 영변을 방문했을 당시엔 5MW 원자로를 아직 재가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장의 핵 과학자 중 최고위급에게 너무 노후화해서 가동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그는 미소를 짓더니 그건 2003년에도 들었던 말이고, 우린 재가동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2013년 실제로 재가동했다. 즉 영변 핵시설은 낡긴 했지만, 가동 가능하며, 이 시설을 폐기한다는 건 중대한 일이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핵 신고 리스트 제출 문제에 대해서도 헤커 박사는 완전한 핵 신고는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 간에는 아직 그런 신뢰가 없다. 신고하면 검증을 해야 하는데, 이는 긴 시간을 요하는 지난한 문제다. 영변 핵시설 리스트 정도는 초기에 가능할 수 있지만, 완전한 신고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필자도 현 단계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만약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76일 방북 당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은 채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핵 신고 리스트제출을 요구했다면, 이는 북한에게는 말그대로 강도 같은 요구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북한이 핵 신고 리스트를 제출하는 순간 북한은 갖고 있는 카드의 모든 를 미국에게 보여주는 셈이 되고, 그 이후 비핵화 협상은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북한에게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할 때에는 반드시 상응조치의 시간표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최근 제73UN총회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신뢰조성을 앞세우는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상응조치없이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태도이다.

남북 정상이 지난 4월에 발표한 판문점선언과 이번 평양공동선언을 비교해보면,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문 대통령과 보다 긴밀하게 협의하는 입장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판문점선언에서는 남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데 머물렀다. 그런데 평양공동선언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남북한 정상 간의 이 같은 비핵화 관련 합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방북 이후 곧바로 미국을 방문해 924(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기대를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만이 이(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 비핵화를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곧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와 장소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926(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오늘 폼페이오 장관이 뉴욕에서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을 만났다폼페이오 장관은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혀 폼페이오 장관의 10월 방북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102(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오는 7일 폼페이오의 방북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새로운 조치를 이끌어내고 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함으로써 지난 7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성과 없는 방북 이후 경색 국면에 빠져든 북미 관계를 다시 대화의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정부의 과제: 미 고위급 협의 강화와 초당적 대북정책기구 구성

 

지난 919일 저녁 평양 51경기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에게 평양시민들을 대상으로 연설할 기회를 제공한 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문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평양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평양시민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들으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모름지기 실감했을 것이다.

한편, 920일 오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백두산에 올랐는데, 이는 남북이 모두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평양 도착 순간부터 정상회담 마지막 날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하며 각별한 환대와 예우를 통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문 대통령에게 큰 신뢰를 보이고 있고, 북한이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남한의 외교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냉전적 시각에 파뭍혀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도 건설적이지도 않다. 김 위원장은 918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북남 관계뿐 아니라 문 대통령께서, 다 아시다시피 역사적인 조미[] 대화, 조미 수뇌 상봉[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찾아내고 잘 키워주셨다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조미[] 사이에도 계속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문 대통령께서 기울인 노력에 다시 한 번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의 최근 방미 후 북미 간의 입장 차이가 과거보다 좁혀진 느낌을 주고 있지만, 미 간에는 여전히 현저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앞으로 북미 직접 대화에만 맡겨두기 보다 남3자 또는 남4자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미 관계 정상화의 시간표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서울 방문 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대미, 대북 설득 못지않게 대내적으로도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적 소통과 국민적 합의 형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설명하고 지적한 바와 같이 국내 일각의 우려나 비판에는 여러 비합리적비현실적 인식과 특히 냉전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어 최근 남북관계의 중요 성과를 적절하고 타당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종전선언 추진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평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 남북관계 발전 방향을 두고 여야 그리고 보수진보 전문가들 간에 심각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남북 합의 이행의 추동력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지속가능한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한반도평화발전위원회’ (또는 한반도평화번영위원회’)의 구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