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세와 정책
한반도 주변의 주요 국제정세와 한국의 정책현안에 대한 분석 및 대안을 제시하며, 특히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 정책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월 1회 e-출판하고 있습니다.
MENU

정세와 정책

[정세와 정책 2018-23호] 2019년 중동정세 전망
2018년12월18일  화요일
조회수 : 1,443
이대우


2019년 중동정세 전망

 

이대우(세종연구소)

 

무차별 살상, 잔혹한 공개처형, 자극적 홍보 등으로 악명 높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 이하 ISIS)’는 한때 영국 크기의 영토와 800만 명의 주민을 거느린 칼리패이트(Caliphate)를 통치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 연합군의 대대적 공세에 따라 ISIS20175월과 10월에 최대 근거지인 모술(Mosul)과 상징적 수도였던 락까(Raqqa)를 차례로 잃음으로써 칼리패이트는 소멸되었다. 그렇지만 ISIS는 괴멸되지 않았으며, 이슬람 종파분쟁과 강대국 개입 등으로 인해 시리아 및 예멘 내전은 더욱 복잡해진채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움직임과 트럼프 정부의 대이스라엘 및 이란 정책 변화가 함께 맞물려 중동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2019년 중동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SIS 건재, 알카에다 및 탈레반 재기

 

비록 점령지는 상실했지만, ISIS2014년 칼리패이트 선포 당시 세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ISIS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 보고서(R33487)에 의하면, 20188월 기준으로 시리아 남부와 서부 5개 지역은 아직도 ISIS가 통제하고 있으며, 이라크 국경 지역에도 ISIS 세력이 일부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시리아 반군과 쿠르드 민병대가 통제하고 있는 시리아 북동부 수니파 집단 거주 지역인 이들레브(Idleb)에도 상당수의 ISIS 대원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20166월 말 ISIS가 직접 공개한 조직도에 의하면, 시리아와 이라크 점령지 외에 12개국에 지부와 7개국에 비밀부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ISIS 조직이 와해되었다는 보도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은 아직 건재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전투에서 패하고 자국으로 돌아간 ISIS 외국인 대원들(foreign fighters)이 최대 1만 명, 그리고 ISIS의 추종자로 분류되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Lone Wolf)’ 수도 전 세계에 걸쳐 최대 8,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들이 본격적으로 테러활동을 재개할 경우 ISIS에 의한 제2의 칼리프 국가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ISIS가 준동하기 이전에 전 세계를 테러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알카에다(Al Qaeda)와 탈레반(Taliban)도 비록 세력은 약화되었지만 언제든지 중동 및 여타 지역에서 테러를 자행할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이후 여러 지부로 갈라지면서 세력이 약화된 알카에다의 조직원과 추종자는 시리아에 1~2만 명, 소말리아에 7~9천 명, 리비아에 5천 명, 예멘에 4천 명 정도가 지역 반란에 참여하고 테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AQI), 그리고 시리아와 레바논 등지에서 활동하는 누스라 프론트(Nusra Front) 등이 대표적인 알카에다 지부들이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알카에다는 탈레반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공격으로 실각한 탈레반 지도부는 파키스탄에 은신하면서 자금유치, 군사작전, 선전선동, 종교의식과 기타 업무를 담당하는 5가지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으며,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총 399개 행정구역 중 14%를 통제하고 있고 기타 30% 구역에서는 정부군과 통제권을 다투고 있다고 분석된다.

 

복잡한 중동의 세력경쟁 구도

 

시리아 내전과 ISIS 격퇴전이 진행되며 그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던 해묵은 갈등요인이 부상하면서 중동정세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이슬람 종파분쟁, 정권의 억압과 반란, ISIS 준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중동 패권다툼,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 개입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리아에는 수니파 주민(75%)이 시아파 주민(15%)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수파인 시아파 알 아사드 정권이 국가를 지배하면서 수니파를 탄압했다. 탄압받던 시아파는 반군을 조직하여 시아파 정권에 대항했고, 이는 내전으로 이어졌으며, 이 와중에서 ISIS는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를 장악하고 칼리패이트를 수립했다. 이어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내전에 개입하면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물론 요르단, 수단, 이집트 등의 수니파 국가를 동원하여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다. 미국도 ISIS 격퇴 및 알 아사드 정권 퇴진을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여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고 있다.

한편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알 아사드 시아파 정권을 유지시키기 위해 이슬람혁명수비대(Islam Revolutionary Guard Corps-Qods Force)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을 배후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고, 오랫동안 이란의 지원으로 급성장해온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Hezballah)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Hamas)도 이란을 도와 시리아 내전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란의 초승달 벨트또는 시아파 벨트의 완성이 가시화되었다. 러시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IS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내전에 참가했으나, 실질적 목적은 반군으로부터 알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알 아사드는 러시아의 지중해 영향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란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이스라엘이 이란의 시리아 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여 자연스럽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시리아 내전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연합, 나아가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연합을 가능케 만들었다.

이렇듯 국익에 따른 합종연횡은 예멘 내전에서도 발견된다. 20149월 시작된 예멘 내전은 수니파 알 하디(Abd Rabbuh Mansur al-Hadi) 대통령과 시아파 살레(Ali Abdullah Saleh) 전 대통령 그리고 그를 지원하는 시아파 후티(Houthi) 반군 간의 정권 다툼이라 할 수 있다. 후티 반군에 의해 실각한 알 하디 대통령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여 도움을 요청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 반군 배후를 시아파 종주국 이란으로 지목하고 수니파 국가들을 규합하여 대대적인 후티 반군 격퇴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예멘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면 자국이 이란의 주도로 완성된 시아파 벨트(레바논-시리아-이라크-예멘)에 의해 포위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도와 수니파 알 하디 대통령 복권을 위해 예멘 내전에 개입했고, 이란의 혁명수비대 및 레바논 헤즈볼라 그리고 러시아는 시아파 반군과 살레 전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예멘 내전은 더욱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르드족의 독립의지

ISIS 격퇴에 큰 공을 세운 쿠르드족(Krud)은 대부분 이슬람교 수니파에 속하고, 터키의 아나톨리아 반도 동남부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이 접경을 이루는 약 30km²의 산악지대인 쿠르디스탄에 주로 거주하며, 터키에 1,540만 명, 이란에 680만 명, 이라크에 430만 명, 시리아에 130만 명, 기타 국가에 120만 명 등 총 3,000만 명 정도이다. 이렇듯 여러 나라에 분산되어 있어 중동의 집시라고도 불리는 쿠르드 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줄곧 독립국가 수립을 꿈꾸어왔다. 물론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 4개국은 쿠르드족에 의한 국가분열을 우려해 쿠르드족과는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쿠르드족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까지 자행했다.

그러나 미국 등 연합군의 지원으로 받으면서 ISIS 격퇴에 크게 이바지한 쿠르드족의 자치정부(KRG)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리·독립 관련 찬반 투표를 실시하여 독립을 강력하게 희망하였다. 이에 이라크 정부군은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와 함께 쿠르드 자치정부의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지역을 점령했고,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 주둔중인 쿠르드 인민수비대(YPG)를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분리주의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군사공격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 이들 간의 전투가 확대되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으나 확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따라서 쿠르드 자치정부가 분리·독립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갈등은 지속될 것이고,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대중동정책 변화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201858일과 14일 각각 이란과의 핵협정(JCPOA, The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서 탈퇴를 선언했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그 결과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해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재연되고 있어 중동정세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JCPOA20157월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P5+1)이 이란과 맺은 협정으로, 이란이 국제사회로부터 자국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이란에 적용되었던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골자의 합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란이 상기 협정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JCPOA 탈퇴를 선언한 다음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시 가했고,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중동 원유 수출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 위협하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 해역은 전화에 휩싸일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이슬람 종파분쟁 만큼이나 그 뿌리가 깊다. 그래서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린다. 국제사회는 1993년 오슬로협정(Oslo Accord, 팔레스타인 잠정 자치에 관한 원칙 선언)을 통해 ‘2민족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제시하였고, 당시 이스라엘 총리 라빈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아라파트는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슬로 평화협정에 서명했고, 나름대로 이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을 억제하고 있었다. 오슬로 협정은 2016년 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내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 시도로 위기를 맞았으나, 2017115일 파리에서 개최된 중동평화회담에서 세계 70개국 외교관들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정책을 비판하며 기존의 평화원칙인 두 국가 해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의 유일한 방법임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지지했고, 나아가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이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 동예루살렘을 미래 수도로 생각하고 있던 팔레스타인들의 희망을 파괴한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과테말라와 호주가 예루살렘으로 대사관 이전을 결정하였고,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브라질 신임 대통령이 자국의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아랍권과 브라질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대사관 이전을 이슬람을 향한 적대 행위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마스 및 여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평화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

 

중동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국제사회는 중동정세를 가장 어지럽히는 문제인 이슬람 종파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이슬람교도들 스스로만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파분쟁에서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의 중동 패권다툼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준동도 국제사회가 확실히 억제할 수 없다. 그나마 국제사회가 중동정세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중동지역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것과 강대국,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국제법과 협약(협정)의 틀 내에서 중동문제에 개입하는 것이다.

우선 국제사회는 중동지역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그들이 테러단체 설립이나 가담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CIAWorld Factbook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 주민 중 55%, 시리아 주민 82.5%, 그리고 예멘 주민 54%가 최저생활을 영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제사회는 가칭 중동안정기금(Middle East Stabilization Fund) 설립과 같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자국의 경제이익을 위해 각각 수십조 달러가 소요되는 국제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프라 투자는 투자국과 투자유치국들 모두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프라 투자금 가운데 일부를 중동안정화기금으로 조성하여 중동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동시에 이슬람 이주민들에 대한 경제안정 대책도 마련하여 강력하게 추진하면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중동개입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강대국의 개입은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여기서 공정성이란 국제법과 국제협정(조약)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향후 중동정세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이스라엘 대사관 이전과+ 이란과의 핵협상 파기를 재고해야 한다. 즉 미국은 오슬로협정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위반 또는 파기하는 것보다는 그 틀 안에서의 변화를 우선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미국이 주장하는 변화 이유가 타당하면 관련국들은 미국을 지원할 것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유엔 안보리가 개최하려는 시리아 인권침해 상황 논의를 위한 회의를 무조건 거부하지 말고 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국제관계는 국가이익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에 공정성100%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나, 최소한 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당장 중동정세를 안정시킬 수는 없으나 최소한 정세가 더 불안정해지는 것은 막을 수 있고, 언젠가는 중동정세가 안정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                                                                                             

+ 미국은 의회는 1995년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법(Jerusalem Embassy Relocation Act)을 채택하여,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예외 조항(Presidential Waiver)에 의거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안보 이익을 이유로 6개월마다 이 조치를 연기하는 유예조치를 취해 대사관 이전이 보류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