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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의 주요 국제정세와 한국의 정책현안에 대한 분석 및 대안을 제시하며, 특히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 정책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월 1회 e-출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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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정책 2019-11호] 한일 외교안보협력의 방향
2019년06월20일  목요일
조회수 : 2,255
박영준


한일 외교안보협력의 방향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yjpark607@daum.net


 

현재 한일관계는 과연 역대 최악인가? 


최근 우리 정부 관계자는 지금의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역대 최악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필자가 일본 연구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1998년 이후에 국한한다면, 지금의 한일 관계, 특히 외교안보분야에서의 관계는 지난 20년간 가장 엄중한 상황에 와 있는 것 같다.

우선 의미있는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있질 않다. 노무현 정부 이후 한일 정상간에는 최소 연 1회 이상의 양자간 셔틀 정상외교가 전개되어 왔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수상 간에는 심도있는 양자간 정상회담이 개최된 기억이 없다. 201829일의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나 같은 해 59일의 교토 한중일 정상회담 등 다자간 회담이나 이벤트에서 잠깐 만나 의견 교환을 하는 형식의 회담이 주로 열린 것 같다.

게다가 한일 간에 그간 구축된 상호 관계를 동요시키는 현안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2015년 양국 정부가 도달한 위안부 관련 합의 및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의 기금을 바탕으로 설치되었던 화해치유재단은 201811, 한국 정부의 결정에 의해 해산되었다. 20181010일부터 제주에서 개최된 국제관함식에 참가하기로 예정되었던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욱일기(旭日旗) 게양 문제로 인해 결국 불참하고 말았다. 그러나 2019423, 중국이 칭다오에서 주최한 국제관함식에는 욱일기를 게양한 5천톤급 해상자위대 함정이 다른 10여개 국가들의 함정과 함께 별문제없이 참가하여, 일본에서 더욱 한국측의 조치에 불만을 갖게 되었다. 1030, 우리측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공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원고들에 대해 미츠비시 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이 원고들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한일 양국이 개별 국민의 배상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합의한 전제를 뒤흔드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20181220일에는 동해 상공을 비행하던 일본의 P-1 초계기가 해상을 항행하던 우리 측 광개토왕함으로부터 레이더 조준을 받았다고 항의하였고, 우리 측은 해명자료를 내면서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저공비행을 하여 우리 측에 위협을 가했다고 반박하는 사태로 진전되었다.

이같은 현안들이 누적되면서, 한일 양국 간에는 안보 측면에서의 교류와 협력이 현저하게 위축되는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20196월 초,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우리측 정경두 국방장관과 일본측 이와야 방위상간 회담이 가까스로 개최되어, 양국간의 초계기 논란을 수습하고 안보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내에서는 한국이 양국간 이룩한 합의사항들을 계속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시중의 일반 여론에서는 단교론(斷交論) 마저 운위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일본 정부가 공표한 방위계획대강에서 안보협력의 대상국으로서 동맹국 미국에 이어 한국을 거명했던 일본이 201812월의 그 개정안에서는 호주, 인도, 아세안 국가들의 다음 순위로 내린 점이 이같은 여론을 상징한다(國家安全保障會議 閣議, 平成31年度以後防衛計劃大綱2018.12.18.). 한국도 일본이 위안부 문제나 욱일기 게양 문제에서 나타났듯이 일본이 군국주의 시대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역대 정부 하의 한일관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은 우리의 국가이익을 위해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안보협력관계를 견지해 왔다. 김대중 정부는 199810, 오부치 수상과의 공동선언을 통해 미래지향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같은 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 공동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체제의 틀을 구축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에 일본 시마네현이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 문제로 인해 대통령 자신이 외교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하면서도, 6자회담 체제에 일본을 계속 참가시켜 북한 핵문제 해결 및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의체 구축을 위한 건설적 논의를 지속했다. 이명박 정부도 대통령 자신이 2012년 독도를 전격 방문하여 한일관계를 경색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긴 했지만, 20094, 한일 양국간 방위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상호 합의하는 등 안보협력의 기조는 유지했다. 박근혜 정부도 위안부 문제로 인한 양국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2014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체결한 데 이어, 201611월에는 양국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여, 양국간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런 최근 사례들에 비추어본다면, 현재 문재인 정부 하에서 나타나는 한일안보 및 외교관계는 기존의 양국간 관계의 상궤(常軌)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관계 악화가 초래할 한국 안보 및 외교에의 부담
 


한일간 안보 및 외교관계의 표류는
우리의 국가이익에 여러 가지로 난점을 초래할 수 있다. 첫째,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전략 차원의 목표 실현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12월에 공표한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평화적 접근을 통한 비핵화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국가전략적 목표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국방, 외교, 통일의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주변 4국과의 협력외교를 들고 있다. (국가안보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2018.12 ). 사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간의 군사적 신뢰구축 및 긴장완화에 더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으로부터의 이해 형성 및 협력 조달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기에 6자회담 체제가 가동되어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 시도가 병행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일관계의 악화는 이러한 국가전략에 차질을 안길 수 있다. 이런 연유로 문재인 정부도 대일관계에 대해 역사와 정치외교문제를 분리한다는 투트랙 정책을 표방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한일간 정치외교적 협력 기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둘째, 한일관계의 악화는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에도 불안 요소를 가중시킬 수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나아가 한반도 통일 이후에라도 한미동맹은 우리의 안보태세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이 북한 및 동북아 지역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안보공공재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그 후방에 위치한 미일동맹과의 연계가불가결하다. 미국은 미일동맹 하에서 일본에도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포함한 군사자산을 전개시키고 있고, 7개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포함한 이같은 군사력은 전평시를 막론하고 한미동맹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과 주일미군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한일 간의 협력은 불가결하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표방하면서, 역내의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The Department of Defense, 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 June 1, 2019), 한일관계 악화를 방치한다면, 동맹국 미국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셋째, 공공외교(public doplomacy)의 관점에 따른다면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에서 자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의 확산은 그 자체로 소프트파워의 원천이고,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외교자산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일관계의 악화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국제사회 주요 국가의 하나인 일본에서 손상된다면 그것은 중요한 공공외교 자산의 상실을 의미할 것이다. 이미 그러한 징조가 보여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발표하는 외교관련 여론조사에서 한국에 대한 친근감의 비율이 최근 10년 사이에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다. 2008년 시점에서 행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비율이 57.1%였는데, 201810월 시점에서는 39.5%로 저하되었다. 반면 친근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비율은 2008년도의 40.9%에서 2018년도에는 58%로 증대되었다.(일본 내각부 외교관련 여론조사. http://survey.gov-online.go.jp) 대외적 호감도의 증대는 여러 모로 우리의 외교 및 안보정책 수행에 긍정적 자산으로 작용한다. 그런 관점에서 일본 등 주변 국가들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외교적 노력이 요청된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안보/외교적 노력방향 


이상에서 논한 바에 따라 우리의 국가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안보 및 외교분야에서 한일관계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정책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우리의 국가전략적 방향을 일본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얻는 외교가 필요하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20184,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전후하여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특사를 파견하여 아베 총리에 대해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외교를 전개한 바 있다. 이같은 외교가 앞으로도 대통령을 비롯한 안보, 외교 부처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속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가 희망하고 있는 북일정상회담 및 그를 통한 북일관계 정상화의 수순이 결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인식하에 일본의 대북 접근을 지원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정보와 노력을 공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일본에서는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멀어지면서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러한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인도-태평양전략의 이름 하에 공유하는 전략적 가치, 즉 해양항행의 자유와 법의 지배,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다자간 국제무대의 장에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치가 우리의 국가적 목표와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단 이러한 전략적 가치의 공유가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본의 정부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의회에서의 감동적인 연설을 통해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인식과 대한반도 인식을 변화시킨 전례가 있다. 최상룡 대사 등은 유창한 일본어로 일본의 지식인들과 학생들에게 한국의 정책과 역사에 대해 소개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공헌한 바 있다. 우리 정치가들도 일본의 일반 시민들과 학생들에 대한 접촉면을 넓혀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6월 말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 또는 하반기에 예정된 일본 신천황의 공식적인 즉위식 등을 성숙한 한일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외교무대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