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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정책 2019-05호] 베트남의 도이모이와 대미관계 개선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
2019년02월12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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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환

베트남의 도이모이와 대미관계 개선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

 

조경환(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kwhancho@sejong.org

들어가며

 

베트남이 2차 북미 정상회담(27-28) 장소로 선정되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7(현지시간) “베트남은 미국의 가까운 친구이자 파트너라며 미국과 베트남 의 역사는 평화와 번영의 가능성을 반영하며 과거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 번영의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베트남은 미국과 손잡은 후 고속성장을 이룬 점에서 북한경제의 롤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식의 개혁개방을 따르겠다는 점을 수차 내비친 적이 있지만, 20184월 채택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노선은 공산당 1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내 경제개혁과 개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베트남의 도이모이와 일정부분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201878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하노이 발언에서 예고되었다. 그는 재개인사들을 만나 베트남의 기적을 북한의 롤 모델로 제시하면서 번영의 길을 따라 갈 것을 제안했다. 폼페이오는 북한과도 언젠가 베트남 수준의 파트너 십을 맺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The miracle can be yours. That can be your miracle and North Korea as well.”이라면서 경제지원 약속을 상기했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베트남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과거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주는 역사적 장소이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어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번영을 이룬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도이모이 채택 배경

 

1975430일 남베트남을 무력으로 통일한 북베트남(월맹)은 폭압정치로 150만 명의 보트 피플을 발생시켰다. 전후의 황폐와 남베트남의 경제를 사회주의경제로 개조시키는데 한계에 봉착하면서 기록적 경제난에 내몰렸다.

급기야 1986년 공산당 제 6차 대회에서 경제쇄신의 슬로건으로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도이모이를 채택했다. 1979년 베트남 공산당이 제46차 대회에서 신경제정책을 실행한바 있지만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경제 전체가 대혼란을 겪은 뒤였고, 공산당 지도부가 4차례 바뀌는 정치 변동을 겪은 뒤였다. 보수파와 개혁파 간의 치열한 권력 투쟁 끝에 전임 지도부의 실수와 능력 부족의 책임을 확실하게 묻고 나서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것이며, 민생의 민낯을 대외에 과감하게 노출하게 된다.

 

도이모이의 5대 기본원칙

 

도이모이 정책의 5대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시장경제(socialist- oriented market economy)’를 목표로 설정하였다. 5대 기본원칙은 생산의 효율성 제고 장기적·전략적·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수립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조화 대외협력 강화를 위한 개방정책 추진 국제경제에 주도적으로 편입하기 위한 기초 마련으로 하였다.

기본원칙 달성을 위해 사기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공산당의 완벽한 통제 아래 있던 산업시설과 집단농장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동유럽과 중국과 같이 가격 자유화와 대외 개방이 요구됨에 따라 농업개혁, 국유기업 개혁과 함께 금융개혁과 시장개방 통한 외국자본 유치에 중점을 두었다. 대내적으로는 과도기 첫 단계 임무를 인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농업 및 경공업 발전에 두고 비사회주의적 부문의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였다. 농산물 생산계약제를 확대하고 토지사용 기간을 장기화하여 농업 생산성의 증대를 추구하였다. 기존의 중공업 우선 정책에서 탈피하여 섬유 등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중심의 전략상품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시장 확대에 주력하였다. 대외적으로는 국제 분업과 국제경제 협력에 관심을 가지고 대외 개방을 적극화하여 해외 공적지원자금을 활용하려하였다. 수출가공구와 공업단지와 같은 경제특구를 도입하고 인프라 분야에는 BOT 방식을 통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끌어들였다.

 

도이모이의 3단계별1)(도입기·발전기·개방체제 확장기) 주요내용
 

도이모이 도입기(86-94)45개년 계획(86-90)55개년 계획(91-95) 기간이다. 국유기업 개혁을 필두로 하여 민간과 외국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할 제도를 도입하고 대외개방·외교관계 확대에 주력하였다. 1987년 국영기업 관리와 관련 정부 결의를 시행했다. 일부 예외품목을 제외하고는 생산, 경영계획을 기업에 완전히 위임하며 기업의 경영자원, 노동력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다각화를 허용했다. 정부가 물자·원자재를 공급하고 기업은 정부에 생산품을 납품하던 기존의 제도를 혁파했다. 계약에 의한 매매제도를 도입하여 정부의 물자·원자재 공급을 제한하고 부족부분은 시장에서 조달하였다. 기업에 재정 및 노무관리상의 자주권도 부여했다. 기업과 은행 간의 관계를 평등하게 하여 기업들이 결제와 신용관련 은행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기간산업을 제외하고 국유기업을 민영화해 갔으며, 금융·재정개혁과 함께 가격자유화를 단행하여 부분적인 급진개혁(small bang)’을 추진했다.2) 1988년 당 중앙위원회정치국은 농업경제관리 쇄신에 관한 결의 제10호를 공포했다. 생산 면에서 농업집단화 추진을 사실상 포기하고 생산청부계약 대상을 농가집합체로부터 개별농가로 전환했다. 농가의 배분 방식도 종래의 평균주의 분배를 바꾸어서 능력주의에 기초해 배분했다. 19883월 금융개혁에 착수했다. 중앙은행(SBV)으로부터 상업은행 기능을 분리하여 중앙은행의 거래는 정부와 기타은행 간에 한정하고, 상업은행 업무는 신설 2개 국영은행인 공상은행(ICB)과 농업개발은행(ADB)이 담당했다. 19905월 제정된 중앙은행법과 금융기관법에 따라 국영 상업은행 외에도 민영상업은행이 빠르게 늘어나고, 합작은행, 외국은행 지점, 소규모의 신용조합 등이 형성되었다. 1987년 관리가격의 대상품목을 축소하고 가격차를 보조하는 제도를 폐지하였으며 1989년에는 전력, 교통, 연료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 대한 가격통제를 철폐했다. 또한 쌀 등 소비재의 시장가격을 공인하고 배급제를 폐지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무역자유화에 나섰다. 1988년 외국인투자법 시행하여 국가투자협력위원회(SCCI)를 설치하고 외국인 투자 사업은 국유화 않는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외국투자 자본의 보호를 명문화했다. 1991탄 투언(Tan Thuan) 수출가공구를 설치하여 입주 외국기업에 세제혜택 등으로 우대하여 High-Tech, 섬유, 기계, 의료장비업 등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1988년 정부의 대외무역 독점권을 철폐하여 무역회사 신규설립이 가능해졌으며 1991년에는 사기업도 대외무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도이모이 시행 초기에는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보수적 지도부가 당을 장악하고 있었고 개혁세력은 소수여서 당 지도부가 전반적으로 개혁에 소극적임에 따라 기대했던 만큼의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캄보디아·중국과의 전쟁 후유증과 구 사회주의경제권 몰락에 따른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외교관계 개선에 집중했다. 197812월 캄보디아 침공 이래 국제적 압력과 하루 300만 불에 달하는 주둔경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19899월 캄보디아에서 철수를 시작하고 199110월 파리에서 캄보디아평화협정을 조인함으로써 도약의 분수령을 맞이하였다. 1991년 중국과, 1992년 한국과 국교정상화에 이어 미국과는 베트남전쟁 중 실종 미군문제(MIA) 해결에 합의했다. 1991년 캄보디아에 평화적인 총선체제가 구축되면서 미국은 199212월 임시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19937월 국제금융기관의 대베트남 융자 재개를 허용하는 부분적 경제제재 해제에 이어 19942월 전면 해제했다. 199411월 시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하노이 지점인가를 취득했으며, 이때부터 IMF와 세계은행(WB)의 원조가 본격 유입되었다.

도이모이 발전기(95-2005)65개년 계획(96-2000), 75개년 계획(2001- 2005) 기간이다. 베트남경제가 글로벌 시스템에 진입하는 단계이며 이를 발판으로 고도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도이모이 추진 10년만인 1995년 미국과의 국교가 정상화된다. 수교이후 미국·베트남 무역협정교섭이 9차례 이어진 끝에 수교 5년만인 20007월 체결되어 대미 수출이 본격화되고 베트남의 수출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1995ASEAN, 1998APEC회원국이 됨으로써 글로벌 경제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개방체제 확장기(2006-현재)는 기업개혁과 대외개방이 확대되면서 경제특구 개발이 본격화하고 대미 교역관계가 정상화되어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경제체제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외국인 투자유치에 올인하다시피 하였으며 200611WTO 총회에서 베트남은 15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이 확정되었다. 그해 12월 미 의회도 항구적 정상교역 관계’(PNTR)를 승인하였으며, 2008년에는 처음으로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였다. 2015년 한·FTA가 발효되고 2016년 베-유라시아 FTA가 발효되었다. 산업단지와 경제특구 건설을 본격화하였다. 중국이 점, , 면으로 개방을 확대하고 그에 따라 SOC를 구축해갔다면 베트남은 SOC 인프라가 취약한 점을 고려해 전국을 공단중심으로 선택하여 집중개발하고 그 지점을 기점으로 인프라를 만들어 갔다.

국제사회의 차관 및 원조자금이 베트남의 SOC 개발에 대거 투입되어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해외자본 유입은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와 해외 베트남교포(Viet Kieu)들의 본국 송금, 외국인직접투자의 3축으로 진행되었다.3) 1995년 미국과의 수교가 이루진 것을 기점으로 하여 IMF, WB, ADB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인프라 구축사업에 적극 나섰다.

 

북한과 남북경협에 주는 함의

 

198612월 도이모이 채택을 기점으로 10년 만인 19958월 미·베트남 수교가 이루어졌고, 15년 후인 200111월 미·베트남 간 무역협정이 비준됨으로써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20년이 지난 20071월에야 WTO에 가입하여 국제경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베트남 수교의 핵심조건은 토지사유화, 다당제 전환, 국영기업 민영화였으며, 미국과 IMF 등 국제금융기구는 베트남에 대한 지원을 늘릴 때마다 중간 중간에 상응하는 내부 개혁조치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도이모이 성공에는 쯔엉 찐•응우옌 반 린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고, 내부에 개혁지향 리더십이 형성되어 가능했다. 개혁개방을 수용할 만한 정치적 개혁이 우선되었다. 헌법과 당 강령 및 외자법 개정 등 법제화를 진행해 갔으며, 19924월 제정 신헌법(51)에는 다부문 경제체제(소유구조 다원화를 의미)에 입각한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지향을 명문화하였다. 대내적 개혁과 동시에 세계 경제질서 편입을 추구했고 미국과의 관계개선 이후 찾아온 국제사회의 대폭적인 지원이 관건적이었다.

도이모이 정책은 당의 사회적 통제를 전제로 하여 내각이 개혁 통치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북한에 주는 함의가 충분하다. 다만 베트남의 경우는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수뇌부를 개혁 성향의 인물로 교체하는 변화를 계속해 온 반면 북한이 절대 권력의 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개혁·개방의 진도를 어디까지 이끌어낼지가 관심이다. 해외자본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경제시스템과 통계자료 등의 국제화·투명화를 비롯해 법적·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하며, IMFWB 등의 개혁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내부적 자원동원에 한계가 있어 국제사회의 자원과 대규모 해외자금 유입이 필수적이므로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이 그래서 중요하게 다가오며, 종국적으로는 WTO 가입으로 이어져야 개혁개방이 완수될 수 있음을 베트남은 일깨워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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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해정·이용화, 베트남의 개혁·개방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 (서울: 현대경제연구원, 2018), pp 4-6.

2) 권율·김미림, "베트남 개혁모델이 남북경협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 KIEP 오늘의 세계경제, Vol. 18 No.24 (2018. 06. 21), p 5.

3) 양운철, "베트남 도이머이 정책의 북한적용 가능성: 체제전환의 관점에서," 국제통상연구, 16권 제4(2011. 12),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