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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정책 2022-5월호 제26호]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과제

등록일 2022-04-29 조회수 1,430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과제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joohan@snu.ac.kr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시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국민의힘 대선 공약으로 대표된다. 탈원전 정책은 지난 5년간 심대한 산업적, 경제적, 환경적 폐해를 유발했을 뿐 아니라 원자력이 빠진 탄소중립은 실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폐기가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폭 확대되었던 신재생에너지는 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2050년 발전 비중 중 70%를 차지하도록 더욱 급격한 증가가 예정되어 있으나 비용과 전력망 안정성 관점에서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새 정부는 원전을 기저전원으로 활용하여 원자력 발전 비중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고,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중립의 주요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동반 육성이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본 기조가 될 것이다.

원자력 육성은 우선 그간 심각하게 훼손된 원자력 산업의 정상화를 전제로 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가동원전의 계속운전, 사용후핵연료 대책 추진으로 대표되는 원자력 정상화는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 경쟁력 회복과 안정적인 저비용 전력공급 측면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이미 공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40%) 달성에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육성은 태양광 발전 시설의 보급 위주로 진행돼왔던 신재생 확대정책의 시정을 전제로 한다. 20165GW가 채 안되던 우리나라 태양광 시설은 202121GW를 초과하여 5년만에 4배이상 규모로 확대되었다. 그 결과 작년 태양광 발전 비중은 4.4%에 달하고, 국토 면적당 태양광 발전 시설 밀도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기록하게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은 전기료 등 생산비용이 월등히 싼 중국에 밀려 다수의 태양광 소재·패널 제조업체들이 사업을 접거나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하는 식으로 현격히 퇴조했다. 재생에너지 육성이 보급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그 육성의 과실을 국내에서 충분히 취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관련 산업이 약화된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진 분위기를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는 청정 에너지 기술과 산업의 다각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원전 수출 확대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원자력 수소 개발이 원자력 육성의 예이다. 영농 태양광과 해상풍력의 진흥, 차세대 태양광 기술 개발, 수소 생산과 이용 기술이 신재생에너지 육성의 예이다.

 

청정 에너지 육성 정책은 원자력 정상화를 바탕으로 미래 에너지 수요를 면밀하게 전망한 후 철저한 전략과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아래에서는 여러 난관이 예상되는 원자력 정상화 과제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새 정부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과제를 제안한다.

 

원자력 정상화 3대 현안 해결

 

신한울 3·4호기는 붕괴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 생태계 회생을 위해 최대한 빨리 건설이 재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건설계획 승인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가 20218월 말로 5년의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 조기 건설 추진에 핵심적인 장애가 된다. 환경영향평가 재수행을 위해서는 풍향, 풍속 등 자료의 재취득에 1년이상 기간이 소요되지만 인접한 신한울 1·2호기의 사후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측정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산업부는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재평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선행 원전인 신한울 1·2호기와 동일한 설계의 원전이기 때문에 안전성 평가에 특별히 시간이 더 소요될 필요가 없고, 인접 부지의 환경영향 평가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합당하기에 착공에 필요한 절차 준수에 필요한 기간을 최소화하여 2030년 이전 가동이 가능하도록 정부 부처간 긴밀한 협력을 모색하여야 한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 24기 중 10기가 2030년 이전에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게 된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원전은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 전에 수명이 다한 일부 설비를 교체하고 필요한 안전 설비 보강을 실시하여 운영허가를 갱신하는 계속운전을 시행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의 가동과 더불어 계속운전을 추진할 경우 2030년 원자력 발전비중은 35%에 달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2030 NDC 달성안에 따르면 발전 비중이 원자력 24%, 재생에너지 30%로 되어있는데 이에 비해 원자력 발전 비중이 11%p 늘게 되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낮추더라도 발전부문 NDC 달성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부산을 비롯한 원전 인근 시민들의 반핵 정서가 계속운전에 대한 주민 동의를 구하는 데 큰 장애가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주민 수용성 증진을 위한 노력이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의 생명 안전성과 사용후핵연료 안전 관리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인식 제고와 방사선 위험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 해소를 위한 대국민 원자력 소통 증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주도할 조직을 구축하여 조기에 적극적인 소통 활동을 개시해야 한다.

 

원자력 정상화의 세 번째 주요 과제는 적극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 추진이다. 지난 5년동안에는 후핵연료 재공론화가 추진되었으나 그 이전에 비해 별 진전이 없이 지난 해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 수립으로 종결됐다. 원전 부지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이 2030년 경이라 점을 고려하면 부지내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적극 추진했어야 하는데 진척이 없었던 것이다. 계속운전과 마찬가지로 임시저장시설 건설에도 주민 수용성이 관건이 된다. 주민 동의의 원활한 획득을 위해서는 외국 대부분의 원전에서 운용되고 있는 임시저장시설의 안전성과 한시성에 대해 주민의 이해를 구하고 적절한 보상 방식을 정하는 소통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이러한 계속운전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등에 대한 이해 증진 활동은 효과성 있는 국민 소통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여 진정성 있게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원전 수출 진흥과 SMR 및 차세대 원전 개발

 

탄소중립 실현에 원자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미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 및 대다수 동유럽 국가가 원자력 진흥에 적극적이고 세계 원전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간 세계 원전 시장은 러시아가 장악해 왔었으나 우크라니아 전쟁의 영향으로 있던 러시아의 국제 신용도가 급락하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신규 원전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여 공동으로 시장에 진출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상국을 분점하고 공동으로 수주하는 전략을 미국과 협의하여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현재 한전과 한수원으로 분리되어 있는 원전 수출 조직을 일원화하고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원전 수출 관련 정부 부서의 요원과 원자력 산업체, 학계, 연구계 인사로 구성된 범정부-민간 원전수출 지원 조직을 구축해 운영해야 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중립 실현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SMR은 작기 때문에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혁신적 개념의 구현이 가능하여 수요지 인근에 설치 활용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구적으로 SMR 개발에 착수하여 이미 2012년에 SMART SMR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바 있다. SMARTNuScale 같은 후속 SMR에 비해 발전단가가 높을 수 있으나 소규모 전력망을 사용하는 원격지 도시, , 자원 채굴 부지에서 현 발전단가 보다는 싸게 활용될 수 있다. 다양한 SMART를 수요처를 보고 투자할 민간기업이 나선다면 정부가 일부 비용을 대고 SMART 조기 건설과 실증을 추진하여 선도적인 SMR로 시장 선점을 통해 수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SMART의 판로와 민간 투자자를 물색해 실증을 추진하는 조직을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iSMR은 장기적으로 화력발전 대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향후 비전력분야 무탄소화를 위해 수소 이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원전을 이용할 경우 상시 전력공급이 가능한데다 발전원가가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하여 태양광 기반 수소보다 2.5배 이하의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원전은 최근 고효율 전기분해 장치로 개발되고 있는 고체산화물 수증기 전해설비에 고온 증기를 통해 열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미래 수소생산 수단으로서 활용가치가 높다. 이러한 고체산화물 수증기 전해설비를 원전에 구현하여 일부 에너지는 수소생산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발전에 사용하는 수소병합원전을 구현할 경우 수소생산량 조절을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가적으로 생긴다. 따라서 원자력 수소는 청정 에너지 기술의 핵심으로서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재생에너지 확대

 

지난 5년간 우리나라 태양광은 비약적으로 확대되었지만 풍력발전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당초 목표치의 절반도 달성 못할 정도로 확대가 저조했다. 이는 우리나라 풍력 발전의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가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동의 획득에 시간이 과다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태양광과 더불어 풍력발전의 적절한 확대는 꼭 필요하다. 당장 2030 NDC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비중을 35%로 늘리더라도 신재생에너지가 최소한 20%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육상풍력은 임도가 없는 고산지에서만 여건이 좋기 때문에 향후 풍력 확대는 해상풍력 위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 진척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이는 국내 해상풍력 사업 경험 부족과 기술이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덴마크 등 해상풍력 선진국의 사업 방식과 기술을 도입해 해상풍력의 경제성을 높이고 그 확대 과정에서 기술 축적과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은 풍력에 비해 훨씬 여건이 좋다. 그러나 가용한 국토 면적이 한정되어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태양광 확대의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영농 태양광 증설이다. 논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경우 전용 시설보다 면적이 75% 더 소요되고 비용이 25% 정도 더 소요되지만 영농을 병행할 수 있기에 추가 소요 면적이나 비용은 큰 문제가 안된다. 다만 토지와 소유와 경작자가 다른 경우 그 수익 배분에 갈등이 따르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영농 태양광 확대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건물과 간척지 등 유휴 부지 면적을 활용한 계획적 태양광 확대를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청정 에너지 신기술의 적극 개발

 

탄소중립 여정에는 비전력 화석에너지도 무탄소 전력으로 대체해야 하므로 발전량이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원전도 현재 규모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간헐성과 변동성이 약점인 재생에너지 확대의 관건은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장치(ESS)의 확보에 있다. ESS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배터리, 양수발전, 수소, 열저장체 등의 다각적인 에너지 저장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실용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탄뎀셀등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수소생산을 통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연계기술등 청정에너지 신기술을 적극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청정에너지 기술강국으로 도약하여 탄소중립을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는 길이다.

 

청정 에너지에 관한 국민 인식 개선

 

앞서 제시한 청정 에너지 육성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청정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이다. 원전이나 사용후핵연료 안전성이나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 나아가 송전선의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환경단체들의 왜곡과 과장에 의해 사실이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 청정 에너지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을 국민들이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이해 확산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