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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전략 [정세와 정책 2021-2월호-제1호]

등록일 2021-02-01 조회수 5,582

조선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전략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j0717@sejong.org

 

2020년 8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6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2021년 1월 에 조선노동당 8차 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전략적 과업들을 제시할 것임을 밝혔다. 경제제재, 코로나-19 및 자연재해 속에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정치노선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제시하고, 실현가능성에 방점을 둔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수준에서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시대의 정치방식의 정식화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 시대의 정치노선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정식화하면서 조선노동당을 김정은의 당으로 자리매김시켰다. 당규약 개정을 통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당의 최고 강령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기본 정치방식으로 명시하였다. 총화 보고에서도 지난 5년간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에 맞게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평가하였다. 앞으로 당은 “인민들의 절실한 생활상 요구와 의사를 존중하고 모든 생산과 건설을 인민들의 편의보장을 첫자리에 놓고 인민들의 반영과 평가”를 기준으로 친인민적·친현실적 사업을 추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2019년 헌법 개정을 통해 본문에서 선군사상과 선군혁명노선을 삭제한 데 이어 이번 당대회에서 기존의 선군정치를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로 대체하면서 김정은식 정치사업 방식을 제도적으로 완성시킨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조직 개편과 인사 교체도 이루어졌다.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총비서로 추대되었으며, 이에 맞게 정무국과 정무처도 비서국과 비서처로 개편하였다. 당 정치국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여 당사업과 관련된 각종 현안에 대해 보다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당 중앙검열위원회를 당 중앙검사위원회로 통합시키고 권한을 강화하여 북한이 반복적으로 비판해 왔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문제에 강력할 수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8차 당대회 인선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 선거에서 인사 개편이 이루어졌다. 먼저, 당대회에 참석한 대표자 중에서 행정경제 부문과 과학·교육·보건·문학예술·출판보도 부문, 현장의 핵심 당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군사부문은 감소하였다. 전원회의선거에서도 새로운 인물들이 당 중앙위원회에 이름을 올렸으며, 정치국 내 군 관련 인사의 비중은 감소하였다. 이는 지난 5년간 북한이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발전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군의 위상을 약화시켜 왔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사 교체 및 발탁 기준으로 능력을 강조하는 점도 주목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당대회 결론에서 당 사업을 담당하는 간부들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면서 모든 간부들은 “자신들의 당성, 혁명성, 인민성을 실제 사업능력과 실적으로 평가”받는다는 각오를 갖고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발전5개년전략 달성 실패 인정


북한 당국은 인민생활향상을 통해 주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속에서 북한 경제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와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악화되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성과적으로 결속하기 어려워진 조건에서 북한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완충기를 갖기보다는 당대회 개최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선택은 북한이 경제 계획 수립과 시행을 5년 단위로 정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도 경제관리 체계와 질서를 합리적으로 정돈하고 과거와 같은 과도적이며 임시적인 사업 방식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당면 과제를 수행하느라 중장기적 전망을 고려하지 않고 임시방편적인 사업 방식을 사용하여 오히려 경제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정기적으로 경제 계획의 수립과 집행, 평가 및 새로운 경제 계획 수립 과정을 진행하면서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성과가 배치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당대회 개최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 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부터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채택하고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경제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면, 이러한 상황은 주민들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적 충격으로 돌린다면 북한 경제는 외부적 충격에 취약한 구조이며 주변 환경의 변화없이 경제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과 국가가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수 있으며 경제의 불안정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경제 전반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여 경제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년 간의 평가와 새로운 경제 발전 계획의 작성에 현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 당대회 준비기간 동안 비상설 검열기구를 조직하고 직접 생산 현장을 방문하여 문제들을 직접 파악하도록 하였다. 북한은 실패의 요인으로 주·객관적 요인들을 모두 지적하면서도 주관적 요인들을 강조하고 있다. 객관적인 조건이 예상치 못하게 악화되어 국가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점도 있지만, 문제의 핵심으로 계획에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 실행 과정에서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의 지속, 간부들의 능력 부족 등을 지적였다. 당대회 기간에 북한은 부문별협의회 단위로 회의를 열고 논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결정서 초안을 작성하였다. 이는 계획 수립과정에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계획 수행에 대한 단위별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이번 당대회에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을 인정하고 비판적 검토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새로운 5개년 계획에서는 실현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국가경제의 자립적 구조 완비 △수입재의 비중 감소 △인민생활 안정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기존의 전략적 노선을 실현하기 위한 정비·보강 전략을 수립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김정은 시대 추진한 경제 정책의 틀은 유지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6년만에 열린 7차 당대회에서는 경제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단기간 경제의 각 부문들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번 당대회의 사업총화 요약본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대북제재의 장기화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실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제적 성과를 목표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내각에게는 경제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경제 관리에 필요한 일원화통계체계 수립과 경제적 공간의 활용을 언급하였다. 먼저 경제 계획 수립과 현황 파악에 필요한 통계 자료의 수집과 관리를 체계화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 동안 과학적인 타산에 기초한 경제 관리를 강조하였으나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업들에게 보다 원활한 경영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경제 관리에서 재정 및 금융 관리, 가격과 같은 경제적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언급하였다. 이는 국가 단위에서의 경제 관리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기업 관리에 있어서도 경제성 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 건설과 관련해서는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순환 구조의 안정적 유지에 가장 중요한 부문을 중심으로 과제를 제시하였다. 공급부문에서는 인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농업과 경공업의 발전을 강조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소재와 장비 및 부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금속 과 화학공업을 발전시키는데 국가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분배의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상업의 복원을 통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의 상품 유통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영상점이 경쟁력을 갖춰 유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방경제와 관련해서는 각 지역들이 지역별 특색을 살린 발전 전략을 수립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특히 농촌의 정비 사업들을 추진하여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업이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과 함께 각 지방이 자립적으로 계획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지역 단위에서 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과 같은 대외경제와 연계된 사업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여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외경제 측면에서도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당면해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목적지향적인 대외교역 추진과 관광산업의 활성화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이전에 북한이 추진해 왔던 사업으로서, 향후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방역문제가 해결된다면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 특히 금강산지구의 개발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2019년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지도, 2020년 김덕훈 내각 총리의 현지료해에서 언급된 바 있는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안으로서 5년간 주요 건설사업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관계에 대한 원칙적 입장 제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정책적 기조는 대외경제 발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여전히 핵심은 자력갱생에 놓여 있다. 과거 2018년과 같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경제 건설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보다는 현재의 대외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당대회에서도 북한은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적 환경의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의 성과와 향후 국방력 강화 계획을 상세히 소개하면서도 이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 즉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택으로 외교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경제제재의 장기화를 고려하면서 내부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동원하여 경제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북한의 선택을 고려할 때 북한 입장에서도 대외환경이 최소한 현상 유지는 되어야 한다. 대외관계의 개선을 통해 경제 발전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지도 않겠지만 대내적으로 경제 발전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심화시킬 수준으로 긴장 국면을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군사 부문에서의 정상 간 합의 이행과 같은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앞세우고 부문적 교류협력사업은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은 쌍방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남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적극적인 협상 제안보다는 한국 정부의 선택에 따라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보다는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통해서 당면한 대외경제 문제를 완화시키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는 정세의 변화를 기다리기 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대화와 협력을 제안하기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 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의 추진 방안들을 재정비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협상테이블 마련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실현 가능한 교류협력사업들을 중심으로 남북 간 접점들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