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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60년: 북중 경제 교류의 전개와 전망 [정세와 정책 2021-8월호-제26호]

등록일 2021-08-02 조회수 2,818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60: 북중 경제 교류의 전개와 전망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j0717@sejong.org

 

2021년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이하여 북한과 중국은 북중관계가 친선·우호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 정세에 부합하도록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킬 것임을 밝혔다. 북한과 중국은 혈맹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 왔다. 2000년대 들어 북한 핵실험을 둘러싸고 북중 간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경제교류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상호 경제적 필요에 따른 교류로 변화되어 온 결과이다. 2018년 이후 북중 간 신혈맹관계를 구축하면서 경제 교류의 범위와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950년대 후반부터 중소분쟁이 격화되면서 북한은 대외중립, 자주정책을 표방하면서 19617월 소련과 조소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중국과는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하고 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이후 관계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각 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1995년 러시아가 폐기를 통보하면서 구() 소련과 체결한 조약은 1996년에 종료되었다. 이에 반해 중국과 맺은 조약은 지금까지 이어져 2021년에 60주년이 되었다.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은 북중 간의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협력을 밝히고 있으며 양 국 모두 북중 친선과 협조의 법률적 토대라는 점에서 현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중관계는 항상 협조관계만 지속된 것은 아니었다. 대내외적 상황에 따라 때로는 협력을,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본 글에서는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 조약 60주년을 맞아 북중 경제 교류가 본격화된 2000년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북중관계의 변화와 경제교류의 추세를 파악하고 그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의 핵심험과 북중 경제교류

 

20005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이후, 양 국은 전통을 계승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북중 간 경제 교류는 본격화된다. 이후 북중수교 60주년이 되는 2009년을 조중 친선의 해로 명명하고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하여 경제기술협조협정을 체결하였고, 20105월과 8월에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북중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경제교류는 정부주도, 기업참여, 시장운영, 호혜상생의 방침을 기초로 추진되었다.

 

2006년과 2009년 북한이 1, 2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교류협력사업에 부정적인 요인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북중 무역과 대북 투자는 모두 추세적으로 증가하였고 신압록강대교 건설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인프라 건설 및 나선과 신의주-황금평 경제특구 개발협력에도 합의하였다. 그 결과 북중 경제관계는 양적·질적으로 급속히 발전하였다. 1990년대 연간 1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북중 교역규모는 20031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11년에는 56.3억 달러에 달했다. 이와 따라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북중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여 2011년에는 88.5%를 기록하는 등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북중 간 경제관계는 지속되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발사라는 잠재적 갈등 요인이 상존하고 있었다. 2012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은 같은 달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여 친서를 전달하였으나, 12월 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32호기를 탑재한 은하 3호를 발사하였다. 20131월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 2087호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북한은 추가적인 핵실험을 예고하는 등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었다. 북한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한 것에 대한 노력했으나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을 통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은 3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공식화하였고, 이후 2017년까지 4차례 더 핵실험을 진행하였다.

 

2013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도 경제 교류는 유지되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20013년 유엔안보리 결의안 2087호를 찬성하고 중국의 4대 국유은행의 북한계좌 폐쇄, 대북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는 등 이행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중국은 리위엔차오(李源潮) 부주석의 방북 이후 수출통제 조치를 완화하고 북한 관광을 재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시기 대북 투자는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전체 대북교역액은 201259.3억 달러에서 201365.5억 달러로 증가하였고 2014년에는 68.6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에 따라 북한의 교역 중 북중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90.2%로 높아져 처음으로 90%를 넘겼다.

 

그러나 2016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3월 유엔안보리 결의안 2270호에 찬성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후속 조치로서 4월과 6월에 대북 수출입 금지 품목과 이중용도 관련한 교역 금지 물품 및 기술 품목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북한은 노동신문조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사를 실어 당시 중국 언론이 북중관계가 악화된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고 있다며 비난하였다, 북중관계가 갈등을 빚더라도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던 전례에 비추어 본다면, 논평원 명의이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중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2017년 이후 북중교역규모는 급격히 감소하였다. 201660.6억 달러에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전년대비 13.2%, 48.2%가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은 더 크게 감소하여 북한의 교역 중 북중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92.7%에서 201895.8%로 오히려 상승하였다.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 추진과 북중 경제 교류의 회복

 

2018년에 들어서면서 북중관계는 빠르게 개선된다. 3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노동신문사설을 통해 본 정상회담은 친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이후 북한은 대내적으로는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으로의 전환, 대외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총 4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관촌(中關村), 중국농업과학원 등 경제 시설들을 방문하였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방북에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대동하였고 북한에서도 김재룡 내각 총리가 정상회담에 배석하면서 정상회담에서 경제 교류에 관한 논의도 진행되었음을 예측케 하였다. 20196월 방북을 앞두고 로동신문에 게재된 시진핑 주석의 특별기고문에서 교육, 문화, 체육, 관광, 청년, 지방, 인민생활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통해 양국의 발전과 인민들의 복리 증진에 기여할 것임을 밝혀 북중 간 경제 교류 또한 활성화될 가능성을 높였다.

 

이 시기 북중 교류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대북 관광과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20185월 제2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 관광이 재개된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193월 북한의 국가관광총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북한-중국 간 정기 항공노선도 증편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안-만포 대교, 신압록강대교의 북한측 연결도로, 신투먼대교 등 북중접경지역의 교통인프라 건설도 지속되었다. 중국의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정부 간 교류도 활발해져 2019년에 북한 평안북도 대표단과 랴오닝성 대표단의 상호 방문 및 교류 강화에의 합의, 지리성 대표단의 북한 방문 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0195월에 개최된 봄철 평양 국제상품전시회는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는데 이 행사에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북중 간 경제 교류는 전반적으로 활성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중 경제 교류의 특징과 전망

 

북중 간 경제 교류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점차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냉전시기에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유무상의 지원을 중심으로 경제관계를 형성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경제성에 기반을 둔 관계로 변화되어 왔다. 특히 중국의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교역 규모는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빠르게 증가하였다.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위탁가공사업과 같은 분업구조가 형성되었고 대북 관광교류가 증가하면서 동북 3성 지역의 경제가 함께 활성화되었던 상황들은 상호 경제적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케 한다.

 

민간 차원에서 이윤동기에 따라 경제 교류에 참여하면서 지속성도 확보되었다. 상호 경제적 필요에 따라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정치, 안보적 요인에 따라 북중관계가 경색되더라도 교역은 지속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싸고 양국 정부가 갈등을 빚었음에도 북중교역액은 증가하였다. 물론 2009년 원자바오 총리와 김정일 위원장의 상호 방문, 2017년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와 같은 정치적 결정은 북중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기도 하고 위축시키기도 하였지만 과거에 비해 경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은 북중 간 경제 교류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교역은 필수적인 물품들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북중교역액은 5.4억 달러로 201920.9억 달러에 비해 80.9%가 감소하였다. 실질적인 교류는 감소하였지만 올 해 7월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하여 양국 정상이 주고받은 축전에서도 확인되듯이 북중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합의는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 최근 계획 수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의주비행장에 검역시설을 건설하고 있고, 무산수출가공구를 지정하는 등 코로나-19의 장기화 국면에서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북중 간 교역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기는 달라지겠지만 재개된다면 북중 간 경제 교류는 이미 합의한 사항들을 토대로 빠르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북중 교류에서 주목되는 것은 양국 간에 국가 건설분야에서의 경험을 교류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노동신문에 실린 2019년 시진핑 주석의 특별기고문과 2021년 중국의 특명전권대사 리진군의 기고문에는 국가관리와 국가건설에서의 경험을 상호 교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2018년 이후 북한의 방중 대표단들이 중국의 경제 개발 현장 등을 시찰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북한은 중국의 발전 경험을 북한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있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주중대사로 부임한 이용남 대사의 행보에서 북한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다. 대외무역상과 내각부총리를 역임한 이용남은 부임 후 첫 방문지로 저장성을 선택하였다. 이 곳은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의 선행 지역으로, 최근 성() 차원에서 항저우첸탕신구(杭州钱塘新区) 설립을 비준하고 디지털 경제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는 곳이다. 경제구조를 첨단과학기술에 기반한 지식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벤치마킹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북중 간 경제 교류는 인적·물적 교류뿐만 아니라 제도 및 정책적 측면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외경제관계가 중국으로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강력한 제약조건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대외교역에서 특정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95%를 상회하는 현상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대외경제관계의 다각화, 다양화 추진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중관계가 강화되고 경제 교류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가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하여 남북 간 양자교류뿐만 아니라 남북중 다자협력 방안도 모색하여 북중 간 경제교류의 활성화가 남북관계의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