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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사임과 후임총리 전망 [세종논평 No.2020-20]

등록일 2020-09-01 조회수 5,057 저자 이면우

아베 총리의 사임과 후임총리 전망 


[세종논평] No. 2020-20 (2020.09.01)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mwlee@sejong.org

 

 

일본의 아베 수상이 지난 8월 28일 금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의사를 밝혔다. 다소 갑작스런 일이어서 당황스런 측면이 있지만, 제1차 아베 내각의 퇴진도 이와 매우 유사한 측면, 특히 ‘궤양성 대장염’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했다. 이제 일본정치가 다시금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최대의 관심은 역시 누가 차기 자민당총재가 되어 총리직을 수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 하겠다. 

 

현재 차기 자민당 총재로서 유력시되는 사람은 외상을 지냈던 기시다 정책조사회 회장과 방위상을 지냈던 이시바 전 간사장, 그리고 스가 현 관방장관이라고 하겠다. 물론 이 외에도 스가 현 관방장관이나 모테키 현 외상, 그리고 노다 전 총무회장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겠는데, 이는 자민당 총재의 선출이 기본적으로는 당내 파벌역학과 국민적 인기 및 지지율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선 전통적인 파벌역학상 가장 유력시되는 기시다 현 정조회장은 자민당의 최초 파벌이라고 할 수 있는 ‘코우지카이’(宏池會)를 이끌고 있다. 당내의 온건파, 또는 국제파로 알려진 ‘코우지카이’는 7월 현재로 소속의원이 총47명으로 자민당 내에서는 네 번째 정도의 규모를 가지지만, 기시다씨는 이에 더해서 아베 수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베씨가 속해 있던 호소다파나 무소속의원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할 가능성이 누구 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97명의 소속의원을 가진 호소다파는 자민당내의 최대파벌이지만 아베씨를 총재로 배출한 측면도 있고 해서 이번 총재선거에는 후보자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호소다파와 기시다파의 소속의원만으로도 자민당의 총의원수인 395명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베씨와의 친밀한 관계가 유리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아베 수상이 사임을 결정한 데에는 앞서 언급한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만 코로나19사태에 대한 대응미비나 측근의 비리 등에 따른 지지율의 하락이라는 측면이 선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건강상의 문제 이전에 아베 수상에 대한 비판이 분출되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아베 수상과의 친밀한 관계가 과연 득이 될 수 있을까, 또는 자파를 제외한 다른 파벌의 결속력을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수상의 사임표명 직후 실시된 교토통신의 차기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기시다 정조회장이 7.5%로 5위를 차지했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현재 일본의 선거제도는, 중의원총선거의 경우, 소선거구를 포함한 ‘소선거구비레대표제’여서 당의 얼굴인 총재의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관건은 총재선거에 임하는 의원들이나 당원 등이 조사기관에 따라 그 수치는 다르지만 지지율이 하락하는, 예를 들어 마이니치신문의 5월 조사에서는 27%까지 떨어진, 아베 수상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기시다씨를 앞세워 다음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의 후임총리는 2021년 9월의 잔여임기까지지만, 이번 국회의 임기 역시 2020년 10월까지이기에 이러한 이미지에 대한 고려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이시바 전 간사장의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현재 소속의원수가 19명밖에 되지 않는 ‘수이게츠카이’(水月會)라는 자신의 파벌을 이끌고 있는데, 이제까지 정책적으로나 각종 사태의 대응에 있어서 아베 수상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에 국회를 통과한 안보관련 법제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나 2018년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선을 추구한 아베에 대항에 출마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반아베적 행보로 인해 소속의원이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했지만, 앞서 언급한 최근의 차기 총리선호도 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시바씨의 이러한 반아베적 행보 뒤에는 국회의원 중심 또는 파벌중심의 중앙정치에 위화감을 느끼는 지방정치가 내지는 일반당원들의 지지가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다. 아베 수상이 재등장할 수 있었던 2012년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시바씨는 2차의 결선투표에서는 역전당했지만, 1차투표의 예비선거에서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당원.당우(黨員.黨友)표에 힘입어 아베씨 보다 크게 앞선 득표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시바씨가 차기총리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허들이 크게 두가지가 존재한다. 첫째는 차기총리의 선출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도록 당원.당우표가 국회의원수와 동일하게 배당되는 당대회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당대회선출방식이라고 하더라도 1차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할 수 있든지 아니면 의원들의 지지를 이전 보다 더욱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이번의 후임총리는 앞서 언급한대로 2021년 9월까지의 잔여임기까지의 재임이기에 당대회방식 보다는 당원로 또는 당엘리트 사이의 재정에 따른 형식적인 양원의원총회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기간의 아베 내각을 훌륭히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스가 관방장관의 이름이 제기되며 갈수록 유력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가 관방장관 역시 앞서 언급한 기시다 정조회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베 내각과 동일시된다는 점이 과제가 될 것이다. 

 

또 다른 고려사항으로는 미중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후보자들의 중국관 내지 대중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일본내의 이미지는 트럼프 대통령 하의 미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센가쿠열도문제의 심화로 예전의 친중적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하겠는데, 이러한 측면이 친중적이라고 알려진 기시다씨나 이시바씨에게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흥미롭다. 이는 홍콩의 민주화 및 인권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고노 방위상이나 스가 관방장관이 부각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하겠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차기총리가 누가 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측면들이 고려되면서 진행될 것이다. 언뜻 종래의 파벌역학이나 국민적 지지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좀더 다양한 측면들이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다양성 및 중층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현재 교착상태에 놓여있는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찾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십의 출범이 갑작스런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다양성 및 중층성에 대한 고려는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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