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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평가와 과제 [정세와 정책 2021-4월호-제10호]

등록일 2021-04-01 조회수 5,046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평가와 과제

 

이대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delee@sejong.org

 

협상 타결

 

20199월 말부터 시작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137일 타결되었다. 동맹관계를 가치보다는 경제논리로 접근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주한미군 철수라는 카드로 과도한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은 혈맹인 한국을 갈취하는(extort) 이라 비난했던 바이든 대통령 취임 46일 만에 15개월 동안 표류했던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체결되었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4가지다. 첫째, 이번 협정은 2025년까지 총 6년 동안 유효한 다년도 협정이다. 둘째, 2020년 한국 분담금은 2019년 수준(1389억 원)으로 동결한다. 셋째, 2021년 분담금은 2020년 분담금 대비 13.9% 증가한 11,833억 원이다. 넷째,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분담금은 전년도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참고로 방위비분담금 증가율 13.9%2020년 한국 국방예산 증가율 7.4%에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가율 6.5%를 합한 것이고, 지난해 국방부가 발표한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향후 국방예산은 연평균 6.1% 증가하고, 방위비분담금도 연평균 6.1% 증가한다.

 

318일 한미 2+2회의를 계기로 정은보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와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SM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이 협정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국무총리 보고, 그리고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식 서명에 이르게 된다. 이후 협정문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 비준 후 공식적으로 발효된다. 협정 발효 후 45일 이내에 한미 양국은 협의를 통해 방위비를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한다.

 

협상 평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타결된 방위비분담금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과도한 분담금 지급에 합의했고, 분담금 인상률을 국방예산 증가율에 연동시킴에 따라 과거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을 때보다 한국의 부담이 커진 굴욕적 협상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발 더 나가 이들은 미국이 강조하는 한미일 협력강화와 퀴드(QUAD) 참여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에 만족을 표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이번 협상 결과는 미국의 요구와 우리 정부의 대응 논리 그리고 우리의 경제력이 동시에 고려된 최선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은보 대사는 분담금 인상에 국방예산 증가율을 연동시킨 것에 대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방위비분담금 증가율은 1% 대에 머물고 있는 물가상승률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했고, 그 기준을 국방예산 증가율로 채택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방예산 증가율은 우리의 재정 능력. 즉 경제력과 국방력을 반영한 것이고,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라 강조했다. 또한 그는 물가상승률과 달리 국방비 증가율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미국 국무부도 이번 협상을 공정하고 균형 잡힌 분담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합의된 한국의 분담금은 주한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비용 중 44% 정도이며, 과거 한국이 주둔비용의 40~45%를 분담했던 것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협정문에는 미국의 요구에 의해 협정이 소멸할 경우 미국은 한국 근로자의 임금을 충당하는 기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 그들의 고용안정을 확보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 학자들이 일본과 독일의 분담금과 한국의 분담금을 비교하는 것을 의식해 한국과 상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과 독일은 한국과 같이 북한이라는 실질적 위협에 직면해 있지 않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그러면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과도한 분담금 총액과 국방예산 증가율을 분담금 결정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서욱 국방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20년 분담금이 2019년 수준으로 동결했기 때문에 2021년 인상률 13.9%2년으로 나누면 연 7% 정도 증액한 것이라 언급하면서 방위비분담금도 국방비의 일부이기에 국방예산 인상률을 방위비분담금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방위비분담금 증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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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분담금 인상률()에 의하면, 이번 합의에서 분담금을 13.9% 인상한 것은 5차와 2차 협상에 이어 3번째 높은 인상률이다. 물론 이번 인상률이 낮다는 것은 아니지만, ‘굴욕적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잘못된 합의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미 두 차례 협상에서 이보다 높은 인상률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국방예산 증가율을 분담금 증가율과 연동한 것도 이번 합의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아니다. 2019년 제10차 방위비분담금협상에서 2019년도 국방예산 증가율(8.2%)을 반영한 수준에서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2021년 방위비분담금 11,833억 원은 국방예산 528,401억 원의 2.2%이며, 2020년 세계 10위 한국 GDP(15,868억 달러)0.06%이다. 우리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우리 경제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방위비분담금이라 판단된다. 게다가 북한의 위협이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국방예산 증가율도 낮아질 수 있으며, 이는 방위비분담금 증가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향후 5년 동안 이 문제로 한미 간 줄다리는 없을 것이기에 다른 동맹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향후 과제

 

그럼에도 불필요한 방위비분담금은 지불할 필요가 없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주한미군 운용에 드는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로 사용된다. 이중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의 사용처와 액수는 분명하지만,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사용처와 액수는 다소 분명치 않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우리가 분담한 방위비를 지정된 항목에 맞게 사용하는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첫째, 한국 정부가 미국에 지불한 군사건설비 중 9700억 원 규모의 미집행 자금이 미국 은행에 맡겨져 있다. 이는 거의 1년 치 방위비분담금과 비슷하다. 이 미집행 자금에 대한 미국의 설명은 군사건설 분야의 경우 대부분의 사업이 일 년에 끝나지 않고 몇 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사업비를 해마다 쪼개어 집행하다 보니 미집행 금액이 쌓인 것이라 해명한다. 물론 미국의 해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30년 동안 평균적으로 매년 300억 원의 미집행 자금이 발생한다는 것은 살펴볼 문제이다. 미국 측으로부터 현금집행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하는 과정이 보다 투명하고 철저해야 한다. 즉 미국의 자금 집행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 불필요한 분담금을 줄이고, 잉여 분담금은 회수해야 한다.

 

둘째, 10SMA 협상에서 트럼프 정부는 군수지원 항목에 작전지원(operational support)이라는 명목으로 한미연합훈련 과정에서 미군과 장비 수송비용, 그리고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방위비분담금에 포함시키려 했다. 물론 미국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번 협상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요구했던 전략무기 전개비용이나 사드 등 보완전력 운용비,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등은 분담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군의 역외(한반도 밖) 자산 정비비용 항목은 아직도 군수지원에 포함되어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81억 원, 188억원이 미군의 역외자산 정비비 명목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미 간 논의가 진행되었고, 군수분야 이행합의서에 대한민국 영토와 영해 밖에 배치되어 있으나 한미 연합작전계획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소유의 항공기, 지상장비, 기타 장비의 보수 및 정비 지원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 후속 논의가 필요하고, 12차 협상에서는 군수분야 이행합의서 작성 시 철저히 논의하여 축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끝으로 한미 간에는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한미일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한일관계 개선, 인도태평양전략(QUAD) 및 민주주의 10국 연합(D10) 참여,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실현을 위한 대북정책 공조 등 중요하고 민감한 현안이 있다. 지난 3월 한국에서 개최된 한미 2+2 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북핵문제 시급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공동목표, 강력한 대북억제력 유지를 위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일 협력,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 연계 등에는 이견이 없으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착과 북한 권위주의 및 중국의 강압정치 대응에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블링컨 국무부 장과, 오스틴 국방부 장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정부의 주요 관리들은 하나같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인 캠벨은 중국의 공세적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유연하고 혁신적인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요 7개국(G7) 국가에 한국·호주·인도를 더한 연합체 구상인 '민주주의 10개국'(D10)과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구성한 쿼드(QUAD)를 구체화하고,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참여시켜 QUAD PLUS로의 확대·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QUAD PLUS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이 남중국해 갈등에 개입할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인도양과 태평양에 많은 도서를 영유하고 있는 프랑스도 중국의 공세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민주주의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는 자국이 추진중인 대북, 대중 압박 정책특히 QUAD에 한국의 참여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공식적으로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추진 및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하면 미국의 희망에 적극적으로 부응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결단하여 QUAD에 동참하고, 그 안에서 미중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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