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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미사일지침’ 해제의 의미와 함의 [정세와 정책 2021-7월호-제23호]

등록일 2021-07-02 조회수 3,262

·미 미사일지침해제의 의미와 함의

 박휘락 (국민대학교 교수)

hrpark5502@hanmail.net

 

들어가며


2021521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의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미 미사일지침42년 만에 완전히 해제한다고 발표하였다. 다수의 국민들은 이것을 미사일 주권회복이라면서 높게 평가하고, 정부도 적극 홍보하였다. 한국은 이제 탄도미사일 개발 과 관련하여 사거리와 중량 어느 것도 제한을 받지 않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국방력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세히 분석해보면 미사일 지침 해제가 갖는 실질적인 의의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이미 한·미 간에 이전의 합의를 통하여 북한 전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800km의 사거리를 확보한 상태이고, 공격용 탄도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북핵 위협 대응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미사일지침은 지금까지 자주의 상징으로 곡해된 점이 있고, 따라서 냉정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배경과 개정 과정

 

·미 미사일지침1979년부터 작용해 왔는데, 기본적으로는 한국이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당시 정부가 자주국방의 의지를 과시하는 방편으로 대북 공격에 대한 공세적 의지와 역량을 과장함으로써 미국의 오해와 제한을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1978년 한국은 180km 사거리의 백곰 미사일을 개발하기도 했고, 항간에서 핵무기 개발 시도가 적지 않게 언급되곤 하였다. 미국은 한국이 불안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게 되었고, 따라서 사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 이내라는 제한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관련된 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점을 통보하게 된 것이다.

 

자주국방의 적극적 추진을 위해서는 미국의 기술과 지원이 필수적이었던 한국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제한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1979년 당시 노재현 국방장관이 존 위컴(John Wickham)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미국의 제한을 수용하겠다는 서한을 보내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한미 간 미사일 지침으로 작용하여 왔다. 원래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사일 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MTCR)에서는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 까지의 기술이전을 허용하는 데, 미국은 사거리를 120km 더욱 줄여서 제시함으로써 한국의 공격력 강화를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이 긴급해졌고, 국민들의 자주의식도 고양됨에 따라서 한국 정부는 미사일 지침 완화를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2001, 2012, 2017, 2020년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지침을 개정했다. 이 중 제1차 미사일지침 개정은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되어 MTCR 기준인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으로 합의하였다(이 때 한국은 500km의 사거리를 요구하였다). 2006년과 2009년에 북한이 두 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하자 이명박 정부는 제2차 미사일지침 개정을 시도하여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으로 타결되었다(이 때 한국은 1,000km 이상을 요구하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차례에 걸쳐 미사일지침이 개정되었는데, 북핵 대응을 위한 필요성보다는 자주권의 회복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201711월에 합의된 제3차 개정에서는 500kg 탄두중량을 해제하였고, 20207월 제4차 개정에서는 한국의 우주 발사체에 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을 해제하였다. 결국 4차례에 걸친 개정으로 인하여 한·미 미사일지침은 사실상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번에 지침 자체를 아예 폐기하게된 것이다.

 

반성과 오해 교정

 

이번 미사일 지침의 폐기와 관련하여 한국이 반성해야할 점이 몇 가지 있는데, 무엇보다 먼저 공세의지의 과장이 갖는 폐해를 인식해야할 필요성이다. 그 동안 한국 정부들은 국내정치 차원에서 공세적 의지와 자신감을 강조하였는데, 이것이 이러한 미사일지침과 같은 미국의 제한을 자초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면적으로는 공세의지를 구비하고 있더라도 외면적으로는 오히려 방어적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공세적 의지의 과장된 표출은 한국의 핵잠재력 구비를 결정적으로 방해하고 있기도 하다. 십여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우라늄 농축시설과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재사용하는 공정을 구비해야 하지만, 일부에서 핵무기 개발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의심을 사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스스로 포기를 선언하는 사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 개정이 난항을 겪는 것은 바로 이 과장된 공세적 의지 때문이다. 비군사적 사용을 일관되게 보장함으로써 농축과 재처리 능력을 모두 확보하여 결과적으로는 상당한 핵잠재력을 구비하게 된 일본과 대조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모든 것을 대미 자주 측면에서 인식 및 접근하는 시각도 이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제약하고자 이러한 제한사항을 가한 것으로 해석하지만, 실제에 있어서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하여 한국의 공세성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동맹국 간에는 상황이나 여건이 달라지면 모든 이전의 합의들을 자연스럽게 재협의하여 타결해 나가는 것인데, 한국은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의도적으로 제약하는 양 과장되게 인식하여 접근함으로써 한·미 양국 간의 상호신뢰를 약화시킨 점이 있다. 이명박정부 때는 북핵 위협의 심각성에 따른 개정의 소요가 있었지만, 북핵 위협을 인정하지 않고자 했던 김대중 정부나 문재인 정부에서 이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군사적 필요성이 아니라 주권회복이라는 정치적 필요성이 근본적인 계기였기 때문이다.

 

셋째, 북핵 대응에 미사일 사거리 증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도 오해의 소지가 크다. 북한 전역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도 북핵을 막는 데는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탄두를 가진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는데, 한국이 재래식 탄두를 가진 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해봐야 소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성립되지 않고, 따라서 억제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도부나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데 사용할 수는 있지만,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은 기본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져 공군기나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에 비해서 효과적이지 않다.

 

특히 한국 공군은 현재 F-15는 물론이고, F-35 스텔스기까지 보유하고 있고,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 투하하는 폭탄의 50%가 떨어지는 반경)1-3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한 사거리 270km의 슬램(SLAM)-ER공대지미사일과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Taurus) 공대지미사일을 상당량 확보하고 있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현무-3 순항미사일도 북한 전역에 대하여 공군의 정밀미사일과 같은 정확도로 타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미사일지침 해제가 북핵 대응태세 강화로 연결되는 효과는 크지 않고, 국방력 강화 효과도 적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향후 정책방향

 

이제 한국은 미사일지침 해제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서 벗어나 그 동안 가졌던 오해의 요소부터 냉정하게 반성하면서, 더욱 실질적인 북핵 대응태세 구비에 노력해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함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북핵 대응전략을 정립해야할 것이고, 그런 다음에 그에 맞도록 필요한 전력을 증강해 나가야 한다. 경항모 증강을 둘러싼 토론에서 보듯이 전략에 기초하지 않는 전력증강은 예산과 노력만 낭비하여 군사력 증강에 상당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한국에게 필요한 북핵 대응 전력은 공격용 미사일과 그 기술이 아니라, 방어용 미사일과 그 기술이다. 핵탄두를 장착하여 공격해오는 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邀擊, interception)해야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방어의 경우 한국은 상층방어(upper-tier defense)는 미군 사드(THAAD) 1개 포대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미흡하기 때문에 미군에게 추가 사드 배치를 요구하거나 한국 스스로 사드 1-2개 포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8개 포대 규모의 PAC-2/PAC-3로는 전국의 도시들에 대한 하층방어(lower-tier defense)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숫자를 증대시킬 필요가 있고, 서울 이외에는 군부대 방어 위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도시방어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기존 항공기요격용 미사일을 미사일요격용으로 전환하여 중거리대공미사일(M-SAM)을 개발하였고, 장거리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해 나가고 있는데 이들의 성능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력화 일정이 계속 지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개발사업을 조기에 완료할 수 있도록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거나 미군과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북핵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공격용 미사일이 아니라 방어용 즉 요격미사일 기술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이번 미사일 지침 해제는 중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억제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이 어느 정도의 사거리로 미사일을 개발할 지는 모르지만, 중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용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도 중국의 행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미국이 한국의 중국 견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하여 이번 미사일지침을 해제해줬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미국은 중국 견제 차원에서 자신의 중거리 미사일을 일본 등에 배치하는 문제를 검토했는데, 한국이 자체적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면 미국의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관계는 언제 어떤 방향으로 변화될지 알 수 없다는 차원에서 그 숫자는 많지 않더라도 중국의 핵심적인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과 보유는 적지 않은 전략적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민간 분야의 미사일관련 기술개발이 더욱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한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항공우주업계에서 이번 미사일 지침의 해제를 반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또한 미사일지침 해제의 이의를 과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평화적인 목적의 미사일 기술개발은 언제나 허용되어 있었고, 제한이 존재한다면 동맹국인 미국과 협의하여 설득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사일지침 해제가 전략적인 의미를 갖도록 하려면 한국은 그 탄두의 위력을 핵무기 못지 않게 폭발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항공기 타격용이지만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MOAB (Mother of All Bombs)”라고 불리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재래식 폭탄을 개발하였는데, 그와 유사한 대()위력의 재래식 탄두를 개발한다면 이번 미사일지침 해제는 전략적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물질과 기술을 활용하여 재래식 탄두로도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 있는 내용물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미사일의 사거리나 정확성의 증대가 아니라 탄두내용물의 위력 강화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김 지 일, “새로운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사례연구 적용,” 국가전략 제244(2018).

김지일, “김영삼 정부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실패 원인,” 대한정치학회보. Vol. 28 No. 4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