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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과 한국의 대외전략 방안 [정세와 정책 2019-18호]

등록일 2019-09-05 조회수 12,912

한일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과 한국의 대외전략 방안 





 

홍 현 익(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hyunik@sejong.org



정부가 822일 매년 연장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1122일 이 협정은 종료될 예정이다. 예상했던대로 일본은 화들짝 놀랐고미국은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들이 돌아가면서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했다. 예상은 했지만 한국 내부에서 이제 한미동맹이 훼손될 것이므로 큰 일 났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간 일본의 부당한 무역 규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전반적인 반일 감정을 고려해 표출이 자제되었던 불만이 이제 정부가 한미동맹 관계를 손상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는 명분을 앞세워 분출되고 있다.

한미동맹이 역대 한국정부의 대외외교안보정책의 주축이었으므로, 이런 주장처럼 GSOMIA의 종료로 한미동맹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한국의 안보상황이 악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한국의 국익 증대 추구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면 정부는 정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GSOMIA 체결 및 종료 과정과 배경을 분석해 보고 과연 GSOMIA 종료가 한국의 국익을 해치는지 그 득실을 따져본 뒤, 향후 한국 정부가 취해야할 바람직한 대외 전략 방향을 제시한다



GSOMIA 종료 결정 경과와 배경 : 아베의 배은망덕과 결례의 귀결



먼저 GSOMIA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그 체결 경과를 살펴본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한국의 대북 레이더망이 너무 취약해 우리가 일본에 GSOMIA 체결을 제안했으나 일본은 이를 무시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레이더 장비를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백두 신호정찰기와 금강 영상정찰기 등을 갖추어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일본으로부터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2010년 경인 이때부터 일본은 적극적으로 한국에 GSOMIA 체결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냉전시대 경쟁자였던 소련이 해체되자 1990년대 초에 이미 중국을 미래의 도전자로 간주하고 그 국력 부상을 견제하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의 경제력은 일본보다도 훨씬 취약했으므로 군사안보 면에서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을 억지 및 요격하고 정치적으로 포위하기 위해 동북아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구상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남북간 거리가 너무 짧아 미사일방어는 별 의미가 없다고 이에 가담하는 것을 피했다.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빠른 속도로 증강되어 미국과 일본은 적극적으로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나서면서 한국을 참여시키려 했다. 세 가지 요소가 필요했다. 미사일의 궤적을 파악하려면 일본에 배치한 두 개의 미사일 외에 중국과 북한에 가까운 한국에 또 하나의 레이더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레이더 정보를 교환하며 사드같은 요격미사일을 배치하여 유사시 이를 요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사드 한국 배치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은 갖추어 질 것이고, ·미 및 미·일간 실시간 정보 교환에 더해 한·일간에도 실시간 고급 군사정보 교환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다.

·일이 공동으로 압박하자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은밀하게 법적 절차를 어기면서 GSOMIA 체결에 나섰다가 하루 전에 발각되어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자 서명 1시간을 남기고 이를 취소했다. ·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 직전 상황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 등을 통해 강력한 압박을 행해 협상 재개 발표 20여일만인 20161123일 기자들을 피해 한국 국방장관과 주한일본대사간에 이를 체결되도록 했다. 몇 달 뒤 사드 배치와 함께 한국은 북한, 러시아와 중국을 정찰하고 견제하며 일본과 미국을 방어하는 전초병이자 방패막이가 되었다. 중국의 사드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정부는 준적국 대우를 받고 중국 진출 기업들과 수출업체들은 막대한 희생을 치러왔으며 중국인 관광객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GSOMIA 이전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전략적 동반자로서 다정한 친구였지만 현재는 시진핑 주석이 한국 방문을 계속 연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지난
630일 판문점 남··3자 정상 회동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려 하자 불과 이틀 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기업들에 대한 배상 판결과 한국 정부의 판결 이행 움직임을 빌미로 한국에 반도체 주요 부품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시행하고 수출우대국가 지위를 박탈하는 조치로 나아갔다. 그는 오래 전부터 한국을 무시해왔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믿지 못할 친북 지도자라고 주장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사실상 방해해왔다. 그러나 아베는 전술적으로 큰 실수를 범했다. 한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가한 이유로 한국이 안보상 믿지못할 국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아베는 GSOMIA와 사드로 중국의 일차 공격 대상이던 일본 대신 그간 전초병이자 방패 역할을 맡아온 한국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일제의 만행을 옹호하고도 모자라 한국에게 제재를 가하고 한국은 안보 불신국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든 것이다. 이는 2급 이하 최고급 군사기밀을 교환하는 GSOMIA의 근간을 허물어 이를 사실상 파기하는 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여러 차례 특사를 파견하고 협상을 제의했으며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일본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었을 뿐 아니라 이를 미리 보여주기도 하면서 외교로 문제를 풀자고 했다
. 그러나 일본은 우리 제안에 어떤 성의도 보이지 않고 계속 무시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GSOMIA의 최대 수혜자이자 이의 체결을 종용했던 미국에게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여러 경로로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원상복구하지 않는한 GSOMIA를 연장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재나 대일 설득에 나서지 않았으므로 우리 정부는 822일 부득이 GSOMIA 종료 결정을 내린 것이다.

 

GSOMIA 종료의 득실 : 아베의 꼼수를 역이용, 반중 전초병의 함정에서 벗어남


그렇다면 이제 GSOMIA 종료의 득실을 따져본다. 먼저 GSOMIA 체결과 그 짝이 되는 사드 배치 이후 청와대가 설명하듯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시 일본의 요구로 발사 위치와 비행 궤적을 일본에게 알려주었고 우리가 독보적으로 갖고 있는 소중한 인간정보도 주었지만, 우리가 일본에게 받은 것은 일본 방향으로 미사일이 날아갔을 때 낙하지점 정보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에게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가 아니고 일정 시간 뒤에는 어차피 다 알게 되는 부수적인 것들이었다. GSOMIA 종료 후에도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대비 태세와 능력은 별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친구였던 중국이 우리의 준적국이 되어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지속적으로 가해왔고
, ·일 갈등 시 일본 대신 중국의 1차 공격 대상국으로 전락했다. 부수적인 2차 정보를 조금 얻게된 반면 우방국인 중국의 우선 타격목표가 된 것이다. 경제면에서 우리가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대중 수출이 대미와 대일의 합보다 두 배나 더 크고 매년 900억 달러의 흑자를 안겨주는 반면 일본에게는 240억 달러의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러시아 역시 사드 배치시 필요하면 일거에 이를 공격해 제거할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GSOMIA와 사드로 우리는 우방국이던 러시아와 중국의 적대진영에 깊이 소속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GSOMIA 종료 결정 직후 일본이 화들짝 놀란 것이 이해된다. 아베는 한국이 미국이 두려워 이를 연장하리라는 꼼수를 펼쳤는데, 이제는 일본이 중국의 핵 미사일을 별 정찰정보나 방패 없이 직접 감당해야할 처지가 되었으므로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미국 역시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데 일본에 더해 한국을 전방 보초이자 일차 방어벽으로 세우려했는데, 일본이 제공한 명분을 내세워 한국이 이탈을 결정하자 우려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까지 일본이 중국 견제의 선봉에 서겠다고 하자, 한국을 정찰병이자 호위병으로 세워주었는데, 한국이 이를 안하겠다고 하니 일본이 적장에게 직접 노출되게 되어 자기도 못하겠다고 하면 전략적으로 낭패가 되므로 한국에게 결정을 번복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한미동맹이 우리에게 소중한 대외전략의 중추이지만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 이익을 저해하고 미국의 이익에만 기여한다든가 한국을 속국처럼 취급할 경우 한국 국민들의 저항으로 동맹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2002년 효선·미순양이 희생된 후 미군의 부당하고 오만한 태도로 요원의 불길처럼 촛불시위가 벌어진 데서 우리는 잘 목도했다. 1,000개의 미사일을 가진 북한으로부터의 미사일이 4분 이내에 다 떨어지는데 50기 내외의 사드 미사일로 무엇을 지키고 억지하겠다는 것인가? GSOMIA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배치된 사드로 인해 한국은 전초병이자 방패막이가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이 한국을 보복하는데 미국이 중국에게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되새겨보면 작금의 한미동맹이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일본의 무도한 경제보복과 외교적 결례와 무시 상황에서
GSOMIA를 연장했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동북아와 국제사회에서 자존감과 국가 체면을 손상하고 왜곡된 과거사를 짊어지면서 일본으로부터 더 큰 무시와 한없는 조롱을 받았을 것이다. 미국 역시 더 위험한 역할을 맡기고 더 큰 비용 부담을 요구하였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그야말로 미일동맹의 하위체제로 전락하고 우리는 미·일의 국익을 떠받드는 존재감없는 희생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GSOMIA 종료 결정으로 북한은 강대국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의 모습을 다시 보았을 것이고 우리는 중국 및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정리할 기회를 맞았으며,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괄목상대하고 한국의 국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한국의 전략적 대응방안



현 시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평가와 판단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이 동맹이 우리의 안보를 보장해주기 때문인데, 미국의 이익을 위해 배치한 사드 때문에 행해진 중국의 경제 보복조차 막아주지 못한 미국이 우리의 국가안보를 지켜줄 것인가를 먼저 숙고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인데, 한미동맹을 지키려고 그간 우호관계를 맺어오던 중국을 경쟁자로 만들고 유사시 그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 GSOMIA 종료는 본래 우리의 국익이었던 호혜적인 한미동맹을 지키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도 유지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먼저 정부는 의연하면서도 대미 우호적인 자세로 올바르고 미래지향적인 한미동맹을 재정립해 나가기 위해 우선 한··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보다 원활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동해 한··3각 안보 공조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편 현재 미국으로부터 America First 정책에 입각한 다양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데, 우리는 국익 증대를 향한 원칙을 세우고 Korea First 정책 기준에 입각해 대응해 가야 한다. 먼저 한미동맹의 성격을 대북 억지와 한반도 평화 유지가 아니라 반중동맹으로 바꾸지 않아야 된다는 원칙에 따라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의 턱 없는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 물가 상승률 이상의 인상은 합리적이지 않고 부적절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음도 인내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분담금의 과도한 증액을 요구하면 1만여명 내외의 주한미군 감축을 제안할 수 있다. 현재 재래식 군사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우세하므로 우리에게 한미동맹의 핵심 주요 기능은 WMD 억지에 있다. 따라서 핵 우산 제공만 확실히 받는다면 주한미군 병력은 오히려 과도하다고 여겨진다. 병력은 감축하고 방위비 분담금은 오히려 줄이자고 역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국내외 일부 전문가들은 미군 철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장되고 비이성적인 추론이다. 추정컨대 미국은 이 우리의 주한미군 감축 제안을 수락하는 대신 분담금 동결 정도를 제시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세계 전략상 중국 견제가 가장 중요한데 한국만한 주둔지를 찾기는 불가능할 것이고 미군을 본토로 철수할 경우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보다 훨씬 큰 유지비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미 행정부가 미군 철수를 검토한다고 위협할 경우 우리는 비록 원치 않지만 그럴 경우 우리도 새롭고 창의적인 안보전략 구상에 들어가겠다고 응수하는 것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합리적인 행위자라면 그런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단지 우리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첨단 군사장비를 구입하여 미국 정부를 달랠 수 있다
. 사실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체결하고 강화해왔지만 GSOMIA와 사드 배치로 인해 우리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어온 중국과 경쟁관계로 들어섰고 러시아와의 관계도 서먹해졌으며 북한으로부터도 무시당해 왔으므로, 이제 전작권을 돌려받고 대량보복능력 확보를 발판으로 삼아 자주적인 대북 억지력을 확보한 뒤, 호혜적인 한미동맹을 재정립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최적의 대외전략 기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란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정도의 호르무츠 해협에서의 우리 군의 역할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가 필요한 원유 수송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미군이 수고해준 부담을 적절하게 덜어주는 것은 책임있는 중견국가로서의 도리라고 생각된다. 단지 미국의 요청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청해부대의 활동 지역을 확대하거나 아니면 임무 교대시에 항로를 호르무츠 해협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방법이 적용될 수 있다.


끝으로 우리 국민들이 일제 불매 및 일본 안가기 운동으로 정부에 힘을 보태주는 가운데 정부는 일본에게는 우리의 원칙을 의연히 지키면서도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두고
GSOMIA의 연장을 간절히 바라는 미국이 GSOMIA 종료로 안보 불안을 느끼는 일본을 설득해 무역 보복 조치를 원상복구할 경우에는 신중히 GSOMIA 연장을 검토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비록 현재 우리가 한·, ·일 남북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북 화해·협력 및 동북아 평화공존·공동번영 기조에 의거하고 호혜적인 한미동맹과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및 한·중 동반자관계를 지향해 간다면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살리고 나아가 남북 경협 진흥과 평화통일의 기반 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