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2019년 중동정세 평가와 2020년 전망 [정세와 정책 2019-27호]

등록일 2019-12-18 조회수 4,181

 ​[2020년 정세전망 특집호]

 

2019년 중동정세 평가와 2020년 전망

이대우(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delee@sejong.org

 

 

   국제테러리즘의 대명사였던 알카에다가 쇠퇴한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은 시리아 내전과 함께 ISIS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2018년을 전후하여 ISIS는 거의 괴멸되었고, 2019년 10월 26일 ISIS 수장 알 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도 미국에 의해 제거되었으며, 시리아 내전도 알 아사드(Bashar Hafez al-Assad) 정권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동정세의 불안정은 지속되고 있으며, 2020년에도 이러한 불안정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불안정 원인으로 이슬람 종파갈등 심화와 강대국 개입, 미국과 이란의 갈등, 그리고 이와 연관되어 이스라엘과의 전쟁 가능성, 쿠르드족 문제, 끝으로 시아파 국가들의 국내정세 불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슬람 종파갈등의 국제화


   주지하다시피 시리아 내전은 전체 인구의 15%인 시아파에 의한 통치에 전체 인구의 75%인 수니파가 반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협력위원회(Gulf Cooperation Council, GCC) 회원국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과 함께 수니파 반군 지원에 나섰고(오만은 중립유지), 주변 수니파 국가인 요르단, 수단, 이집트 등도 수니파 반군 지원에 동참했다. 한편 미국 주도의 서방세력은 ISIS 격퇴와 알 아사드 정권 축출을 목적으로 반군 지원을 위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했다. 게다가 이란과 앙숙관계인 이스라엘은 이란이 시리아 내에 건설한 군사기지와 무기생산 공장을 파괴하기 위한 공습에 나서면서 미국과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게 되었다.


   반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알 아사드 시아파 정권을 유지시키기 위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Quds Force)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고, 이란의 프락치 헤즈볼라(Hezbollah)도 알 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5년 ISIS 격퇴를 위해 시리아에 파병했으나, 실질적 목적은 반군으로부터 알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알 아사드는 러시아의 지중해 영향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 미국과 유럽(기독교), 이스라엘(유대교) 사이에 형성된 새로운 ‘반이란연합’과 이란을 중심으로 레바논(헤즈볼라), 시리아, 이라크 등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며 구축된 ‘시아파 벨트,’ 또는 ‘반미연합(저항의 축, axis of resistance)’이 대립하는 형세로 중동세력구도는 정착되어 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갈등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영구적 핵능력 제한과 탄도미사일 제한 조항 신설’을 요구하며, 이란과 5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이 2015년 체결한 ‘공동포괄행동계획’(The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대이란 경제제재(원유수출 금지 및 대외 금융거래 중단)에 나섰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2019년 호르무즈 해협과 그 주변에서 무역선에 대한 기뢰 공격,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 미국 무인 정찰기 격추, 선박 억류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페르시아만의 안전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미국은 이 사건들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하고 군사적 응징을 준비했으나, 다행히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취소되었다. 대신 미국은 대이란 경제제재 강화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창설을 주도하여, 2019년 11월 7일 5함대 기지(바레인)에서 호주,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알바니아 등 6개국과 함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지휘통제부 발족식을 열고 대이란 순찰활동에 돌입했다. 한편 미국에 맞서 이란의 대응 수위도 높아져, 로하니(Hassan Rouhani) 대통령은 테헤란 남쪽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오랜 프락치 헤즈볼라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억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전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헤즈볼라 수장 나스날라(Sayyid Hassan Nasrallah)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스라엘은 궤멸할 것’이라고 미국을 협박하고 나섰다. 이러한 위협은 현실화되어 2006년 한 차례 전쟁을 경험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2019년 9월 13년 만에 포격전이 벌어졌다. 물론 이 포격전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헤즈볼라의 근거지는 레바논 남부로 이스라엘과 접경지대이며, 헤즈볼라는 골란고원 인근에 이란 혁명수비대와 함께 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로켓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을 위해 레바논 남부와 이스라엘 북부를 잇는 터널도 구축했다. 물론 이스라엘이 터널을 발견하여 파괴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터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급습하기 위한 땅굴은 소형오토바이는 물론 소형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이스라엘 국경 지역 마을을 공격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이 재발한다면, 2006년 전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사상자를 발생시킬 것이며, 주민들 피해도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쿠르드(Kurd)족 독립 의지


   쿠르드족 인구는 3~4천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터키(1470만명), 이라크(550만명), 이란(810만명) 접경지역인 험준한 국경 산악 지대인 이른바 쿠르디스탄(Kurdistan)에 주로 살고 있다. 이들의 숙원은 쿠르드족 국가를 설립하는 것이다.


   특히 터키 전체 인구(8100만명)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1978년 쿠르드노동당(PKK)을 결성하고 독립 투쟁에 나서고 있다. 당연히 터키 정부는 PKK를 불법조직으로 간주하고 토벌작전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의 쿠르드족 무장단체인 인민수비대(YPG)는 미국을 도와 ISIS 격퇴에 큰 공을 세웠다. 물론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자금과 무기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과 ISIS 격퇴 작전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미국을 등에 업고 있는 YPG는 독립의지를 표명했다. YPG를 PKK의 시리아 분파로 간주하고 있는 터키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은 그들의 터키 국경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안전지대’ 설치를 주장하면서 시리아 북동부 유프라테스강 동쪽의 YPG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이 시기가 묘하게도 미국의 시리아 철군 계획이 발표된 시점하고 맞물려 미국은 동맹(YPG)을 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터키의 군사작전은 미국의 중재로 5일 만에 중단되었다. 그러나 쿠르드족이 독립의지를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이 문제는 중동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을 것이다.



 

시아파 벨트 국가들의 국내정세 불안정
 

   중동 ‘시아파 벨트’국인 이란,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 등에선 저조한 경제실적에 고물가와 실업난이 겹쳐 2019년 반정부 시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던 이란 국민들은 정부의 갑작스런 유가인상에 반발하여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란 정부의 강경한 진압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직도 내전중인 시리아에서도 전후 복구 작업 실패와 높은 실업률에 불만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수도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라크에서도 정부의 부패와 종파주의, 강압 정치에 반발하여 국민적 저항이 발생했다. 레바논 정국도 예외는 아니다. 역시 경제난에 시달이고 있던 시민들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를 책임지기 위해 총리(수니파)가 사임했음에도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상기 국가들의 국내정세 불안정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로 이란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이란의 경제지원으로 버티고 있던 동맹국(시리아, 이라크, 레바논)의 경제도 이란의 경제지원 감소 또는 폐지로 경제난을 겪고, 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시아파 정권 유지를 위해 정부군은 물론 헤즈볼라를 비롯한 시아파 무장단체가 시위진압에 나섬으로써 사상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칫 이러한 혼란이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분석된다.

 

2020년 중동정세 전망
 

   2020년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그리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제제재 하에 있는 이란의 상황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헤즈볼라도 시리아 내전에서 많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2020년 중동정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즉 이란이 미국이 원하는 새로운 핵합의에 서명하기 전까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란도 쉽게 미국이 원하는 핵합의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기에 양국의 군사적 긴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국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최대한 약화시키기 위해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국내정치에 개입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시아파 정권 축출을 위해 반정부 시위대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높다. 미국이 반정부 시위대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한다면 이들 국가들이 내전에 돌입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2020년 미국은 중동지역에 군사력 증강을 통해 이란 및 시아파 반미 국가들에게 최대의 압박을 가하여, 궁극적으로 2011년 당시 중동·북아프리카로 번졌던 ‘아랍의 봄’ 재현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중동정세 불안정은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