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인 엘리자베스 살몬(Ms. Elizabeth Salmón)은 성명을 통해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의 지속적인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녀의 발언은 북한 인권단체들의 재정 위기를 공론화했으며, 이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2기 출범 직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
북한 인권단체의 소멸 위기: 현황 및 대응방안 |
2025년 3월 12일 |
-
피터워드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pward89@sejong.org
-
2월 26일,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인 엘리자베스 살몬(Ms. Elizabeth Salmón)은 성명을 통해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의 지속적인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녀의 발언은 북한 인권단체들의 재정 위기를 공론화했으며, 이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2기 출범 직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백악관의 새로운 태스크포스인 정부효율부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효율부는 미국 연방 예산에서 절감 방안을 찾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주요 대상 중 하나로 해외 개발 원조 및 민주주의와 인권 지원이 지목되었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 폐쇄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의 업무 중단 명령과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예산 삭감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고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3월 12일 NED의 재원 일부는 재개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DRL과 NED는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기관은 아니지만, 전 세계 인권운동 단체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사회 조직에 중요한 자금과 지원을 제공해 왔다. 북한인권 옹호, 대북 정보 접근성 증진 사업,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추궁 활동을 수행하는 한국과 다른 지역의 NGO들도 예외는 아니였다. 현재 북한 인권단체들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많은 단체에서 직원들을 일시 해고하고 대부분 또는 전부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재개되거나 다른 지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들 단체가 수행해 온 많은 활동이 중단될 것이며, 상당수 단체는 영구적으로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 인권단체들이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현재의 위기가 자금 복원을 통해 일시적으로 해결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재원 확보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또한 북한 내부의 생활상과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대안적 정보원의 양과 질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 학계, 정부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이들의 작업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현재 점점 현실화 되고 있는 북한 인권단체의 소멸은 북한 주민들의 복지와 미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자, 연구자, 그리고 관심 있는 시민들이 북한 내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들은 북한 인권단체들과 그들의 활동을 보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 -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여러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의제는 부분적으로 미국 보수 진영에서 바이든 행정부 시기부터 시작된 기획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의 일환으로, 헤리티지 재단은 2023년 4월에 차기 공화당 행정부를 위한 4년 주기 정책 아젠다를 발표했다.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문서 프로젝트 2025 (Mandate for Leadership: The Conservative Promise)는 USAID의 활동을 종료하는 아젠다를 명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USAID의 개혁 및 축소 계획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해외 원조 프로그램에 "좌경적 극단주의(woke extremism)"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국무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DRL과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은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북한 내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주요 지원 기관 중 하나인 개방기술기금(OTF)이 지목되었다. OTF는 북한의 정보 생태계를 분석하는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온 핵심 기금이지만, 현재 그 존속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종합해 보면, 미국 보수 진영 내에서 목소리가 큰 일부 정치인들이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원조 및 보조금 지원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의 해외 개발 원조, 인도적 지원, 민주주의 촉진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 방식은 트럼프 본인이나 그 측근들이 표명한 강한 회의론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회의적 시각은 기본적으로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에서 비롯되며, 외국 원조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민주주의 촉진을 가치가 아닌 이익 중심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며, 이러한 가치 기반의 접근방식의 예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중동 등지에서 민주주의를 확산하려 했다가 실패한 시도의 유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시행된 정책은 예상보다 훨씬 급진적이었다. 1월 20일, "미국 해외 원조의 재평가 및 재정비"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 14169호가 서명되었으며, 긴급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미국 해외 개발 원조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다. 긴급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은 1월 28일에 예외로 인정되었다.
이로 인해 USAID는 사실상 폐쇄되었으며, DRL 역시 마찬가지 운명을 맞았다. 한편, 정부효율부는 별도로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NED는 정부 기관이 아니지만, 1983년 법적으로 설립된 민간 재단으로, 전적으로 미의회의 자금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이후 NED는 초당적인 인권 및 민주주의 촉진 기관으로 활동하며, 미국의 양대 정당과 관련된 국제민주연구소(NDI)와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이들 기관은 북한인권 활동에 깊이 관여해왔다. 또한, NED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인권 단체에도 자금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NED는 정부효율부의 표적이 되었으며,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일론 머스크는 NED가 ‘부패했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는 정부효율부의 지시에 따라 NED에 대한 자금 지급을 보류하기 시작했다.
표면상 NED가 헝가리의 야권 단체들과 연계되어 있고, 러시아 및 기타 우파 포퓰리스트 정부를 대상으로 한 활동을 수행해왔기 때문이었다. 헝가리를 비롯한 야권 단체들은 미국 보수 진영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정책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
NED와 DRL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자금을 제공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기근 실태가 점차 명확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시기에 북한인권시민연합과 같은 일부 단체들이 설립되었으며, 곧 DRL과 NED로부터 일부 자금을 지원받아 인권 옹호 활동을 촉진하고 확대해 나갔다.
두 기관은 오랜 기간 동안 북한인권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NED는 1998년부터 다양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왔으며, 1999년 약 75만 달러였던 지원 규모는 2009년 135만 달러로 증가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거의 500만 달러에 달했다. 개별 보조금 규모는 비교적 작은 금액(5만 달러 미만)부터 특정 조건에서 훨씬 큰 금액까지 다양하게 제공될 수 있다.
DRL은 북한의 인권 증진과 책임 규명 및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최근 자금지원 공고에 따르면, 지원 단체들은 1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사이의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었다. DRL의 전체 북한인권 분야 지원 규모는 공개된 바 없지만, 대략 5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과 함께 개방기술기금(OTF)도 북한의 감시 기술 및 디지털 기기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북한 정부는 자체적인 모바일 및 태블릿 PC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개발하는데 상당한 투자를 해왔으며, 이를 통해 주민들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감시하고, 승인되지 않은 파일의 사용 및 공유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 세계 북한인권 분야는 매년 약 1,0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미국 정부(또는 정부 관련) 기관인 DRL과 NED로부터 받고 있다. OTF의 지원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십만 달러 이상의 추가 자금이 제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1,000만 달러라는 금액은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과 역량 구축에 투자되며, 활동범위는 정보 접근성 확대, 인권 침해 기록, 정책 옹호 활동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DRL과 NED는 유엔 및 기타 국내외 포럼에서 진행되는 북한인권 옹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기금은 유엔 인권이사회(HRC) 정기 회기 및 보편적 정례검토(UPR) 과정에 참여하는 NGO들을 지원하며,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의 협력에도 활용된다.
이들 NGO는 현재 북한 주민들의 생활 실태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엔 회원국 및 유엔 내 기관들을 포함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북한 주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DRL과 NED는 정보 접근성 확대를 위한 활동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북한 내부 정보를 외부로 전달하는 동시에, 외부 정보를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작업(라디오 방송, USB 배포 등)을 포함한다. 북한으로 송출되는 다양한 대북 라디오 방송국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국내외 소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일부 NGO들은 북한의 강력한 정보·디지털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NED와 DRL의 자금 지원은 이러한 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한, 북한 내부에 네트워크를 두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특화된 언론 매체들도 존재한다. 이들 매체의 현지 통신원들은 목숨을 걸고 북한 내부의 정보를 제공하며, 시장 가격 데이터,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건, 현장 사진, 그리고 정부 문서까지 외부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다양한 북한 정부의 강연 자료들이 외부에 공개될 수 있었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가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의 상당 부분은 NED와 DRL의 지원을 받는 이러한 NGO들의 활동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NED는 북한 이탈주민(탈북민) 공동체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왔다. 여기에는 시민교육 및 민주주의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되며, 탈북민들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를 방문하여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아시아 전역의 민주주의 및 인권운동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또한, NED는 북한인권 활동가들과 탈북민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 이 분야의 현황을 점검하고, 그 영향력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 및 컨퍼런스도 꾸준히 지원해왔다.
현재 자금 지원 규모를 고려할 때,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미 심각하게 재원이 부족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북한에는 약 20만 명의 수감자가 가혹한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어 있으며, 2,0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은 정치적 권리를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 결사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며, 직업과 거주지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조차 없다.
일반 북한 주민들조차도 농촌, 건설 현장 등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되며, 극한의 환경 속에서 착취당하는 경우가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정보 환경이 철저히 통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나라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따라서 북한 내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인식을 제고하고, 공감과 연대를 확산시키려면 훨씬 더 많은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북한 내부 정보 접근성 확대도 동일하다.
현재 북한의 모든 언론은 국가가 소유·통제하고 있으며, 일부 외제 영화나 스포츠 경기들이 국가 방송을 통해 연출되는 콘텐츠를 제외하면 외국 미디어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특히,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된 이후, 외국 미디어와 문화 소비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었으며, 특히 한국 콘텐츠에 대한 단속이 더욱 심화되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인식과 연대를 확산시키는 활동뿐만 아니라, 그들이 대안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2025년 이전에도 이 분야의 자금 지원은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일부 단체들은 NED와 DRL의 자금을 동시에 지원받기 시작했으며, 북한인권 분야는 전반적으로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다른 곳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통일부는 최근 예산에서 북한인권 단체 지원금을 29억 원(약 200만 달러)으로 증액했으며, 개별 단체는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전년도 대비 11억 원(61%) 증가한 금액으로,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여전히 미국의 연간 지원금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내에 북한인권 NGO의 상당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자금 부족으로 인해 더 많은 활동가들이 일시 해고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권단체들의 역량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NED와 DRL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던 프로젝트들이 중단되면서, 북한인권 활동 전반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며, 현재 수준의 한국 정부 지원만으로는 이를 메우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북한인권 NGO들과 탈북민 공동체에서 진행해온 인권 옹호 활동, 정보 확산, 회의 및 행사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과 역량 강화 활동이 대부분 중단되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재개될 가능성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NGO들이 결국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북한 내부의 변화와 책임 규명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전문 지식, 정보, 그리고 강력한 목소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 NGO들이 핵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긴급 자금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NED와 DRL이 지원했던 일부 프로젝트들은 재정 지원이 재개되지 않는 한 축소될 수밖에 없지만, 한국 정부가 일정한 재정 지원을 제공한다면 NGO들이 최소한의 핵심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으로의 라디오 방송 송출 및 북한 내부 정보 유출과 같은 주요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NGO들이 미국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보다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NED와 DRL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단체들로부터 지원 받고있다. 따라서 한국 통일부가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설 경우, 지원 범위를 한국 내 단체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적인 단체들까지 포함할 것인지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국 내 단체만 지원할 경우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국제 단체들까지 지원한다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글로벌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북한인권 NGO들의 재정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자금 규모는 항상 실제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으며, 이 분야는 미국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서는 보다 다각화된 재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부자 및 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초기 자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NGO들이 특정 정부 정책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운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필수적이다.
한국의 북한인권법은 이 분야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 설립을 의무화했지만,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지금까지 설립되지 못했다. 통일부는 과거 북한인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자유인권펀드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해당 기금의 규모는 과거 미국 정부가 지원했던 수준의 활동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국들의 자금을 바탕으로 초기 자본을 마련한 훨씬 더 규모가 큰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재단은 전 세계적인 북한인권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들에도 사무실과 지원 인력을 배치하여 NGO 활동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간 재단으로 운영된다면 특정 국가의 정치적 변화나 예산 주기에 영향을 덜 받게 되어, 장기적인 투자 결정을 통해 활동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북한인권 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초국가적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일본을 파트너이자 잠재적 지원국으로 포함할 기회가 있다. 북한 정권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재일조선인 북송사업은 일본 내에서 중대한 인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인권 활동 지원과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 정부 간 협력의 여지가 상당히 크며, 이를 통해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국제적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접근과 더불어, 한국 및 기타 지역의 북한인권 NGO들이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줄이는 방향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일부 교회 기반 NGO들은 정부 자금을 전혀 받지 않고 운영되고 있으며, 기존 정부 지원금에 주로 의존해온 단체들도 기부자 중심의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형 민간 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금 부족을 보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많은 NGO들이 자체적으로 소액 기부자와 지지자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하며,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진 한국 및 해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NGO들의 모금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보다 자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 배경
| 북한 인권단체의 소멸위기와 그 상실의 위험
| 시사점 및 정치적 제언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