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방송 매체인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전면 또는 부분적인 방송 중단을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VOA를 “극좌 선전의 장”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회복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
미국 VOA 및 RFA 방송 중단의 함의와 한국의 정책적 대응 방안 |
2025년 4월 2일 |
-
안드레이 란코프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anreilankov@gmail.com
피터 워드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pward89@sejong.org -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방송 매체인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전면 또는 부분적인 방송 중단을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VOA를 “극좌 선전의 장”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회복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RFA는 직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이념 갈등의 여파로 인해 함께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갱신되지 않을 경우, RFA도 조만간 방송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VOA는 오랫동안 북한과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청취자들에게 미국 정부의 글로벌 및 지역 이슈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며 정기적인 유튜브 콘텐츠 등을 통해 워싱턴 D.C.의 정책 엘리트 여론을 소개하며 정보 창구로의 기능을 했었다. 또한, VOA는 한국과 몽골에서 송출되는 중·단파 방송을 통해 북한 청취자들에게 국제 정세 및 미국 사회에 대한 희귀하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RFA는 한편으로, 북한 내부의 상황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한국과 영어권 세계에 전달하는 핵심 채널로 기능해왔다. 기자들은 북한 내에 소스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주민 생활과 여건에 대한 정기적인 소식은 물론, 간헐적으로 국가 기밀로 간주 되는 내부 문서의 유출까지도 다뤄왔다. RFA는 매일 6시간에 걸쳐 북한으로 방송을 송출하며, 국내외 뉴스부터 한국 사회의 일상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해 외부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청취자들에게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VOA와 RFA의 방송 중단은 북한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북한 내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 모두에 있어 심각한 후퇴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정치적·외교적 이유로 인해 두 방송사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어렵지만, 그 영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VOA와 RFA가 영구적으로 문을 닫게 될 경우, 한국은 이들 방송에서 활동했던 전직 기자들을 채용하여 북한 청취자 대상의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참여시킬 수 있다. 또한, 현재 VOA와 RFA가 사용 중인 주파수를 민간 방송사에 개방하여 북한 대상 송출 확대를 장려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 정부는 대북 대상 국영 방송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기존의 대북 방송 운영 모델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특히 일부 방송에서 나타나는 직접적인 정부 편집 개입에서 벗어나, RFA와 같이 보다 독립적인 운영 구조로 전환할 경우, 콘텐츠의 신뢰성과 다양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개편은 정권 교체에 따라 발생하는 편집 방향의 변화도 줄이고, 북한 청취자 대상 정보 전달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월 26일,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인 엘리자베스 살몬(Ms. Elizabeth Salmón)은 성명을 통해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의 지속적인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녀의 발언은 북한 인권단체들의 재정 위기를 공론화했으며, 이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2기 출범 직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2024년 3월 14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제방송처(USAGM)에 대해 “법률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인력과 기능만을 유지하도록” 명시한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한 미국 정부의 모든 재정 지원이 중단되었고, 미국의 소리(VOA)는 서울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직원들이 행정휴직 조치를 받았다. 이와 유사한 조치는 러시아 및 구소련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프리 유럽/라디오 리버티(RFE/RL), 중동방송네트워크(MBN), 쿠바 대상의 라디오 텔레비시온 마르티 등 미국 국제미디어청 산하의 모든 대외방송 기관에 적용되었다.
그 결과, VOA와 RFA의 대부분 라디오 프로그램이 중단되었고, VOA 웹사이트 업데이트도 멈췄다. RFA는 인원이 감축된 채로 한국 내 운영을 계속하고 있지만, 다수의 외주 계약자들이 휴직 상태에 들어갔으며, 다만 RFA 웹사이트는 여전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한국 사무소는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제한적인 방송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SAGM은 트럼프 대통령과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지지층으로부터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2010년대 이후로는 그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 기관은 VOA와 RFA는 물론, 디지털 보안, 검열 회피 기술,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지원하는 열린 기술 기금(OTF)을 포함한 국제방송 업무를 감독하며, 매년 연방정부로부터 약 10억 달러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OTF는 익명 인터넷 사용 및 보안 통신에 널리 활용되는 ‘토르(Tor)’ 네트워크 등도 지원해 왔다.
2023년 4월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차기 공화당 행정부 정책 구상인 『프로젝트 2025』에서는 USAGM에 대한 비판이 집중적으로 제기되었고, 비록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이 문건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했으나, 해당 보고서가 제기한 비판—특히 VOA 및 기타 방송국들이 반미적 서사, 극좌적 시각, 심지어 미국의 적대국에 우호적인 콘텐츠를 유포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후 행정부의 공식 입장에서도 반복되었다. 3월 15일 백악관 보도자료에서도 이러한 주장이 재확인되었다.
USAGM 개편을 통한 공화당 중심 가치 반영 시도는 전례가 있다. 트럼프의 첫 임기 중인 2020년, 마이클 L. 팩(Michael L. Pack)이 USAGM 책임자로 임명되면서 기관 산하 방송사들의 지도부가 대거 교체되었고, 당시 행정부의 기조에 맞춰 편집 방향을 정렬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효율부(DOGE)’가 백악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강력한 행정 축소 정책을 주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국제개발처(USAID) 사업이 정지되었고, 미국평화연구소(USIP), 우드로 윌슨 국제학술센터 (Wilson Center) 등 준연방기관들에 대한 예산도 대폭 삭감되거나 폐쇄되었다.
VOA의 폐쇄는 역사적 전환점을 의미한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선전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VOA는 80년 이상 동안 미국 공공외교 및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비록 RFA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지만,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 차원에서 의회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1996년 방송을 시작한 후 북한 관련 보도까지 확장했다. 특히 첫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는 신장 위구르 지역 보도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 보도들은 국제 NGO들의 대규모 수용소 실태 조사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북한의 정보 환경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전히 라디오 방송이 전략적 소통의 핵심 수단이라는 점이다. 라디오는 북한 주민에게 외부 세계에 대한 대안적이고 검열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으로 기능한다. 북한의 모든 언론은 국가 당국이 소유·운영하며, 모든 콘텐츠는 지도자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철저히 검열당한다. 독립 언론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기자는 조선로동당 또는 당 산하 조직인 조선기자동맹 소속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외부에서 제작되어 방송되는 콘텐츠는 외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중요한 정보원이 된다. 예컨대 RFA는 북한 내에 소식통 네트워크를 두고 있으며,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방송을 통해 북한으로 송출된다. RFA와 VOA는 또한 북한 외부의 삶과 정치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북한 체제의 폐쇄성과 자유의 부재를 조명한다.
북한 내에서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체제 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면, 전략적 소통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책은 냉전 시기에 그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1980년대 말 공산권 붕괴에도 큰 역할을 했다. 국가 주도의 비효율적 경제, 물자 부족과 낮은 품질의 소비재,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권리의 결여 등은 공산권 정권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 사실들이 정치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공산권 국민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풍요와 자유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인식의 확대에 방송과 정보전략이 중대한 기여를 했다.
전략적 소통이 반드시 혁명을 조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체제의 비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현 체제의 엘리트들조차도 개혁의 압력을 느끼게 된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공산당 주도로 추진된 개혁처럼, 체제 전환이 아닌 체제 내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주변국에 대한 위협도 완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방송매체의 역사적 효과는 냉전 양 진영 모두에서 인정받고 있다.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Stasi)의 전 수장 마르쿠스 볼프는 “냉전 시기 동독을 겨냥한 수많은 수단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자유유럽방송]이었다”고 회고했다.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이자 후에 대통령이 된 레흐 바웬사 또한 이렇게 말했다.
“검열 리스트에 오른 작품을 소개했던 [자유유럽방송과 미국의 소리]는 우리에게 문화부였다. 비합 리적인 경제정책을 폭로했던 이들은 경제부였다. 무엇보다도 신속하고 진실되게 사건을 다루었던 그들은 우리에게 정보부였다.”
이러한 유산은 국제 방송이 폐쇄 사회에서 진실의 흐름을 넓히고 인식을 고취하는 강력한 수단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라디오 방송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북한 주민을 주요 청취 대상으로 삼지 않는 방송들이다. 이 범주에는 러시아투데이(RT)와 중국국제텔레비전(CGTN, 중국국제방송) 같은, 북한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방송이 포함된다. 이러한 방송은 자국의 정치적 방침에 부합하고 북한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자기 검열 속에서 운영된다.
이외에도 NHK(일본), BBC 월드서비스, 대만국제방송(Radio Taiwan International) 등도 한국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들의 콘텐츠는 주로 한국이나 세계 한인 사회를 대상으로 하며, 북한 주민을 주요 청취층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북한 내부 여론 형성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이들 방송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은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CGTN은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자주 조명하고, RT는 계획경제 체제에서 이탈한 후의 러시아 경제발전을 다루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서사는 북한 청취자들로 하여금 체제 선전의 일면을 의심하게 하거나 대안적 정책 경로의 이점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방송을 우연히 접하게 되는 경우, 비검열 정보 접근 또한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의 전략적 가치 측면에서 이들 방송의 영향력은 미미하며, 정책 기획 과정에서 큰 고려 대상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둘째, 북한 주민을 주요 청취 대상으로 하는 국제방송이다. 이 그룹에는 미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두 개의 방송사인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포함된다. 두 방송사는 폐쇄된 사회에 사실적이고 독립적인 뉴스 및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으며,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콘텐츠와 함께 국제사회 및 해외 생활, 거버넌스에 대한 대안적 서사를 제공해 왔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미국과 동맹국의 대북 전략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높은 신뢰도와 도달 범위, 제도적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셋째, 한국 내에서 운영되며 한국 정부 또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방송들이다. 이 범주에는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직‧간접적으로 후원하는 방송사들이 포함된다. KBS 한민족방송은 공영방송 KBS가 운영하는 공식 정부 주관 서비스이다. 국민통일방송은 미국 민주주의진흥기금(NED)의 보조금을 일부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미 정부의 DOGE(정부효율성부) 예산 삭감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자유북한방송은 과거에는 NED 및 국무부의 지원을 받았으나, 현재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희망의 메아리 방송은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널리 추정되며, 정보‧심리전 목적과 공공정보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한국 기반 방송들은 미국의 대북 방송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편집 독립성, 운영 투명성, 실효성 면에서는 방송사마다 편차가 크다. 미국의 행정개편에 따른 외부 자금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이러한 방송에 대한 지원 방식과 조정, 관리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북한 청중과의 지속적 소통이 보장될 수 있다. -
VOA(미국의 소리)와 RFA(자유아시아방송)의 최종적인 운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 국제미디어청(USAGM)의 최근 조치는 현재 미국 법원에서 소송 중이며, 법적으로 위법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 이들 방송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 복구되고 운영이 재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두 방송사의 향후 운영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따라서 이들의 영구 폐쇄 가능성에 대비해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럽 일부 동맹국들은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예컨대, 체코 정부는 자국 프라하에 본부를 둔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중단될 경우, 그 운영을 지원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VOA의 경우, 미국 정부의 공식 목소리라는 성격과 전 세계적인 방송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RFA는 VOA보다 상대적으로 덜 공식적인 이미지이지만, 전략적으로는 주로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한 방송이라는 점에서 민감하다. 서울 지국이 북한 관련 보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직접 인수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전면적인 인수보다는 일정 수준의 재브랜딩 혹은 구조 개편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한국 정부는 RFA 또는 VOA의 한국 내 운영을 직접 이어받기보다는, 이들 기관의 숙련된 인력—기자, 프로듀서, 콘텐츠 제작자 등—을 흡수하여 자체 대북 방송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KBS 한민족방송의 콘텐츠 생산 역량과 범위를 확대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기존 VOA나 RFA가 사용하던 단파 주파수를 활용하여 새로운 KBS 브랜드의 대북방송 채널을 개국하고, RFA 인력을 재고용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민간 대북 방송 주체들이 VOA나 RFA가 사용하던 방송 인프라(주파수, 장비, 시설 등)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들 민간 방송사들은 오랫동안 국내에서 직접 송출하는 데 필요한 규제와 허가 장벽 때문에 제약을 받아왔고, 몽골 등 제3국의 송출 시설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고 국내 송출 인프라 접근을 허용하면 방송 도달 범위와 운영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독립 민간 방송사들이 일부 콘텐츠를 공급하는 2차 KBS 채널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콘텐츠의 규모와 다양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대북 방송의 거버넌스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부 방송에 남아 있는 국가의 편집권 개입을 줄이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유사한 ‘독립 편집 모델’을 도입할 시점이 도래했다. 이와 관련해 KBS 한민족방송은 공영기관 내 편집 자율성 모델로 참고할 만한 선례를 제공한다. 이러한 모델을 보다 폭 넓게 적용하면서 대북 방송의 신뢰도, 중립성, 콘텐츠 품질을 향상시키면 효과적인 대북 정보 확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에서 정부가 대북 방송에 직접 관여하는 것과 관련된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재단이나 대체 재원을 통한 지원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편집 결정 과정의 정치화 문제를 완화하고, 방송의 독립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 VOA와 RFA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 VOA와 RFA는 왜 중요한가
| 현재 북한 대상 방송의 운영 현황
| 결론 및 정책 제언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