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영국·미국 간의 AUKUS 잠수함 협정은 워싱턴 정가를 휘도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점차 그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2021년 비밀리에 체결된 이 협정은 이후 모두 선거에서 패하거나 퇴임한 세 정상에 의해 주도되었지만, 지금까지는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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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KUS의 향후 전망, 배경, 문제점과 정책 제언 |
2025년 9월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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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워드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pward89@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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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영국·미국 간의 AUKUS 잠수함 협정은 워싱턴 정가를 휘도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점차 그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2021년 비밀리에 체결된 이 협정은 이후 모두 선거에서 패하거나 퇴임한 세 정상에 의해 주도되었지만, 지금까지는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AUKUS 협정은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호주의 해양 안보를 보장하고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설계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 네트워크에 더욱 깊이 끌어들이고자 했으며, 호주는 차세대 잠수함 전력에 필요한 원자력 추진 기술을 확보하고 프랑스 나발 그룹(Naval Group)과의 점점 더 우려가 커지던 계약에서 벗어나려 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인도·태평양 틸트 전략을 강화하며 역내 존재감을 확대하고자 했다.
협정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1) 미 해군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호주 서부 퍼스 인근 기지에 배치, (2) 2030년대 초 호주가 미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획득할 수 있도록 훈련과 준비 제공, (3) 3~5척의 미 버지니아급 잠수함 제공, (4) 미국의 원자력 추진 기술을 활용해 영국과 함께 새로운 SSN-AUKUS 원자력 잠수함을 공동 건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 번째와 네 번째 요소, 특히 미 버지니아급 잠수함 제공은 점점 더 압박을 받고 있다. 본 세종포커스는 그 이유와 더불어 한국에 주는 시사점, 그리고 한국이 동맹국들의 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한다. -
호주는 중견국으로서 광활한 해안선과 영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중형급 수상함 전력과 6척의 잠수함 소규모 전력을 운용해왔다. 1967년 영국이 수에즈 동쪽에서 철수한 이후, 호주는 점차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고 방위산업 역량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자 했다.
냉전 시기 호주의 잠수함 역량은 영국으로부터 제공되었다. 그러나 포클랜드 전쟁은 캔버라에 심각한 교훈을 남겼다. 영국이 자국 전력을 우선시하면서 오베론급 잠수함 정비가 지연된 것이다. 이 사건은 호주 정부가 1990년대에 실전 배치한 디젤 추진 콜린스급 잠수함을 개발하여 자국 잠수함 주권을 확보하도록 이끌었다.
이러한 주권 역량에 대한 집착은 오늘날에도 호주 전략계획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세계 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자국 내에서 잠수함을 건조·유지하려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호주는 외국 기업과 협력하되, 건조와 유지의 상당 부분은 반드시 국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왔다.
콜린스급 교체 결정은 수십 년 동안 지연되었다. 여러 정부가 비용과 예산 우선순위를 이유로 결정을 미루었고, 결국 설계 수명을 훨씬 넘겨 수명연장 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이는 위험하고, 비용이 크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후속 잠수함은 2016년 프랑스 나발 그룹이 선정되었다. 당시에는 원자력 잠수함이 호주 국방에 너무 비싸고 불필요하다고 여겨져 프랑스 핵잠수함의 ‘다운그레이드판’ 디젤 모델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호주 국방 커뮤니티 내에서는 속도, 항속거리, 은밀성에서 월등한 원자력 잠수함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021년에 이르러 호주 정부는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발 그룹과의 계약 문제, 비용 초과, 지연, 그리고 중국이 실질적 위협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중국 영토를 타격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고, 인도는 정치적으로 멀리 있었다. 따라서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과 영국과 손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영국 외에는 결코 공유하지 않았던 원자력 추진 기술을 호주에 제공하고, 전례 없이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수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은 놀라운 조치였다.
호주 해군은 서호주 HMAS 스털링 기지에 미 핵잠수함을 배치하고, 호주 승조원들은 2030년대 인도 준비를 위해 미 버지니아급 잠수함 운용 훈련을 시작했다. 또한 영국과 호주 조선소에서 SSN-AUKUS를 공동 설계·건조하며, 이를 통해 호주는 자국 핵잠수함 주권을, 영국은 비용 분담 효과를 얻고자 했다.
미국은 중국의 대함 전력 범위 밖, 중국 인근에서 핵잠수함을 전개할 수 있는 기지를 확보했고, 이는 대만 및 남중국해 유사시에 중국의 전략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호주는 미 조선소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고, 이를 통해 미국과의 동맹은 더욱 강화되었다.
세 나라의 이해관계와 공통의 문화·가치 공유를 고려하면 AUKUS의 출현은 놀랍지 않다. 그러나 비용과 구조적 문제를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협정의 일부는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조선 기술력
지난 8월 25일에 미 해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된 대릴 코들(Daryl Caudle) 제독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이 호주에 약속한 SSN(공격형 원자력잠수함)을 넘겨주려면 조선 능력이 “100% 개선”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현 미국 조선 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달성이 거의 불가능한 목표이며, 따라서 AUKUS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들의 입장은 현 행정부 내에서 결코 이단적 견해가 아니다. 현 정책차관보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으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전략 및 전력개발 담당 차관보로 일하며 미 국방태세를 중국 억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소위 “대중 집중론파”의 핵심 인물로, 미국이 유럽·중동·동아시아 세 전선을 동시에 감당할 수 없으며, 중국의 부상이 미국 패권과 글로벌 안보에 근본적으로 위협적이라고 보고, 미 군사자원을 동아시아에 집중 배치해야 한다고 믿는다.
표면적으로는 이는 오히려 호주에 유리할 수도 있다. 호주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비는 2025년 4월 취임과 동시에 AUKUS 검토를 지시했고, 이전부터 미국 조선소의 심각한 적체와 신규 잠수함 건조 지연 문제를 이유로 AUKUS를 비판해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48척의 SSN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016년 52척에서 감소한 수치이다. 이 가운데 실제 작전 투입 가능한 전력은 32척에 불과하며, 이는 2016년 39척에서 줄어든 것이다. SSN은 중국과의 미래 전쟁에서 핵심 전력으로, 은밀성과 속도, 항속능력이 우수해 미국이 필수적으로 의존하는 무기 체계다.
그러나 현재 미 조선소는 국방부 발주량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호주가 약속한 30억 달러 투자가 있어도 정비 적체와 생산 지연은 산업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숙련·반숙련 인력 확보는 어렵고, 산업 자본 기반은 노후화되었으며, 조선 기법은 한국 등 동아시아 선진 조선소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의회예산국(CBO)은 미 SSN 전력이 2028년까지 47척으로 더 줄었다가 이후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2030~2054년 기간의 조선 목표를 달성하려면 잠수함·수상함·상륙함 전반에서 현재보다 50% 생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막대한 추가 지출을 요구한다.
콜비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호주에 넘겨진 SSN이 대만 유사시 미 해군 작전에 자동적으로 투입될 것이라 신뢰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즉, 호주와 미국이 모두 중국 억제를 원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봉쇄 등 상황에서 호주가 반드시 자국 이해를 미국의 전쟁 목표에 종속시킬 것이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의론은 미국 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있으며, 미 조선 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 해결책이 없다. 30년 간 만성적 투자 부족으로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부가 약속된 SSN 이전을 기한 이전에 취소할 가능성도 있으며, 현재 계획을 유지하다가 추후 취소하는 방안도 있다.
호주의 입장과 영국이 직면한 과제
호주 내부에서도 AUKUS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통일된 것은 아니다. 현 정부는 협정을 지지하고 있지만, 사회 일부와 말콤 턴불 전 총리를 포함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는 당장 협정을 철회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막대한 비용과 전략적 타당성, 물류상의 난제가 앞으로 협정 이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프로그램의 총 비용은 30년간 2390억 달러(USD)로 추산되며, 여기에는 버지니아급 3척, SSN-AUKUS 5척, 유지·인프라 비용이 포함된다. 이는 잠수함 1척당 약 300억 달러에 해당하며, 연간 환산해도 80억 달러 수준으로 국방예산(2024~25년 약 370억 달러)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호주 내에서는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호주에서 직접 건조하거나, 나발 그룹과 Suffren급 잠수함 계약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 시스템은 AUKUS SSN보다 저렴하고 이미 검증된 모델로 생산위험이 낮으며, 특히 해외 건조를 병행하면 호주 내 조선 프리미엄을 피할 수 있다.
기회비용 또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 미국은 NATO를 비롯한 모든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NATO 회원국들은 이미 GDP 대비 국방비 5% 지출에 합의한 반면, 호주의 현재 지출은 GDP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약 50%의 예산 증액, 즉 연간 18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지출을 의미한다. 이러한 증액은 AUKUS 관련 비용을 일부 충당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동시에 미국과의 추가적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군사 산업 프로젝트로서 AUKUS의 또 다른 핵심 축인 호주 내 SSN(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영국의 인프라 및 주요 프로젝트 당국(현 국가인프라 및 서비스 전환청)은 AUKUS SSN용 원자로 노심 건조가 “달성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해당 노심과 기타 설계 작업은 영국 계약업체들이 맡고 있는데, 이들은 현재 영국의 자국 핵억제력 유지 사업에 대부분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AUKUS SSN 인도는 지연될 수 있다.
호주의 콜린스급 잠수함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 버지니아급 SSN 3척 제공 약속을 번복할 가능성뿐 아니라, AUKUS SSN이 제때 인도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호주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수년간 독자적 잠수함 능력을 상실한 채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호주 내 일각에서는 2021년 AUKUS 출범을 위해 취소되었던 프랑스와의 계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당 계약은 디젤 잠수함이 아니라 SSN을 제공하는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아직은 주변적 의견에 불과하며, 2021년의 경험을 감안하면 프랑스가 쉽게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상당한 보장과 함께, 최종 선박의 호주산 부품 비율을 줄이는 등 생산·내용 측면에서의 양보 없이는 합의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AUKUS 협정의 일부 조항은 조만간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버지니아급 잠수함 이전을 포함해 협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 중이며, 미국이 잠수함 건조 능력을 크게 확대하지 못할 경우, 이미 호주에 약속한 잠수함을 이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현직 고위 관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체 역량에 대한 투자, 예컨대 한국 제작하는 무인잠수정(UUV) 개발을 주창하고 있다. UUV는 현재 개발 중이지만 아직 실전 배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중 역량을 포함한 첨단 능력 개발을 목표로 하는 AUKUS의 제2축(Pillar 2)을 통해 한국-호주 협력을 강화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은 UUV를 통해 호주의 중기적 잠수함 능력을 보완하는 데 확실히 기여할 수 있다. 이는 호주가 잠재적인 전력 공백을 부분적으로 상쇄하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한국은 AUKUS 제2축 틀 안에 보다 깊이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UUV는 핵잠수함에 비해 항속거리가 크게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은 향후 몇 년간 호주가 필요로 하는 일부 부품, 심지어 잠수함 자체를 제공하는 “최후의 공급자(supplier of last resort)”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콜린스급 잠수함의 수명연장 사업은 한국이 아닌 다른 업체가 맡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디젤잠수함만 생산하더라도 빠른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호주가 약속받은 미 버지니아급을 실제로 인도받지 못하게 된다면 한국은 디젤잠수함을 제공해 호주의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또한 일본(디젤잠수함의 주요 생산국)이나 기타 유럽 국가들과 협력하여, 호주가 2030년 이후의 전력 격차를 보완할 수 있는 부분적 대안도 제공할 수 있다.
한국 자체 핵잠수함 건조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 내에서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한국이 필요한 일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AUKUS 국가들과의 협력은 모두에게 큰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호주·영국·미국이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공백을 메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조선산업 부흥 의제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와 연계한 새로운 기회가 존재한다. 한국이 미 조선소에 투자하고, 한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함정, 심지어 미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부분적으로 혹은 전부 건조하는 방안은 미 조선소의 적체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UKUS를 한국, 나아가 일본 등 조선 능력을 갖춘 다른 인도·태평양 동맹국까지 확대하는 보다 광범위한 연합 틀은 호주가 가까운 장래에 직면할 수 있는 전력 공백과 격차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이는 미국이 다소 과도한 조선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고, 북한 해군의 확장과 SLBM 프로그램이라는 점증하는 위협으로부터 한국 안보를 지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 서론
|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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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