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68만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갖고 있는 호주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국가이다. 1,420만 평방킬로미터의 남극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곱 개 국가 중 하나이다.
|
[정세전망 2026-특집호-제9호] 2026년 호주 정세전망 |
| 2025년 12월 11일 |
-
이찬송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clee@sejong.org
-
약 768만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갖고 있는 호주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국가이다. 1,420만 평방킬로미터의 남극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곱 개 국가 중 하나이다. 배타적 경제 수역으로는 프랑스, 미국에 이어 약 850만 평방킬로미터를 관할하는 세계 3위의 해양 국가이다. 그러나 인구 수는 약 2,750만 명으로서 세계 인구의 0.3%에 불과하다. 넓은 영토와 수역에 더해 호주는 철광석(세계 31%, 1위), 금(1위), 납(세계 40%, 1위), 니켈(세계 23%, 1위), 우라늄(세계 32%, 1위), 아연(세계 27%, 1위), 리튬(세계 29%, 2위), 코발트(세계 20%, 2위)를 보유하고 있다. 적은 인구에 풍부한 자원은 축복이자 부담이다. 세계 육지의 약 5%, 영토보다 넓은 배타적 경제수역, 그리고 막대한 광물 자원을 관리해야 하는 호주의 대외 정책 과제는 무엇인가? 호주는 자신들의 사회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사실 호주의 외교정책 기조는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과 큰 맥락에서 유사하다.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속에 미국의 안보 관여를 유지하고, 동맹국 및 우방국 간 연계를 강화하며, 협력의 외연 확장이라는 기본적인 방향성을 공유했다. 여기에 더하여, 호주만의 지리적, 지질학적 특성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해상 안보와 자원 수출을 호주 대외 관계의 최상위 어젠다로 올려 놓았다. 국내 정치적으로 호주 노동당 정부는 안정화(stabilization) 대중국 정책을 펼쳤다. 이렇듯 2026년 호주의 대외정세 역시 구조적, 반구조적(semi-structural), 제도적,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 전망해 볼 수 있다. -
2025년 5월의 호주 연방 선거를 전후로 호주의 외교 정책은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갔었다. 이것은 호주 정부의 대외정세 불확실성 속에 선거 승리를 위한 전술적 대응이었다. 선거에서 31대 총리 앤소니 알바니지(Anthony Albanese)가 이끄는 노동당(Labor Party) 정부는 피터 더튼(Peter Dutton)이 이끄는 야당 연합을 연방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다. 노동당은 하원 전체 의석 150개 중 94개를 차지했는데, 기존 의석 수보다 18개를 추가했다. 90개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일은 호주 역사상 네 번째이고, 연합 없이 한 정당이 이것을 성취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알바니지 총리는 두 번째 재임 기간의 튼튼한 교두보를 마련했고, 그의 다수 정부가 추진한 ‘호주식(Australian Way)’ 대외 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연속성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그것은 바로 인도-태평양 정책, 지역 안정화 정책 및 규칙 기반 국제 질서 유지 정책이다. 이 정책들 간 긴장도 존재하지만, 호주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책적 조율을 이루었다.
인도-태평양 정책과 동맹 외교 강화
인도-태평양 정책은 호주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2013년부터 추진해 온 거시 전략적 틀이다. 호주 외교부가 발표한 「Australia in the World: Snapshot 2025」에도 인도-태평양을 호주의 번영, 안보, 전략 환경의 중심지로 묘사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 미-중 경쟁 심화, 지역 불확실성 증가 등을 도전적 요인으로 설정했다. 인도-태평양 정책의 반대는 고립주의적인 ‘오세아니아’ 정책일 것이다. 뉴질랜드 및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의 연계 속에 중립주의적인 태도로 호주와 주변 지역을 미-중 전략 경쟁 외부 지역으로 설정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호주의 대외 무역 구조, 태평양 도서 국가들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 등은 호주로 하여금 거리두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역내 안보 역할 수행을 요구했다.
호주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ASEAN과의 협력 강화,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유지, 인도, 일본, 한국 등과의 다변적 협력, 해양안보, 기후변화, 역내 개발협력 확대 등을 포괄하지만, 그 핵심은 미국과의 동맹이다. AUKUS, 쿼드, IP4, 호주-미국-일본 안보 협력 등 소다자 중첩적인 안보 협력의 중심에 미국이 있다. 따라서 2025년 미국의 국내 정치 대격변은 호주의 외교 커뮤니티에도 큰 긴장을 불러왔다. 2025년 3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 호주 및 다른 국가들에게 허용했던 232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종료했고,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호주 정부의 면제 복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6월에는 철강, 알루미늄 관세율을 50%로 인상했다. 2025년 4월에 예고한 10%의 보편 관세는 호주와의 협상 끝에 7월부터 확정되었는데, 미국과의 무역 순적자를 기록하는 호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추가적인 상호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것으로 만족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이 지속될 것이며 추가 관세율을 막은 것을 협상의 성공으로 내세웠다.
사실 알바니지 총리의 5월 선거 승리는 주거 시장 등 경제적 이슈와 함께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주 국민들의 반감에서도 기인했다. 가령, 2025년 10월 미국연구소(U.S. Studies Centre)가 발표한 호주 국민 대상 여론 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16%만이 트럼프 2.0에 긍정적으로 답했고, 56%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했다. 33%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해로운 존재라고 생각하며, 미국이 지역에 도움을 준다고 여긴 이들은 24%였다. 물론 대다수의 호주 국민들은 미국과의 동맹 유지를 지지하지만, 동맹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1) 이런 맥락에서, 노동당 지도부는 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면서, 일부 보수 연합의 트럼피즘과 높아지는 반미 정서를 선거에 역이용하는 정교한 수법이 필요했다. 호주의 선거 결과는 캐나다의 진보 자유당(Liberal Party)이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의 낮은 지지율 속에서도 반트럼프 정서를 바탕으로 보수당의 패배를 가져온 것과 유사했다.
알바니지-트럼프 정상회담이 2025년 10월 개최되었다. 트럼프 취임 9개월 후로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두 정상은 향후 6개월 동안 30억 미국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를 통해 총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핵심 광물 협정에 서명했다. 가격 하한선을 정하는 등 채굴과 과정에 있어서 두 국가의 협력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특별히 미 국방부는 서호주에 연간 100톤 생산 규모의 첨단 갈륨 정련소(advanced gallium refinery) 건설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 호주의 연금펀드는 현재 약 세 배 규모인 1조 4,400억 달러의 미국 투자를 2035년까지 달성하고, 호주 쇠고기 시장 접근 확대, 아르테미스 협력 및 기타 기술 협력 등을 약속했다.2) 호주는 자원-안보 교환 기조 속에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하면서 미국의 확장 억제를 유지할 수 있는 거래를 맺어야 했다.
호주에게 미국과의 무역 관계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이 AUKUS 사업의 지속이었다. 호주 정부는 미국 행정부 교체와 무관하게 사업의 장기적 지속성을 위해 2024년 12월 미국 의회에서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25년 6월 미국 국방부는 자국 해군의 우선적 수요 문제와 국방 전략의 재조정 속에서 AUKUS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했고, 이 사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었다. 10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해군 장관 펠런(John Phelan)의 모호성(ambiguity)이 남아있다는 조심스러운 발언과 대조적으로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들을 가질 것이라고 확답했다. 이에 호주는 다양한 군수 구매 약속과 함께 AUKUS 실현을 위해 2025년 연말까지 기존 10억 달러 투자에 더해 10억 달러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알바니지 정부는 높아진 호주 내 반미 감정 속에 재집권에 성공하면서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대중 안정화 정책
호주 정부는 2025년 대중 정책을 안정화(stabilization)라는 틀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었다. 2022년 5월 집권 이후, 알바니지 정부는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전략적 경쟁과 억제 위주의 정책이 중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켰고, 이것을 완화하고 중국의 무역 압박을 약화시키기 위해 안정화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 시장은 호주의 중요한 수출 시장인데, 한 보고서에서는 2023년 중국 수출은 호주 수출의 32.5%를 차지하며, 호주 전체 명목 GDP에서 중국과의 무역이 약 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 호주의 해빙 노력 속에 중국은 2024년까지 호주에 대한 모든 무역 장벽들(와인, 보리, 석탄, 목화, 쇠고기, 목재, 바닷가재 등에 부과되었던 제재)을 철폐했고, 호주-중국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었으며, 호주 언론인 청레이(Cheng Lei)가 3년 만에 풀려났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 안정화를 넘어서서 진전을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는 없었다. 알바니지 정부는 2023년 국방전략검토(Defence Strategic Review)와 2024년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ce Strategy)에서 중국을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국방 지출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기존 정부가 추진한 외국개입법, AUKUS, 쿼드, 중국의 호주 핵심 광물 차단 정책 등을 그대로 계승했다. 호주 국민들의 중국 여행에 대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주의 권고를 유지하고 있고, 과학 및 기술 협력 등에 있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즉, 호주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사적 표현 자제와 분위기 조성 노력을 펼쳤을 뿐이지, 코로나 사태 이후 진행된 호주의 강경한 대중 전략적 기조가 수정된 것은 아니었다. 중국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차원에서 ‘리셋’이라는 단어 대신 ‘안정화’라는 표현을 쓴 이유이다.4)
호주의 전략적 이익이 중국과의 경제적 이익보다 앞선다는 사실은 2025년에도 수차례 나타났다. 2025년 초에 AUKUS 사업 진척을 위해 미국에 10억 달러를 선지불 했고, 7월에는 사거리 2,700km의 미 육군 다크 이글(Dark Eagle)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이 호주 북부에 전개되었다. 전반적으로 호주 기지의 미군 활용도가 증가했다. 2025년 4월에는 중국의 대만 주변 군사훈련에 대해 외교부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고, 9월에는 호주 군함이 캐나다 군함과 함께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반면, 2025년 2월과 10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전투기는 호주 P-8A 초계기에 플레어를 투하했다. 2월부터 3월까지 중국 해군은 처음으로 호주 배타적경제수역 내 태스만 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한 후, 호주를 일주했다. 2024년에도 목격되었던 긴장이 2025년에도 재연되었던 것이다. 호주의 대중국 안정화 정책은 중국 비난에서 침묵으로 돌아선 것이지, 중국 승인이나 묵인을 의미하지 않았다.
규칙 기반 국제 질서 유지 정책
호주는 캐나다, 뉴질랜드 및 유럽 우방국들과 미국, 중국, 러시아가 허물고 있는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기후 거버넌스,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지하고, 핵 비확산 원칙과 국제 해양법 준수를 강조한다.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인정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고, 2025년 9월에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주의적 행위에 대한 경고로서 팔레스타인을 독립, 주권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7월에는 아세안과 “우리의 공동 미래”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전략적 파트너쉽을 강화했는데, 국제법 준수와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 등의 가치들을 강조했다. -
호주-미국 동맹 강화와 AUKUS 리스크 관리
현재 알바니지 정부의 국내 정치적 기반은 단단하다. 알바니지 정부는 연속성 있게 호주식 국익 외교를 펼칠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 유지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캐럴라인 케네디(Caroline Kennedy) 호주 대사의 거취 문제가 남아있다. 동유럽, 중동, 남미의 긴장 수위 증가는 국제 질서 유지 노력을 기울이는 호주에게 중요한 문제이지만, 역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은 역내 미-중 전략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중요하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될 것이다. 2026년 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강도 높은 미국 우선주의 행보가 예상되는 가운데 호주 정부는 다양한 차원에서 대비할 것이다. 미국이 캐나다 및 NATO 국가들과 맺는 긴장 관계는 이 국가들과 공조를 이루는 호주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미국과 영국의 친밀한 관계 유지만큼은 호주에게 위안이 되었지만, 미국이 인도-태평양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게 취하는 일방적인 태도, 특히 인도와의 무역 마찰은 호주의 역내 협력 네트워크 구축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오히려 중국의 반대 급부를 높여 줄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안보 이슈는 AUKUS 사업의 지속이다. 비록 AUKUS 사업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국방부의 검토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고, AUKUS 내용의 변경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 해군은 자신들의 전력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의회를 통과한 AUKUS 법안 역시 미국의 역량을 침해하거나 미국의 이익과 불일치하다면 합의 이행을 중단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두 개의 조선소들은 실제 1년에 2.3척의 잠수함(1년에 미국 잠수함 2척 + 3년에 호주 잠수함 1척)을 건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호주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General Dynamics Electric Boat와 Huntington Ingalls Industries가 잠수함 건조를 위한 베테랑 인력들을 컬럼비아급 SSBN 건조에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5)
호주는 2026년 초에는 미국 조선소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이미 20억 미화 달러의 비용을 선지급할 것이고, AUKUS 협정의 일환으로 서호주 헨더슨(Henderson) 조선소를 AUKUS 잠수함 전력의 정비 허브로 전환하기 위해 80억 미화 달러 분량의 투자를 발표했다. 동시에 2027년부터 미국과 영국 핵잠수함들의 순환 배치를 위해 서호주 가든 섬(Garden Island)의 HMAS Stirling 해군 기지의 업그레이드 사업이 한창이다. 잠수함 인도 일정, 미국의 기술 이전 범위, 핵연료 조달 방식, 호주 국내 원자력 규제 체계 구축 등과 관련 미국과의 세밀한 조율이 계속 필요하고, AUKUS 사업의 지연이나 좌초는 알바니지 정부에게 큰 정치적 피해를 끼칠 것이다.
서구 공급망 구축의 허브 역할 수행
호주는 이미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를 위해 핵심 광물 생산 증대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EU의 그린딜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처럼 FMIA Act(Future Made in Australia Act)를 2022년부터 기획했고, 2024년에 발표, 2025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것은 국가 산업 전략, 공급망 전략, 청정에너지 투자 전략을 통합한 대규모 법제 패키지이다. 2024~2034년 동안 약 227억 호주 달러가 예산으로 집행될 예정인데, 그 중 150억 호주 달러 규모의 국가재건펀드(National Reconstruction Fund)는 핵심 광물 투자를 담당한다. 핵심 광물 채굴 증대만이 아니라 생산된 광물의 정련 공정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 예로, 2025년 1월 연방 정부는 2억 호주 달러를 중부 지역에서 Gina Rinehart가 지원하는 Arafura의 희토류 생산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Liontown Resources가 리튬을, Renascor Resources가 그래파이트를 생산한다. 2025년 1월 기준, 총 10억 달러의 핵심 광물 투자가 결정되었고,6) 향후 정부 투자의 3~4배 규모에 이르는 민간 투자와 함께 호주 핵심 광물 생산, 가공, 수출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될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2025년 10월 알바니지-트럼프가 서명한 핵심광물 협정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첫 번째 지원 대상 사업으로 서호주 웨이저럽(Wagerup)의 알코아–소지츠(Alcoa–Sojitz) 갈륨(gallium) 프로젝트가 지목된다. 전 세계 공급량의 약 1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호주와 미국 모두에 대한 오프테이크(offtake) 권리가 부여될 것이다.7) 다만, 호주 정부가 핵심 광물 생산량 증대에서 더 나아가, 과연 가공 및 정제 사업까지 국산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120억 호주달러 규모의 리튬 수출 97%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중국은 호주가 가치사슬 하단(제련, 가공)과 외부(해외 채굴)로 확대되는 것을 견제한다. 변동성이 심한 핵심 광물 시장 역시 변수이다. 중국은 저가 공세로 경쟁 국가들의 희토류 가치사슬 진입을 좌초시켜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기후정책 역시 세계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추구하는 알바니지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 호주는 2026년 11월 터키에서 개최될 COP 31차의 실제적인 내용을 준비하기로 합의했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광물 공급 역할을 강조할 예정인데, 이것이 미국의 반기후정책, 중국 중심의 핵심 광물 공급망과의 경쟁, 국내 자원 개발 확대를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입장 등과 어떻게 조율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현재까지 중국의 제조업 과잉은 호주 자원산업의 호황에 도움을 주었다.
중-일 대만해협 갈등에서 호주의 역할
호주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지만, 대만해협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중의원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긴장 고조 상황에서 호주를 비롯한 역내 국가들은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아마도 호주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기존의 원론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이고, 당사국들이 문제 해결을 대화로 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호주가 의장을 맡고 있는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 파트너십(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에서 중국 가입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그러나 중-일 갈등이 격화되거나 역내 무역 교란, 또는 무력 충돌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한편,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 통제와 금지는 호주의 희토류 공급의 대안적 입장을 부각시킬 것이다. 호주는 일본의 모가미급 구축함 구매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차드 말스(Richard Marles) 호주 국방부 장관은 12월에 예정된 일본 방문을 진행할 예정이고, 호주 외교부 장관 페니 웡(Penny Wong)은 12월 5일 중국이 투명성 없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투사한다고 비판했다. 비록 호주 고위 관계자들은 중-일 갈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지만, 간접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는 모습이다. 2026년 중-일 갈등이 지속되고 격화된다면 호주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며, 이 갈등을 통해 새롭게 형성될 안보 지형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AUKUS를 기반으로 한-미 핵추진잠수함 협력 모델 구상
이재명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공식화하면서 호주의 AUKUS 모델이 한국에게 주는 함의가 더욱 커졌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사업보다 최소 10년 먼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AUKUS 사업의 전략적 근거를 면밀히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추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전략 구축이 무기 체계 개발에 선행되어야 하며, 한국의 해군 및 해상 안보 전략을 재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와 언론의 초점은 핵추진잠수함 역량에 맞춰져 있었고 그것의 실제 활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미국 조야에는 여전히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논리 제시를 요구한다. 지난 15~20년간 호주의 해양 전략이 발전한 경위를 연구해서 한국의 해군 및 해상 안보 전략 마련에 참고해야 한다.
둘째, AUKUS 관련 제기된 법적, 정치적, 재정적 문제들을 진단하고, 호주와 미국 정부가 이것을 어떻게 협상하고 해결해 갔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잠수함 건조 장소와 방식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문제들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국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AUKUS 모델 삼기를 통해 호주 정부가 총리실, 국방부, 외교부 및 해군 등을 아우르는 사업추진단을 어떻게 구성했으며, 미국 정부와 의회에는 어떻게 접근했고,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특별히, 국제 및 국내 반대 세력이 제기하는 쟁점들의 핵심이 무엇이며, 캔버라가 이것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국은 AUKUS Pillar-II 가입을 통해 첨단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호주 AUKUS 사업과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미래 한-미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다자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공식화하면서 Pillar-II 멤버로 활동하는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와 비교해서 실질적인 기술 협력 범위와 상징적인 의미가 다르다. 호주 및 다른 우방국과의 기술 협력 폭이 넓어질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영국, 호주와는 상호 잠수함 기지 방문, 상호운용성 증대, 다자 훈련 확대 등의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 사업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국들의 지지도 끌어올 수 있다.
한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
한국은 배터리용 그래파이트, 희토류 정제, 갈륨 및 저마늄 수입 등에 있어서 중국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다. 호주를 통해 공급원 다변화가 필요하며, 공급국 입장에서 실현되는 호주의 중견국형 경제안보 강화 모델은 한국과 같은 수요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과 상호 보완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호주 현지 법인들과 합작을 통해 FMIA Act 시행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은 배터리 소재 공급망의 핵심 단계인 전구체(precursor) 생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니켈 양극재(Ni-rich cathode) 제조기술과 고순도 수산화리튬 정제 기술 또한 글로벌 선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포스코,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한화 등의 기업들에게 호주 광물시장 확대는 기회이다. 포스코는 Pilbara Minerals JV, Galaxy-Orocobre(현 Allkem)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니켈 및 리튬 확보를 다변화하고 있으며, LGES와 삼성SDI는 호주 현지에서 니켈 및 코발트 정련, 가공, 중간재 제조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한화는 희토류와 기타 핵심광물 자산에 대한 인수와 지분 참여를 확대하며 공급망 내재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호주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니켈 확보 및 전구체 생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과 호주는 이미 2+2 외교, 국방장관 회의에서 공급망을 강조하고 있고, 핵심광물 MOU를 맺었다. 두 국가는 중국 리스크를 낮추려고 하고 있고, 탄소중립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청정수소 개발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미국 주도로 2022년 출범한 광물안보파트너쉽(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에서 양국 모두 핵심 멤버이고, 핵심광물의 나토(NATO)라고 불리는 이 경제 다자 안보 체제에서 국제적인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
다만, 호주의 핵심 광물 공급망과의 연계성 강화 전략에는 리스크도 존재하는데, 현재 호주 정부는 Buy Australia 기조를 내세우며 세계 보호주의 무역, 국가 산업주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정련, 가공, 중간재 생산 등 중류 산업(midstream industry)의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호주가 개발도상국형 자원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광산 산업의 국유화 시도를 할 가능성은 적고, 서구 진영의 공급망 안정을 위한 핵심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수행하려고 할 것이다. 합리적인 협상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한국-호주 안보 협력 심화
호주는 유엔사령부 파견국이고, 다자 제재 모니터링팀(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국은 호주에 K-9 자주포와 Redback 보병전투장갑차를 수출하며 한화오션은 호주의 방산 조선사 Austal의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AUKUS를 매개로 한 협력 확대는 한국-호주 안보 협력의 범위와 내용을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대북 억제에 기여할 것이다. 2021년 채택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고위급과 실무급 대화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과 호주는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 RIMPAC, Pacific Vanguard, Exercise Kakadu, Exercise Pitch Black 등에서 다자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향후 한국-호주 양자 군사 훈련, 한반도 인근에서의 다자 군사 훈련 등을 주변 안보 정세를 고려하여 추진해 볼 수 있다.
| 2025년 호주 대외정세 회고
| 2026년 호주 대외정세 주요 관찰 사항
| 2026년 호주 대외정책 전망과 한반도
1) United States Studies Centre, “The Albanese-Trump Summit: Where Do Australians Stand on Their Most Important Ally?” October 16, 2025, https://www.ussc.edu.au/the-albanese-trump-summit-where-do-australians-stand-on-their-most-important-ally?utm_medium=email&utm_campaign=PUBLICATION%20ALERT%20%20Polling%202-pager&utm_content=PUBLICATION%20ALERT%20%20Polling%202-pager+CID_f80142bd5dd7f8c366a3484b60549d0a&utm_source=USSC%20Campaign%20Monitor&utm_term=The%20Albanese-Trump%20summit%20Where%20do%20Australians%20stand%20on%20their%20most%20important%20ally (최종접속일: 2025년 11월 30일)
2) U.S. Embassy in Canberra,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Closes Billion-dollar Deals with Australia,” October 21, 2025, https://au.usembassy.gov/fact-sheet-president-donald-j-trump-closes-billion-dollar-deals-with-australia/#:%7E:text=The%20Export%2DImport%20Bank%20of,projects%20between%20our%20two%20countries (최종접속일: 2025년 11월 30일)
3) National Australia Bank, “Thematic – China’s Economic Evolution and Implications for the Australian Economy,” Markets Research (November 8, 2024), https://www.nab.com.au/content/dam/nab-email-composer/nabmarketsresearch/economics/pdf/2024-11%20Thematic%20-%20China-Australia%20Economic%20Transmission.pdf (최종접속일: 2025년 11월 30일)
4) Kevin Magee, “Australia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Stabilization and Contradiction,” Australia-China Relations Institute,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November 28, 2024, https://www.uts.edu.au/news/2024/11/australia-and-peoples-republic-china-stabilisation-and-contradiction (최종접속일: 2025년 11월 30일)
5) Peter Briggs, “Virginia, We Have a Problem,” 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January 14, 2025, https://www.aspistrategist.org.au/virginia-we-have-a-problem/ (최종접속일: 2025년 11월 29일).
6) 정부의 투자 조건은 Arafura가 8억 4천만 호주달러의 민간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Dan Jervis-Bardy, “Commonwealth to Invest a Further $200m in Rare Earth Mining Project Backed by Gina Rinehart,” January 14, 2025, https://www.theguardian.com/australia-news/2025/jan/15/commonwealth-to-invest-a-further-200m-in-rare-earth-mining-project-backed-by-gina-rinehart (최종접속일: 2025년 11월 30일)
7) Josh Butler, “Albanese at the White House: Trump Endorses Aukus, Signs $8.5bn Rare Earths Deal and Calls PM ‘Great Leader” October 20, 2025, https://www.theguardian.com/australia-news/2025/oct/20/albanese-at-the-white-house-trump-endorses-aukus-signs-85bn-rare-earths-deal-and-calls-pm-great-leader (최종접속일: 2025년 11월 29일).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파일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