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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전망 2026-특집호-제4호] 2026년 북한 국내 정세 전망

등록일 2025-12-11 조회수 282 저자 피터 워드

파일명 2026 북한 국내 정세 전망 저자명 피터 워드 연구위원

지난 1년 동안 국내 정치, 군사 부문 및 북한 사회-사상 영역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으며, 2026년 초에는 제9차 당대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회가 열릴 경우, 북한의 정치제도 구성 변경과 엘리트 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정세전망 2026-특집호-제4호]
2026년 북한 국내 정세 전망
2025년 12월 11일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pward89@sejong.org
      지난 1년 동안 국내 정치, 군사 부문 및 북한 사회-사상 영역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으며, 2026년 초에는 제9차 당대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회가 열릴 경우, 북한의 정치제도 구성 변경과 엘리트 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5개년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계획, 국가 경제 개발 계획 등 중요한 전략적 구상들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2023년 12월에 열린 조선로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론' (한국을 미국의 속국이자 북한의 주적으로 규정) 및 김정은 사상의 전개 등으로 인해, 사상 부문과 사회 부문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북한 지방 경제 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보건 투자가 진행 중이며, 2026년에는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북한 정권의 사회 정책에서 보건 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고는 2025년 동안 북한 정치, 군사, 사회 분야에서 나타난 주요 양상을 분석하고, 2026년에 예상되는 전개 양상과 변화들을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주요 시사점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 정치적 동향
      인사 교체 및 당규약 변화 가능성

      연초 내각총리 김덕훈을 박태성으로 교체한 조치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재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태성은 이전에 당 중앙위원회 과학교육비서(2022~24), 중앙위원회 과학교육 부위원장(2017~20)을 역임한 바 있어, 김정은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교육 분야의 “획기적 개선” 요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박태성과 더불어 신임 내각 부총리 김정관은 과거 국방상(2019~21)과 국방성 제1부상(2021~24)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는 김정은이 군(국방성 및 조선인민군)을 내각경제 운영에 보다 깊이 관여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는 인민군의 자원과 인력을 민수경제에 더 효과적으로 투입하는 것, 나아가 일부 군수 공장을 민수화하는 조치가 포함될 수도 있다. 현재 추진 중인 20×10 지방공업 정책을 고려하면 이러한 조치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다만 군수산업 부문의 확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지속적 역할 때문에 실제로 민간 분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원은 제한될 수 있다. 대신 이미 민간 건설 현장 등에 배치된 병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조선인민군 해군 최현급 구축함 2번함 ‘강건호’의 진수 실패 이후,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부부장이었던 리형선이 체포되었다. 총정치국장 정경택도 이 사고로 인해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되었다. 또한 군단급 지휘관, 포병국장, 보위국장 등의 교체 소식도 이어졌다. 이러한 조치는 성과 중심의 간부 관리, 즉 성과에 따라 포상·문책을 분명히 하는 김정은식 간부 운영 원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내년에도 ‘강건호’ 사고와 같은 문제가 다른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북한 엘리트층의 고령화로 인해 자연스러운 퇴직·건강 문제, 고령 간부의 고위직 사망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해에는 엘리트층 재편이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중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당대회는 김정은에게 중앙위원회(전문부서 포함), 정치국, 당 비서국, 군 등 주요 권력기관의 인사를 대거 교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기범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8차 당대회 (2021년) 당시 교체율은 66%(250명 중 166명 교체, 84명 유임)에 달했고, 지난 4년 동안 당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 교체율은 54%(위원 55명 변동(40%), 후보위원 79명 변동(71%))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를 고려하면 차기 당대회에서도 상당한 폭의 인사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당대회에서는 관례적으로 당 규약과 당-국가 체제의 구조 개편이 동반된다. 지난 당대회에서는 제1비서 직제가 신설되어 최고지도자의 대행 또는 후계체제를 제도화했고, 유사시 정치국의 집단적 결정을 가능케 하는 조항도 삽입되었다. 다음 규약 개정의 방향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최근 김정은 혁명사상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선전·사상 공세가 강화되고 있어 ‘김정은사상’이 더욱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

      김주애의 부상 및 승계 문제

      김정은의 유력한 후계자로 보이는 딸 김주애의 부상도 계속되고 있다. 그녀는 2013년생으로 추정돼 현재 약 13세이며, 2022년 관영매체에 처음 등장한 이후 점차 존재감을 확대해 왔다. 올해에는 두 척의 구축함 진수 행사에 동행했을 뿐 아니라,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위해 부친의 중국 방문에 동행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그러나 대중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베이징 도착 시 맞이하러 나왔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에게 김주애가 인사를 시도했으나, 중국 측이 이를 사실상 무시하거나 냉대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후 김주애는 북한으로 복귀한 뒤 약 두 달 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11월 30일 조선인민군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로동신문』을 통해 공개되었다.

      김정은에게 아들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 전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등 일부는 아들이 존재하며 김주애가 후계 구도를 교란시키기 위한 ‘미끼’라고 주장한다. 반면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 등은 리설주의 공개 활동을 분석한 결과, 그녀가 아들을 출산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으며, 김정은이 외빈과의 대화 등에서 한 번도 “아들”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한다.

      향후 김주애는 계속해서 중요한 행사에 등장하거나 더 자주 공개석상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다음 당대회에서 두드러진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는 그녀가 고위직과 후계자로 육성되고 있다는 매우 분명한 신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이가 어린 만큼 일정 기간 공개석상에서 사라지더라도 이는 후계 구도에서 배제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지 않다. 북한 매체가 언제 김주애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호칭을 부여할지는 미지수이며, 설령 언급된다고 해도 내년에 공식적인 ‘후계자’ 지위를 명시할 가능성은 낮다.

      김정은의 공개활동 분석

      올해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분석한 결과, 그는 여전히 군사 문제에 주된 관심을 보였으나 지난해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그림1 참조). 특히 2024년과 비교하면 외교 관련 활동이 크게 증가했고, 경제 관련 활동은 뚜렷하게 감소했다. 정치행사 참석도 상당히 줄었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하면,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심화 속에서 김정은이 외교·대외관계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으며, 동시에 군사개발에도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일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제한적으로 공개된 데이터 기준이지만 김정은은 올해 평양을 벗어나 공개활동을 수행한 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정은을 수행하는 그룹의 규모가 크게 축소되었으며, 이는 권력 집중이 심화되는 권위주의 정권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핵심 인원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행 그룹 내에서는 군부와 특히 내각·정부 엘리트의 비중이 당 엘리트에 비해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올해 김정은과 함께 가장 자주 등장한 인물은 박정천(군 출신이지만 당직 보유), 조용원(당), 박태성(내각), 노광철(군), 조춘룡(당)이다. 이들은 새로운 인물이라기보다는 지난 5년간 꾸준히 김정은 곁을 지켜온 핵심 인물들로, 이는 김정은의 최측근 그룹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며 큰 변동을 겪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내년에는 20×10 지방공업 정책에 따라 지역경제 개발에 관심이 지속되고 있으며, 동시에 당대회에서 새로운 경제 5개년 계획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공개활동 중 경제 분야의 비중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새로운 무기체계가 초기 개발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군 관련 현지지도 횟수는 다소 감소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적대세력’에 대한 억제 메시지 발신과 보다 성숙한 기술의 실전 배치를 위한 시험·훈련은 계속되어 오히려 증가할 여지가 있다.

      최근 몇 년간 김정은 주변 핵심 그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점은 김정은이 현재의 측근 구성에 상당히 높은 신뢰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당대회는 중앙위원회 대규모 인사 교체가 이뤄지는 시기이며, 하위 엘리트층의 변화에 대응해 김정은 최측근 그룹의 일부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군사적 동향과 무기체계 개발
       김정은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을 제시하였다. 이 계획 아래 북한은 전략·전술 각 분야에서 포괄적 군사력 확장을 추구해 왔다. 핵 분야에서는 전술핵무기와 ‘초대형’ 핵탄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사일 분야에서는 사거리 1만5천 km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활공체(HGV), 지상·해상 발사형 고체연료 ICBM, 그리고 요격 회피 능력을 높이기 위한 다탄두(MIRV) 기술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해군 분야에서는 중형 잠수함의 개량과 궁극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를 추구하고 있다. 정찰·우주 분야에서는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무인기 분야에서는 정찰·공격 임무가 가능한 무인기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2025년에도 북한은 새로운 또는 개발 중인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시험했다. 여기에는 극초음속 IRBM(1월), 함상발사 전략순항미사일(1월), 수중발사 순항미사일(2월), 방공체계(3월), 공대공 미사일(5월), 극초음속 비행체(10월) 등이 포함된다. 또한 지속적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은 러시아 기술을 활용한 성능 향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북한제 SRBM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수행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 프로그램과 직접 연계된 시험 빈도가 2022~24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고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전략적 조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군사 현대화를 계속 심화·확대하고 있다. 올해 김정은은 5개년계획에 따라 개발 중인 핵추진 미사일 잠수함, 새로운 무인기 능력, 신형 미사일 방어체계, 새로운 ICBM, 그리고 기존에 중점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수상함 전력 등을 시찰하였다(표1 참조). 드론, 전자전(EW), 미사일 방어, 해군 현대화, 그리고 일부 미사일 기술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 및 이전으로 뒷받침되는 것으로 보이나, 그 범위는 분야별로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들 무기체계 상당수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으며 정상 작동을 위해 시험이 필요하다. 일부는 실전 배치를 위한 현장 시험도 요구된다. 2021년 5개년계획에 포함되었으나 아직 시험되지 않은 무기체계, 즉 초대형 핵탄두, 다탄두 ICBM, 잠수함발사 ICBM(SLBM) 등도 여전히 개발 중으로 남아 있다.

      다만 북한은 2017년 이후 핵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핵무기관련 실험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 역시 핵무기관련 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술핵 능력이 시험되지 않은 이상 그 신뢰성과 운용성에 대한 의문은 남을 것이다.

      북한 정권은 또한 김군옥영웅함(전술핵공격잠수함)이 실제로 운용되고 있음을 입증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이 잠수함은 출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SLBM 발사 능력도 미지수이다. 기술이 확보된다면 내년에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별도로 북한 정권은 탱크 전력 현대화, FPV 드론 포함 양산 가능한 드론 개발, 러시아로부터 획득한 것으로 보이는 전자전(EW) 능력의 대규모 배치 등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 목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김정은은 해군·공군 현대화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으며, 이 두 분야에서 추가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북한의 사이버 역량은 한층 정교해지고 있으며, 북한의 사이버 위협 행위자들은 영업비밀과 가상자산(암호화폐) 탈취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향후 1년 동안 북한의 주요 사이버 조직들이 이러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과 기법을 개발하면서 이 분야에서의 추가적인 ‘혁신’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이 자체적으로 발간한 학술 논문과 자료를 토대로 한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인공지능(AI) 역량이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한 무기체계에서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사회 영역 (보건 및 사상·문화)
       2025년의 사회 영역은 2023년 말부터 추진된 20×10 지방공업 정책(매년 북한의 20개 군에서 공장, 양곡판매소 등 경제적 시설과 보건 시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는 10년 계획)의 일환으로, 보건 분야에 지속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북한 정부는 외래 영향, 특히 한국 문화의 확산을 차단하고 북한 사회 내부에 ‘사회주의 규범’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보건

      올해 사회 분야의 대표 사업은 평양종합병원으로, 2025년 10월 개원했으나 당초 목표였던 2020년 10월보다 5년 지연되었다. 통일부는 MRI 등 고급 의료장비 부재가 대북제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으며, 이는 장비 조달에 필요한 특별허가나 제재 면제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김정은은 올해 강동(2025년 2월·6월·10월), 구성(6월), 룡강군(9월)의 병원 건설 현장을 잇달아 시찰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정에서 드러나듯이, 올해의 병원 건설 목표는 차후 대규모 건설의 ‘본보기’가 될 세 곳의 시범 병원 완공에 국한되었다. 김정은은 2월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올해에 이 3개의 병원을 잘 건설하여 본보기들을 만들어놓고 경험도 축적한 다음 명년도부터는 해마다 어김없이 20개 시, 군씩 병원들을 동시에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평양종합병원의 지연 사례와 여전히 일부 장비 미비를 고려하면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강동 병원은 11월 말 완공되었으나, 구성·룡강 병원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분야는 북한이 특히 러시아와의 협력을 희망하는 영역이므로 일정한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연 20개 병원 건설 목표는 과도하게 야심적으로 보이며, 향후 규모 축소 혹은 목표 재정의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고급 의료장비의 대규모 도입에 필요한 자본 비용은 막대하며, 러시아와의 협력이 이를 상당 폭 상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또한 이러한 시설을 운용할 수 있는 경험과 훈련을 갖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도 존재한다.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북한은 인구 1000명당 약 3.7명의 의사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2.5명)보다 높은 수치이지만, 의료진의 교육 수준과 임상 경험 부족은 보건 역량 제고에서 큰 장애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사상 및 문화

      2023년 말 김정은은 부친과 조부가 유지해 온 평화통일 노선의 공식적 종료를 선언하였다. 이는 근본적으로 변화한 대남 전략의 일환이며, 동시에 북한 사회 내부에 퍼진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지속적 사상·이념 공세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김여정과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는 향후 한국과의 관계·경계 문제를 법적으로 명문화할 것이라는 성명을 여러 차례 발표하였다. 김여정은 8월 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주요국장들과의 협의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서울에서는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또 누구라 할 것 없이 제멋대로 꿈을 꾸고 해몽하고 억측하고 자찬하며 제멋대로 《희망》과 《구상》을 내뱉는 것이 풍토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하면서 한국인들의 괴이한 속성과 그들이 추구하는 흉심을 까밝히었다.

      [중략]

      한국 국민은 실현 불가능한 정부 관리의 그러한 몽상으로 충만된 결의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한 모양이다.”

      이 발언은 기본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메시지였으나, 북한 지도자가 한국 사회의 특정 집단이 아니라 ‘한국 국민 전체’를 정면으로 비난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향후 북한 내부용 선전에서도 남한 전체를 비인간화하는 메시지가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한국 대중문화의 매력을 상쇄하기 위한 사상적 대응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문화 영역에서는 북한 정부가 자체 문화 콘텐츠의 질 향상도 시도하고 있다. 2024년 초 북한은 한국전쟁 발발을 다룬 대형 예산 영화 <72시간>을 공개했다. 이 영화는 한국 일반 주민들을 인간적으로 묘사하고 김일성의 신격화 요소를 다소 약화한 점에서 흥미로운 특징을 보였다. 적대적 두 국가론이 나오기 전에 제작된 영화여서 한국 주민에 대한 묘사가 현 정책적 기조와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김정은이 과도한 개인숭배적 요소를 일정 부분 축소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최근 열병식 김정은 초상화 등장 및 새로운 벽화에서 김정은의 숭배적 모습이 더욱 강조되는 경향도 있어, 이러한 흐름이 병존할 가능성도 있다.

      아마도 북한 문화적 콘텐츠 중에서 올해 가장 흥미로운 것은 신작 TV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간부 부패, 간부–시장 상인 간 유착, 농업정책인 포전담당책임제 실패에 대한 솔직한 언급, 만연한 허풍(허위·사기 보고), 농촌 교육 실태의 열악함, 간부층과 하층 주민 간 잠재적 계급 갈등 등 북한 내부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오락을 위한 작품이지만 동시에 북한 당국이 진단하는 사회·경제적 병폐를 반영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뇌물, 국가재산 도둑질, 허위 성과보고 등 각종 경제범죄가 대부분 실질적 처벌 없이 상징적 징계(자아비판, 경고, 청소 등)로 처리되는 현실적 묘사다.

      내년에도 이러한 ‘현실주의적’ 기반의 문화 콘텐츠가 더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북한 사회의 실제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권이 주민들에게 허용·금지된 행위기준을 보다 효과적으로 주지시키는 기능도 할 수 있다.
    | 분석 및 시사점
       올해의 변화와 내년에 예상되는 발전을 고려할 때 정책적으로 도출되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첫째, 정치 분야에서는 내년 당대회에서 지역 엘리트나 하위급 당·군 간부 등 하부 권력층에서 새로운, 그리고 다소 젊은 간부들의 승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최상층 엘리트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김정은을 가장 밀착 수행하는 핵심 측근 그룹은 중앙위원회 및 그 전문부서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등 권력 기관의 성원 교체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 폭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 내년 김정은의 공개활동과 정책 우선순위는 경제 및 군사 분야에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20×10 지방공업 정책이 3년 차에 접어들고, 새로운 경제 5개년계획이 시작되며, 올해 일부가 공개된 다양한 신형 무기체계가 향후 개발·시험·배치를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무기체계는 핵추진잠수함처럼 장기 개발 과제로 남을 수 있는 반면, 일부는 이미 배치되었으나 방공체계처럼 운용 능력 제고를 위해 반복적 실전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특히 내년 당대회는 향후 5년간 북한의 국방 및 무기 개발 방향을 확인할 핵심 이벤트가 될 것이다. 김정은이 새로운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이미 예고된 것처럼 전술 및 재래식 전력의 대규모 현대화 목표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사상 및 대남 분야에서도 주목해야 할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여정이 8월 성명에서 한국 국민 전체를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북한 내부용 선전이 앞으로 일반 한국인에 대한 비인간화 프레임을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적대적 두 국가론은 북한 주민들의 전통적 민족관과 충돌하기 때문에, 정권은 이러한 노선을 정착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선전·사상전을 전개할 수 있으며, 이는 남북관계의 미래에 매우 부정적인 신호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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