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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전망 2026-특집호-제3호] 2025년 북한 경제 평가와 2026년 전망

등록일 2025-12-11 조회수 260 저자 최은주

파일명 2026 북한 경제 전망 저자명 최은주 연구위원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지속된 경제적 고립에서 점차 벗어나는 과정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복합적으로 재편된 국제 환경을 기회 요인으로 활용하며 체제 유지와 경제 회복 및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시도해 왔다.
[정세전망 2026-특집호-제3호]
2025년 북한 경제 평가와 2026년 전망
2025년 12월 11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ej0717@sejong.org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지속된 경제적 고립에서 점차 벗어나는 과정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복합적으로 재편된 국제 환경을 기회 요인으로 활용하며 체제 유지와 경제 회복 및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시도해 왔다. 특히 2026년 초에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를 앞두고 북한은 지난 5년간의 경제성과를 부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북한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2026년 이후 북한 경제 정책의 방향과 그에 연동된 대내·대외 전략을 가늠케 하는 출발점이 된다.

      최근 북한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의 급격한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여러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2025년은 이러한 회복 흐름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는지, 그리고 물가·환율·소득 분배 측면에서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2021년에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자, 2026년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정권이 줄곧 강조해 온 각종 경제 정책들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리고 그 성과와 한계가 2026년 이후에 추진될 정책에 어떤 제약과 기회를 제공할 지에 대해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글은 2025년 북한 경제를 대내외 환경과 부문별 성과와 한계를 검토함으로써 그 특징을 파악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2026년 북한 경제 전망을 제시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 2025년 북한 경제의 부문별 성과와 한계
      2025년 북한의 경제운영은 2021~2025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목표를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최근 북한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지방발전 20×10’ 정책과 평양·지방 건설 사업, 농업 부문을 특히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북한은 2025년에도 농업부문에서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생필품 공급을 확대하며, 지방공업공장, 주택과 병원 및 학교의 건설을 통해 주민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경제 부문의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즉, 계획기간(2021~2025년)의 마지막 해에도 기존의 기조를 유지·심화하는 방식으로 회복세가 지속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2025년 8월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북한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2023년 3.1%에 이어 2024년 3.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대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5년에도 대외 제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 등 구조적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회복 흐름은 올해에도 대체로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1)

      북한 경제 회복의 주된 동력은 제조업과 건설업이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북한의 제조업은 전년 대비 7.0% 성장했으며, 특히 중화학공업은 10.7%나 급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대(對)러시아 무기 수출 증가는 북한의 군수 공장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방산 부문 활성화에 힘입어 금속, 기계, 화학 제품 생산이 전체 GDP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성장 구조가 2025년에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군수·중화학공업과 대규모 건설 사업이 결합된 성장 패턴은 2025년에도 북한의 회복세를 지탱한 주요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회복 흐름은 중앙이 추진해 온 구조적 사업들, 특히 ‘지방발전 20×10’ 정책과 평양·농촌 지역 건설, 농업 부문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북한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은 10년간 매년 20개 시·군에 식료·일용품 공장과 주택·공공시설을 집중 건설해 지방 주민 생활을 개선하고, 지역경제 자립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2024년 첫해에도 20개 지역에서 지방공업공장들이 완공되었고, 2025년에는 강동군 등 2년 차 대상 지역들이 선정되어 추진 중에 있다. 1차 대상 공장들이 가동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지방 차원의 생필품 공급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건설 부문에서 주목할 사업으로는 강동군병원 완공과 함께, 신의주 온실종합농장 건설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시범 운영 착수를 들 수 있다. 강동군병원은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대상 지역에 처음으로 건설된 병원으로 북한의 지방발전전략과 결합된 시·군 병원 건설의 표준모델로 이후 각 도·군으로 확산될 전형으로 제시된다. 평양종합병원이 수도의 상징이라면, 강동군 병원은 지방 의료 인프라 개선의 대표 사례라는 점에서 김정은의 ‘보건혁명’ 담론과 지방발전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신의주 온실종합농장은 압록강변 국경도시의 식량·채소 공급 기지이자, 향후 북중 접경지대 농업협력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프로젝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5년에도 여러 차례 공사 현장을 찾아 90% 이상 공정률을 공개한 것으로 보아 올해 안에 완공하여 주요 성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여러 차례 지연 끝에 2025년에 완공하여 운영에 착수하였다. 개장과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러시아 관광객들을 제한적으로 수용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로 북한 주민들이 활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공업에서는 식료품·의류·일용품 생산 확대가 정책적으로 강조되지만, 제재와 외화 부족으로 원료 및 부품, 설비가 필요한 만큼 수입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각 도·군에 신설된 식료·의류·생활용품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비누·세제·옷·신발·가공식품 등 일부 품목에서 국내 공급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생필품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농업 부문에서 북한은 우량 품종의 도입, 비료 및 농약 공급 확대, 관개시설 및 저수지 정비, 농기계화·온실·수경재배 확대를 주요 방향으로 내세웠다. 2025년 농업에 관한 국제기구 분석에 따르면, 겨울·봄 작물과 주요 곡물 재배기에 4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강우가 평균 이상으로 비교적 잘 분포했고, 대규모 홍수·가뭄 같은 심각한 자연재해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최근 몇 년 중에서도 농업 생산 환경이 양호한 편에 속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료·연료·농기계의 부족, 토양 황폐화, 협동농장 제도의 비효율성이 생산성 제고를 제약하고 있어 북한이 스스로 제시한 식량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대외무역 측면에서는 북중 교역의 경우, 2025년 1~10월 기준 북한의 대중 수입은 약 18억 달러, 대중 수출은 3억 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4%, 23.1% 증가하면서 2024년에 주춤했던 교역량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었다.2) 이는 코로나 봉쇄기의 급격한 위축 국면과 비교할 때 교역량과 품목 구성이 모두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수출 품목이 저부가가치 원자재·단순가공품에 편중되고, 수입이 필수 품목에 집중돼 취약한 교역 구조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는 에너지와 식량, 건설 자재 및 인프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력 등 다른 산업에 대한 실무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공식 통계상의 북러 교역 규모는 북중 교역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에너지와 식량 등 전략 물자의 공급 통로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반면에 실물 회복과 별개로 민생과 직결된 환율·물가는 2024년 이후 불안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2025년 상반기까지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값은 1kg당 8천~9천 원대에 머물지만, 3분기에는 2만1천 원대, 4분기에는 2만3천 원대로 급등하였다. 이는 2024년 말 대비 약 2.8배, 2017년 대비 약 4.5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환율도 2만 원대 초반에서 3만 원대 중후반까지 치솟아 2017년에 비해 약 4.5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7~2023년의 안정기와 2024~2025년의 급등기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처럼 2024년에 선행적으로 진행된 환율 급등이 2025년 하반기 쌀값 폭등으로 전이되면서, 환율·물가 충격이 주민 생활에 본격적으로 체감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높은 물가·환율 수준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3~4배 이상 상승하여 주민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생활비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다.

      종합하면, 2025년 북한 경제는 지방발전 20×10 정책과 신의주온실종합농장·강동군 병원 등 시·군 단위 인프라 사업,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과 러시아 및 국내 관광객 유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를 통한 대외경제관계의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는 한편, 환율·물가 급등과 국영상점 중심으로의 유통 구조 강화는 시장 기반 생계 활동을 제약해 소득 불평등과 계층화가 심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요약하면 2025년 북한 경제는 실물 부문에서는 팬데믹 직후의 위축을 벗어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가격 및 통화 불안으로 인해 회복과 불안정이 공존하는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2026년 북한 경제 전망
       2026년 북한 경제를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한 사안은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와 이 자리에서 채택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다. 북한은 9차 당대회 개최와 더불어 2021~2025년 5개년 계획의 이행 상황을 총화하고, 2026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2026년은 단순한 연속선상에 있는 한 해가 아니라, 기존 계획의 마무리와 새로운 계획의 출발이 겹치는 전환점이 된다.

      2021년에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와 대북제재 장기 지속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핵심은 생산 설비와 인프라를 정비·보강하여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정비보강 전략’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생활 수준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2025년까지의 계획 실적이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새로운 계획에서 설정되는 목표의 수준은 달라지겠지만 9차 당대회에서 발표될 새로운 5개년 계획이 전반적인 목표 수준을 이전보다 다소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은 이미 큰 틀에서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여전히 경제의 생산능력을 스스로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완화되고 국경이 재개방되면서 대외경제 관계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과거보다 넓어졌다는 점 역시 2026년 이후 구상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즉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자력갱생을 중심 기조로 삼으면서도 ‘선택적·제한적 대외개방’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한이 중장기 과제로 밝힌 사업들이 9차 당대회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지속, 백두산 관광문화지구 건설 및 전국적인 관광지구 개발, 강동군 지역 재개발 사업 등은 이미 계획 추진이 예고된 상황이다. 9차 당대회에서는 이들 사업이 새로운 5개년 계획의 핵심 축으로 재확인되고, 관련 산업·재정·인력 정책이 보다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26년 전망의 관건은, 이러한 장기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조달과 우선순위 설정 능력, 그리고 대외관계 활용 능력이 어느 수준까지 뒷받침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북러 경제관계는 군사 물자의 공급에 대한 반대 급부로 에너지·식량 제공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쟁이 유지되는 한, 규모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교환 구조는 2026년에도 큰 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북한은 군수공장 가동률과 중화학공업 생산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고, 러시아로부터 석유·정제연료·곡물·건설 자재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전쟁이 종결될 경우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 돈바스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전후 복구 사업에 북한이 노동력을 파견하고, 건설·인프라 분야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북한은 임금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구조를 통해 적지 않은 외화 수입과 설비·자재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안은 현행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단순한 경제협력 문제가 아니라, 제재 회피 논란과 관련국 간 정치·외교 조율이라는 복잡한 난제를 동반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기존에 구축해 온 비공식 경로와 러시아 측의 정치적 의지를 활용해 우회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경제 관계는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중요한 경제적 변수였다. 9월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여 6년여 만에 북중 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이루어진 리창 총리의 방북 등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외교적 성과이자, 최근 주춤했던 북중 경제협력을 앞으로 크게 늘릴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건은 이를 실질적인 경제관계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우선,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방문 재개와 확대는 단기적으로 외화 수입과 서비스업 활성화에 가장 직접적인 긍정 효과를 줄 수 있다. 원산갈마, 백두산, 평양·개성·신의주 등 주요 관광 벨트가 중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다시 가동될 경우, 숙박과 요식, 운수,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의 회복과 함께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관광지구 개발 전략이 맞물려 진행되면서 상호 강화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둘째, 신압록강대교의 개통과 함께 중국 측과의 통관·물류 시스템이 확대될 수 있는 토대가 조성될 경우, 북중 간 교역의 질과 양 모두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업용 설비·부품·소재, 소비재·식량·비료·의약품 등 필수 수입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북한의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이행과 장기 건설 사업 추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미국 및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한반도 긴장 관리라는 전략적 고려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북중 경제협력이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이 명백한 대규모 투자·금융 프로젝트로 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2026년 북한 경제는 북중 경제협력 확대의 여지를 활용하되, 대북 제재와 중국의 신중한 태도라는 제약 하에서 “관광·교역·소규모 투자” 중심의 단계적 경협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 변수와 더불어 2026년 북한 경제를 규정할 또 하나의 축은 경제관리방법의 조정 방향이다. 북한은 최근 경제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경제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다시 내각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첫째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유지 및 확대 여부이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기업소에 생산·경영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성과에 따라 책임과 이익을 연계시키려는 시도로, 2010년대 중반까지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언급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충격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식 담론에서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만약 9차 당대회에서 기업책임관리제의 장점을 재부각시키고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이는 생산성 제고와 현장 단위 혁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제도를 사실상 축소하거나 통제 위주로 전환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계획 집행과 통제력은 강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상업 및 유통 부문에서의 국가 조절 능력 확대이다. 최근 북한은 다양한 형태의 국영상점과 편의시설, 서비스업을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국영상업망과 공식 금융권으로 끌어들여, 재정 기반을 넓히고 유통 구조를 국가 통제 아래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2026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공식 부문을 통한 상품 공급과 서비스 제공은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시장과 개인 상점, 비공식 서비스업 등 시장 영역의 상대적 축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국영상점 확대를 통해 이익을 보는 계층과, 여전히 시장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계층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최근 시장 환율과 쌀값의 급등 현상이 단순한 수급 요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적 개입에 영향을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시장 참여자의 비중이 다소 줄어든다 해도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조정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경제정책의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다양한 갈등과 마찰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 또한 2026년 경제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2026년 북한 경제의 핵심 질문은 다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한정된 재원으로 지방발전 20×10, 백두산·관광지구 개발, 강동군 재개발 같은 대규모 장기 건설 사업과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될 산업 정책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가. 둘째,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과 단기적인 성과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현실화될 경우, 이 딜레마는 일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제재 구조와 국제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외부 재원의 유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으며, 결국 9차 당대회에서 제시될 재정·통화·투자 배분 전략과 이를 실행할 내각·지방정부의 역량이 2026년 북한 경제를 규정하는 결정적 내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종합하면, 2026년 북한 경제는 이미 예정된 9차 당대회와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그리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강화되는 양상이 겹치는 상황에서 제한적 성장과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며, 북한의 정책 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이후 이어져 온 회복세가 완전히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제재·재원 제약·가격 불안·시장과 국영상업망 간의 긴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성장과 안정, 통제와 유연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선택하느냐가 2026년의 경제 성적표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의 정책적 시사점
       첫째, 현재 북한이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 본격적인 남북 경제·교류 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정책 구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평화경제와 공동번영 기조는, 평화공존과 위험관리, 상호이익에 기반한 협력을 중장기적으로 준비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의 정책 설계는 곧바로 실행할 사업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건이 조성되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협력 사업들을 축적, 보완해 나갈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둘째, 2026년 제9차 당대회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출범은 한국의 대북 정책에도 중요한 시기이다. 북한은 제재 지속과 국경 재개방이라는 조건 속에서 자력갱생과 선택적 대외개방을 결합하는 새로운 발전 전략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며, 기존에 추진해 오던 중장기 구상들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건·식량·지방인프라·환경·관광 등 비군사 분야에서 제한적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 요인도 함께 내포한다. 한국은 9차 당대회 전후 북한의 경제·사회 정책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지점과 변하지 않을 구조적 제약을 구분해 중장기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중 및 북러 경제관계의 재편과 북한의 대외경제관계 확대는 한국에 불리한 변수만은 아니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심화시키는 상황에서 일정 시점 이후에는 협력 대상의 다변화와 조건 개선을 모색할 유인이 커질 수 있으며, 이때 한국은 제재 틀과 주변국들과의 공조 속에서 보건·식량·기후·지방 인프라·관광 등 비군사 분야에서 협력 추진을 모색할 수 있는 사업들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북 정책은 북중 및 북러 경제관계를 위협 요인으로만 인식하기보다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협력 분야를 모색하고 관련 계획들을 구상해 가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넷째, 평화경제와 공동번영 기조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여건이 조성될 경우 실제로 추진 가능한 경제·민생 협력 메뉴를 사전에 설계하고 변화되는 현실을 반영해 나가는 작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철도·도로·에너지·보건의료·농업·기후·재난 대응·지방발전·관광 등 분야에서 제재 틀 안에서 가능한 개발 협력 모델과, 제재 예외 및 완화 국면에서 확장 가능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구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북한과의 직접 협력이 당장 열릴 것이라는 낙관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공백을 피하기 위한 중장기 준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지방발전 20×10, 시·군 병원·온실농장·관광지구 개발 등 북한이 이미 제시한 경제·사회 어젠다와 연계 가능한 협력 아이템을 미리 검토해 두는 것은, 향후 국면 변화 시 한국이 의제를 제시하고 조율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경제·민생 협력이 남북관계 개선의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하기는 어렵더라도, 한 번 형성된 관계 개선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북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군사·안보 의제에서 돌파구가 열리더라도, 경제·사회 협력의 실질적 기반이 빈약하면 작은 충돌에도 관계가 쉽게 후퇴·파기되는 경험을 이미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민생 협력 구상을 사전에 축적해 두는 작업은 관계 개선을 당장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향후 관계 개선이 이루어졌을 때 그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안전장치로서 의미를 갖는다.

    1) 한국은행, https://ecos.bok.or.kr.(검색일: 2025.11.28.)
    2) 한국무역협회, www.kita.net.(검색일: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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