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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전망 2026-특집호-제1호] 서론: 2026년 국제질서 전망

등록일 2025-12-11 조회수 394 저자 이상현

파일명 서론: 2026년 국제질서 전망 저자명 이상현 수석연구위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국제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키면서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의 국제질서는 대전환의 시기, 혹은 유례없는 변화의 시초로 간주 될 수 있는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세전망 2026-특집호-제1호]
서론: 2026년 국제질서 전망
2025년 12월 11일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shlee@sejong.org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국제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키면서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의 국제질서는 대전환의 시기, 혹은 유례없는 변화의 시초로 간주 될 수 있는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5년 현재 국제정세의 핵심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의 장기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 외교노선 변화, 그리고 다극화·블록화 속 경제·안보 불확실성 확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중국·러시아·EU·인도 등 여러 축이 동시에 부상하는 다극 체제가 진전되며, 글로벌 사우스(신흥·개도국)의 발언권도 BRICS 확대 등으로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에너지·안보·공급망 이슈가 서로 얽히며 국가 간 협력과 경쟁의 경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26년에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세계 모든 국가들이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 달라진 미국, 변화하는 국제질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20세기 냉전 당시 글로벌 리더십 국가로서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현상으로부터 현재 21세기 미중 경쟁 시대를 맞아 미국 우선주의(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로 변질되고 있다. 2차 대전 종결 이후 국제적 차원에서 소련의 등장과 국내적 수준에서 반공주의 등장은 1789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떠안게 된 미국의 외교 정책 방향을 정하는데 결정적 변수로 작동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1차 대전 이후 윌슨 대통령의 국제주의 시도에 대한 반발로 인해 1920년대에 다시 고립주의로 회귀할 만큼 미국 내 일방주의 정서 혹은 자국 우선주의 흐름은 그 역사가 매우 깊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서와 선호에 관한 예외적 사항으로 등장한 것이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시작과 초당파적 대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필수적이었던 것은 반공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이념적 지향과 미국의 경제적 번영이었다.

      베트남 전쟁 실패 이후 미국의 경제가 쇠퇴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기 시작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는 닉슨(Nixon) 대통령 시기에 그 징후가 재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는 상황에 대응하여 대체적인 동맹 및 국제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감소하는 미국의 힘의 자원을 여전히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마가(MAGA)는 바로 그러한 미국 우선주의의 가장 최신 버전으로서 트럼프판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현 국제사회는 미중 전략경쟁 및 디커플링, 러우전쟁, 미국발 관세전쟁, 기술패권 경쟁 등 복합적 요인들이 얽힌 가운데 기존 질서의 대전환 과정에 직면해 있다. 대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건설된 현 국제질서는 흔히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 혹은 규칙기반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라고 지칭된다. 이는 개방된 시장과 통상, 민주주의, 법치주의와 같은 자유주의적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한편, 유엔과 같은 국제제도를 통해 집단 안보를 추구하고, 전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다. 규칙기반의 국제질서는 한마디로 말해 미국이라는 패권국이 있었기에 가능한 질서였다. 미국은 소위 ‘자비로운 패권국(benign hegemon)’으로서 전후 국제체제 질서의 설계자이자, 동시에 그 체제 속에서 가장 큰 특권을 향유해 온 국가였다. 사실상 2차대전 이후 국제질서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질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국이 주도해온 질서였다. 미국은 세계 수많은 나라들과 동맹조약 혹은 방위공약을 제공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 공급, 대부분의 국제기구 및 제도에 가장 많은 분담금을 제공하는 등 국제질서 유지에 필수적인 공공재를 제공해왔다.

      이처럼 2차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근간이었던 규칙기반 국제질서는 현재 심대한 변화와 압박에 직면해 있다. 국제질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동안 이 질서를 만들고 이끌어 온 미국의 역할 정체성 변화다. 미국은 건국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외교의 담론에 있어서 미국은 예외적인 국가라는 ‘예외주의(exceptionalism)’ 사조가 지배해왔다. 예외주의란 미국이 인류사에서 특별한 역할을 가진 비범한 국가로서 단순히 타국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더 우월하다는 신념을 지칭한다. 이러한 예외주의는 미국의 국가 정체성과 국가주의의 핵심 요소로서 역사적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구성하고 조형하는 지배적인 문화적-지적 프레임을 제공해왔다. 미국 예외주의에 내재된 강력한 보편주의적 혁명국가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을 표준으로 보면 미국의 국내 체제 전반을 인류 전체가 따라야 할 범세계적 표준으로 인식하고 이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예외주의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우선 외부 타자(Other)와의 차이를 강조하며 그와 대조적인 자아(Self)를 구성하는 인식의 틀이다. 즉, 미국은 구세계(유럽)와 대비되는 신세계(아메리카)로서의 자아 정체성이 미국 예외주의의 역사적 기초를 구성한다. 이러한 국가 정체성은 미국이 외부 세계와 비교해 강력한 우월의식과 선민의식, 나아가 일종의 구원자 국가로서 보편주의적 열망을 갖게 된 원인이다. 그러한 정체성은 미국의 세계사적 역할을 묘사하는 ‘언덕 위의 도시(city upon a hill)’, 19세기 먼로 독트린 및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20세기 윌슨의 ‘민주주의에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1차대전 참전론, 탈냉전기 ‘필수불가결한 국가(indispensable nation)’ 등 미국 외교의 대담론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미국의 국가 정체성은 대전략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의 역사를 통해 예외주의적 정체성은 항상 미국의 국제적 역할 인식에 반영돼 왔으나, 다만 국제체제적 상황에 따라 동일한 예외주의가 수세적 형태—고립주의—로 발현될지, 혹은 공세적 형태—개입주의—의 외교전략으로 발현될지를 결정했을 뿐이다.

      2차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우드로 윌슨 행정부를 기점으로 대체로는 국제주의적 노선을 채택해왔다. 미국은 선교사적 열정을 가지고 세계질서를 자신의 이미지에 기초해 변환시키려는 전략을 추구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성전(聖戰)이 세계에 영구적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념도 강조되었다. 2차대전 이후 더 이상 지리적 고립이 불가능해진 전 지구적 상호의존의 증대라는 환경 하에서 미국은 부패한 외부 세계의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할 수 없게 되자 이제 세계 자체를 미국의 이미지에 맞게 변환한다는 목표로 방향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른 바 ‘자유주의적 리바이어던’으로서 미국적 신조에 따라 전후 자유세계질서를 구성하겠다는 야심찬 장정의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예외주의가 갖는 일종의 병리적 현상—독단성과 제국주의적 행태—도 함께 부상했다.

      미국의 역할 정체성 변화는 대테러 전쟁 실패 이후 단극체제 해체와 함께 예외주의 신념을 둘러싼 정파적 논쟁이 가열되기 시작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 대외정책에서 진보적 보편성의 포기와 더불어 퇴행적/특수주의적 정체성으로의 전환을 노정했다. 트럼프 시대 MAGA 구호는 예외성에 입각한 자유주의 미국, 세계에 귀감이 되는 보편적 가치의 담지자로서의 미국이 아니라, 현실주의적 강대국으로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한편, 19세기 유럽적인 부국강병책을 통해 ‘강성대국’ 미국을 건설하려는 비전을 집약한 개념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미국 내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미국이 그동안 이끌어온 국제질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 국제정세 변화의 분야별 징후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질서의 변화는 징후가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이 영향을 미칠 국제적 이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우선 외교·안보 분야의 질서의 변화로서, 주요 특징은 ‘규칙기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에 대한 광범위한 회의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이 뚜렷하다. 예컨대 NATO나 유엔 안보리,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무역기구(WTO) 등 그동안 국제질서의 근간을 차지해온 전통적 기구들의 위상이 크게 약화되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유엔 안보리의 경우 미·중·러 강대국 경쟁이 심화된 이후 평화나 국제안보와 관련된 주요 결의안이나 해법에 합의한 예가 드물다. 강대국간 이견과 이익의 충돌로 잦은 거부권 행사는 안보리의 평화조성 및 유지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가 강조되면서 강대국 간 이견은 더욱 깊어졌다. 다만 향후의 국제안보질서는 미국이 고립주의(isolationism)로 후퇴하기보다는 미국 이익 중심의 현실주의적 거래주의(transactionalism) 외교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타 강대국들의 대응은 비슷하다. 이제 우리는 미국 우선주의뿐 아니라 중국 우선주의, 러시아 우선주의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거래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스탠스로 인해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온 광범위한 동맹 네트워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흔들릴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동맹국들의 대응 전략에서도 재검토 움직임이 나타난다.

      한국·일본·호주 등 아태지역 동맹 및 전략적 협력 국가들은 미국 외교의 새로운 흐름을 보면서 “미국이 과연 전통적 안보책임을 지속할 것인가?”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한국 내에서는 미중 전략경쟁과 갈등, 한·미·일 협력, 핵·미사일 대응 등에서 보다 리스크 분산을 위한 헤징(hedging) 전략 또는 다변화된 연대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보다는 서반구·미주 중심 전략으로 대외전략의 축을 조정할 경우, 한국은 중국·일본·호주 등과의 역내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경제·무역 질서의 변화로 예상되는 가장 뚜렷한 차이는 그동안 세계 경제의 성장과 세계화에 기여한 자유무역체제가 심각한 도전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전세계적 관세전쟁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다양한 형태의 관세·비관세 장벽의 강화를 초래할 조짐이 뚜렷하다.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이 도전받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질서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기존의 다자무역 레짐—예를 들면 WTO—보다 양자·지역적 차원의 기구나 상품분야별 거래조건 중심의 전략이 부각될 수 있다. 관세·무역장벽 증가 가능성이 커지면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크고 수출기반 경제를 가진 나라는 관세 리스크 분석과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또한 기축통화인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융질서가 교란되면서 한국은 원화·달러 리스크 관리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반면, 미국 주도의 글로벌 규범이 약해지면 한국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질 수 있다.

      다자주의 및 규칙기반 질서의 약화는 지금까지 작동해온 다양한 다자협력 체제의 위상과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킬 전망이다. 트럼프 2기에는 기후변화협약, 인권협약, 개발원조체계와 같은 규범-다자체제 기반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규칙기반 질서 유지를 위한 리더십 행사를 줄이면, 그 공백을 틈타 중국·러시아 등 비서구 국가들이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며 다극질서(multipolarity)가 전개될 여지가 크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기후동맹, 개발협력 네트워크 등에서 미국 중심 네트워크에만 기대하기보다 다변화 전략을 갖춰야 한다. 규칙기반 질서의 약화는 국제법·국제기구의 위상을 낮출 수 있어, 법·제도 기반의 외교·기업 전략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간 전략경쟁 구조의 심화 및 분절화는 최근 들어 미중 전략경쟁, 미러 관계 등으로 인해 트럼프 2기에서 더욱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이 과거처럼 전 세계에 관여하기보다는 ‘핵심 이익 지역(core interest zone)’에 집중하고, 나머지 지역은 협상 또는 영향력 공유로 넘길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질서는 다극화 질서, 혹은 세력권 정치의 재등장을 시사한다. 트럼피안들이 생각하는 향후의 국제질서는 세계의 여러 지역에 다수의 강대국들이 군림했던 다극적 세계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대 강대국이 각자의 세력권을 구축하면서, 지정학적 거래와 조정을 통해 안정적인 19세기식 세력균형체제를 건설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미국·러시아·중국 등 열강들이 각자의 세력권을 구축한 뒤, 경쟁과 타협을 반복하는 전통적인 강대국 정치의 양태로, 나폴레옹 전쟁 뒤에 수립된 5대 강국 중심의 ‘유럽협조체제(Concert of Europe)’ 같은 세계질서와 유사하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감히 미국의 최강국 지위(primacy)는 넘보지 못하게 하면서도, 강대국 간의 일정한 상호 지위 인정 속에 협상과 거래를 병행하는 안정적 관계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고립주의자가 아니고, 미국의 후퇴(retrenchment)를 추구하지도 않는 반다자주의, 반글로벌주의 성향의 미국 우위론자(Primacist)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세력권 정치가 현실화되면 아태지역에 속한 미국의 동맹국들, 특히 한국·일본 등은 미중 틈새에서 더욱 정교한 전략을 요구받을 것이다. 반도체·배터리·에너지 공급망 등 산업 전략 측면에서 중국 리스크와 미국 제재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므로, ‘공급망 다변화’ 및 ‘전략적 자산 보호’가 중요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의 방위비 증대처럼, 아태지역에서도 방위비·안보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

      한편 국제개발·기후·에너지 정책의 변화 분야에 있어서 주요 특징은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등 글로벌 공공재(provision of global public goods) 제공에 대한 미국의 기여가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발원조(ODA) 및 국제개발 체계 또한 ‘미국 우선주의’ 논리에 따라 재편 또는 축소될 여지가 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기구에 대한 기여금을 상당 부분 축소했다. 한국은 탄소중립·에너지전환·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 중심 다자협력 체계 대신 유럽·아시아 중심의 협력체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외교·안보동맹을 대신할 대안적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 대전환의 변곡점에 도달한 국제질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국익에 직접 관계가 없는 국제적 개입은 가급적 줄이는 대신, 미국의 국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집중하면서 매사를 ‘거래적’ 잣대로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집중하는 사안은 중국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을 강하게 추진하는 방향은 당분간 큰 변화없이 지속될 것이다. 안보동맹은 유지하되 무역·동맹 비용 재조정 요구가 커지면서 동맹국들이 안보와 경제이익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기 종결 전망 없이 교착·장기전 국면이 이어지며, 유럽 안보 구조와 에너지 시장을 계속 흔들고 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 내에서는 방위비 증액, 러시아 억제 강화, 에너지 다변화와 동시에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불안으로 ‘전략적 자율성’ 논의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갈등을 포함한 중동 긴장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간헐적 충돌과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안은 산유국 정책과 맞물려 국제 유가와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높이고, 각국의 에너지 전환·안보 전략 재조정을 자극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기술 질서 변화도 뚜렷하다. 미·중 갈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급망 재편으로 세계 경제는 성장 둔화와 블록화(미국·유럽 축 vs 중국·러시아·글로벌 사우스 축) 경향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규제·수출통제·보조금 경쟁이 심화되며 기술이 곧 안보이자 패권 수단이 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수단·미얀마 등지의 내전, 난민·이주, 기후위기와 재난이 겹치면서 ‘안보=군사+경제+기후·인도주의’라는 확장된 안보 개념이 향후 국제 의제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도전에 대해 ‘실용외교’로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실용외교란 주어진 ‘구조적 제약’ 속에서 제한적이지만 최대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실용외교’의 핵심이다.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구조(structure)와 행위자(agency) 관계를 적용할 경우, 실용외교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적 제약은 우회하거나 극복하거나 순응하는 가운데 우리의 행위자 역할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실용외교의 개념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질서가 갈수록 세력권으로 쪼개지고 미국은 ‘안미경미(安美經美)’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데 한국이 세력권에 제약되지 않고 국익을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한 도전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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