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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New START 이후: 새로운 핵군비경쟁의 시대가 열리는가?

등록일 2026-02-10 조회수 315 저자 이상현

미·러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뉴스타트)’ 조약이 2026년 2월 5일로 종료되었다. 이로써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러시아와 미국이 핵탄두와 투발 수단 숫자를 제한하기로 한 New START 조약은 막을 내리게 됐다. 형 원자로 기술을 입수하였다.
New START 이후:
새로운 핵군비경쟁의 시대가 열리는가?
2026년 2월 10일
    이상현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 shlee@sejong.org
    | 무엇이 종료되는가?
       미·러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뉴스타트)’ 조약이 2026년 2월 5일로 종료되었다. 이로써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러시아와 미국이 핵탄두와 투발 수단 숫자를 제한하기로 한 New START 조약은 막을 내리게 됐다. 미러 간의 핵군비 경쟁과 전략적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New START 조약이 종료되면서 글로벌 핵통제 및 군축레짐은 앞날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되었다.

      미국에 이어 러시아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균형이 어느 정도 달성된 이후 양국은 핵군축과 군비통제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냉전 시절 쿠바 미사일 위기(1962)로 핵전쟁 문턱까지 갔던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는 1972년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I)을 체결한 이후 SALT II(1979),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1987), START I(1991), START II(1993),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2003) 같은 상호 핵 제한·감축 프로그램을 50여 년간 진행했다.

      New START는 2009년 12월 START I 조약이 만료되면서 전략적 균형에 대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상실된 상황을 임시로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비교적 촉박한 일정 속에서 협상되었다. 이 협상이 더 일찍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군비통제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며,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 함께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협상은 2009년 여름에 시작되어 기록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2010년 봄 조약이 서명되어 2011년 초 발효되었다.

      이러한 시간적 제약은 조약의 제한된 범위를 규정했다. New START는 검증, 데이터 교환, 신뢰구축 메커니즘의 복원을 핵심 목표로 삼았으며, 실질적 감축 수준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감축 자체도 상당 부분 상징적 성격에 머물렀다. 2002년 체결된 SORT 조약 하에서의 2,200기(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수준)의 ‘계상 탄두 수’가 1,550기로 줄어들었을 뿐이다. 보다 야심차고 논쟁적인 사안들은 협상 지연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향후 협상으로 미뤄졌다.

      본질적으로 New START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다 포괄적인 후속 군비통제 협정을 협상하는 동안 전략적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설계된 조약이었다. 그러나 이제 분명해진 것처럼, 그러한 협상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이른바 ‘전략적 안정성 대화’는 실질적인 협상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연 1~2회의 짧은 고위급 회담만으로는 성과를 도출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2020년과 2021년 말에 설치된 실무그룹들은 일정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충분한 기간 동안 운영되지 못했다. 그 결과, New START는 애초 의도되지 않았던 역할, 즉 군비통제 체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프라하에서 서명한 New START는 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같은 핵 투발 수단을 700기, 여기에 탑재하는 핵탄두를 1,550기로 제한하도록 했다. ▲양국 핵 시설 연 18회 현장 사찰 ▲연 2회 무기·시설 데이터 교환 ▲ICBM·SLBM 연 5회 정보 교환 등 내용도 포함됐다. 이로 인해 1980년대 한때 최대 7만개 수준까지 치솟았던 전 세계 핵탄두 숫자는 1만2000개까지 줄었다. 미·러가 상대를 ‘예측 가능 범주’ 안에 두면서 ‘전략적 안정’이라는 균형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New START는 단순히 ‘핵무기 숫자를 줄이는 조약’이 아니라, 사실상 핵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총체적 관리·검증·예측 시스템이었다. 조약 안에는 사찰과 정보 공유, 검증, 투명성 증진을 위한 신뢰구축 등 다양한 장치들이 포함되어 총체적인 의미에서 두 거대 핵강국 간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요긴한 제도적 장치였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관계가 악화되면서 New START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2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에 적대 행위를 한다”며 New START 중단을 선언하자 미국 역시 핵무기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핵 현장 사찰, 정보 공유 같은 New START의 주요 내용은 이때부터 사문화됐다.

      2025년 9월 푸틴은 “New START를 1년 연장할 의향이 있다”고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26년 1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If it expires, it expires)”이라고 했다. 여기엔 러·우 전쟁 이후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 미·러가 자국에 유리한 새로운 ‘핵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New START 뒤를 이을 후속 협정 합의는 진척이 없다.
    | New START 종료 이후는 어떻게 달라지나?
       New START 조약이 종료됐지만, 사실상 그 이전부터 글로벌 핵비확산 레짐은 서서히 약화돼 왔다. 핵무기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국제정치에서 결정적 역할은 하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냉전 이후 핵무기는 강대국 간 전쟁을 억제하고 지도자들에게 극도의 신중함을 강요하며 ‘전략적 안정성’을 떠받치는 최종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틀이 이미 현실에서 무너지고 핵억지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음에도 정책결정자와 전문가들이 이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1)

      현실에서 드러난 핵억지의 기능부전 증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핵보유국이지만 핵보유국들이 지원한 무기로 자국 영토·군사 인프라가 반복적으로 타격받고 있다. 그럼에도 핵억지는 상대의 군사 행동을 막지 못했다. 러시아와 서방 모두 핵무기를 더 이상 정치적·군사적 레드라인의 절대 기준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미·러는 마지막으로 남은 유의미한 핵군축조약인 New START의 만료를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핵무기의 존재만으로 상대를 억제한다”는 고전적 논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핵무기가 가진 ‘충격 기술(shock technology)’로서의 위상의 쇠퇴다. 핵무기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이후 등장한 공포와 충격의 최신 무기였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세계는 곧 이에 적응하고 금기는 약화되며 대체·보완 수단이 등장한다. 핵무기도 예외가 아니며, 새로운 무기 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 전략적 중심 지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AI와 비핵 전략 수단의 획기적 발전이다. AI는 의사결정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해주며, 사이버·정보전·정밀타격·무인체계 등 전쟁의 문턱 아래 수준에서 지속적 경쟁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수단들은 핵무기처럼 종말적 공포를 주지는 않지만 실제로 정치·군사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효과적 수단이다. 이처럼 핵무기를 대체하는 다양한 수단들이 등장하면서 핵무기는 너무 파괴적이어서 쓰기 어렵고, 너무 느려서 현실 경쟁에서 쓸모가 줄어든 무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핵무기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억지력은 약해지고 군축·통제 체제는 붕괴하는 어중간 상태가 되면서 ‘억제도, 군축도 아닌’ 더 위험한 미래가 온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핵무기는 상징으로 남지만 위기는 더 자주, 더 모호하게 발생하며, 여기에다 AI가 더해진 핵군비 경쟁은 통제·검증이 훨씬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처럼 핵억지는 비록 한순간에 붕괴하지는 않겠지만 조용히, 불균등하게,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채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직시하지 않으면 국제사회는 조만간 무분별한 핵확산과 경쟁의 통제 메커니즘이 사라진 기술적·지정학적 충격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New START 이후 세계는 다시 핵군비 경쟁과 핵확산의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 New START의 제한하에 있던 러시아와 미국의 핵무기 비축량만으로도 이미 인류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었지만, 이 조약이 종료되면 핵군비 경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으로 인해 핵무기 사용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글로벌 핵무기 비축량을 늘리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핵보유국은 기존의 국제 핵군축 협정을 준수하고 이행해야 한다.

      New START 종료의 즉각적 군사적 결과는 우선 핵무기 수량·운용의 ‘상한선 붕괴’가 초래할 핵군비경쟁의 재연이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비활성·비배치 탄두를 신속 재배치하는 데 제약이 없어지기 때문에 실제 운용 탄두 수가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특히 SLBM(잠수함 발사 핵미사일)에서 증폭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상대가 핵무기 배치를 얼마나 늘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수적 가정하에 더 많이 배치하려는 동력이 발생하고 이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략 안정성의 구조적 붕괴로 인한 ‘오판 리스크’도 급증할 것이다. 사찰·통보 메커니즘의 부재는 훈련, 이동, 기술 시험이 공격 준비로 오인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그렇게 되면 위기 시 선제공격 유혹이 커진다. 이러한 유혹은 핵 교리의 변화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저위력 핵무기·전술핵의 비중이 확대되고, 핵 사용 문턱이 정치·군사적으로 낮아질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상대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극초음속 활공체(HGV), 핵추진 어뢰(포세이돈), 핵탑재 순항미사일, 우주·AI 결합 C2 체계 등 첨단 신무기 개발, 곧 질적 경쟁과 양적 경쟁이 동시 폭주하는 사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핵질서의 연쇄 붕괴도 우려할 문제이다. 세계 최고의 핵강국인 미·러가 군축협상을 파기하는 것은 “핵보유국은 감축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고, 비핵국가들의 잠재적 핵무장 유인을 증가시켜 핵비확산체제(NPT)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미러의 행태를 주시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미·러가 제한 없이 핵경쟁을 하는데 왜 우리는 자제해야 하는 논리 강화의 빌미를 주게될 것이다. 이는 당연히 인도·파키스탄·북한에도 연쇄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비록 New START는 종료되었을지라도, 러시아·미국을 비롯한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군축과 군비경쟁 종식을 위해 협상해야 할 법적 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의무는 1968년에 채택되어 1995년에 무기한 연장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비롯된다. 이 조약의 차기 검토회의는 올해 4~5월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핵무기 보유국들은 지난 5년간 조약 이행을 위해 어떤 진전을 이루었는지, 그리고 향후 5년간 이 약속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국가 간 긴장이 고조된 시기일수록 군축 조치는 더욱 중요하다. 현재의 심각한 국제안보 환경은 무위(無爲)의 변명이 아니라, 긴급한 군축 행동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핵무기금지조약(TPNW)은 이러한 불확실한 시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조약은 핵무기 사용, 핵실험,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 활동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현재 발효 중인 유일한 전 세계적 적용 조약이다. 이는 새로운 군비 경쟁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다수의 국가들이 이미 TPNW의 당사국이거나 서명국이다. 이 조약에 가입하는 모든 국가는 핵무기 보유국들에게 그들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음을 분명히 알리는 메시지를 보낸다. TPNW 가입은 이처럼 위험한 시대에 군축을 압박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다.

      2023년 봄, 러시아는 New START에 대한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조약 본문에 참여 중단(suspension)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조치의 합법성을 부인했다. 반면 러시아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72조를 근거로 이를 정당화했는데, 이 조항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조약의 이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비엔나협약에 따르면, 이행 중단은 언제든 가능하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당화도 요구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볼 때, 이행 중단은 러시아가 New START의 양적·질적 제한에는 계속 구속되지만, 사찰과 데이터 교환을 포함한 조약의 운영적 조치들은 더 이상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비엔나협약에 따르면, 조약 이행을 중단한 국가는 언제든 완전한 이행 상태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결과, 이 조약은 본래의 목적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수적 제한은 여전히 일정 수준의 투명성을 제공하지만, 보다 핵심적인 요소인 검증 체제는 사실상 동결된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5년 가을 제안한, New START의 양적·질적 제한을 비공식적으로 준수하겠다는 구상은 사실상 조약의 ‘중단된 상태’를 그대로 연장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비록 비공식적으로라도, 검증 체제를 복원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그와 같은 방향의 역제안은 거의 확실히 거부될 것이다. 더구나 검증 체제는 미국 행정부의 단독 결정으로 복원될 수 없고, 연방 예산을 통해 재원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미 의회의 승인도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푸틴의 제안은 대부분 상징적 성격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양측 모두 장기적으로 전략적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이미 계획 중이거나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응해 전략 전력을 확대할 수 있으며, 러시아는 New START의 적용 대상이 아닌 부레베스트니크(Burevestnik) 핵추진 순항미사일이나 포세이돈(Poseidon) 핵추진 수중 어뢰와 같은 체계를 계속 시험하고 있다. 동시에 전략적 균형은 매우 강인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러한 프로그램들과 기타 유사한 사업들이 실제로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푸틴의 제안은 향후 2~5년 동안 제한적이지만—아주 미미한 수준의—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수는 있다.2)

      New START의 제한을 준수하는 것은 핵 비확산 체제의 맥락에서는 보다 의미있는 정치적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수년간 비핵무기국들은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군축을 추구하도록 규정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제6조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점점 더 강하게 비판해 왔다. 뉴욕에서 4월 27일 시작되는 NPT 검토회의를 불과 몇 달 앞두고 New START가 종료된 것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러시아가 만료된 조약의 최소한 일부 요소라도 준수하겠다는 공동 발표를 하고, 여기에 협상 재개 약속까지 결합된다면, 다가오는 위기를 어느 정도—비록 제한적이지만—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 New START 이후 과제는 무엇인가?
       New START 종료 이후 최대의 과제는 국제사회가 새로운 핵군축협상을 마련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 New START는 50년 이상에 걸쳐 협상된 일련의 조약들을 마무리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처음부터 이 조약은 차세대 조약의 길을 열어야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조약은 전통적인 군비통제 의제를 반영했는데, 이는 운반 수단과 선제공격 시 투하 가능한 총 탄두수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핵무기를 재래식 군사 능력과 별개로 다루었다. 이러한 원칙들은 ‘임시 조약’으로는 수용 가능했으나, 새로운 국제 안보 환경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향후 군비통제 노력은 훨씬 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우선,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핵무기 보유국들, 특히 중국과, 나아가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에 있는 핵무기 보유국들인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은 차기 군비통제 단계에도 여전히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핵전력 증강을 자제하겠다는 일정 수준의 약속은 여전히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배치·비배치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운반수단과 배치 방식에 걸친 전체 핵무기 비축량에 대한 제한과 감축이 필요하다. 이는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했던 구상과 유사한 접근으로, 그동안 군비통제 논의에서 장기간 제외되어 왔던 중거리 및 전술핵무기까지 간접적으로 포괄하게 된다. 적어도 전략적 운반수단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전략적 균형을 교란할 잠재력을 지닌 요소를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핵 사용 문턱을 넘지 않고도 대규모 전쟁을 수행하고 승리할 수 있게 만드는 장거리 재래식 타격 무기에 대한 규제도 요구된다. 모든 미사일은 이미 혹은 잠재적으로 이중용도(재래식·핵)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재래식 능력 문제는 기존 군비통제 조약들처럼 운반수단에 초점을 맞춘 접근만으로는 다룰 수 없다. 이제는 모든 미사일을 핵탄두 탑재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으며, 규제의 초점을 핵탄두 비축량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사일 방어 구성 요소와 대위성 무기를 포함한 우주 기반 체계에 대한 제한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도전 과제는 막대하다. 다자 군비통제는 1922년 워싱턴 해군군축조약 이후 사실상 시행된 적이 없으며, 핵무기 비축량, 장거리 재래식 무기, 우주 무기는 한 번도 규제되거나 검증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따라서 단일한 포괄적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보다 가능성 있는 경로는 서로 연계되되 법적 지위가 상이한 여러 개의 합의들로 진전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의제를 협상하는 데에는, 설령 여건이 우호적일지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의 불안정한 국제 환경과 고조된 확전 위험을 감안하면—그 수준이 냉전 최악의 시기와 맞먹을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보다 즉각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는 새로운 위험 저감 및 신뢰구축 조치(CBM)를 협상하는 것일 수 있다. 냉전 시기에 협상되어 구축된 기존의 위험 저감 및 CBM 체제는 여전히 기능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도전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미 조야(朝野)에선 이번 New START 만료를 기회로 골든 돔(우주요격미사일방어체계) 등 압도적 핵 우위를 아예 확보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아냐 핑크 미 국방 분석가는 최근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 “미국 내에서는 협정 연장이 미국에 전략적 도움이 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50여 년의 핵군축 협정이 미국 전력 증강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3)

      러시아도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사탄-2’로 불리는 차세대 ICBM, 전략폭격기 탑재 장거리 순항미사일 킨잘, 중거리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 등 새로운 자산을 개발 중이다. 양국 모두 “상대를 믿지 못하겠다”며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악순환이다. 옛 소련 출신 핵 협상가 니콜라이 소코프는 “새로운 협정이 없을 경우 양측이 최악의 가정을 토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향후 뉴스타트를 대체할 새로운 핵 통제 체제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은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려면 중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뉴스타트에 묶여있는 동안 중국은 자유롭게 핵전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 국방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두는 2030년에 1000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은 또 몽골 국경 인근 사일로 지대에 고체연료 둥펑-31 ICBM 100기 이상을 배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했다. 트럼프도 NYT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나은 협정을 만들 것이다. 중국, 러시아, 미국이 가능한 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중국 참여’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자국 핵전력이 미·러에 비해 한참 열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동일한 감축 의무를 거부해 왔기 때문에, 이런 미국의 구상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도 중국의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러시아도 오히려 새 군축 협상에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한반도에 대한 함의는 무엇인가?
       미·러 간 핵 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한다면 양대 핵 강대국뿐만 아니라 중국·영국·프랑스 등 공식 핵보유국 및 북한 등 비공식 핵보유국도 핵 군비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에드 마키 미 상원의원(민주당)은 “미국이 뉴스타트 제한을 넘겨 핵 개발을 하면 러시아도, 중국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로 하지도 않았고, 이길 수도 없는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뉴스타트가 종료되면 핵보유국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핵무기 보유가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글로벌 핵 경쟁’이 본격화하면 한반도 안보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에 기반한 기존 확장억제뿐 아니라 핵 개발을 포함한 ‘플랜 B’ 등 전략적 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4)

      트럼프는 그린란드에 골든 돔 배치권 확보에 집중하고, 푸틴은 검증없는 연장으로 미국을 일방적으로 묶으려 하는 사이, 양측 간에 정작 필요한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50년간 인류를 지탱해 온 핵 통제의 마지막 보루가 완전히 사라지는데, 양측 정상은 각자의 전술적 이익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측 모두 뉴스타트 종료를 “감내 가능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포함한 더 나은 협정”이라는 뜬구름 같은 목표를 내세우며, 기존 협정의 가치를 평가절하한다. 푸틴은 검증 복원 없는 연장을 제안하며, 실질적 군축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2월 5일 이후 세계는 규범, 상한선 및 투명성이 모두 사라진 무정부상태의 핵 경쟁에 진입하게 된다. 세계는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러 전략 핵전력에 대한 어떠한 법적 제약도 없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미국은 골든 돔을 추진하고,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핵추진 무인기로 이를 무력화하려 하며, 중국은 침묵 속에서 핵전력을 늘린다.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오판과 확전 위험은 냉전기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5)

      규범이 사라진 자리는 불확실성으로 채워진다. 세계는 이제까지보다 더 큰 불확실성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미국과 러시아 간 핵 규범의 붕괴는 다른 핵 보유국과 핵 야망국들에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하나의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그 파장은 미·러 관계를 넘어 세계 및 지역안보 질서 전반을 흔들 것이다.

      한반도도 그 파장을 피해갈 수 없다. 안 그래도 북핵은 고도화되고 한국 내에서는 핵자강의 목소리가 커지는 현실 앞에서 무엇이 최선의 방안인지를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할 때가 됐다. 미·러 핵질서 붕괴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수많은 동맹과 우방들이 가진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다. 미·중·북 핵 삼각구도 불안정으로 인해 한국 내 핵잠재력·전술핵 재배치·자체 핵무장 논의도 구조적으로 증폭될 것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이 여러 전구(유럽·중동·인도태평양)에서 핵·재래식 부담이 동시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확장억제 신뢰(특히 위기 시 신속성·결심)가 정치적으로 흔들릴 여지가 커진다.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도보다 정치적 의지·전력 전개에 더 의존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실제 작동하는 억제(절차·연습·전개)를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1) Alex Kolbin, “Nuclear deterrence is dying. And hardly anyone notices,”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January 30, 2026 (https://thebulletin.org/2026/01/nuclear-deterrence-is-dying-and-hardly-anyone-notices/).
    2) 비엔나군축비확산센터(VCDNP, Vienna Center for Disarmament and Non-proliferation) 평가, https://vcdnp.org/end-of-new-start/
    3) Anya L. Fink, “Extension of New START Central Limits: Overview of the Expert Debate,”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Updated January 30, 2026.
    4) 『연합뉴스』, 2026-02-03, https://www.yna.co.kr/view/AKR20260203001900071?section=search.
    5) 하태역 전 주스웨덴 대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미·러, 마지막 핵 통제 장치를 방치하다,” 『외교광장』, February 3, 2026 | ⅩⅩⅥ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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