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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트럼프의 미국과 국제사회 대응의 진화

등록일 2026-05-18 조회수 1,529

2024년 11월 재선과 함께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국의 동맹과 적대국 모두에게 도전을 안겨주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바탕을 둔 미국 정부의 정책은 기존 자유주의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거부함은 물론,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과 기존 틀을 벗어난 파격의 접근으로 인해 과거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움이 드러났다.
트럼프의 미국과 국제사회 대응의 진화
2026년 5월 18일
    윤여철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yoon.yeocheol@gmail.com
    | 들어가는 글
       2024년 11월 재선과 함께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국의 동맹과 적대국 모두에게 도전을 안겨주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바탕을 둔 미국 정부의 정책은 기존 자유주의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거부함은 물론,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과 기존 틀을 벗어난 파격의 접근으로 인해 과거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움이 드러났다. 특히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거래적인’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력하면서 트럼프 개인에 대한 아첨으로 압력을 완화해 보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푸틴이나 시진핑 같은 미국과 지정학적 경쟁 관계인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기질을 파악하고 약점을 파고들어 자국에 유리하게 상황을 이끌어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도력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세계 각국에 대한 관세 부과(Liberation Day), 6월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이란 핵시설 폭격(Operation Midnight Hammer) 및 10월 가자 전쟁 휴전을 성사하고 12월 국가안보전략서(NSS) 발표를 통하여 자국의 우선순위를 천명한 후 금년 1월 전격적인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의 미국 압송으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트럼프식 국제질서 재정립을 위한 수순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2월 28일 이스라엘과의 공동 공습으로 개시한 대이란 군사작전도 초기에는 첨단 인공지능과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손쉽게 제압하는 듯 보였으나, 저가 무기로 미국의 고가 장비를 소진시키는 이란의 비대칭 전략과 통항 선박 일부에 대한 위협으로 전체 마비 효과를 내는 호르무즈 봉쇄를 통한 국제경제 위기가 초래되면서 이에 트럼프 정부는 4월 7일 이란과의 2주간 휴전을 일단 선포한 후 애매한 휴전 기간 연장을 계속하면서 민간 시설 파괴 협박과 호르무즈 역봉쇄 등을 통한 압박을 펼치고 있으나 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의 기세는 베네수엘라 작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고 그들의 아첨이 효과를 보지 못함을 깨달은 동맹들은 트럼프 군사작전의 법적 정당성 문제, 미국 국내 여론 분열, 트럼프의 불안정한 변덕을 관찰하면서 그의 압박에 대한 일종의 내성(resistance)을 보이면서 트럼프 집권 초기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영국 찰스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 중 각종 연설은 트럼프의 미국이 도외시하고 있는 가치와 원칙을 상기시킴으로써 미국과 자유세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여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트럼프 잔여 임기의 정책 방향 전환과 트럼프 이후 미국의 국제질서 수호자로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희망을 대변하고 있다.

      한편, 한국 국내적으로는 미국 이란 작전에 대한 보도 및 평론에 있어 군사작전의 정당성 문제와 트럼프의 일관성 부족에 기인한 대미 비난 및 한국의 전통적인 약자 동정 정서에서 비롯된 이란 옹호 시각이 종종 돌출하고 있다. 한국은 이란 정권이 그간 국내 인권 유린과 중동 지역 내 불안정 초래 사실도 잊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라는 개인의 기행(奇行)과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이자 가치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분리하여 보는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실용주의’ 기치 아래 동맹의 효용을 경시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강화할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 트럼프 대외정책의 추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에는 ‘끝없는 전쟁(forever wars)’ 에 빠진 민주당 정권을 비난하고 자신은 이러한 악순환에서 탈피하겠다고 다짐하고 아울러 대외관계에 있어 관세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선에서 대외정책의 윤곽을 드러낸 바 있다. 2025년 1월 20일 취임 이후 주요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조치 이외에는 명확한 틀을 제시하지 않았다가 4월 2일에 Liberation Day를 선포하고 교역 상대국별로 자의적인 관세율을 부과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든다든지 그린란드를 합병한다든지 파나마 운하를 점유하겠다는 발언은 해프닝으로 지나갔고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폭격하는 조치도 일회성으로 지나갔다.

      다만, 중동 지역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는데, 먼저 이스라엘의 설득에 6월 22일 Operation Midnight Hammer를 통한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미국의 합동 폭격에 참여했다가, 10월에는 미국 동맹 카타르를 공격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통해 가자 평화 협정 체결을 성사하고, 아사드 정권을 타도한 시리아 신정부에 제재를 해제하는 조치도 취했으나 이들은 대부분 새로운 상황 전개에 대한 미국의 대응 조치 성격으로 간주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2월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를 발표하고 2026년 초 국무부는 외교전략서(Agency Strategic Plan, ASP), 전쟁부는 국방전략서(National Defense Strategy, NDS)를 발표하면서 미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우선순위와 지향점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였다. 특히 NDS에서 주창한 “Donroe Corollary”는 1월 3일에 전격적으로 실시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Operation Absolute Resolve”을 통하여 실현되고 그야말로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각종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유감없이 과시하였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전략서에서 소개한 비전을 실현할 강력한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확인하고 전략서의 다른 부분이 언제 어떤 형태로 추진될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성공적인 베네수엘라 작전으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목표로 국가안보전략서에 나온 중동의 평화와 에너지 분야 우위(dominance) 확보를 위해 이란을 선택하고 군사력을 집결하여 압박하면서 핵 문제 협상을 진행한다. 협상이 진행되던 도중 이스라엘과 미국은 2월 28일 이란을 폭격하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살해한다. 미국은 최첨단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술로 표적 식별에서 타격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다시 한번 압도적인 군사적 우의를 시현하지만, 이란 특유의 모자이크 시스템으로 다수의 수뇌부가 살상되었음에도 사전에 지정된 후임이 즉각 이어받아 항전을 계속하고 특히 미사일과 드론 정도의 비대칭적인 능력으로도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는 선박들을 위협하며 국제 유가를 흔들면서 미국의 침공은 예상 밖으로 장기화하고 미국은 전쟁목표가 상당 부분 달성되었다는 자평과 함께 4월 9일부터 이란과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에 돌입한다. 5월 중순 현재, 국지적인 충돌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도 휴전 상태임을 주장하면서 협상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는 미국, 이란은 상대의 제안을 계속 거부하고 아직 뚜렷한 합의의 기초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 최근 미국 동맹의 반응과 트럼프의 반발
       트럼프는 3월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호위를 위해 한국, 일본, 영국 등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으나 대다수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나토(NATO) 동맹국들이 지원을 거부한 것을 두고 불만을 표시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여기에는 1) 동맹과 사전 협의 없이 지원만 요구하는 미국의 일방적 태도에 대한 각국 정부와 국민의 불만, 2) 대이란 전쟁의 불확실한 목표, 정당성과 절차 문제에 대한 국제 및 국내 여론, 3) 자국 병력 및 선박에 대한 안전 문제와 대이란 양자관계 고려 4) 미국 사법부의 트럼프 제약, 미국 내 트럼프 지지도 하락과 미국 MAGA 세력 자체 분열, 5) 그간 트럼프 대응 과정에서 터득한 학습효과 및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트럼프 자신의 불안정한 성격 등이 고려된 반응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사회당 소속 산체스 총리는 전쟁 초기 스페인 소재 나토 기지 사용 요청을 불허1)하고 트럼프의 공격을 받지만, 최근까지도 이스라엘 비판 성명을 내고 EU에 대이스라엘 협력 중단을 촉구하면서 반트럼프 기조를 지속2)하고 오히려 국내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의 핵심 우방인 영국이 기지 사용3)과 대이란 참전을 거부4)하면서 전통적으로 가장 긴밀한 ‘특수관계’로 불리는 영미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의 국익과 국제법을 이유로 전쟁 참여를 명확히 거부하나 방어적 목적의 영국 기지 사용은 허용5)하기로 입장을 선회하고 영미 특수관계는 이러한 개별 사안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관계가 아니라고 표현으로 양국 간 협력을 유지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6)하면서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

      심지어 극우파 정당 출신으로 트럼프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마저 트럼프와 레오 14세 교황 간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설전을 둘러싼 국민 여론을 의식하고 트럼프와 거리7)를 둔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에는 미국 군용기가 시칠리아의 시고넬라 공군 기지(Sigonella Air Base)를 전투 작전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았고8) 의회 연설에서 이번 전쟁을 “국제법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방적 개입”이라고 비판하였는데 이는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전쟁에 반대하는 2/3 이상의 이탈리아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원래부터 미국의 주도권 영향력에서 탈피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 온 프랑스가 이란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마크롱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국제법의 틀 밖에서 이루어졌다고 비판하고,9) 이번 전쟁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결정한 “그들만의 작전”임을 강조하며 프랑스는 이에 협력할 의무가 없다10)고 밝혔다.

      작년 독일 총리로 선출된 후 트럼프와 협력적 관계 설정을 자신한 독일의 메르츠 총리는 첫 방미 회담에서는 나름 원만한 성과11)를 거두었고, 멜로니나 마크롱과 달리 미국 측의 독일 내 미군 기지 사용 및 영공 통과는 허용12)하며 동맹으로서 최소한의 협력은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 메르츠는 국내 행사에서 미국이 출구 전략(exit strategy) 없이 전쟁에 뛰어들었다며 미국이 이란의 노련한 협상 전술에 휘말려 국가적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발언13)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철수 발표로 이어졌다. 최근 독자적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던 독일은 이를 예정된 일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은 아니지만 경제 대국이자 잠재적 군사 대국이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일본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 요구를 미국의 반발을 초래하지 않고 슬기롭게 피해 나간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6년 3월 워싱턴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평화 헌법과 자위대법의 한계를 들어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 함정을 파견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며 특히 전투가 진행 중인 지역으로의 파견은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약속한 2차 투자금으로 약 730억 달러, 한화로 약 108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제시14)했다. 군사적 기여 대신 경제적·에너지적 차원에서의 동맹 강화안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 일본은 이란 측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강력히 촉구하며 외교적 해결을 시도하는 한편,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동 성명에 참여함으로써, 단독 군사 행동보다는 국제적인 틀 안에서 기여를 약속한다. 결과적으로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이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내는 동시에, 일본 내 반전 여론과 헌법적 제약을 방어하며 난국을 돌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서구 동맹 시각의 핵심: 영국 국왕 방미 메시지
       우리는 영국 국왕이 17세기에 영국의 입헌군주제가 확립된 이후 아무런 실권이 없는 국가의 상징임을 잘 알고 있다. 영국 의회 개회식에 국왕이 읽는 소위 King’s Speech도 당시 집권 정부의 정책을 국가원수로서 소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데 불과하지만, 국민은 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거기에는 역사적 전통과 도덕적 권위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70년 넘게 영국을 다스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가려서 유약한 국왕으로 일컬어지던 찰스 3세가 미국 국빈 방문 기간 중의 연설이 예상 밖의 파장을 가진 것은 국왕 특유의 유머 감각 속에 담은 외유내강의 성정과 함께 근대 세계 질서의 형성에 영국의 기여, 특히 영국이 숙성해 온 계몽주의 철학과 자유민주주의 원리가 어떤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어떻게 모두의 삶을 질서 있고 평화롭게 이끌어야 할지를 모두에게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찰스 국왕의 성공적인 미국 의회 양원 합동 연설에 대한 수많은 평가15)16)17)18)가 제기되었는데 그들의 공통 핵심 사항은 아래와 같다.

      1) 영국과 미국은 가치공동체

      국왕은 금년이 영국으로부터 미국이 독립한 250주년이 되었음을 축하하면서도 결국은 미국이 영국의 계몽주의 전통을 이어받고 영국 국민이 영국을 입헌군주국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한 1215년 마그나 카르타와 1689 권리장전이 미국에서 헌법 정신의 기초로 수없이 인용되고 있음을 지적하여 양국이 동일한 민주주의 정신과 원칙과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공동체임을 강조하였다. 특히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영국을 사실상 계승한 나라가 미국이며, 연설 장소인 미국 의회를 ‘민주주의의 요새(citadel)’라고 지칭함으로써 미국이 이러한 가치의 수호자 임을 강조하였고 또한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양국 협력의 중요성과 이에 따른 두 나라의 사명을 상기시켰다.
     
    - 아울러 여기에는 행정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전통도 포함된다고 지적한 부분은 미국이 버린 왕국의 군주가 공화국이 되어있는 미국이 마땅히 지켜야 할 민주 원칙을 상기시켰다는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2) 영국과 미국은 안보공동체

      찰스 국왕은 나토가 조약 5조의 집단안보 의무를 적용한 유일한 사례는 미국이 9/11 테러 공격을 받았을 때 유럽 국가들이 안보리의 결의 아래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나란히 싸운 것임을 상기하고 아울러 양국은 양차 대전과 냉전을 포함하여 지난 100년 넘는 기간 동안 안보 운명체(shared security)였음을 강조하고 ‘어느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현재의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영미 동맹의 중요성을 더욱 역설했다.
     
    - 그는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9/11 당시와 같은 나토의 단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그간 나토 무용론을 주장해 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토, 특히 영국이 결정적 순간에 미국과 함께 해왔음을 되돌아보는 한편, 트럼프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 입장 현실에서 오히려 그러한 지원 예산을 편성할 권한이 있는 의회에 직접 호소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3) 자유세계 지도국으로서의 미국

      찰스 국왕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미국의 말은 무게와 의미가 실리지만, 미국의 행동은 더욱 그렇다’라고 표현하고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인용하여 ‘세계가 미국이 하는 말은 놓칠지 몰라도 미국이 무엇을 했는지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하여 전 세계가 현재의 미국에 느끼는 불안감 그리고 본래 미국의 이상에 충실한 미국이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되었다.

      찰스 국왕의 금번 연설은 35년 전 엘리자베스 여왕이 미국 의회에서 했던 연설과 큰 틀에서는 유사한 내용이지만, 방문 당시 국제정세의 맥락이 달라졌고 미국 자체가 달라졌기에, 그 연설이 주는 의미가 다르다고 평가되었다. 이 연설은 특히 2차대전 이후 지난 80년간 ‘미국의 군사력 제공과 유럽의 정당성 제공의 교환’을 통하여 자유주의 질서와 공동의 가치(민주주의, 법치주의, 집단안보, 약소국 보호)를 수호한다는 대전제가 실종된 현 상황을 진단하고 (그간 트럼프 정부의 계속되는 유럽 폄훼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영국/유럽 측의 진지한 노력으로서 의미가 부여된다. 그리고 이를 실권 없는 국왕의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일반 정치지도자는 할 수 없는 친근하고 정직한 방식으로 전달하여 더욱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고 평가된다.
    | 이란 전쟁 평가 관련 논쟁과 균형적 시각의 필요성
       일반적으로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 대한 평가는 물론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불필요한 전쟁(war of choice) 촉발에 대한 귀책 사유, 전략 목표가 불확실한 전쟁을 시작하고 국민에게 명확한 설명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비난, 미국 국내적으로 ‘전쟁수권법’에 따른 제약에 대한 논란(휴전으로 의회 동의를 구할 시한이 정지되었다는 주장), 동맹과의 협의 없이 시작한 전쟁에 대한 동맹의 참여 요청과 동맹들의 거부, 미국이 공격 개시를 상의하지 않은 걸프 국가들의 피해, 미군의 공격으로 인한 이란 민간인, 특히 오폭으로 인한 학생들의 희생, 미국의 실책으로 중국과 러시아만 지정학적 이득을 보고 있다는 비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직설적인 언사와 기행, 그리고 입장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변덕의 행태가 미 국내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한편, 미국 국내적으로도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에 익숙한 중진 공화당 의원들의 우려 표명19) 은 물론, 트럼프 지지 기반인 MAGA 세력에서도 미국을 끝없는 전쟁(forever wars)에서 탈출시키겠다던 선거 공약을 배반했다면서 방송인 Tucker Carlson20)이나 Major Taylor Greene 의원21)같은 주역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전략적 과감성(strategic boldness)22)을 바탕으로 미국이 ‘자국의 세금과 자원을 써가며 전쟁 및 테러를 일으키는 수정주의 국가를 통제·정상화하는 세계 경찰 역할을 하는’ 공공재 제공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23)한다. 타국의 국가원수를 압송하여 법적, 정치적 비난이 촉발되었던 베네수엘라 침공도 현지인들에게는 환영받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24) 전쟁 발발의 근본적인 배경(시위군중 4만여 명을 학살한 이란 정부의 인권탄압, 레바논,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지의 대리 세력을 통한 중동 평화 위협, 핵농축 프로그램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상기시키고 금번 전쟁 결과 대두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중동 질서의 긍정적인 효과도 강조하면서 오랜 기간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의 수혜자인 동맹들의 비협조에 대한 미국의 실망에 공감을 표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이 시각은 이란이 제기하는 실제 위협을 직시해야 하며,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군사작전은 중동 질서 재편을 통한 위협 요소 제거 과정이며 아울러 지정학적으로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국의 또다른 에너지원인 이란을 억제하여 자유주의 질서를 저해하는 수정주의 세력인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이란 전쟁에서의 트럼프 정부의 행위에 어느 정도 국제법적 정당성이 있으며 이란의 주변국 공격과 해협 봉쇄 및 수수료 강요는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연구25)도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인 진보언론인 뉴욕타임스도 사설26)을 통하여 상기 부정적 시각과 같은 문제점을 나열하면서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그렇다고 어떠한 미국 국민도 이란을 응원하는 것은 잘못이며 모든 미국인은 트럼프가 이끄는 이 나라에 운명을 걸고 (we all have a stake) 있으며 나머지 자유세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뿐이며 미국이 약해지면 권위주의 정권만 혜택을 본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는 트럼프 정부가 독단적인 접근을 바로잡고 의회 참여와 동맹들과 협조를 통하여 잘못 시작한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균형 잡힌 결론을 내리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 우리의 고려 사항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배경과 기존 정치인과 다른 어법, 그리고 우방에 더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고 미국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행태27)는 많은 이들이 거부감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인상이 지난 80년간 미국이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수행해 온 역할과 감수해 온 희생, 그리고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망각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트럼프가 현재 미국의 지도자이기는 하지만 ‘트럼프가 바로 미국’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찰스 국왕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민주주의의 첨병이자 국제질서의 수호자 미국은 트럼프 전에도 있었고 트럼프 후에도 있을 것이다. 미국 집권 세력이 유럽이 미국을 갈취하는 기제라고 비난한 ‘규칙 기반 국제질서’는 끝났다고 주장28)하는 지금 현시점에도 미국은 세상의 악을 척결한다고 힘을 과시하는 와중에 의도치 않게도 바로 그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지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를 통해 강력한 외세의 침략에 익숙한 한국 국민은 ‘약자’를 우선 응원하는 정서가 엿보인다. 이란 전쟁에서도 트럼프 거부감 때문인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때문인지, 절대 열세에 처해서도 교묘하게 저항하는 이란에 동정하는 분위기의 보도나 해설이 많아 보인다. 우리 특유의 감성은 이해가 가지만 이와 함께 그간의 이란 정권의 인권탄압과 지역 불안의 주범임을 잊지 않아야 함은 물론, 이란 정권과 국민을 분리해서 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며 과연 어떤 전쟁 결과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분별할 줄 아는 판단력도 필요하다. 또한 이란 전쟁은 러시아와 중국의 인근국 침공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부 일리는 있으나 인근 독립국을 침공하여 역사를 변조하고 영토를 영구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19세기적 행위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예측불허한 압박에 내성이 생겨 위와 같이 독자적 입장을 제시하는 것은 맹목적으로 따르는 동맹을 넘어서 불필요한 연루를 방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기여’뿐 아니라 ‘조절’에서도 동맹의 가치가 평가된다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29) 그러나 과연 한국이 이러한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접근을 똑같이 채택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환경과 입장에 대한 조심스러운 검토가 필요하다. 32개국으로 구성된 나토 속에서 분산된 압박과 양자 동맹관계 속 우리의 처지는 비교하기 힘들고30) 더욱이 핵과 미사일 전력을 완성하고 ‘2개 적대국가론’을 주장하는 북한의 급증하는 위협을 마주한 우리는 한미간의 단합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요구에 맞추지는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국제사회 중견국으로서 마땅한 몫을 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노력을 전개 31)하고 있음을 볼 때 한국도 마땅한 그룹이나 경로를 찾아 경제 규모나 국제 위상에 걸맞는 수준의 기여를 해야 당당해질 것이고 향후 외교적 운신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접근, 그리고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안보 정책을 보면서 ‘약육강식’이나 ‘각자도생’이라는 용어가 한국 언론이나 학계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더 많은 공간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전에는 강대국 미국이 동맹이라는 틀과 참여자가 모두 같은 규칙을 준수하는 다자주의 질서에 따른 자제와 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국력 한계와 국내 정치 환경으로 인해 과거의 자제나 배려를 해줄 여유가 없어졌다. 이전에는 ‘거저 받던’ 도움에 가격이 따라오니 ‘거래적’인 것이다. 왜 그전처럼 거저 주지 않느냐고 불평하기보다는 새로운 셈법을 직시하고 쌍방이 만족하는 거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트럼프 이후 미국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겠으나, 일단 ‘유연한 현실주의’와 ‘전략적 유연성’ 아래 동맹의 부담을 늘려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히는 현 ‘저비용 고효율’ 공식이 미국에 유리하므로 이러한 큰 틀이 가까운 장래에 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제하에 필요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32)

      일각에서 ‘실용주의’라는 구호 아래 기존 동맹의 중요성을 깎아내리고 동맹의 상호 의무를 경시하는 시각도 위험부담이 없지 않다. 오히려 동맹의 역할을 그전보다 충실하게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유용성과 신뢰도를 입증해야 상대방의 현실주의적 잣대에 맞는 파트너가 되어 동맹의 편익을 향유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현 미국 정부 임기 중에는 ‘유연한 현실주의’와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에게 충분히 유리하게 활용33)하여 우리의 안전과 번영을 도모함으로써 우리의 진정한 실용주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찰스 국왕의 연설에서 제기한 바와 같이 자유세계가 가치공동체로 거듭나도록 유사입장국들과 계속 조율34)해 나가고 또한 이를 우리 정체성의 일부로 보존하면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도국의 하나로서 철학을 심화해 가야 할 것이다.

    1. Al Jazeera (2026.3.2.) Spain refuses to let US use bases for Iran attacks
    2. Time Magazine (2026.5.4.) ‘No to War’: Spain Rebukes Trump‘s Trade Threats, Refuses to Aid Iran Conflict
    3. BBC (2026.2.20.) UK has not given US permission to use RAF bases for Iran strikes
    4. The Guardian (2026.3.16.) Starmer defends decision not to join Iran war
    5. The New Arab (2026.3.7.) US starts using UK bases for ‘defensive’ Iran operations
    6. Reuters (2026.3.9.) UK and US working together ‘every single day’, says PM Starmer
    7. PBS News (2026.4.15.) Trump decries Italy‘s Meloni for siding with the pope and not supporting Iran war
    8. The Guardian (2026.3.31.) Italy denies use of Sicily airbase to US planes carrying weapons for Iran war
    9. Politico (2026.3.3.) US strikes on Iran ‘outside international law,’ says Macron
    10. Al Jazeera (2026.3.12.) France walks ‘fine line’ as US-Israel war on Iran escalates
    11. DW (2026.3.3.) Trump and Merz discuss Iran, tariffs and Ukraine
    12. DW (2026.3.7.) Ramstein Air Base: What is Germany’s role in the US war on Iran? | DW News
    13. AA (2026.4.27.) Germany’s Merz says Americans ‘humiliated’ by Iran, Trump has no exit strategy
    14. 중앙일보 (2026.3.20.) 다카이치 “평화와 번영 가져올 수 있는 건 도널드 뿐”…트럼프 “위대한 여성”
    15. BBC (2026.4.29.) Five takeaways from the King’s historic address to Congress
    16. Dean Blundell Substack (2026. 4.30) King Charles Takedown Of Trump Was A MASTERCLASS
    17. BBC (2026.4.30.) King's speech was a ‘high stakes’ moment of US visit, Palace says
    18. Maureen Dowd (NYT, 2026.5.2) Your Majesty, Our Travesty
    19. Politico (2026.4.17.) GOP senators urge Trump to find Iran exit plan as energy prices rise: ‘The clock is ticking’
    20. LA Times (2026.4.24.) Tucker Carlson’s reversal on Trump is a familiar script
    21. The Hill (2026.2.28.) Marjorie Taylor Greene blasts Trump’s Iran strikes
    22. Alex Wong, 세종 국가전략 포럼(2026.4.2.) 발언
    23. 이근 (파이낸셜 뉴스, 2026.3.22.) ‘패권국 미국’이 우리 國益에 부합한다.
    24. The Economist (2026.4.16.) Donald Trump has made Venezuela a better place
    25.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6.4.22.) 미-이란 전쟁의 국제법적 쟁점에 대한 검토와 우리나라에의 시사점
    26. Editorial (NYT, 2026.4.12.) Four Ways Trump’s War Is Weakening America
    27. Stephen Walt (Foreign Affairs, March/April 2026) The Predatory Hegemon
    28. Elbridge Colby (2026.1.26.) 세종연구소 연설
    29. 조비연, 이성원 (세종포커스, 2026.4.1.) 모범 동맹(Model Ally)의 조건
    30. 강천석 (조선일보, 2026.4.10.) 한국 안보는 결국 北核 문제다.
    31. BBC (2026.4.17.) UK and France to lead defensive mission in Strait of Hormuz
    32. 신범철 (2026.4.2.) 세종 국가전략 포럼(2026.4.2.) 발언
    33. 신범철, 상동
    34. 윤여철 (세종포커스 2025.12.17.)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의 도전 - Free-Rider에서 Guardian으로 -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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