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김정은은 왜 민족주의 통일노선을 폐기했나?

등록일 2024-01-22 조회수 4,638

김정은은 왜 민족주의 통일노선을 폐기했나?

 

[세종논평 2024-03 (2024.1.22)] 

전봉근(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jun2030@mofa.or.kr 

 

 

그동안 북한 리더십의 민족통일 공세는 대남 전선에서 스스로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강점이자, 전매특허였다. 한반도에서 실체적인 2개 국가가 제각각 정치체제와 가치를 결단코 지키려고 하고, 주변 강대국도 현상 변경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합의통일, 무력통일, 흡수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북한은 일관되게 1 민족 1 국가 연방제통일과 우리민족끼리를 주장했다. 돌연 2023년 연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통일노선을 폐기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 간 관계로 규정했다. 북한은 왜 갑작스럽게 전통적인 통일정책을 버렸을까? 아래에서 그 의도를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의 민족통일 폐기를 수세적인 입장으로 보는 분석이 있다. 75년에 걸친 남북 간 치열한 통일 경쟁에서 북한은 패배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선진적 중견국, 북한은 최악의 불량국가로 통한다. 한국의 인구는 북한의 2, 경제력은 50배이고, 국제적 지위는 한국은 상위 10위권, 북한은 하위 10위권이다. 만성적인 경제위기·식량위기와 북한주민의 탈북에 시달리는 북한 정권이 남한의 흡수통일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핵무장 했지만, 만연한 경제위기로 인한 내부 불만으로 구소련과 같이 붕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북한은 남한과 완전한 정치적·국제법적 단절을 통해 흡수통일의 공포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유사시 한국이 통일을 명분으로 북한에 진출하는 권리를 거부하고자 할 것이다. 이번 김정은의 매우 공격적인 발언도 2022년 김여정의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는 발언처럼 통일 경쟁을 포기하고 홀로 자구책을 도모하겠다는 약자의 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