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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년, 중동 정세 분석과 시사점

등록일 2024-09-30 조회수 95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가고 있다. 하마스의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완전 축출을 목표로 가자 지구에 거주하는 민간인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장기전으로 돌입하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년, 중동 정세 분석과 시사점
2024년 9월 30일

 

    안소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공동연구원 | soyeonahn727@gmail.com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가고 있다. 하마스의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완전 축출을 목표로 가자 지구에 거주하는 민간인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장기전으로 돌입하였다. 더불어 이번 전쟁 대결 양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립에서 벗어나 이란의 후원을 받는 이란 연계 무장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전쟁의 양상이 이란 및 이란 연계 단체와 이스라엘의 대결 구도로 변모하였다. 이렇게 이란과 이스라엘 대결 구도로 전쟁의 양상이 변해가던 지난 8월 이란의 새 대통령 선거 취임식에 참석했던 하마스의 수장인 이스마엘 하니예가 머물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폭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더해 9월 17-18일 레바논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이번 사고의 배후가 이스라엘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전면전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중동 지역에 또다시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편, 가자 전쟁 휴전을 위한 협상 진행은 지지부진하며 중동 정세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 새로운 중동 전쟁의 양상: 비국가 무장 세력 vs 이스라엘
      지난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은 이번 전쟁이 다른 주변 아랍 국가들의 참전으로 이어져 새로운 중동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을 통해 변화된 중동 지역의 새로운 정치 구도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중동에는 예외적으로 정치적 해빙 모드가 나타나고 있었다. 2020년 아랍 걸프 산유국 최초로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에 합의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은 FTA 체결, 인도,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미국(I2U2) 소다자주의 협력체 등 다양한 경로로 협력을 강화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화해 분위기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전 이슬람 종주국이며 아랍 국가들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기정사실화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중동 문제에 있어서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 지원 의지가 아랍 국가들을 한데 묶는 역할을 했던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면 팔레스타인 문제가 더 이상 아랍 국가들에 큰 의미를 자니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분위기 속에서 발발한 전쟁인 만큼 과거와 달리 이번 전쟁에 주변 아랍국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전쟁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국가 단위의 행위자가 아닌 비국가 행위자들이었다. 9월 17-18일 사이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전기 폭발 사고도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발발한 것이다. 즉,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이슬람 저항군(Islamic Resistance) 등의 시아파 연계 단체뿐만 아니라 수니파에 기반하고 있는 가자 지구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등의 비국가 무장 단체들이 오히려 이번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대결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세력들이 이란을 배후에 두고 이스라엘과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이란을 자극하면서 이란의 직접적인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전면전에 나서는 것을 최대한 회피하며 대리 세력들을 통한 간접적으로 전쟁에 관여하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인한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이스라엘 대중들마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이 확대되면서 네타냐후 정권이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이란 국내 정치 상황과 전쟁의 향후 추이
      한편 이번 전쟁의 양상이 이란 및 이란 후원 세력과 이스라엘 대립으로 변화한 가운데 이란의 국내 정치는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지난 5월 이란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였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의 강경파 세력으로 노쇠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임자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라이시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자 이란은 새롭게 대통령 보궐 선거를 실시해야만 했다. 이란은 올해 3월에도 총선을 치른 바 있다. 하지만 투표율은 최저치를 기록하였고 강경파 집권 세력이 압승하면서 대통령 보궐 선거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유일한 개혁파 후보였던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후보가 결선 투표까지 치르면서 당선된 것이다. 페제시키안 당선자는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방 국가들로부터 경제 제재 완화에 주력할 것임을 피력하였다. 이란은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지만 종교 최고지도자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최고위직으로서 존재하는 이슬람 신정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한 사람의 변화로 대대적인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파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것은 이란의 민심이 정치적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은 2022년 발발한 대규모 히잡 시위와 핵협상 철회 이후 경제 제재에 따른 경제난으로 대중들의 불만과 좌절이 고조된 상황이다. 즉,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가 이란의 악화된 여론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란 정부는 독단적인 행동을 취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향후 이란 정부의 전쟁 대응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국의 대통령 취임식에 방문차 참석한 하마스 수장의 사망 배후가 이스라엘일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한 상황 속에서도 이란은 직접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않았다. 이란은 오랜 경제 제재로 인한 피폐한 경제 위기가 현재 진행형 중이며 이에 더해 2022년 히잡 시위를 거치며 대중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분별하게 이스라엘과 전면전까지 치르게 되면 감당할 수 없는 경제 및 정치적 피해가 예상된다. 이란의 불안정한 국내 상황을 감지한 이란의 새 대통령도 서방과 협상을 통해 제재 완화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전면전 돌입을 찬성할 가능성도 낮다. 이에 더해 최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적과 협상에 장벽이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고지도자의 발언이 이란의 핵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내부의 변화된 분위기 속 하마스의 수장이 암살당한 이후에도 이란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를 필두로 이란 연계 무장 정파들이 대신해서 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대결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발생한 휴대용 무전기 폭발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 주요 강대국의 역할 한계
       이번 전쟁은 미국의 중동에서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탈중동 정책, 중국과 러시아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라는 중동을 둘러싼 국제 정치 역학 구조 변동 속에서 이번 전쟁이 발발하였다. 중국은 2023년 3월 베이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정상화를 이끌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행위자로 중동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등장하였다. 실제로 미국이 중동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회귀하려는 정책 속에서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중국은 중동의 국내 정치에는 최대한 관여하지 않고 중동 국가들과 경제 협력과 같은 실질적 이익 확대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중국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전쟁이 고조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강조하며 비서방 국가들과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지지를 통해 연대를 강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입장 표명만 지속할 뿐 어떠한 적극적인 개입이나 실질적 중재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과 함께 미국이 떠난 자리를 메꾸는 새로운 행위자로 등극했던 러시아도 이번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중동 지역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은 여전히 가자 전쟁의 휴전안을 제안하는 등 중재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도 이번 전쟁이 확전되는 것은 최대한 막아보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도 함께 확대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급진적인 행보나 지지부진한 휴전 협상에 대해 불편한 감정도 드러내기도 하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올해 말 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동 문제에 결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의 무분별한 가자 지구 공격을 비판하는 시위도 잇따르며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증가하였다. 결정적으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우세했던 상황 속에서 민주당 후보가 교체되면서 미국의 중동 정책의 향방도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 중동국가들의 외교 다변화와 중동정세의 불안정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중동 각국은 생존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의 주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의 주요 걸프 산유국들은 새롭게 변화한 국제 질서 속에서 중견국으로서 자신들의 영향력과 입지를 확대하고자 한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는 브릭스에 가입하였다. 이미 아랍에미리트는 외교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을 시작으로 브릭스 가입까지 종횡무진하며 외교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탈중동 정책 기조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별개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동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외교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브릭스 가입을 추진했으나 잠시 보류 중인 상태이다. 걸프 산유국들의 브릭스 가입은 최근 새로운 국제 질서의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세력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걸프 산유국들에 있어서 미국은 여전히 이들의 안보를 지켜주는 보호망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 및 글로벌 사우스 부상 속에서 걸프 산유국들은 외교 다변화를 통해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실질적인 경제 협력을 증진시키고자 한다. 특히, 걸프 산유국 왕정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는 긴장 완화를 통한 경제 다각화라고 할 수 있다. 걸프 산유국들은 2011년 아랍의 봄 반정부 시위를 경험하면 왕정이 언제든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더해 미국의 셰일 혁명, 기후변화 위기 속 에너지 전환의 움직임도 더이상 지대 추구 경제에 의존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대변화 속에서 걸프 산유국 왕정국가들은 사회 및 경제 개혁을 통해서 정권 생존을 꾀하기 시작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은 대대적인 사회 및 경제 개혁을 통해서 왕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도 마찬가지로 경제 다각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걸프 산유국에 있어서 중국, 인도 등과 같은 신흥국은 주요 에너지 수출 대상국이자 경제 협력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이다. 따라서 브릭스나 상하이협력기구 같은 글로벌 사우스 행위자들이 주축이 되는 국제기구 가입을 통해서 미국 외 실질적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 정책 제안
      이번 전쟁을 통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적 해결이 없이는 중동 지역의 평화란 쉽게 정착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가자 지구는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놓여 있다. 따라서 향후 가자 지구 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관심과 재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향후 전쟁 이후 가자 지구의 재건 노력에 원조 제공 등을 통해 동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후 가자 지구 재건 구상안 중 하나로 언급되는 UN 다국적군 가자지구 파견 계획 참여 가능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걸프 주요 산유국과의 협력도 지속 이어나가야 한다. 특히, 걸프 산유국들이 소다자주의 협력을 통한 실용적 국익 추구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공동의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들과 연계하여 걸프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를 더욱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올해 말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의 대중동 정책 변화 가능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함으로써 중동을 둘러싼 새로운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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