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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란 정상회담과 경제-안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등록일 2023-02-17 조회수 3,232 저자 정재흥

중국-이란 정상회담과 경제-안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세종논평 2023-01(2023.02.17)]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jameschung@sejong.org

 

   지난해 9월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해외순방이며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이후 약 5개월 만에 중동의 시아파를 이끄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이 다시금 214-16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하여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특히 24일 미국에서 벌어진 중국발 정찰풍선 사건으로 미중간 신냉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중동의 대표적 반미 국가이자 시아파 맹주 국가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이어진 양국 정상회담을 통한 전략적 경제-안보 협력관계 강화는 상당한 대내외적 함의를 시사하고 있다.

 

   2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목소리로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대하며 국제정세에 변화 없이 중국은 이란과의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춰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라이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향후 중국은 이란의 국가 주권, 독립, 영토 보전, 국가 존엄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하고 이란이 일방주의와 협박에 저항하는 것을 옹호한다면서 특정 외부세력이 이란의 내정간섭과 안보를 훼손하는 것을 반대하며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에 라이시 대통령도 "이란과 중국은 일방주의와 패권주의, 외부세력의 내정간섭을 단호히 반대하며 이란은 중국이 하나의 중국원(一個中國原則),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는 것을 굳건히 지지한다고밝혔다. 이처럼 시진핑 주석과 라이시 대통령은 일치된 입장과 목소리로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양국간 전략적 협력 강화를 통해 다극화된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를 위해 이란은 다극화된 국제정치-경제-안보 질서 구축을 위해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구상, 글로벌 발전구상(GDI), 글로벌 안보구상(GSI)에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역내 정치-경제 영향력 확대 차원을 위해 중국-파키스탄-아프칸-이란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차원의 주요 인프라 구축 사업을 모색 중에 있다. 물론 역내 정세가 이슬람 테러단체(알카에다, IS ) 활동으로 복잡하나 미국의 아프칸 철수 후 빠진 공백을 중국이 정치-군사력이 아닌 경제협력을 매개체로 최대한 활용해 나간다면 새로운 중국 주도의 역내 질서 변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1327일 중국은 이란과 25년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향후 25년 동안 이란으로부터 할인된 가격에 원유와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중국은 석유-가스 에너지 자원개발, 항만-도로-철도-태양광발전소 인프라 건설, 전기 자동차와 5G통신 구축 등에 약 4,000억 달러(한화 513조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하였다.

 

   지난해 10월까지 양국간 교역액은 약 260억불로 이미 다년간 중국은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규모를 더욱 늘리고 이란 내 주요 인프라 시설 구축 사업과 이란 농산물 수입, 인적교류와 관광 확대 등을 통해 중동지역의 핵심 교두보 국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양국은 각종 첨단 무기개발, 군사훈련 등과 같은 군사분야뿐만 아니라 테러/마약/범죄 등 비전통 안보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한편 중국은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복원을 위한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란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 수호와 이란 핵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 밝혔다. 사실 이란 핵합의는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고 다시금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와해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스라엘 지속적인 반대,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이다. 이에 중국은 이란 핵 합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러시아, 이란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우선 독일, 프랑스와의 협상을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IS와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일으킨 시리아 내전도 러시아, 이란의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통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내부 안정을 찾고 있어 내전으로 파괴된 시리아의 경제 복구와 각종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중국은 시아파 맹주 국가인 이란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정치-경제-안보협력을 본격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이 국제질서의 다극화 차원에서 러시아와 전략적 경제-안보 협력을 토대로 시아파 국가인 이란, 시리아와의 경제협력 및 인프라 시설 재건 등을 추진해 나간다면 중국의 중동 지역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0차 당 대회를 통해 장기집권에 성공한 시진핑 지도부는 더이상 미국 중심의 일극주의에서 벗어나 다자주의 국제질서 구축를 위해 주도적 참여자(主動參與)’에서 적극적 주도자(積極引領)’로 중장기 대외전략 노선을 밝혔다. 이를 위해 중·러간 전략적 안보-경제협력 강화,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영향력 확대, 일대일로 구상, 글로벌 발전구상(GDI), 글로벌 안보구상(GSI) 등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쳐 나가기 시작하였다. 특히 미국의 아프칸 철수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안보-경제 협력을 토대로 다극화된 국제질서 구축과 유라시아 지역 통합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어 유라시아 서남쪽에 위치한 이란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더욱 확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지속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란은 중러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정식 회원국이 되었고 이란의 가입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세계 인구 44%에 달하는 약 31억명 규모의 세계 최대 안보-경제 다자협의체로 자리매김하였다. 향후 중국은 상다수 개발도상국가들로 이루어진 상하이협력기구(SCO)를 바탕으로 다극화된 국제질서 구축과 유라시아 지역통합을 더욱 가속화시켜 나간다는 중장기 전략구상을 갖고 있어 유라시아 동북쪽에 위치한 북한 가입도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20차 당 대회 이후 시진핑 1인 중심의 새로운 지도부는 미국의 대중 포위망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하고 다극화된 국제질서 구축과 유라시아 지역 통합을 위해 유라시아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는 있는 러시아, 이란,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3-4월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푸틴 대통령과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중러 전략적 경제-안보협력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금년 중으로 예상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도 이루어진다면 중국, 이란, 러시아, 북한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차원의 유라시아 다자간 전략적 경제-안보 협력관계 출현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시진핑 지도부는 2021년 공산당 100주년에 이어 20차 당 대회에서도 2049년까지 새로운 역내질서 구축과 국제질서 다극화를 통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을 위해 중국식 담론인 인류운명공동체(人類命運共同體), 신형국제관계(新型國際關系), 일대일로, 글로벌 발전구상(GDI), 글로벌 안보구상(GSI) 등을 대내외에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역시 급변하는 국제질서 대변화를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한반도 문제 해결과 역내 정세의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중국, 이란, 러시아, 북한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보다 균형적인 대외정책 모색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