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와 가시화되는 중국경제 침체
[세종논평] No. 2022-09 (2022.12.01.)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skim@sejong.org
올해 들어 중국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약 2년 전 코로나 사태 이후 가시화된 중국의 경기 침체지만, 현 상황의 원인을 강력한 코로나 방역으로 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국 당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 때문에 주민 생활에 일정 부분 제약이 가해지며 생산과 소비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 덕에 코로나의 대량 확산이 없었다는 점을 당국은 업적으로 과시한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비경제적 변수로는 설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올해 1분기 4.8%로 경제성장률이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2분기에는 0.4%로 추락했다. 경제 외적 변수의 가장 큰 충격, 즉 1차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1분기 -6.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진핑 3연임을 확정한 10월 18일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직후 발표된 3분기 수치는 3.9%였다. 저성장 추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세계은행, 골드만삭스 등 세계 유수 경제전문 기관들의 올해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2.8-3.3%로 매우 낮다. 지난 10월 기점 청년실업률 역시 17.9%로 상당히 높았다. 같은 달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0.3% 성장이었다. 개혁개방 이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저성장과 경기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다음의 설명은 침체의 정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부동산 업계의 충격적인 상황이 전해졌다. 중국경제에서 부동산의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단순 부동산 매매, 설계 및 시공을 포함한 건축, 철강 등과 같은 건축 자재와 가전, 인테리어 등 모든 관련 사업을 합한 부동산 규모는 중국 GDP의 무려 30%에 이른다. 중국 가계자산 구성에서도 부동산 비율은 약 75%로 대단히 높다. 그러므로 부동산에 문제가 생기면 가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고, 전체적으로는 소비 위축을 유발한다. 현재까지 중국 부동산은 다음의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사실상 불패였다. 중국경제는 지방정부 수입의 약 43%가 토지매각 비용으로 메워지는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어야 하고, 그 덕분에 집이 계속 건축되는 가운데 토지 매도가 원활해야 유지되는 구도다.
하지만 최근 대단히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중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무려 3,000만 채, 잔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비어있는 아파트 수가 1억 채라는 사실이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를 통해 약 한 달 전 공개됐다. 그런 상황의 경제적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아파트가 안 팔린다는 것은 공급 측면에서 아파트를 너무 많이 지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주택 구매력이 저하됐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점은 통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데, 선전과 베이징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의 경우 무려 57배와 55배였다.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일본 동경의 수치가 18배였음에 비추어 수요 공급의 불일치, 즉 중국의 부동산 거품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아파트 시행 및 건설업자는 투자된 금액을 환수하기 힘들어진다. 당연한 결과로 이들에게 거액의 자금을 대출해준 은행권 또한 대출금 회수가 점차 어렵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은행권 부실이 부동산 부진과 함께 간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동산 분야임에도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 매매로 막대한 부를 취한 일부 계층을 억압하기 위해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미명하에 부동산 억제책을 추진했다. 그 덕분에 소득 하위계층의 지지를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시장은 부동산 부진과 경기침체로 보복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역사가 보여주듯, 부동산의 구조적 취약성은 부동산 침체가 공동부유라는 일과성 정책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94년 분세제를 통해 지방 수입의 상당부분이 중앙으로 이전됐다. 그만큼 부족해진 지방수입은 어떻게 보전했을까? 소유권이 부재한 중국에서 재산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바로 이 재산세가 지방수입의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여기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인 지방정부의 토지 판매 대금 독점이었다.
토지 판매를 통해 자금을 얻으려면 부동산 활황은 필수적이다. 역으로 부동산경기가 부진하다는 것은 토지 판매가 여의치 않다는 의미인데, 당연히 지방 재정 악화가 뒤를 잇게 된다. 최근 11월 25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심각한 지방정부 부채를 보도했다. 2018년만 해도 지방정부 수입(income) 대비 부채 비율은 76.9%였지만, 2020년 91.3%, 그리고 2022년 1-9월에는 117.8%까지 급증했다고 꼬집고 있다. 아무튼 이를 통해 위에서 소개한 부동산과 지방정부 수입, 즉 두 변수의 관계가 분명해진다. 지난 30년 이상 주택사업, 특히 아파트 건설의 활황 덕에 지방정부와 개발 및 건설업자는 막대한 부를 취했다. 약삭빠른 개인 역시 투기로 여러 채의 주택(아파트)을 보유하며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런 움직임의 근저에 재산권 부재의 공산주의 특징이 존재한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세계경제에 충격을 줬다. 한국을 포함 대부분의 국가가 금리를 올렸다. 당연히 경기 불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심각한 부동산 부진에 놀란 중국 당국은 공동부유 원칙을 저버리고 작년 12월 대출우대금리 0.05% 인하를 시작으로 올해 4월, 5월, 8월에 연이어 금리를 내렸다. 11월에는 부동산 기업들의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계속 얼어붙고 있다. 해결책이 있을까? 우선 구조적인 문제지만 부동산을 통해 얻어지는 막대한 지방수입의 대안이 나타나기 전에는 어려울 것이다. 앞서 소개한 지극히 비정상인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즉 공급과 실질 수요의 불일치는 지금의 부동산 불황이 과잉 공급과 수요 열세를 교정하는 시장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중국은 현재 이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므로 부동산 위기의 극복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서 소개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중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되새겨 보면, 부동산 위기가 중국경제 침체를 대변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 역시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