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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러-우 전쟁이 한국 안보에 주는 군사적 교훈 : 기술, 병력, 동맹의 3대 과제

등록일 2025-07-15 조회수 319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면전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현실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전쟁은 단기간 내 종결되지 않았으며,
러-우 전쟁이 한국 안보에 주는 군사적 교훈 : 기술, 병력, 동맹의 3대 과제
2025년 7월 15일
    주광섭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myjohj1@naver.com
    | 서언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면전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현실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전쟁은 단기간 내 종결되지 않았으며, 참호전, 포병전, 대규모 병력 동원 등 20세기형 전면전의 양상이 21세기 첨단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장기전으로 재구성되었다. 국제질서의 구조와 군사 전략의 전환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냉전 이후 많은 국가들은 전면전보다 국지 분쟁, 비정규전, 분쟁 억제 중심의 군사전략을 택해왔다. 그러나 러-우 전쟁은 이러한 전략 환경이 다시 전환점에 도달했음을 입증하였다. 나토의 동진, 크림반도 병합,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감행한 전면 침공은 기존의 억지 이론만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1)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전쟁이 단순한 군사 충돌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물류·통신 기반시설, 금융 시스템, 여론전 등 비군사 영역을 아우르는 ‘총력전’의 양상을 띤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국가 전체를 전시에 맞게 전환하며, 군-민-산업이 통합된 동원체계를 작동시켜 전쟁을 지속해오고 있다. 2)

      한국과 같이 안보 구조가 복잡하고 주변 강대국 간 전략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이러한 총력전 개념이 더는 이론적 가정이 아니라 정책 수립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 특성과 인구구조상, 전면전을 기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으며, 억지전략과 함께 장기전 지속 능력, 사회 총동원 체계, 그리고 기술 기반 방위체제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전쟁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비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1) Michael Kofman and Rob Lee, "Not Built for Purpose: The Russian Military's Ill-Fated Force Design," War on the Rocks, 2022.3.2.
    2) 허광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이 한반도 미래전에 주는 함의”, 『한국군사』 제13권, 2023, pp. 57-88.
    | 기술 변화와 전장의 혁신

     

      전쟁 양상은 시대별 지배적 전투수단(dominant killer)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 왔다. 고대에는 기병과 활이, 근대에는 총기와 대포가 지배적인 수단이었고, 20세기에는 포병·전차·항공기와 같은 대량살상 또는 입체기동 수단이 전장을 주도했다. 냉전기 이후에는 핵무기와 정밀유도무기가 억제 중심의 전쟁 개념을 형성했으며, 2020년대에 들어서는 드론과 AI 무기가 새로운 전장 혁신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많은 전략가와 연구자들은 2020년대를 기점으로 자동화 전쟁(Automated Warfare) 시대가 본격화되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저비용의 드론과 로봇이 기존의 고가 플랫폼(전차, 전투기, 헬기 등)을 대체하며, 인간 전투원이 배제된 전장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자동화 전쟁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상용 드론(DJI 등)을 FPV 자폭드론으로 개조하여 참호, 보급로, 전차 등 고정·기동 표적에 대해 정밀 타격을 수행하고 있다. 1인 조종병이 포병과 실시간 연계해 고정밀 사격을 유도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드론을 통해 우크라이나 후방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 전략적·심리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AI 기반 영상분석, 자동 표적 식별, 사격 해법 자동 제공 시스템은 실시간 결심과 타격 루프를 단축시키고 있으며, 위성통신 시스템(예: Starlink) 및 전자전 장비는 이러한 기술의 유기적 연결과 효율적 운용을 가능케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측 발표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전투 사상자의 80% 이상이 드론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2024년 5월 한 달간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목표물 89,000개를 타격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드론이 단순한 정찰 자산을 넘어 전장을 지배하는 핵심 전투체계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드론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작전개념의 혁신과 지휘통제체계(C4I)와의 통합 운용 능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군도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무인전력화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아직 작전개념의 구체화, 탄약 운용체계, 도심전 대응 교리, 자폭드론 방호체계 등의 실전 적용 측면에서는 후속 조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드론을 보조 수단이 아닌 독립적 전투 주체로 간주하고, 유무인 복합작전(MUM-T: Manned-Unmanned Teaming) 기반의 실전형 교리 개발이 시급하다.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전투형 드론, 지상통제 시스템을 조기에 확보하고, 관련 법·제도 정비와 전문 인력 양성체계 구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은 로봇·자율 시스템(RAS: Robotic and Autonomous Systems) 전력화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서 약 500억 달러 규모의 기존 레거시 플랫폼 도입을 축소하고, 이를 AI, 드론, 무인 전력 투자로 전환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예비군 동원체계의 정예화와 함께 다음과 같은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

     

우리 군도 최근 일부 대형 플랫폼 중심의 재래식 전력화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 조정에 그쳐서는 안 되며, 2030년대 미래 군구조 설계와 연계한 전면적 전략 재설계가 요구된다. 기술 발전을 단순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교리-조직이 통합된 구조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3) Williamson Murray and MacGregor Knox (eds.), The Dynamics of Military Revolution: 1300–2050, 2001.
    4) CSBA, Weapon of Mass Disruption, 2023.
    5) Michael Horowitz, The Diffusion of Military Power, 2010.
    | 장기전 대비 병력 구조

     

     

      우크라이나는 전면전 발발 직후 총동원령을 통해 수백만 명의 병력을 소집하였고, 러시아는 예비군과 민간군사기업(PMC)을 병행 활용하며 전선 유지에 필요한 병력과 전투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예비군, 경찰, 민방위 조직뿐 아니라 60세 이상 장년층, 여성 자원자, 민간 전문직 인력까지도 전선과 후방에 투입하는 사회 전체의 동원체제를 작동시켰다. 단순한 병력 수급을 넘어, 의무요원·통신전문가·드론조종사 등 기술 기반 민간 인력이 전시작전에 핵심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현대전에서 상비병력 외 자원의 전략적 활용이 전력 운용의 결정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지속적 소모전 혹은 장기적 고강도 전쟁 양상 속에서 국가 전체의 전시동원 체계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느냐가 전쟁 지속능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상비병력만으로는 장기전을 감당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국가의 전쟁수행능력은 예비전력과 민간 자원의 효율적 통합체계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0.7 이하)과 병역자원 급감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상비병력 50만 명 유지조차 어려워지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의 병력 구조와 예비군 운용체계로는 장기전이나 대규모 전면전에 대한 안정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예비전력을 단순 보충 전력이 아닌 전시 ‘핵심 운용전력’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예비전력 운용의 정예화와 함께 다음과 같은 구조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

     

     

      특히 전시 드론작전, 원거리 포병운용, 실시간 정보분석 및 사격지휘와 같은 고난도 임무는 단기 교육으로 대체 불가능하며, 이를 위해 예비역 간부와 민간 전문직 대상의 정기적 갱신훈련 체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동원시스템은 평시 행정 편의성에 기반한 인원관리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전시 상황을 가정한 실전형 훈련과 통합작전 연습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예비전력이 전장에서 수행할 임무와의 괴리가 발생하고, 실질적 전력화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여성, 고령층 등 비전통 병역자원의 한시적 전시 활용방안과 함께, 사이버·의료·정보·기술 등 비무력 분야의 민간동원체계가 병렬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동원과 작전지휘 간 실시간 연계성, 즉 C4ISR 기반 통합작전 체계의 유연성과 지속성이 전제되어야만 장기전 지속성과 국가 전력의 효율적 운용이 가능하다.

      결국 예비전력 강화는 병력 부족의 보완책이 아니라, 미래 군사력 구조 재설계의 핵심 축이 되어야 한다. 초저출산 구조하의 대한민국이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예비군, 민간 전문인력, 기술 기반 자산을 통합한 ‘국가 차원의 전시 총력전 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

     

    | 동맹과 자율 억제력의 균형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비회원국으로서 미국이나 NATO의 집단적 방위 조약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제약은 외부 지원 의존성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특히 2023년 하반기, 미국 의회의 예산 교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가 수개월간 중단되자, 러시아는 이 시점을 집중 공세의 기회로 활용했다. HIMARS, 대공방어 시스템, 탄약 및 장거리 타격 수단의 공급이 지연되며, 우크라이나군은 주요 전선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고, 남부 전선 일부 방어선이 붕괴되는 사태도 발생하였다.

      반면 2024년 초 미국의 군사원조가 재개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드론, 포병, 전자전 역량을 회복하며 일부 전선에서 제한적 반격을 개시할 수 있었다. 이처럼 외부 군사 지원은 전황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외부 의존 구조의 전략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미국의 국내 정치상황, 여론 변화, 대외개입 의지에 따라 지원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6)

      이런 사례는 한국에게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한국은 명백한 미합중국의 동맹국으로서 상호방위조약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주한미군 주둔, 한미 연합작전 체계, 확장억제 제공 등 제도적 기반이 튼튼한 편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출범, 미국 내 고립주의 강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등은 미국의 대외개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형 확장억제 전략(확장억제 2.0)’은 단순한 핵우산 의존을 넘어서야 한다.

      ‘확장억제 2.0’은 단순히 핵우산 제공에 의존하는 수동적 억제 개념에서 탈피해, 한국군의 독자적 C4ISR(지휘통제·정보감시정찰),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확대함으로써 동맹 내 주도권과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전환이다. 이는 전시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가용성이 제한될 경우, 한국이 일정 수준의 억제력을 단독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복원력(strategic resilience)’ 확보 노력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의 국방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2024년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핵우산 제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이 자체적인 핵잠재력 혹은 독자 억제 수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7)

      따라서 한국형 확장억제 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

     

      이러한 전략적 전환을 가능하게 하려면, 비행기지 현대화, F-35A 관련 임무 인프라 확충, 핵무기 저장·관리 기준 수립, C4ISR 통합체계 구축, 국방우주역량 강화, 한미 공동계획 및 훈련 확대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전략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필수적이다. 단순히 안보 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미래전 대비, 국익 중심, 자율 억제력 확보라는 3대 목표 하에 종합적 국가전략의 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결국, 동맹의 틀 안에서의 자율성 강화가 곧 억제력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며,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환경에서 생존과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6) Riley Bailey and Frederick W. Kagan, "Russian Offensive Campaign Assessment, March 15, 2024,"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ISW)
    7) 엘브리지 콜비, “핵우산은 보장할 수 없다…한국, 자체 핵무장 고려해야,” 중앙일보 인터뷰 (2024.4.25),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 ICBM을 막지 못한다,” 연합뉴스 인터뷰 (2024.5.8).

     

    | 결론 : 총력전 시대의 억지력과 지속전 대비 전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에도 전면전이 현실적 위협이며, 전쟁의 양상이 기술, 병력, 동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총력전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전쟁은 우리나라 안보전략의 세 가지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전장의 본질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작전개념과 운용체계의 통합에 있다. 드론과 AI 기반 무기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전쟁 수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수단이다. 한국군은 기술의 수용을 넘어 작전개념, 법·제도, 인력체계를 아우르는 통합혁신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병력 구조의 핵심은 예비전력의 실질적 전력화에 있다. 저출산 구조에서 상비병력 유지는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하고 있으며, 전시 총력전을 대비하기 위한 사회 전체 기반의 동원체계가 절실하다. 예비군 정예화, 민간 전문역량의 작전체계 편입, 비전통 인력 자원의 제도화 등이 선결 과제이다.

      셋째, 동맹 의존 억지전략에서 자율적 억지력 기반 전략으로의 이행이 요구된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지적했듯, 전술핵 재배치나 핵우산의 신뢰성은 미국 정치 변화에 따라 제약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이 독자적인 핵잠재력, 감시정찰, 정밀타격 역량을 갖춰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불확실한 국제질서에서 생존과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동맹 기반 억지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전략적 복원력(strategic resilience)을 갖춰야 한다.

      이제 한국의 안보전략은 단순한 전력 확보에서 벗어나 기술-조직-국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실전형 국가 총력전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 민군 통합훈련, 사이버·심리전 대응 시나리오, 비상 인프라 백업, 산업 전시전환 등은 단순한 위기관리의 차원을 넘어 억지력의 본질적 기반이 된다.

      결국, 억지력은 단지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유연한 제도, 기술혁신과 국민적 공감이 결합될 때, 대한민국은 전쟁을 막아낼 수 있는 신뢰받는 안보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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