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한국인 애국심의 어제와 오늘

등록일 2022-06-30 조회수 2,420 저자 강명세

 

한국인 애국심의 어제와 오늘
[세종논평] No. 2022-02 (2022.6.30.) 
 강 명 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miongsei@sejong.org 




20세기 초 식민지 나락을 경험했던 한국은 20세기 초 일본에 강점되는 등 극심한 트라우마의 고통을 겪어왔다. 해방은 곧 분단으로 귀결되었고 이는 다시 남북전쟁 즉 한국전쟁으로 이어져 한국인에게 최대의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 식민지 경험은 매년 삼일절을 통해 반일감정을 고취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교과서 역사의 해석이다. 그러나 엘리트와 대중의 시선이 꼭 같은 방향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일반 대중은 일상의 바쁨으로 엘리트의 애국주의에 공감하기 쉽지 않다. 역사가 보여주듯 대중과 엘리트는 서로 다른 이해를 갖는다. 엘리트와 대중의 의중이 합치한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일반 대중이 엘리트의 통치를 제어할 수 있을 때 발전한다.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은 시간과 더불어 한결같지 않고 변화하는데 크게는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대중의 애국심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나라를 자랑스러워 하는 생각이 세대, 계층, 그리고 사회적 정체성 등에 따라 다르다면 얼마나 다른 것인지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논의해야 한다. 2004년에는 기록 가운데 최저인 65%에 불과했었고 가장 높았던 것은 2013년으로 75%를 넘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상승했다가 곧 주저앉았다가 문재인 정부 2018년 72%를 넘었다가 2021년 약간 낮아졌다. 2018-2021년 기간에 실시된 선거비교연구(CSES) 조사에 의하면 중국, 일본 및 홍콩의 시민들이 자기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시민들의 비중은 각각 85%, 62%, 55%였었다. 또 제세기 독일의 파시즘이 말해주듯 과도한 민족주의는 배타성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시민의 애국심은 감정적 연대로서 역사, 문화, 전통 및 정치에서는 물론, 스포츠에서도 발견된다. 애국심은 민족주의에서 우러나오는 국가나 민족에 대한 애착심이다. 애국심이 없다면 구성원 간의 신뢰는 기대하기 불가능하다. 신뢰는 미래지향적 협력적 기대관계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1981년부터 그래서 사회과학자들은 세계가치조사(WVS)를 통해 1981년부터 나라 자랑 등 애국심과 관련된 설문을 조사해왔다.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는 국내에서 한국인의 자부심이나 애국심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해온 유일한 조사이다. 자긍심에 대한 조사는 2003년 시작 2021년까지 조사되었으며 2021년 조사는 최근 공개되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에는 세대별로 큰 차이가 있다. |그림 2|는 2003년과 가장 최근 공개된 2021년의 자부심을 비교적 차원에서 제시한다. 60대 이상은 2003년과 2021년 간 88.8%에서 90.9%이며 거의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40세 이하에서 나타난다. 가장 큰 변화는 18-29세 집단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2003년에는 68.7%가 자랑스럽다거나 매우 자랑스럽다고 응답했었으나 2021년에는 86.0%가 그렇게 평가했다. 약 15.3% 포인트 증가했다. 40대 역시 70.5%에서 84.8%로 약 14% 포인트 증가했다. 이처럼 |그림 2|가 보여주듯 전반적으로 자랑스러워하는 태도가 증가했다. 


한국인은 최근의 정치적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점은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국가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구 민주주의 역사가 보여주듯 애국심이나 민족주의는 역사적으로 보수의 전유물이었다. 이 점은 사회주의가 외쳤으나 일국사회주의에 밀린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구호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물질적 풍요는 국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배경이다. 경제성장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고 이는 다시 한국인의 자부심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경제성장으로 2003년 일인당 소득은 2015년 미국달러로 25,634 달러였으나 2020년에는 41,369달러로 61.2% 증가했다. 진보성향의 개인이 국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태도가 크게 늘었다. 이들은 2003년 70.4%만이 나라가 자랑스럽다고 응답했으나 2021년 조사에서는 95.0%로 무려 25% 포인트 늘었다. 한편 보수층의 자긍심은 79.7%에서 89.0%로 약 10% 포인트 증가했고 중도층 역시 78.8%에서 83.8% 늘었다. 한국인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민족적 자긍심에는 일치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의 남다른 민족의식을 느낄 수 있다. 자랑스러운 태도는 한국인의 정치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지역주의와도 무관했다. 2003-2021년 전 기간을 비교하면 호남지역의 자긍심은 92%인데 이는 영남지역의 90%와 별 차이가 없다. 영호남 지역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보듯 후보지지의 양극화 현상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행 중 다행이다. 한국인의 나라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은 정치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일치 단합하는 강고한 잠재력이다. 2003년에 비해 2021년 조사의 비교에서 본 바처럼 주관적 이념으로 인한 격차는 감소하고 세대 간 격차고 크게 감소했다. 한국인의 나라사랑은 암울한 정치에서 희망의 빛이지만 지나치면 배타적 민족주의로 발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노동력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점에서 우리에 대한 호감이 그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