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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략 [정세와 정책 2021-9월호-제31호]

등록일 2021-09-01 조회수 3,002

미국, 유럽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략

 

이대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delee@sejong.org

 

가치동맹 강화

 

2021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한 대중국 압박정책을 계승하고, 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인권과 자유, 평화와 안전, 법치 등을 강조하는 가치동맹을 앞세워 인도·태평양전략과 그 추진체인 4개국 안보대화(QUAD)를 강화하고,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참여 시켜 QUAD PLUS 구축에 나섰고, 유럽 동맹국들(영국, 프랑스, 독일)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QUAD 화상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일본, 한국과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첫 해외 순방지로 유럽을 선택하고 611일부터 15일까지 연이어 G7 ·NATO·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동맹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는 중국견제였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정학적으로 다소 거리가 있는 유럽 강대국들에게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현상타파 정책, 그리고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일대일로구상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은 연이은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방안을 논의했고, 중국의 일대일로구상에 대응하기 위한 약 40조 달러가 투입되는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재건(B3W, Build Back Better World) 출범에 합의했으며(G7 정상회의), 중국의 군사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 마련에 동의했고(NATO 정상회의), 신장위구르 지역과 홍콩에서 자행되는 중국의 인권탄압 정책을 비난하며 민주주의를 강조했다(-EU 정상회의). 요컨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민주 국가들이 협력하여 중국의 도전에 대응할 것을 강조했고, 유럽 국가들도 이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유럽 국가들도 중국을 체제 및 경제 경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동성은 곧바로 유럽 대륙의 번영과 안보에 영향을 준다는 전제하에 중국의 도전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구상의 종착지는 유럽이고, 유럽의 작은 국가들이 빚의 덫에 빠져 중국의 영향권으로 편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유럽의 강대국인 프랑스, 영국, 독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인도양이 대서양을 제체고 가장 역동적인 해역으로 부상함에 따라, QUAD 회원국은 영국 및 유럽연합도 이해당사자로서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용분담 차원에서 해로 안전에 기여해줄 것을 요구한다.

 

프랑스

 

프랑스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에 많은 역외 영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 중 인도·태평양지역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1990년대부터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 프랑스 영토에는 160만 명의 프랑스 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EEZ(1,100km2)를 보유하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8,000명의 병력과 12척의 군함, 그리고 항공기 등을 배치하고 있다.

 

20185월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세력(power)이라고 처음으로 언급했고, 인도·태평양전략(FRANCE and SECURITY in the INDO-PACIFIC, Updated May 2019)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프랑스는 중국의 공세를 글로벌 공공재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고, 지역의 세력균형을 재조정하려는 것으로 간주하면서, 글로벌 파워로서 갈등지역에서 믿을만한 행위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 프랑스 외교부는 국제 안보상황을 불확실성과 일방주의 확대라고 규정하고 법치와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이 지역에 다수의 기항지(ports of call)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2014년부터 남중국해에서 순찰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는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해 남중국해에 공격잠수함 1, 유엔의 대북제재 지원 차원에서 동중국해에 호위함 1, 그리고 지중해와 태평양 사이를 6개월 동안 항해하도록 상륙전단(an amphibious group)을 파견했다. 아울러 프랑스는 호주, 뉴질랜드, 미국과 함께 4개국 안보조정그룹(Quadrilateral Defense Coordination Group) 회원국으로 서태평양 지역에서 공동 훈련에 참여하고, 2019년에는 프랑스 항공모함(Charles de Gaulle)QUAD 4개국과 해·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프랑스 해군은 2020년 림팩훈련(RIMPAC)에 참가했으며, 이 외에도 일본, 호주, 인도 등과의 활발한 연합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

 

영국도 인도양과 태평양에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패권국으로서 영연방(The Commonwealth) 국가가 다수가 위치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영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미국 항행의 자유 작전에 전함을 파견하여 지원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을 재검토하고 경쟁시대의 글로벌 영국(Global Britain in a competitive age, March 2021)’이라는 제목의 국가전략서를 발표했다. 이 전략서는 2030년까지의 영국의 국가안보, 발전, 외교정책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지역 관련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영국은 ‘2030년까지 세계는 더욱 다극화할 것이며 지정학적·경제적 무게중심은 동쪽의 인도·태평양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중국 부상(도전)에 대한 대응과 한국, 일본, 동남아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또한 향후 영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과 지역 안정을 위해 외교와 무역 측면에서 더 깊이 관여할 것이라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 주도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15월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 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을 인도·태평양 해역에 파견했다. 이 전단은 향후 6개월 동안 인도, 싱가포르, 남중국해를 거쳐 한국을 경유해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고, 8월 필리핀해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국제적 파트너 국가인 한국, 미국, 일본, 호주, 프랑스, 뉴질랜드 등과 연이어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물론 이러한 훈련은 상호운용성 구축을 위한 통합훈련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가 영국은 2척의 군함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상시 배치할 것이라 선언했다.

 

독일

 

독일은 역사적으로 아시아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아시아 안보에 공헌도도 매우 낮았다. 물론 독일의 군사력, 특히 해군력은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없고, 그 결과 이 지역 국가들과 의미 있는 군사협력도 없었다. 게다가 미국의 최대 견제대상국인 중국과는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따라서 독일은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은 중국의 영향력 확산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2018년 헝가리에서 개최된 EU 대사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구상의 자유무역에 대한 압박, 인권 침해, 환경 훼손, 기업에 대한 정부지원(보조) 등을 비난하는 보고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20208월 독일은 인도·태평양 정책 지침(Policy guidelines for the Indo-Pacific)’이라는 자국 버전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서 유럽과 이 지역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유럽과 이 지역의 교역이 인도양과 남중국해, 서태평양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지역의 안정은 유럽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정책 실행원칙으로 다자주의, 규칙에 기초한 질서, 인권, 포용성, 동등한 파트너 관계 등을 제시했다. 중국이라는 국가명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이 중국을 비난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이 실행원칙에 등장했다.

 

또한 독일은 향후 정치적 경제적 무게중심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기에 이 지역은 미래의 국제질서가 결정되는 곳이라 간주하고, 독일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데 책임을 맡을 것임을 강조했다. 독일도 프랑스와 영국에 이어 이 지역의 안전·안정·번영의 이해당사국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가 되어 적절한 법규, 영토 안전, 항행의 자유를 지지하고, 국제질서 유지에 적극 공헌할 것을 약속했다.

 

최근 독일은 대북제재 감시 등을 위해 처음으로 인도·태평양에 프리깃함(호위함) 바이에른을 82일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최초로 독일의 군사력이 이 지역에 투사되는 것이다. 이 호위함은 항해중 호주, 싱가포르, 일본, 미국 해군과 함께 연합훈련도 실시하고, 공식적으로 항구를 방문하는 형태의 해군 외교를 통해 한국, 호주, 일본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독일 해군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 해군은 세계의 바다는 세계인 모두의 것인 글로벌 공공재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영토 분쟁을 고려했을 때,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결국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을 의식해 유엔의 대북 제재 감시 활동을 위해 군함을 파견한다고는 하지만,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다.

 

결어

 

연쇄적으로 진행된 G7 정상회의, NATO 정상회의, 미국-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가치동맹 강화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미국과 유럽은 세계 정치·경제··안보의 무게중심이 대서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음에 동의했고,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의 핵심가치가 중국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중국을 현행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국으로 규정했다.


물론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의 인도·태평양 진출에 대해 QUAD PLUS 확대를 통해 자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중국의 반응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견제를 위한 가치동맹 강화를 위한 정상외교가 성공을 거둔 것을 반증한다. 게다가 프랑스, 영국, 독일 외에도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 새로운 대중정책을 마련하고 있어 대중국 견제정책은 유럽에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유럽 국가들도 여타 국가들과 같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역내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경제보다는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