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 과제
심상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iorsms@gmail.com
5월 10일 출범하게 될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은 대선후보 방송토론에서의 언급 및 정책공약집에 수록된 내용을 통해 대강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이다. 인수위원회 내에 설치된 기획위원회에서 기후변화에 관련된 전반적 정책을 꼼꼼히 재검토하겠다고 언명하기는 하였지만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른 분야의 공약내용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정책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낮은 정책우선순위를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이하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크게 감축목표, 에너지, 수송, 산업 부문으로 나누어 분석 및 제시하고, 공약집 및 방송토론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현실적으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점들을 지적하기로 한다.
감축목표 유지, 달성방안 수정
2021년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이었던 기존의 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40% 감축으로 상향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에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감축목표 수정을 공약으로 제안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므로 원안대로 준수하되, 그 달성방안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현실성을 담보하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를 거칠 것을 약속하였다. 현실성 있는 감축목표 달성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안은 없으나, 뒤에서 언급할 적정 에너지 믹스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즉 원자력을 기저발전으로 하여 상시 저탄소/무탄소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으로 신재생에너지도 적정한 규모로 확충하도록 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전환(발전) 부문에서 화력발전에의 의존도를 줄이고 청정에너지에의 의존도를 높이겠다고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이 정책으로 구현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변함없이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40% 감축, 절대량 기준으로 배출량 4억 3,600여 만톤으로 유지될 것이며, 다만 그 달성을 돕기 위해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으로 실행방안이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장기 목표에 관하여서도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시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함으로써 그 목표 자체를 변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미확정인 부분이 많아 기획위원회 내에서의 논의 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의 논의를 주시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 탈원전 폐기 및 적정 에너지 믹스
선거운동 단계에서부터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점 중의 하나로 탈원전 폐기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의 중심에 놓여 있었던 탈원전 시행으로 인해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출산업으로서의 원전의 위상이 약화되었다고 하면서,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건설이 중지된 신한울 3호기와 4호기의 건설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공약하였다. 또한 원자력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여 원전수출을 통해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도 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핵심은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들에 대해 수명연장조치를 취하지 않고 폐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인수위에서는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는 원전들의 계속운전 허가신청 시기를 현재 설계수명 만료일 2~5년 전에 신청할 수 있던 것을 만료일 5~10년 전에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하겠다고 함으로써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계속운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원전의 수를 현행 10기에서 최대 18기까지 확대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와 더불어 공약집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을 비롯한 차세대원자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들의 실증화, 상용화 촉진을 통해 세계시장 진출을 도모한다는 구상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SMR 기술은 2012년에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였으나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의 기회를 놓쳤음을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폐기의 일환으로 SMR 연구개발 상용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정 에너지 믹스를 강조하면서도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하여서는 많은 언급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였던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의 변경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나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을 위해서나 신재생에너지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육성 및 보급 촉진에 관한 기존의 정책들은 계승되어 시행되되, 약간의 속도 조절은 도입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금년 2월 국내 발전회사들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 규모를 작년에 비해 66.2% 상향하였는데, 이러한 증가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 있어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몇 년간 의무공급량 증가세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필요는 줄어들 것이므로, 이러한 방향으로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구성은 상정할 수 있다.
수송: 전기차 보급 확대
수송 부문에서의 공약내용은 많지 않으나, 특기할 만한 것으로 미세먼지 대책 공약 중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의 신규등록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내연기관차의 대안으로 전기차 혹은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상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며, 자연스럽게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하나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공약집 마지막 부분에서는 생활공약의 하나로서 동네 주유소에서의 전기차 충전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전기차 보급 확대 및 촉진정책의 일환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언론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당선인이 임기 5년 동안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을 공약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어, 이들을 종합할 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 유사한 방향과 정도의 전기차 보급 촉진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 탈탄소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산업 부문에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은 바로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즉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에서 탈피하여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 기반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집에서는 탈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언급하면서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로서 청정수소의 생산기지와 수소액화 관련 설비투자를 장려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그리고 수소생산 관련기술을 원천기술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조정하여 지원책을 강화할 것임도 상정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청정수소가 생산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온실가스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이른바 ‘그린수소’인지,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는 발생하지만 온실가스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사용하여 순배출량을 제로(0)로 하는 ‘블루수소’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현 단계에서 경제성을 확보한 수소 생산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상정하고 있는 청정수소는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양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생산비용에 대한 엄밀한 산정 및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산업 부문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을 확대하여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비용 내부화 및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일종의 채찍 도입과 더불어 산업계 현실을 감안하여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시 지원책 강화 및 에너지 절약시설 등 기후위기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 확대, 그리고 입법, 예산, 인력 분야의 중장기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등 당근의 제시도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 촉진을 위한 각종 지원책과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지도가 동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비판적 검토: 정책 연속성 유지, 비용산정 및 기술혁신
이상과 같이 전망해 본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은 탈원전 폐지 및 합리적인 비용산정에 입각한 적정 에너지 믹스라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기후변화정책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 내지 유사성을 보일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기후변화정책의 핵심은 탈탄소화를 통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인데, 그러한 목표를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공유하는 한 방법론에서 큰 차이가 나기는 힘들다. 신재생에너지 확충 및 수소경제 구축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시행하던 정책수단들이었으며, 이들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 및 생태계 구축도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온 정책방향이었다.
윤석열 당선인도 여러 차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계승할 것은 계승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윤석열 정부는 적어도 기후변화 대응정책에 관하여서만은 새로운 내용을 도입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기존 정책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미세조정을 통해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고 전반적인 이행비용을 감축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을 도모할 수 있는 부분은 정책 시행시 발생할 비용산정의 객관성 및 투명성 확보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탈원전으로 야기될 수 있는 전력공급 불안의 해결책으로서 신재생에너지 확충에 공을 들였으나, 이로 인해 국민경제에 초래될 비용의 산정에 소홀하였거나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한 비용 추정으로 정책의 신뢰도를 하락시켜 그간의 성과를 퇴색시켰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시나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때에도 탄소중립위원회는 각 부문별 감축량 확정에 전념하였을 뿐 이들의 달성에 소요될 비용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더불어 탄소중립위원회 등 기후변화 대응정책 기획 및 시행부처에 감축목표 이행비용에 대한 비용분석 책임을 부과하고, 그 비용산정의 내용과 과정을 최대한 공개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그 논의가 정치화될 항목들도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원자로 해체비용 또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비용에 관한 논의들은 그 추정기법의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과학의 정치화’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은 것들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극단적인 정치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과학적 기초 위에 객관적 방법으로 산출된 정보의 투명한 공개이다. 공약집에서도 ‘과학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리적 비용추계가 반영된’ 적정한 에너지 믹스를 추진한다고 하였으므로, 이러한 입장을 초지일관 견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혁신, 특히 수소생산, 소형모듈형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원전, CCUS 실증기술의 확보 및 상용화에 재정적 지원을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이들 감축목표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는 한 달성하기 어려운 것들이며, 신속한 탈탄소경제로의 이행만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탈탄소경제로의 이행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확충과 더불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수소 생산시 어떻게 경제적 효율성을 확보할 것인가이며, 이에는 무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과 CCUS와의 결합을 통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하는 ‘블루수소’ 모두에 해당한다. 두 기술 모두 현 기술수준으로는 경제성도, 에너지 효율성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 지원역량의 상당부분을 이들 두 기술의 실증화 및 상용화에 투입하여야 할 것이며,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