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이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yojang@kiep.go.kr
오미크론: 팬데믹 종식의 서막
오미크론 변이 출현으로 팬데믹이 새로운 국면을 맡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2021년 11월 중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발견되었으며 곧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다섯 번째 ‘우려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됐다. 발견된 지 두 달이 채 안 되어 미국, 덴마크, 영국, 일본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 기존의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우세종으로 변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높은 전파력과 낮은 중증화율이라는 특징을 지니며, 이를 토대로 각국은 방역 체계를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변이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특성을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은 델타 변이에 비해 2~3배가량 높으며, 기존 코로나19 감염 또는 백신 접종으로 획득한 면역을 다소간 우회한다. 높아진 전파력과 면역 회피 특성이 결합하여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조차 감염의 급격한 확산을 피할 수 없었다. 단,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변이에 비해 입원율, 중증화율, 치명률이 더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초로 오미크론이 퍼진 남아공에서는 감염 규모에 비해 입원환자 및 사망자 수 증가가 크지 않았으며, 영국에서도 오미크론 확진 환자의 입원율이 델타 확진자에 비해 41~66% 더 낮았다. 다른 국가에서도 역시 기존 유행에 비교해 비슷하거나 적은 수의 중증환자 및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 자체의 병독성이 약해진 탓도 있지만, 기존 감염 및 백신 접종의 효과로 중증화율 및 치명률이 감소한 측면도 크다. 특히 3차 접종까지 마칠 경우 입원 및 사망 확률을 80~90%가량 낮출 수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 변화는 팬데믹의 양상을 달라지게 한다. 급격한 감염 확산은 막기 어려워졌지만, 확산이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유행 주기도 짧아졌다. 남아공의 유행 규모는 약 한달만에 반전되어 이미 안정세에 들어갔으며,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도 짧은 기간 내에 유행 피크를 지났다. 전에 없던 감염 확산으로 인해 활동반경 내 감염에 취약한 인구가 빨리 줄어들기 때문에 유행 안정화 시기도 앞당겨졌다. 백신 접종에 더해 감염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구 집단의 면역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이는 향후 감염의 위력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다.
이에 더하여 각국 정부의 대응과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엄격한 검사, 추적, 격리로는 막기 어려울 뿐 아니라 중증도가 낮아 무증상, 경증 환자까지 엄격히 관리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주요국의 대응전략은 역학조사, 격리, 입원, 치료 등 인력과 자원이 필요한 방역 및 의료 조치를 감염 시 중증, 사망 위험이 큰 고위험군에 한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증상 확진자 또는 백신을 접종한 밀접접촉자의 경우 격리기간을 5~7일로 단축하거나 면제하고, 정확도가 높지만 검사에 시간이 걸리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도 고위험군 위주로만 제공한다. 반면 백신 접종자 위주로 방역은 완화하는 추세다. 여행 제한도 서서히 풀리고 있다.
감염과 백신 접종을 통해 형성된 항체를 바탕으로 팬데믹은 서서히 종식을 향해 가고 있다. 여기서 종식은 바이러스가 완전히 퇴치되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감염의 위험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예상 가능한 ‘팬데믹의 종식’이며, 세계 곳곳이 그런 상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
오미크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말했듯 각 국가들은 기존의 엄격한 방역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대응을 전환하고 있다. 감염 확산의 주기가 짧아 3~4월이 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행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발적으로 감염 규모가 증가하거나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수는 있지만 과거와 같은 수준의 고강도 방역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방역 대응 전환을 통한 경제 피해 최소화는 지난해 주요국에서 이미 관찰된 바 있다. 팬데믹 2년차였던 2021년엔 델타 변이 유행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첫해만큼 경제 피해가 크지 않았다(표 1 참고). 지난해의 방역 대응은 2020년과 달리 생산시설 폐쇄 등 고비용 조치가 최소화되었으며, 반도체 및 통신·방송장비 제조업, 금융업, 정보통신 서비스업 등의 생산과 수출에서 회복세가 빠르게 일어났다. 또한 초기 유행의 경험을 통해 사업자 및 소비자가 전자상거래, 배달, 방문포장 등 시장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소비 감소폭이 적었다. 여기에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위중증, 사망자 관리 중심의 방역 체계로 전환한 미국, 이스라엘,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한 것으로 나타난다.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하여 감염 통제와 사회기능 유지 사이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으며, 장기적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친환경, 디지털 경제로의 구조 전환에 자원을 투입할 필요성이 커졌다.
표1. 팬데믹 이전 대비 경제 회복 수준 예상
(단위: 2019=100, 전년대비)
국가 | 2020 | 2021 | 2022 |
한국 | 99.15 | 103.09 | 106.22 |
미국 | 96.60 | 101.97 | 105.77 |
영국 | 90.31 | 96.56 | 101.14 |
프랑스 | 92.01 | 98.26 | 102.38 |
독일 | 95.07 | 97.80 | 101.76 |
스웨덴 | 97.06 | 101.26 | 104.75 |
노르웨이 | 99.28 | 103.36 | 108.06 |
덴마크 | 97.27 | 101.83 | 104.29 |
호주 | 97.55 | 101.26 | 105.46 |
이스라엘 | 97.92 | 104.10 | 109.24 |
일본 | 95.41 | 97.17 | 100.48 |
인도 | 92.75 | 101.50 | 109.67 |
브라질 | 95.64 | 100.40 | 101.85 |
남아공 | 93.57 | 98.43 | 100.28 |
자료: OECD Economic Outlook (2021.12). 2021과 2022년 자료는 예측치임.
2022년에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올해 초 OECD 주요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예년 평균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하며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IMF와 OECD 역시 오미크론의 영향을 단기적으로 보며, 2022년 지속적인 경제회복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OECD의 최근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말 거의 대부분의 국가 경제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표 1 참고).
다만 장밋빛 전망은 오미크론 변이의 파고를 성공적으로 넘었을 경우에만 성립한다.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도가 이전 변이에 비해 약한 것과 별개로, 확진이 될 경우 본인과 접촉자가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미 미국을 비롯, 유행이 퍼진 대부분의 국가에선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격리되면서 생산이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승무원 감염으로 인해 12월 말 미국발 항공편 2,300편 이상이 결항하였으며 의료, 운송, 교육, 미화 등 필수업종 종사자 사이 감염 확산으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에선 사회기능 마비를 최소화하고자 격리 기간을 단축하고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 등 자구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는 감염력이 남아있는 확진자에 의한 추가 전파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있다. 즉, 감염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병행해야만 오미크론 영향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불평등한 경제회복으로 인한 장기 성장 동력 훼손이 주요 극복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잘 알려졌듯 코로나19 유행에 따르는 경제 타격은 국가별, 부문별, 노동형태별, 소득분위별, 성별로 다르게 작용하였다. 고강도 방역 탓에 운수, 음식/숙박, 여행업 등에서 생산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비대면 전환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이 하락했다. 여성, 청년,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대면 서비스업종 일자리가 사라졌고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여행제한으로 인해 무역업체의 거래비용과 외국인력 의존 산업의 노동비용이 증가했다. 최근 방역 체계 전환을 통해 일정부분 불평등이 해소된 것이 사실이지만, 비대면 전환 및 경제 구조 조정은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적응한 사람과 탈락한 사람 사이 격차를 벌려 놓을 것이 분명하다. 평균적으로 경제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팬데믹으로 인해 심화된 불평등을 완화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감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백신 보급 불균형은 세계 경제 회복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초 저소득국가의 백신접종률은 10%가 채 안 되며,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인한 유행 악화는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내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예에서 보듯 중저소득국가에서 발생한 변이가 전세계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 세계적인 유행통제가 안 될 경우 상품 및 서비스 무역, 해외 생산 설비 가동 또는 저소득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 수급 등이 악영향을 받게 된다.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위해 백신 불균형 해소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정책 대응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일상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안정적인 경제회복을 달성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구조 전환을 시도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에 당면한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어 감염 규모가 급증하면서 ‘오미크론 대응 단계’로 전략을 전환했다. 검사 수요 급증에 대비해 PCR 검사는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에 우선 제공하고 일반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감염자를 선별할 수 있게 한다. 확진자 격리 기간도 7일로 단축한다. 역학조사는 대상을 고위험군과 감염 취약 시설로 한정해 집중 실시하고 그 외에는 접촉자 스스로 조심하도록 권고한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에 대비해 꼭 필요한 조치이지만, 자칫 감염의 폭발적 증가를 견인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대규모 유행에 대한 경험과 준비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감염 통제와 사회기능 유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해가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된다.
두 번째로 포스트 코로나 경제구조 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 활용이다. 앞서 말했듯 팬데믹의 불평등한 영향에 맞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개입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디지털, 친환경, 바이오 등 미래에 적합한 기술력을 갖추는 경제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 국면에서 대규모로 재정을 풀면서 디지털 및 그린 산업에서의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저책을 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심화시킨 불평등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갖추게 돕는 윈-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탈탄소 기술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여 향후 국제 시장의 친환경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세 번째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으로 국제 공조에 참여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유행 통제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특히 더 중요한 과업이다. 이미 G7, 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저소득국 백신 보급을 위한 국제 협력이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는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화 추진단을 발족하여 생산 및 공여에 역할을 다하고 있다.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저소득국의 인프라 및 인력 부족과 백신에 대한 불신 등으로 접종 속도가 느릴 수 있으므로, 백신 보급 뿐 아니라 실제 접종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의 종식을 앞당겨 세계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보건 분야의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