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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정책 2022-3월호 제16호]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정치적 함의

등록일 2022-03-03 조회수 2,757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정치적 함의

 

 

이동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dongmin.sean.lee@gmail.com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전인 202112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정부가 자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과 억압정치를 지속적으로 감행 한다는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미-중 양국 간의 긴장 국면은 더욱 악화되었다. 젠 사키(Jen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 서북부의 무슬림 거주 지역인 신장(新疆) 위구르 지역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인권탄압 및 반인류적 범죄행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행태를 특별히 지적하면서 외교적 보이콧 당위성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였다. 한 국제인권단체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에 수십만 명에서 백만명 정도의 소수민족을 수용할 수 있는 300~400여개의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정부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테러활동을 정화하는 목적으로 정치 재교육 캠프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미국이 동계 올림픽을 오히려 정치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을 하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인권문제에 대항하여 국제사회에서의 그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것이었으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숭고한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차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내에서도 이러한 외교적 보이콧과 같은 대응들은 오히려 대중정책의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강경정책을 거부하는 차선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한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는데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같은 정책 추진은 사실상 실익이 없으며 미국이 반대로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을 에둘러서 비판하였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반응들이 나타났다. 영국, 호주 및 캐나다와 같은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미국과 협력하여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였으나, 유럽의 강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은 외교적 보이콧의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참에 미온적이었다.

 

미국의 동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일본은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고위 각료를 파견하지 않고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양태를 보였지만 중국정부의 인권탄압 문제는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며, 한국정부는 2018년 평창 올림픽 개최국이자 2022년 한-중 수교 30년을 앞둔 상황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한 중국정부의 대내적 메시지

 

중국정부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해 대내외적인 정치적 효과를 얻으려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에 대한 인민들의 자신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인류 공동의 미래를 건설하려는 국가(중국)의 확고한 신념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중화인민의 부흥을 강조하면서 중국 인민들의 단결을 종용하여 국내정치의 안정화를 모색한 것이었다.

 

중국정부는 올해 중대한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통해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정권안정을 더욱 공고화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인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수적이다. 권위적 관료주의 국가의 특정상 민주주의 국가와 같은 직접선거를 통한 국민들의 신임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인민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증폭된다면 정치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지난 40여년이상 경제성장 제일주의로 국가의 역량을 모아가면서 국내의 절대빈곤과 같은 근원적인 문제들은 해결 하였지만, 급성장의 부작용으로 첨예한 빈부격차, 도농격차, 환경문제 및 소수민족 문제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면서 정치적 불안정 요소들이 커져가고 있다. 거대한 중국전역의 안정을 위한 공권력 강화 차원에서 편성된 국가예산이 이미 대외적인 국방비를 초과한 상황이지만 힘의 논리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며, ‘권력권위로 지속적으로 전환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민들의 지지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선결조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정부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기간 개막식 및 폐막식을 통해 연출하려는 것 중 하나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며, 인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경제성장과 기술의 부상이라는 면모를 보여주려 하였다. 이번 올림픽 행사를 총괄한 부서는 중국 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에 속한 중국로켓기술연구원으로 기술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적 이미지를 연출하고 번영하고 위대한 중국의 부활을 보여주려 노력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중국은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진행하였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기술개발(R&D) 및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들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였다. 중국정부는 작년 20211111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196중 전회에서 역사결의를 대내외에 공표하면서, 역사적 소명을 강조하였는데 중화인민이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일심단결 하여 국내의 공동 부유를 달성하고 대외적으로 세계의 최강대국 실현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였다. 중국 정부는 올해 추진될 정치적 일정들을 중대한 역사적 전환 시점으로 보고 있으며 거대한 변화를 추진하려 하고 있는데, 이를 기점으로 대외적으로는 보다 공세적인 면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대외적 메시지

 

미국 해군사관학교의 용등(Yong Deng) 이라는 국제정치학자는 중국정부는 이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국제적 위상(status)을 갈망하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해 중국 인민들이 단결하여 중국정부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 시켰는데, ‘번영하고 강하고 위대한 중국의 부활에 대한 점을 강조하여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였고 책임있는 대국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하였다. 실제로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중국의 위상을 제고해 줄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림픽 행사에 참석하면서 양국간의 우호를 과시하였다. 물론 중-러 양국간에는 전략적 불신이 존재하나중국은 전략적으로 푸틴 방문에 화답하여 가스협약을 비롯한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러시아는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중국의 인접국가인 중앙아시아 5개 스탄 국가들의 대통령 및 총리가 참석하였고, 파키스탄, 세르비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콰타르 같은 국가들도 대통령, 총리, 왕세자 등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각 국의 원수급 수장들이 직접 참석하였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국가들을 위해 향후 협력을 강조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다방면의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국제행태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국제영향력 확대를 위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연대 강화에 대한 정면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면에는 미중 전략 경쟁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후 미중관계 정세 전망

 

주지하는 바,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화인민의 자긍심을 강조하면서 정권의 공고화를 추진할 것으로 분석되며, 국내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대외적 역량 강화를 위한 대외연대 및 지평을 확장해 나아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전략적 및 경제적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도전적 요인을 중국의 부상이라는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으며, 중국이 시도하고 있는 경제, 외교, 군사, 기술적 영향 강화에 대한 전략적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2211일 백악관에서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자국을 인도-태평양 국가로 규정짓고 역내의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재차 천명하였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후, 지난 1여년간 대외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미국의 군사-안보적 역량을 동아시아 지역에 다시 집중하는 것이었으며, 아시아재균형 전략을 실체화 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추진 및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역할 완화 조치 등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거시적인 대외정책의 재조정을 추진하였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재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유럽의 일부 국가들과 동남아시아 아세안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으며, 미국이 견고한 중국 견제를 위해 대외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소통부재 속에 해당 역내의 이익을 무시(override)하였다는 우려들이 제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유럽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역량을 인도-태평양지역에 완전히 투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였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아세안의 중심성(centrality)을 강조하면서 미중전략 경쟁에 연루되기 보다는 강대국의 전략경쟁을 완화 할 수 있는 중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도 이러한 역내 국가들의 우려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현재 공석으로 있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대사직 충원 해결 및 고위 관료들의 역내 방문 추진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민주당의 대외정책을 견제하는 미국 의회(congress)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제 미국도 중국의 과학기술 및 군사적 발전을 무시하고 중국이 추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안일하게 대응한 것에 대한 전략적 판단 오류를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 등과 협력하여 콰드(QUAD)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1915, 미국, 영국, 호주 3국을 중심으로 오커스(AUKUS) 3자 안보 파트너십을 추진하여 통상적인 국방 외교 협력을 넘어 신흥기술(emerging technology)을 기반으로 새로운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커스는 단순하게 호주에 잠함 8대를 지원하는 사업이 아닌, 미국의 기술 및 군사정책의 구조조정의 면모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기존 세대의 재래식 무기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우주, 사이버, 정보 세계의 역량을 통합된 형태로 교류할 수 있는 차세대 무기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며, 통합-억지력(Integrated Deterrence) 강화라는 새로운 군사안보 정책으로 투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역내의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의 기술 및 군사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본 같은 국가는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여 실질적인 파트너(Unspoken Partner)로 그 역할을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의 직면한 어려운 국면들을 조정하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정치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22년 한해는 미국 국내의 물가상승 문제와 코로나 창궐 종식 및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자국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작업들을 진행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제정치관이 트럼프 행정부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대외전략에서는 전통주의적 노선하에 다자외교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고자 하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강력한 군사력 사용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과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을 추진한 측면이 있다고 추론된다.

 

미국은 당분간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여 2차세계대전 이후 조성된 자유-국제질서의 유지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어떠한 역내의 현상 변화시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미국 백악관의 커트 캠벨(Kurt Campbell)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주장하였듯이 역내의 불안정 요소를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구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기존의 미국의 공세적인 면모가 아닌 방어적 현실주의 관점에서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대중정책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이후 역사적 전환을 주장하고, 자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 수호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국제행태의 미묘한 변화들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변환시기에 우리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응방안은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와 동시에 한반도를 넘어서는 불안정 요소들도 대응할 수 있는 자강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