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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연출’의 의도와 그 시사점

등록일 2023-03-09 조회수 5,116

김주애 연출의 의도와 그 시사점

 

[세종논평 2023-05 (2023.03.09)}

김 규 범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gbkim826@sejong.org

 

 

   최근 김정은의 자녀 김주애가 북한 매체에 연일 등장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18ICBM “화성포-17의 시험발사 참관을 시작으로 김정은은 조선인민군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비롯한 굵직한 이벤트에 자신의 딸을 대동하고 있으며, 북한의 선전 부문은 이를 대대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북한 지도자의 자녀가 공식 석상에 참석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미성년 자녀의 활동은 내부적으로 기록되었을 뿐 현 수준으로 선전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김정은의 빈번한 자녀 공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며, 다분히 의도적인 로 평가된다. 이 글은 김주애 연출 의도하는 메시지를 분석하고 현재 활발하게 토론되고 있는 소위 김주애 후계자설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김주애가 처음 등장한 장소가 ICBM 발사 시험장이었다는 점을 볼 때 핵심 메시지는 핵미사일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1119일자 노동신문은 화성포-17” 발사를 참관하고 아버지의 훈화를 경청하는 김주애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ICBM을 배경으로 부녀가 다정하게 걷는 장면을 공개했는데, 이는 딸을 아끼고 보호하는 부성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자녀와 핵미사일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결짓고 있다. 이에 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김주애의 등장은 핵미사일 개발이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명분을 대내에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날 노동신문 1면에 게재된 <조선노동당의 엄숙한 선언>이라는 정론은 이러한 견해에 무게를 실는다. 정론은 전략무기 시험의 성공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영원히 전쟁을 모르고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살게되었다는 한 어머니의 발언을 소개했다. 또한, “국력강화의 초행길을 가는 김정은의 의지 원천은 인민의 끝없는 행복후대들의 밝은 웃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주애 연출의 주된 의도가 핵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데 있음을 방증한다.

 

   김주애의 등장에 있어 또 하나 이목을 끌었던 점은 김정은김주애 부녀가 보여준 친근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동행할 때마다 손을 꼭 잡고 걸었으며, 김주애는 김정은에게 귓속말을 하고 그의 얼굴도 쓰다듬는 등 스스럼 없이 아버지를 대했다. 이에 김정은은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부녀 간 애정을 과시하였으며, 북한 매체들은 이러한 장면들을 집중 보도했다. 이는 김정은이 그간 적극적으로 표현해 온 대중 친화적 행보들과 같은 맥락으로서, 백두혈통을 사랑스러운 존재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과거부터 북한이 가족의 확대된 이미지로서 국가’ 이른바 가족국가지향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행보가 주민 통치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이번 연출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김정일 시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지도자 가정의 단란하고 화목한 모습에 북한 주민들은 마치 군주정 국가의 국민들이 황실에 감정을 이입하듯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볼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백두혈통 전체에 대한 매력도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북한의 김주애 띄우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주애가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되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들은 김주애가 존귀하신” 또는 존경하는 자제분” 등 극존칭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과 그녀에 대한 북한 측의 이례적인 의전 및 선전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후계자로 단언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주애에 대한 수식어 및 대우가 특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의전이 김주애 자체를 위한 것인지, 백두혈통의 존귀성을 전체적으로 강조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수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은 김주애 이외에도 아들을 포함한 자녀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자녀들은 내부에서 어떤 호칭과 교육을 받고 있는지, 김주애에 대한 대우는 이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 아울러 왜 아들이 아닌 딸 김주애가 북한 매체의 전면에 등장했는지 등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확인이 선행되어야 후계자 여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보다 김주애를 후계자라고 단정하기 힘든 더 큰 이유는 너무 어린 나이에 있다. 물론, 김정은의 경우 만 8세의 나이에 김정일에 의해 후계자로 낙점된 바 있으며, 내정 사실을 너무 늦게 발표한 까닭에 김정은이 고충을 겪었다는 지적도 있다. 러나, 후계자의 조기 내정은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먼저, 김주애 정도의 나이에는 일부 자질과 잠재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을 지 모르나, 현대 국가의 통치자로서 소질과 능력을 전반적으로 검증하기는 힘들다. , 후계자 내정은 권력의 분산, 정계 구도의 개편 등 어떤 형태로든 큰 정치적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역사적으로도 후계자에 대한 검증과 내정, 공표는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진행되어 왔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가장 사랑하는” 자녀라고 해도, 확실한 검증과정 없이 후계자를 조기에 내정하는 것은 김정은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것이다.

 

현 시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주애 연출의 의도 및 메시지를 읽는 것이다. 20192월 하노이 결렬 이후 김정은 정권은 핵 무력을 법제화하고 미사일 실험을 대폭 확대하는 등 다시금 핵 개발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한때나마 비핵화의 필요성을 표명했던 기존 입장을 되돌리고 북한 주민들을 더 광범위하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명분과 선전 방식이 필요했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메시지를 부드럽게 표현하고, 남아에 비해 후계자 논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김주애는 메신저로서 적합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군사, 비군사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김주애는 백두혈통에 대한 매력을 배가하고, 아버지 김정은의 정책 노선에 힘을 실어야 할 자리에 당분간 자주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