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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러-우 전쟁의 현황 및 전망

등록일 2025-12-17 조회수 63

파일명 러-우 전쟁의 현황 및 전망 저자명 안드레이 란코프 객원연구위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거의 80년 동안 보지 못한, 유럽의 대규모 국가 간 전쟁일 뿐만 아니라, 매우 드문 ‘후진국이 아닌 나라’ 간의 전쟁이다. 이 전쟁은 소련 붕괴의 결과였는데, 복잡한 역사적 배경은 전쟁 발발 이유의 하나였다.
러-우 전쟁의 현황 및 전망
2025년 12월 17일
    안드레이 란코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andreilankov@gmail.com
    | 분쟁의 역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거의 80년 동안 보지 못한, 유럽의 대규모 국가 간 전쟁일 뿐만 아니라, 매우 드문 ‘후진국이 아닌 나라’ 간의 전쟁이다. 이 전쟁은 소련 붕괴의 결과였는데, 복잡한 역사적 배경은 전쟁 발발 이유의 하나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깊이 얽혀 있다.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는 가까운 언어적 친연성(親緣性)을 지니며 상당 부분 상호 이해가 가능하다.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독립된 민족으로 본 적이 거의 없으며, 러시아 민족의 일부라고 보았으며 또한 우크라이나어를 러시아어의 방언 중 하나라고 간주했다. 바꾸어 말해서 러시아 엘리트 계층의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별도의 민족 정체성이 있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에서 특히 첨예한 문제는 크림반도의 지위였다. 크림반도는 원래 러시아 가맹공화국 소속이었으나 1954년에 우크라이나 가맹공화국으로 이관되었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후에도 크림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았으나, 주민 다수는 러시아인이었고 이들 사이에서는 강한 친러시아 분리주의가 존재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특히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이들 지역 주민 일부는 자신들이 우크라이나에 속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2008년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과 그의 측근들은 점점 더 반서방적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들의 세계관에서는 강대국 간 세력권을 나누어 세계를 관리했던 19세기적 사고방식이 점차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다. 그들에게 옛 소련 영토는 러시아의 자연스러운 영향권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내 서방의 영향력 증대는 러시아의 국가이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여겨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치 엘리트 상당수가 EU와 NATO 가입을 선호한다는 점, 그리고 우크라이나 청년층 사이에서 친서방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러시아 지도부에게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 크림 병합과 동부 우크라이나의 친러 분리주의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성향의 인기 없던 야누코비치 정권이 몰락했다. 이 때 생긴 정치적 혼란을 이용해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의 주요 시설과 국가 기관을 장악했다. 러시아 당국은 현지의 친러 성향 인물들로 정부를 구성하게 했고, 이 정부는 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을 선언했다.

      크림 합병은 1945년 이후 유럽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 사례였다. 서방 국가들은 크림 병합을 비난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제재는 상징적 수준에 머물렀고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크림 합병 직후 러시아 정보기관은 동부 우크라이나(도네츠크 주 · 루한스크 주) 지역에서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조직했으며, 이 과정에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독립 국가가 선포되었다. 그러나 이 국가들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국가는 없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분리주의 세력을 진압하려 군사력을 동원하였고 전투는 2022년까지 지속되었다. 러시아군은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며 실질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러시아 지도부는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이 인기가 없으며, 우크라이나 국민 다수는 러시아군에 대해 강한 저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러시아의 계획은 몇 주 안에 자국 군대가 키이우에 진입해 친러 정권을 설치하고, 이 정권이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양도하며 친러 정책을 시행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애국주의를 급격히 고양시키고 국민적 결속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키이우를 향한 공세는 실패로 끝났다. 그럼에도 전쟁 초기 몇 달 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상당한 지역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 가을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네 개의 우크라이나 주를 자국 영토로 편입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은 당시 러시아군이 부분적으로만 통제하고 있었다.

      2023년부터 전쟁은 소모전·교착전 양상을 띠게 되었다. 2024–2025년 동안 러시아군은 서쪽으로 느리게 전진했으나, 그 속도는 매우 완만했다. 2025년 동안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은 평가에 따라 3500–5000 km2로,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0.6–0.8%에 해당한다. 2025년 말 기준으로 러시아가 통제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전체의 19–20% 정도였다.
    | 러시아의 국내 정치 상황: 경제적 안정
      러시아 지도부는 현재 상황에서 시간이 러시아 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러시아 엘리트 계층의 낙관주의의 기본 기반은 러시아의 경제 상황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의 우월성이다. 2022년 봄과 여름,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전례 없는 강도 높은 제재를 도입했다.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로 인해 러시아의 GDP가 10–35%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빗나갔다. 2022년에 실제로 러시아의 GDP는 감소했지만, 감소폭은 매우 작았다. 세계은행(World Bank) 추정에 따르면 러시아 GDP는 2022년에 겨우 1.4% 하락했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2023년과 2024년은 러시아 경제의 인상적인 성장기였다. 세계은행은 2023년 경제성장률을 약 4.1%, 2024년을 약 4.3%로 추정한다.

      푸틴 정권은 전쟁이 대다수 국민의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도록 만들기 위해, 즉 대다수의 국민들이 전쟁을 체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대체로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대부분의 대도시는 평시와 다름없는 삶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2024–2025년의 경제 성장 덕분에 국민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2023–2024년 동안 실질 소득은 16%나 상승했다. 그 결과 러시아인 다수의 입장에서 보면 전시(戰時)가 경제적 어려움의 시기보다 생활 수준 향상의 시기였다.

      물론 2025년 들어 경제 둔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IMF를 비롯한 여러 기관은 2025년의 실질 GDP 성장률을 약 0.6%로 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쟁 강도를 유지하더라도 러시아는 향후 몇 년 동안 뚜렷한 내부문제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정치적 안정
      현재 러시아가 채택하고 있는 병사 모집 방식은 전쟁 참가자와 그 가족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푸틴 정권은 2022년 가을에 부분 동원령을 실시한 적이 있지만, 전선에서 싸우는 러시아군 절대 다수는 계약적 자원자, 즉 자발적 계약병이다.

      계약병의 대부분은 교육 수준이 낮은 30–50세 남성으로, 러시아 내에서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 출신이 많다. 그들의 보통 월급은 약 500불 수준이지만, 현역 군 복무자는 최소 월 2500불을 받는다. 만약 전사할 경우 유족에게는 상당한 보상금이 지급된다.

      이처럼 주로 자원입대 방식과 높은 금전적 보상에 의존하는 병력 모집 방식은 러시아군의 전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만을 크게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현재 러시아에서 사실상 모든 야권 활동은 억압되고 있다. 의회에는 친정부 정당 혹은 어용 야당만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정치 활동가와 반정부적 지식인은 국외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야권 성향 언론은 폐쇄되었으며, 야권의 영향력이 큰 소셜미디어는 차단되어 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면, 푸틴 정권은 경제적·정치적 문제에 직면하지 않은 채 앞으로도 몇 년간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
    | 우크라이나의 상황: 외부 지원에 심각하게 의존
      반면,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러시아보다 훨씬 더 어렵다. 2023년 러시아의 GDP는 우크라이나보다 12–13배 컸다. 인구는 좀 복잡한데, 우크라이나 인구 중 수백만 명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인구 추산이 어렵다. 그래도 대략적으로 말하면 러시아의 인구는 우크라이나 인구보다 4–5배 많다.

      이러한 조건에서 우크라이나가 효과적인 저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미국의 군사·경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나토(NATO), 유럽연합(EU), 미국은 큰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실제 제공된 지원 규모는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유럽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EU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액은 총 2050억 불이며, 이 중 군사 지원은 730억 불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지원액은 1750억 불이며, 군사 지원은 670억 불이었다. 반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의 2022–2025년 군사 지출은 약 5300억 불에 달한다. 이 지출 중 일부만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방의 대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가 러시아의 전쟁 비용에 비해 몇 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경제력도 작고 인구도 적은 우크라이나는 병사 충원에서 동원병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동원은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군의 여러 부대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동원병의 경우 전선에서의 손실이 사회 전체에 직접적으로 인지되기 때문에 국민의 전쟁 피로감이 빠르게 커진다.
    | 도널드 트럼프의 입장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훨씬 더 불리하게 변했다. 오래 전부터 고립주의 경향이 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였다.

      게다가 트럼프는 개인적으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2019년에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기업과 연관되었던 비리 의혹사건과 관련하여, 트럼프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젤렌스키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의 비협조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과 자신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믿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러–우 전쟁을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간주한다. 특히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가 중국에 결정적으로 종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외교의 핵심이 중국과의 경쟁이라고 보기 때문에, 러–중 협력을 약화시키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러-우 전쟁의 조속한 종결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감이 거의 없으며, 그가 원하는 것은 전쟁 이전의 국경 회복이 아니라 단순하고 신속한 전쟁 종식이다. 이를 위해 그는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며, 그 핵심 수단은 우크라이나에게 필수적인 군사 지원의 중단이다.

      트럼프의 입장에는 유럽에 대한 그의 인식 역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를 보조해 주고 있고, 유럽 국가들이 이에 기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엇보다도 유럽의 문제이며, 유럽이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오히려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언론을 통해 적극적인 선전 활동을 벌였는데, 그 핵심 주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서는 안 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문제라는 점이었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2026년에 미국 행정부가 입장을 바꾸어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원 규모를 급격히 확대할 의사가 없다. 대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려면 사회복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유럽의 정부들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에 독일을 비롯한 각국에서 재무장 논의가 많이 들린다. 장기적으로 재무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현 단계에서 유럽은 아직 위기의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
    | 모스크바의 희망
      우크라이나의 악화되는 상황,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기피, 유럽의 우유부단함은 러시아 지도부에게 “시간은 러시아 편”이라는 확신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모스크바는 조만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군의 전진 속도는 아직 느리지만, 러시아는 2026년에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이 약화되고 공세 속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경제의 악화 및 국민의 전쟁 피로가 심화되면서 키이우에서 정치 위기가 촉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해 평화 협정에 서명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모스크바의 판단이다.

      현재 러시아 지도부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전역을 지배하거나 키이우에 친러 괴뢰정부를 세우는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 최근 몇 년간의 사건들은 이러한 목표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러시아가 현재 전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물론 이 목표를 모두 다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부라도 얻지 못한다면 전쟁 종식은 불가능할 것이다.
    • 크림, 도네츠크, 루한스크에 대한 통제의 공식적 인정 확보
      러시아는 이들 지역에 대한 자국의 영유가 우크라이나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를 요구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국제사회로부터의 승인도 추구할 것이다.
    • 헤르손·자포리자 지역의 추가 병합 가능성
      전황이 유리하게 전개될 경우, 러시아는 헤르손과 자포리자까지 러시아 연방에 공식 편입하는 것을 요구할 것이다.
    • 우크라이나 군사력 제한 및 NATO 가입 금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규모와 보유 무기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요구할 것이며, NATO 가입 금지를 문서화하여 명시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 영구적 평화 조약 체결
      러시아는 일시적 휴전이 아니라, 국경 변경을 영구적·불가역적으로 고정하는 평화 조약을 원한다.
      또한 러시아는 평화 협정 체결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푸틴과 그 측근들은 시간이 러시아 편이라고 보기 때문에, 협정이 늦게 체결될수록 러시아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최근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을 둘러싼 협상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현재 논의되는 ‘28개 항목 계획’은,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 측에서 초안을 마련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몇 달 안에 평화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모스크바는 단지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을 유지하기 위해 이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협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스템을 파괴하는 겨울철 군사작전을 진행한 후, 2026년 봄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모스크바는 이러한 작전이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측은 11월 키이우에서 발생한 대형 부패 스캔들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연루된 것이 정치적 혼란을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26년 전망
      2026년에 러-우 전쟁이 전개될 예상 시나리오는 3개가 있다.
    • 2026년에 군사 행동의 종식을 위한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상당히 있어 보인다. 최근 들어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있다. ①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외교적 활동이다. ②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하고 추가적인 군사·재정 지원 제공을 자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③ 유럽연합 국가들이 미국의 지원 중단을 보완할 만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 두 번째 시나리오는 전쟁의 지속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 러시아군은 새로운 영토를 점령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이고, 우크라이나군은 점진적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군의 진격은 전반적으로 느린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의 전선 붕괴가 독일의 항복으로 이어졌던 것과 유사한, 우크라이나 전선의 재앙적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전면적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 세 번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방어에 성공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격에 나설 가능성까지 포함한다. 이 시나리오는 외국의 지원이 현재보다 몇 배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할 경우에만 현실화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 한국의 입장, 전쟁 전망, 정책적 권고
      한국 국가이익의 입장에서 러-우 전쟁을 볼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2026년에 평화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지만, 전투가 1~2년 더 지속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 현재 전황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유리하며,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통제할 능력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일부 영토 병합과 우크라이나 주권의 부분적 제한 정도가 현실적 결과일 것이다.
    • 전쟁이 끝난 후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것이다. 이는 이념적 요인도 있으나, 더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러–중 간 밀착을 방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은 신중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러시아의 행동은 국제질서를 흔들었으며 위험환 전례로 기록되었다. 한국과 관계가 좋은 EU 국가 대부분은 러시아의 행위를 자신에 대한 직접 도전이라고 생각하므로 한국이 친러시아 경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한-EU 관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와의 실질적 연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오히려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지나치게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실익이 없으며 오히려 한국의 경제·정치적 이해에 손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022년 전쟁의 시작 당시의 예상과 달리, 러시아는 영원히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국가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은 조만간 한국 외교가 수행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현 단계에서 관계 복원을 위해 준비를 할 필요가 있지만, 이러한 준비가 미국이나 EU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관계 복구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민주 국가들에 대한, 특히 유럽 국가들에 대한 도전처럼 보일 수도 있다.

      러북 관계는 한러 관계 개선에 있어서의 또 하나의 장애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러 관계의 기본 개선 조건이 될 전쟁의 종식은 러북 관계를 빠르게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물론 러시아는 여전히 국제 외교무대에서 북한을 지지하고, 북한 노동력을 수입하겠지만, 군사 협력은 많이 사라질 전망이다.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대규모 복구 및 재건 사업이 시작될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 특히 건설 기업업에 매우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는 투자하기 위험한 지역으로 남아있을 수 있지만, EU와 미국 그리고 여러 국제기관에서 복구사업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우크라이나 정부 및 기업과의 실무적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그 패배가 전면적인 국가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현재의 정치·경제 엘리트 상당수는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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