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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의 도전 - Free-Rider에서 Guardian으로 -

등록일 2025-12-17 조회수 113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의 안보동맹인 NATO는 미국이 서부유럽을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일방적인 구조로 유지되면서 군사력과 비용 부담이 미국에 치중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의 도전
- Free-Rider에서 Guardian으로 -
2025년 12월 17일
    윤여철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yoon.yeocheol@gmail.com
    | 핵심 요지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의 안보동맹인 NATO는 미국이 서부유럽을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일방적인 구조로 유지되면서 군사력과 비용 부담이 미국에 치중해 왔다. 그 결과 유럽이 미국의 국방력에 의지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자국 경제사회 증진에 치중하면서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불만이 미국 내에서 누적되는 한편1) 유럽은 냉전 종식 이후 장기간 평화를 누리면서 NATO 존재 이유를 의문시하는 시각도 제기되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냉전 종식 후 자리 잡았던 기존의 규칙 기반 세계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현실적으로 유럽 국가들에 전후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다가왔으나,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세력권으로 암묵적 인정하는 시각과 더욱 시급한 위협인 중국과의 체제 간의 대결에 집중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과 위협 인식의 괴리도 발생2) 하였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국제질서에 대한 러시아 저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적극 지원을 유도3) 한다. 푸틴의 핵 사용 위협으로 초기에 조심스럽던 미국의 지원은 점차 중장거리 공격형 무기로 강화되는 한편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종용에 무심하던 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방위비를 본격 증강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인한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불확실성이 커지자, EU, NATO 및 유럽 개별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각자의 방위비 증액과 병력 증원 등 자구책을 마련한다. 트럼프와 푸틴의 알래스카 회담 및 전화 통화 이후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우크라이나의 희생을 강요하는 평화안 초안을 제시하였다가 공화당 내부 반발과 유럽 국가들의 집요한 설득 노력으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더 방점을 둔 내용으로 변경하고 NATO 가입과 영토 문제는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직접 협의하기로 한다. 러시아 측은 계속 최대한 요구 태도를 일관하고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2025년 12월 중순 현재 최종 휴전안은 미합의 상태로 남아있다.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느끼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키고 안전보장을 부여하는 장치를 포함하도록 노력하면서 휴전안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미국이 담당하던 글로벌 경찰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군사 역량이 부족하여 미국의 기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트럼프가 미국의 글로벌 역할을 회피함에 따라 유럽은 어느 정도 직접 방위를 담당할 각오에 따른 방위비 증액 및 병력 증강은 물론, 향후 국제무대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지키는 책무를 담당하는 당사자로 부상한다. 트럼프 2기 임기 이후 미국의 국내 정치 향방이 불확실하고 후속 정부가 미국의 본래 국제적 역할로 복귀할지 불투명한 가운데, 우리로서는 미국 집권자와 무관하게 한미동맹 강화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규칙 기반 질서를 수호하는 유럽 국가들과 긴밀한 소통과 실질 협력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변화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재정립 등 새로운 전략적 환경에 대응하는 방법을 상호 조율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협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 NATO 관련 미국과 유럽의 입장 차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차대전 이후 소련과 동구 진영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구성된 NATO는 미국의 주도하에 대소 전쟁을 상정하고 주요국에 미군 및 미국 핵무기를 배치4) 했던바, 1991년 냉전 종식 및 소련의 위협 소멸 이후 미국은 유럽의 급속한 국방예산 감축으로 자신의 부담은 다시 급상승하면서 냉전 종식의 혜택(peace dividend)을 유럽이 차지5) 6) 하는 상황을 목도 한다.

      (1) 냉전 이후 기간 중 미국 국방비는 GDP 3% 후반에서 이라크/아프간 전쟁으로 4% 수준을 유지하고 유럽은 2014년 1.5% 수준까지 하락하며 양측간 괴리는 심화하고 2014년 NATO 웨일스 정상회담에서 GDP 2%를 국방비로 지출하자는 가이드라인을 재확인7) 하나 유럽의 호응이 없어 이러한 차이는 계속된다.

      (2) 이러한 예산 지출 불균형과 아울러 NATO 회원국간 단결 약화 조짐도 가속화되는데, 냉전 초기에는 미국이 뉴욕이나 워싱턴을 희생하면서 과연 런던과 본을 보호해 줄 것인지 의구심을 표명하던 유럽 각국은 NATO의 효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급기야 NATO가 뇌사(brain dead) 상태에 처했다고 NATO의 역할 저하 상태를 표현8)한다.

      2016년 중국의 미국경제 침식 및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에 대한 미국 국민의 반감을 활용해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1기부터 NATO 회원국 들의 국방예산 증액을 강력히 요구하였으나 유럽 각국이 미온적 반응을 보이면서 안보 무임승차 서사를 심화하는데, 2018년에도 미국은 GDP 3.5%, 유럽은 여전히 1.5% 수준의 국방비 지출 추세가 지속9) 되던 중 이러한 구조를 일시에 변화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1)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사회, 특히 유럽제국의 경각심을 고조하는데, ⓵ 주권 국가를 무력 침공하여 영토를 탈취하여 2차대전 이후 지속된 세계질서를 붕괴시키고 ⓶ 냉전 종식 이후 간과해 왔던 침략자의 물리력 사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2) 이에 따라 트럼프 1기의 압력에 별 반응이 없던 NATO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이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이미 개시되는데 우크라이나 함락 시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노출된다는 실존적 위기감 속에 러시아 접경 지역 국가들이 앞서 나가며 국방력 강화 기조를 선도10) 하고 그간 중립국을 유지하면서 분쟁 연루를 회피해 온 스웨덴과 핀란드도 NATO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의 침략성에 대한 경계심의 상징11)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미국은 전쟁 초기 러시아와 NATO의 직접 충돌을 피하고 푸틴이 위협하는 핵전쟁 비화를 막기 위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나, 우크라이나의 예상 밖의 선전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동맹들의 독려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및 서구의 물적·제도적 지원은 갈수록 강화되어 Javelin, HIMART, Storm Shadow, ATACM, Abrams 탱크, F16 및 NASAMS 방공망 등 점차 장거리 및 고성능 무기를 제공해 나간다.12) 한편,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 발생하는 조약 5조에 의한 공동안보 의무로 인한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피하고자 영국은 그 대안으로 2023년 G7 회의에서 양자 안보 조약 방안을 제시하여13) 2024년 1월 영국에 이어 27개 국가 및 유럽연합이 양자조약을 맺고 영국은 이를 강화한 양국 간 100년 협력 협정을 2025년 1월 체결,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14) 한다. 영국은 아울러 2022년 7월부터 영국 땅에서 우크라이나 지휘관들과 교관들을 양성하는 훈련 프로그램 “Operation Interflex”를 통하여 전쟁 수행 역량 배양을 적극 지원한다.
    | 트럼프의 복귀와 휴전추진, 그리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의 변화
      대선 기간 중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겠다며 호언장담하던 도널드 트럼프의 2024년 11월 대통령 재선으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을 위한 유럽 국가들의 아부에 가까운 대미 설득 노력이 전개된다. 특히 영국은 취임 직후 회담에서 전례 없는 2차 국빈 방문 초청장 수교15) , 9월에 방문을 접수하고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 입장 및 대러시아 불만을 일시적으로 표명16)하게 만들고, 네덜란드 총리 재임 시절 상대적으로 트럼프와 소통이 잘된 것으로 알려진 Mark Rutte NATO 사무총장의 유럽 국가 국방비 증액 관련 트럼프의 기여를 평가하는 언급도 누출17) 된다. 이와 같은 상황 전개는 유럽이 미국이 주도하는 NATO 체제에서 수동적인 추종자에서, 유럽 전선에 무관심해지는 미국을 설득하고 견인하는 역할로 입장이 진화함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 백악관 집무실 책상 앞에 줄줄이 앉아 호소하는 유럽 지도자들의 사진은 이와 같은 상황 변화를 상징한다.18)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휴전 조기 달성에 조급한 자세를 보이면서 입장이 수시 바뀌고 있는바, 이는 ⓵ 2기 취임 후 가자 사태 등 8개 분쟁을 해결했다는 주장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자 하는 열망19) 과 ⓶ 권위주의적 스트롱맨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심을 보이는 동인의 푸틴 편향적 시각20) 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휴전을 위해 Steve Witkoff 특사를 통해 푸틴 설득에 노력하고 자신도 알래스카에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고 휴전 조건에 대한 푸틴의 견해를 경청하였으나, 푸틴 입장에 변화가 없음에 따라 헝가리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후속 정상회담을 취소21)하고 제재도 가하면서 일시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 다시 푸틴 시각에 동조하면서 친러 입장으로 돌아선다. 특히 2025년 11월 미국이 재추진한 휴전 초안은 러시아의 요구를 반영,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거의 러시아판 휴전안이라고 지칭된다. 여기에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 이를 수정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22) , 미국 국내적으로도 전통적 공화당 시각을 가진 의원들이 명백히 반대하고 있어23) 우크라이나를 배려한 수정안을 만들어 간다. 이 과정에서 유럽은 물론 물리력은 미국을 대체하지 못하나 지속적인 목소리를 통하여 우크라이나에 보다 도움이 되는 방안이 채택되도록 미국에 조언하면서 외교적 측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드론이 후방의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들을 다수 겨냥하면서 타격을 입고 있고 국내적 정치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편파적이기는 해도 결국 트럼프 정부의 평화 중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함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종안이 성립되기까지, 유럽 국가들의 외교적 도움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여 ⓵ 보다 견고한 형태의 안전보장을 확보하고 ⓶ 종전으로 인한 영토 손실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크라이나 병력 제한 관련, 우크라이나의 인력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당초 제기한 60만 명 선도 채우기 힘겨운 면이 있으므로 양보해도 무방하며, 그보다는 향후 러시아의 재침공에 대항할 무기 확보에 중점을 두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24) 한편 러시아는 그간 소위 maximalist 접근을 유지하며 미국과 서구의 중재안을 거부하며 자신들 입장을 관철하려는 협상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인명피해도 극심하여 지속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고 지난 3년간 3.5-4%의 성장을 보여주며 버텨주던 전시경제가 한계에 도달하여 내년에는 0.5-1.5 % 성장을 전망하고25) 국내적으로 전쟁지지 여론도 하락하면서 전쟁의 장기화가 절대 유리하지 않은 상황26) 임을 감안하면,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실익일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한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하면서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을 종전안에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얼마나 신뢰도 있게 구축하느냐가 무엇보다 관건일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의 역할 강화로 인해 과거 미국 중심의 대러 억지 구조가 ‘미국의 기여+유럽 역량+NATO 제도적 억지 체계’가 결합한 형태로 재정렬되는 추세27) 에 따라 유럽 각국은 국방예산 증강 및 방산 체제 강화와 아울러 본격적인 군비 확장, 병력 증강, 동원 체제 완비를 추진한다. 우선 (1) NATO 회원국들은 2025년 6월 헤이그 개최 NATO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GDP의 5%까지 국방예산을 증강할 것을 서약하고 2025년 5월 1,500억 유로 규모의 SAFE (Strategic Autonomy for European Defense) 체제를 출범하고 무기 구매 및 생산 지원 체제를 갖추기 위한 유럽 방위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한다. 또한 (2) 유럽은 냉전 말기 1990년 총 339만 병력에서 냉전 종식 후 평화 속에 2020년 191만 명으로 축소되었었는데, 현 상황에서 유럽 주요 각국은 병력 확보 시급성을 절감하고 당장은 사회경제적 한계 속에 공식적으로는 강제징집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제도적 기초를 닦는 작업에는 돌입하고 있다.28) 이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프랑스는 11.25. 젊은이들의 자원입대 허용을 결정하여 현역 20만/예비군 4.7만 수준에서 2030년까지 각각 21만/8만 달성을 추진29) 하고, 독일도 자원입대를 위한 동기부여 방식 개선을 통하여 현행 18만 병력을 2029년까지 27만으로 늘리고 20만의 예비군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30) 하였으며 영국은 7.3만에서 7.6만으로 증가를 추진하되 실행은 2029년 차기 총선 이후 검토31) 하기로 한다. 유럽은 그들이 물리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정찰자산과 궁극적인 핵억지력은 미국이 막아주기(backstop)를 바라고 있으나, 트럼프의 자국 예산을 통한 대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입장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주역으로 역할이 바뀌게 된다. 즉, 유럽이 자신의 예산으로 미국 무기를 구입,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32) 이 되었으며, 특히 유럽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해 유럽 내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배상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33) 이 방안을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거부하자 EU 집행위는 러시아 자산을 활용하는 다른 방안을 강구 하고자34) 하고 있다.
    | 미국-유럽 갈등의 표면화와 유럽 역할의 변화
      트럼프 행정부는 12월 5일 발표한 신정부 국가안보 전략서(NSS)에서 동맹국들의 ‘부담 분담(burden sharing)’ 내지는 동맹들에 대한 ‘부담 이전(burden shift)’을 추진할 것을 천명한 것은 미국이 그간 세계 경찰관 역할 수행으로 국력을 소진한 결과 이를 동맹들과 분담하거나 전가하고자 하는 정책은 일응 이해가 가는 방향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정권과 세계를 분점하고 그들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현상은 유럽 및 아시아 지역의 미국 동맹들이 환영하고 추종할 방향은 아닐 것이다. 특히, 미국은 유럽이 다민족(majority non-European)에 대한 개방을 통해 고전적 유럽에서 탈피했다고 비난하고 ‘유럽 문명의 소멸(civilizational erasure)’을 예언하면서 이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유럽 각국 내 미국의 MAGA 세력과 유사한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들(애국 세력-patriotic-이라고 지칭)과 제휴를 통해 유럽 각국의 현 집권당들을 붕괴시켜 나가겠다는 내정간섭에 버금가는 의지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와 MAGA 세력의 유럽에 대한 공세는 ⓵ 미국 자신이 내적으로 직면한 이민 문제, 급진 좌파(wokism), 출생률 저하 등의 도전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를 유럽에 투사하고 남을 고치겠다지만 실은 자신들의 문제를 개탄하면서35) 유럽도 미국 입장을 무조건 따르라는 심리라는 지적36)이 제기되며 ⓶ 아울러 그들이 부인하고 스스로 폐기하려는 (미국 자신이 만들었던) 전통적 국제질서 및 보편적 가치의 최우의 보루가 바로 유럽임을 반증하고 있다.

      트럼프가 최근 일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국내 지지도가 하락하고 내년 중간선거에서 타격을 입을 전망이 높아지는 한편, 일각에서 제기하는 3선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트럼프 이후 트럼피즘을 계승할 인물도 마땅치 않아 트럼프의 고점이 지나가고 있다는(Trump peaked) 시각도 제기된다.37) 그러나, 트럼프가 만든 직관적이고 간명한 논리의 미국 우선주의로 MAGA 세력이 미국 국민의 담론에 미친 영향에 비추어 볼 때 트럼프 임기 후 미국이 전통적인 가치와 지도적 역할로 당장 복귀하기보다는 트럼프의 영향을 받은 지국 중심의 시각과 미국의 전통적 지도국 역할의 필요성 사이의 스펙트럼상 어느 지점에서 미국의 위치가 새롭게 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주요국들은 현 정부가 국내적으로 영국의 Reform UK, 프랑스의 Rassemblement National, 독일의 AfD로 대표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로 인해 수세에 몰리고 있어 미국 국내 정치의 향방과 아울러 이들의 장래에도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에서 보이듯이 당분간 국제사회에서 전통적인 규칙기반 국제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나가는 역할은 유럽 국가들이 담당해 나갈 전망으로 보인다.
    | 동북아와 한반도에 주는 함의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규칙기반 국제질서, 자유주의, 다자주의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안정된 국제질서를 활용한 경제발전과 아울러 대내적인 민주화와 자유화 지속 확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과거 적화통일 기조를 내세우거나 최근 새로운 논리로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을 통한 위협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 중심의 방어 태세와 4강 중심 주변국 지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외교 방식을 채택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과 함께 자유주의 국제질서 확립에 기여 해 온 유럽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시해 왔고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G2 구도에서도 단지 ‘밀리고 쇠퇴하는 지역’으로 간주하고 유럽을 더욱 경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유럽의 국제사회 내의 위치나 안보 문제에 대한 그들의 원칙과 독자적 시각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필요 중심의 요구만 제기하거나38) 상대방 관심사에 대한 이해 부족을 노정39)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 한편 영국 등은 한일 지역을 자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극동’으로 묘사하는 반면 우리는 유럽의 지정학적 역할에 무관심40) 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어, 이러한 지리적인 거리와 역사적 교류 부족으로 인한 상호 유대감 및 이해 부족은 극복할 과제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2022년 6월 마드리드 NATO 정상회의 이후 한국 정상이 계속 초청받은 것은 우리가 강력한 경제력과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태 4국의 하나로서 그들과의 중요한 협력 대상으로 자리매김한 의미41) 가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유념할 사항은 우리가 자유 진영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방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각종 이유를 들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본격 지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내심 우리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의 대러 무기 대량 공급 및 직접 참전은 이 모순을 더욱 심화시켜 온 것으로 우려된다. 이로 인한 유럽 국가의 부정적 인식은 우크라이나 전선 북한 포로 송환 문제 협상 시 걸림돌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향후 한국 방산 수주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제적 역할 변화와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비추어, 우리는 유럽이 과거 미국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였음42)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국가안보 전략서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심각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공동입장을 바탕으로 대미 전략과 국방력 강화 등 각종 대응 방안을 서로 교환하고 필요한 경우 상호지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향후 우리 외교에 있어 ⓵ 유럽을 ‘가치의 동반자’로서 연계하고 영국 및 유럽 각국과의 긴밀한 소통 및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해 협력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⓶ 유럽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주요 안보 현안에 강력한 지지를 수시 표명하여 향후 우리에 대한 그들의 지지를 확보할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③ 미국의 동의 확보가 가능할 경우, NATO와 한미일 3국 협력을 연결하는 합동 군사·안보 전략협의 등 교류를 강화하고 전 지구적 안보 동반자로서의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당장 조속한 전력 강화의 과제에 직면한 유럽이 필요로 하는 방산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그들과 가치의 우방으로서 공감과 진정성을 보이면서 SAFE 시스템으로 구성되는 유럽의 거대한 방산시장에 진출하는 실리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업과 제조업, 반도체의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우리로서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는 미국의 최근 변화에 적절히 맞춰 가는 가운데 우리의 기본 철학과 지향점은 면밀히 검토하고 관리하면서 우리 자신도 바람직한 국제질서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역할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새로운 접근을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로 명명하듯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원칙 있는 실용주의(principled pragmatism)’를 견지하여 미국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여 단기적 실리를 도모하는 형태를 넘어섬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더욱 존경받는 중심 국가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1) 한국경제(2019.04.03.) 나토 70년 생일에…"유럽, 분담금 더 내라" 청구서 내민 트럼프
    2) The Week (2022.10.13.) Biden national security strategy calls China biggest threat, sees Russia diminished by Ukraine invasion
    3) Mark Lyall-Grant 전 주유엔 대사가 저자에게 전쟁 초기 개입을 꺼리던 미국에 Boris Johnson 총리가 Matthew Collins 안보 부보좌관을 급파하여 미국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함을 설득했다고 회고
    4) 냉전 기간 중 유럽에 최대 총 45만 명 미군 및 핵무기 최대 7,300기를 배치하고 미국은 GDP의 6%, 유럽은 3.5-4%를 국방비에 지출했다.
    5) Atlantic Council (2024.6.20.) Rethinking the NATO burden-sharing debate
    6) NATO 총예산은 1990년 5,613억 불에서 1998년 4,681억 불까지 절대액이 감소
    7)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2015.9.1.) The Politics of 2 Percent: NATO and the Security Vacuum in Europe
    8) BBC (2019.11.8.) Nato alliance experiencing brain death, says Macron
    9) BBC (2018.7.12.) Trump urges Nato members to double military funding target
    10) US Department of War (2025.7.25.) Baltic States Pledge to Meet NATO's 5% GDP Military Target
    11) The Guardian (2024.3.7.) Sweden finally joins Nato after nearly two-year wait
    12) BBC (2025.2.18.) Ukraine weapons: What arms are the US, UK and other nations supplying?
    13) Reuters (2023.7.12.) G7 nations unveil security framework for Ukraine
    14) UK Government Press Release (2025.1.16.) UK and Ukraine sign landmark 100 Year Partnership to deepen security ties and strengthen partnership for future generations
    15) Global News (2025.2.28.) King Charles invites Trump for unprecedented 2nd U.K. state visit
    16) CBS News (2025.9.18.) Trump says Putin has "really let me down," as he wraps up historic second state visit to U.K.
    17) CNN World (2025.6.25.) Inside the NATO charm offensive that shocked as much as it delivered
    18) Global Times (2025.8.20.) Newly released pictures reveal ‘embarrassing’ power play: Major European leaders sit around US president
    19) USA Today (2025.10.10.) Nobel Prizes announced this week. Trump says he won’t get one, but he’s been nominated
    20) NYT (2025.8.13.) Trump’s Affinity for Putin Will Be Tested at High-Risk Summit in Alaska
    21) CNBC (2025.10.23.) Stony silence from Moscow after Trump turns on Russia, says talks with Putin ‘don’t go anywhere’
    22) The Guardian (2025.11.25.) Ukraine makes significant changes to US ‘peace plan’, sources say
    23) NYT (2025.11.25.) Republicans Fight With Trump’s Team Over Ukraine Talks
    24) The Economist (2025.11.28.) Insider, Is Ukraine being sold out?
    25) NYT (2025.12.2.) Tensions Rise Among Russia’s Elite as Economic Growth Slows
    26) The Economist (2025.12.10.) Russian economy is not as resilient as it wants you think
    27) 이성원, [세종정책브리프] ‘유럽 안보질서 재편을 둘러싼 동상이몽’
    28) The Guardian (2025.11.26.) As France prepares military expansion, how is Europe beefing up its armies?
    29) The Guardian (2025.11.27.) France to introduce voluntary military service amid threat from Russia
    30) The Guardian (2025.11.27.) Germany decides against conscription to replenish post-cold war military
    31) The Guardian (2025.6.1.) British Army will not be increased in size this parliament, John Healey says
    32) NYT (2025.8.29.) Weapons to Start Flowing Into Ukraine Under European Deal With Trump
    33) 러시아 자산이 대부분 예치된 Euroclear사가 소재한 벨기에는 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으로 부정적 입장을 지속해 옴, EuroNews (2025.7.11.) ‘EU Commission and Belgium see no breakthrough in Ukraine reparation loan talks’
    34) European Pravda (2025.12.2.) EU comments on European Central Bank's refusal to provide funds to Ukraine using frozen Russian assets
    35) Financial Times (2025.12.6.) Janan Ganesh, Maga’s strange rage against Europe
    36) Financial Times (2025.12.8.) Gideon Rachman, Trump’s America and a clash of civilisations with Europe
    37) The Economist (2025.11.25.) John Bolton thinks America is past “peak Trump”
    38) 중앙일보 (2018.10.16.) 문 대통령, 마크롱에 “대북제재 완화 힘써달라”
    39) 중앙일보 (2025.11.23.) 獨총리 "한국의 중국 인식 궁금"…李대통령, 답 않고 화두 돌렸다.
    40) 일부 영국 일반인들은 중국과 일본은 개별적, 독자적 단위로 인지하면서도 한국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한국이 동남아의 일부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41) VOA (2022.6.10.) 윤석열 대통령, 한국 정상 첫 나토 정상회의 참석, 민주 진영 협력 강화, 대북 공조 촉구 예상
    42) 한국 전쟁 참전(16)/지원(6) 국가 가운데 유럽 지역 국가는 6개 및 4개국 차지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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