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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파장 및 고려사항

등록일 2025-11-10 조회수 246

한미 관세협상의 파장이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반대급부로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핵연료 공급 승인 요청’이라는 안보 카드를 내밀었고,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파장 및 고려사항
2025년 11월 10일
    조장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jjo@sejong.org
      한미 관세협상의 파장이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반대급부로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핵연료 공급 승인 요청’이라는 안보 카드를 내밀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과 함께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국의 자체 국방 역량 증대’라는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난 70여년 한미동맹 역사를 바탕으로 동맹의 미래에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의 ‘원잠 보유’ 추진이 △ 남북관계 및 중국의 對北관계에 미칠 파장 △ ‘북, 비핵화’ 문제 등과 맞물려, 앞으로 많은 담론의 중심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글에서는 남북관계 및 現 정부의 대외정책에 있어 커다란 ‘터닝 포인트’로 작용하게 될,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이슈가 불러올 한반도를 둘러싼 몇 가지 안보 현안과 고려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한미의 원잠 관련 발표에 대해 북한은 아직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APEC 한중정상회담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대통령실의 발표에 대해, 10월 31일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개꿈’이라는 내용의 외무성 부상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은 러우전쟁 이후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아 경제 사정이 전보다 호전된 상태인데다가, △ 북중러 삼각 협력 구도 △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 순위로 하는 새로운 한국 정부 출범 △ 미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과의 접촉 희망 메시지 발신’ 등의 요인들로 인해 그 어느때 보다도 대외·대내 조건이 좋은 편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 발표로 인해, 현재 북한은 그에 따른 파급영향 분석 및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주 APEC 기간중 ‘한국의 원잠 건조 승인’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와 김정은간 ‘깜짝 만남’이 이루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등 김정은에게 유리한 여건이 계속 전개되는 듯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앞둔 10월 24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들이 일종의 핵보유국(sort of a nuclear power)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정은이 △ 핵 불포기,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 △ 핵보유국 지위 △ ‘북한 비핵화 요구 포기’시, 미북 대화 가능 등을 주장한 바 있어, 이 발언은 김정은과의 접촉을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번개 미팅’으로 불러내기 위한 사전 유인 작업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후 경주 APEC 참석 직전, “그가(김정은) 만나기를 원한다면 나 역시 기꺼이 그럴 의사가 있다. 내가 한국 체류기간중 바로 그쪽으로 갈 수도 있다”며, 한국에서의 체류 일정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비록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0월 27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안보 국제회의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잠재적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를 포함해 북한을 겨냥한 다양한 군사 훈련과 행동도 보인다"며 미국을 비판한 바 있으며, 10월 28일 북한이 서해 해상에서 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트럼프의 회동 제안을 받아 들이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까 전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11월 4일 개최된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관심을 모은 APEC 계기 북미 정상 회동이 불발됐으나, 물밑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대비해 둔 동향이 다양한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며, "미 행정부의 대북 담당 실무진 성향을 분석한 정황이 확인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회담시 두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再확인했고, 거기에다가 예상치 못한 원잠 관련 발표는 ‘번개 미팅’의 마지막 남아 있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북한이 바라는 것과는 반대의 ‘새로운 군비경쟁’이라는 역풍을 맞게 된 북한으로서는 향후 북중러 군사협력 강화와 함께 한미를 겨냥한 군사적·외교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출범시 대북정책의 주안점은 △ 군사적 긴장 완화 △ 신뢰 회복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었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었는데, 이번 APEC 한미정상회담 계기 ‘한국의 원잠 보유 추진’ 발표로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앞으로 소강상태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의 ‘원잠 건조’ 승인 발표와 관련, 일단 11월 1일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미국 양측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한중정상회담(11.1)에 배석한 양이 외교부장은 북핵 문제에 대해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한국의 원잠 건조’와 관련된 말을 아끼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지역안보 구도 변화 및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 향후 ‘한국의 원잠 보유’가 불러올 파장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래 한국의 원잠 보유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협력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며, 더욱이 일본이 한국의 핵잠 보유에 자극받아 미일동맹에 근거하여 해양전력 증대를 추진할 경우,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해양 안보 네트워크가 대폭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 그리고 한국의 현무-5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개발 능력 증대라는 결과를 낳았고, 북한의 섣부른 ‘핵추진 잠수함 건조’ 위협이 급기야는 ‘한국의 원잠 보유 추진’이라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등 군사무기 개발 위협이 결국 중국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계속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간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던 중국으로 하여금 중북관계를 재정립시키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반도 비핵화 문제
      2025년 들어 △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 G7 외교장관 회의 △ 나토 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때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거론해 왔다. 그러나 10월 31일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개꿈’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듯이 북한은 한미와 국제사회가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라는 용어를 거론하는 것 자체에 계속해서 심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핵연료 공급을 통한, 한국의 원잠 건조 추진’ 발표는, 중국과 북한이 ‘북한(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그간 방어적인 입장에 놓여 있던 위치에서 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의 △ SLBM 개발 △ 핵잠수함 개발 추진에 대비한 한국의 원잠 건조 추진 및 미국의 농축 우라늄 연료 공급에 대해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핵비확산 원칙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 또는 “한국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8년 12월 20일 중통 보도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의 뜻은 “북과 남의 영역 안에서 뿐만 아니라 조선반도(한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위협 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이라고 주장·설명했다. 또한 “조선(북)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라고 부연했다. 이로 볼때 △ 전략 미사일이 탑재될 수 있는 한국의 원잠 건조 △ 미국으로부터 농축 우라늄 연료를 지원받은 한국의 원잠 작전 운용 등에 대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저촉된다”라는 논리로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한미가 위반했다”며 국제사회의 ‘북한(한반도) 비핵화’ 요구가 부당하다고 강변할 경우, ‘비핵화’ 논의가 오랜 기간 공전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 대북정책 추진 그리고 원잠 건조 추진시 고려사항
      10월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북한의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했고, ‘원잠 건조 승인’ 발표까지 된 현 상황에서, 내년에 어떤 터닝포인트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김정은-트럼프간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 북한은 ‘비핵화’·‘비확산’ 이슈에 있어, 미국과 한국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논리를 개발 중에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도 북한의 공세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과 전략을 세워야 하겠다. 예를 들어, 국제사회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를 때에 따라 혼용하고 있는데, 북한이 한국의 원잠 건조 추진과 관련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 및 미 조야에 적극 설파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현 정부 출범이후, 선 미북대화 ⇒ 후 남북대화 또는 미 peacemaker : 한 pacemaker 등,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미국의 역할이 제한적인 현 상황에서 중국을 활용하는 발상도 필요하다고 본다.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핵잠수함 건조’ 위협이 결국 한국의 재래식 무기 개발능력 증대와 원잠 보유 그리고 미국의 한반도 주변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한반도 역학관계상 중국이 전략적 딜레마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부각시켜 중국이 북한의 군비경쟁 또는 군사적 긴장 고조 행동을 자제시키도록 하고, 또한 북한이 한국과 대화토록 견인하여 중국이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중국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원잠 보유’라는 선택을 하고 미국의 승인을 받은 이상,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라는 목표가 좌초되지 않고 완수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원잠은 미국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 소형 원자로 △ 추력계통 △ 감속제어장치 등 잠수함의 핵심 모듈 및 부품을 제작할 인프라가 한국에 소재하고 있고, 조립 완료시 정상적인 조립 및 기능 구현 확인을 위해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미국을 오가며 Interface Test 작업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크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건조’는 정상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에서 건조’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동결정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미국 관련기관의 규제 및 법령 개정 등 정책 결정과 관련된 미측 실무진들의 협력 의지와 이해가 필요하다. 장기간 프로젝트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 이후 다른 행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의 정책결정자 및 실무진들이 교체되었을 때에도 동 프로젝트의 연속성이 보장받으려면, ‘원잠 필요성 및 합목적성’에 대한 미 주요 인사 및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지 여론과 지속적인 신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한국 외교의 적극적인 아웃리치가 절실한 때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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