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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신선 복원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입장 평가 [세종논평 No.2021-11]

등록일 2021-08-02 조회수 4,320 저자 정성장

남북통신선 복원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입장 평가

 

[세종논평] No. 2021-11 (2021.8.2.)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softpower@sejong.org

 

국내 일부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작년 69일 차단한 남북 통신연락선(通信連絡線)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합의에 의해 413일 만에 복원되었다. 이와 관련 727일 청와대는 남북 양 정상이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끊어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양 정상은 남북 간에 하루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북한도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지금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북남 수뇌들께서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하여 단절되어 있는 북남통신연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남북 정상들 간 친서 교환이 427판문점선언 발표 3주년을 전후해 재개되고 통신선이 다시 연결된 것은 장기간 경색 상태에 놓여있었던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환영할 일이다. 통신선이 복원되면서 한국정부는 남북 화상회담과 안심하고 추진할 수 있는 대면회담 준비에 착수했다. 그리고 대북 식량지원과 국제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코로나19 백신 지원 방안,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선 복원이 남북화상정상회담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통신선 복원에 합의한 데에는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은 202064일 담화를 발표해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들을 맹비난하면서 한국정부가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개성공단 완전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68일 개최된 북한의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 회의에서 남북 간의 모든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을 지시함으로써 6912시부터 청와대와 북한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 간의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채널이 끊어지게 되었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427 판문점선언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간주되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616일 폭파시키는 데까지 나아갔다.

 

김정은 집권 이후부터 북한은 한국 NGO들의 대북전단살포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김정일 시대보다 더욱 강렬하게 반발하면서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201410월에는 한국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기 위해 날린 풍선에 대해 북한이 고사총으로 사격하기도 했다. 20206월에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묵인 하에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감행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 통신선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이후 문재인 정부가 국내 보수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국회에서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북한은 한국정부의 남북대화 의지를 재평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727일 남북이 발표한 내용은 비슷하지만, 한국은 청와대에서 직접 발표함으로써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한 데 비해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공식 대남기구를 통해서가 아니라 외국 언론이 주로 참고하는 통신사 보도라는 형식으로 통신선 복원을 발표했다. 이는 이번 남북 통신선 복원을 보는 양측의 입장 차이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써 북한은 통신선 복원에 남한만큼의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남북 통신선 복원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81일 밤에 발표한 담화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한국에서 통신선 복원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고 있는데, 그것은 단절되었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 놓은 것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남측에서 심지어 남북정상회담 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는데 이는 경솔한 판단이며, 성급한 억측과 근거 없는 해석은 실망만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여정은 이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예정대로 8월 중에 강행되면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우리[북한]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볼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한미연합훈련의 전면 취소를 남측에 압박했다.

 

김여정은 올해 316일에도 담화를 발표해 한국정부가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해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북한의 유연한 판단이해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고 거칠게 비난한 바 있다. 그리고 북한은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하여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현재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진행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훈련을 전면 취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김여정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의 축소조차 고려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었다.

 

북한이 이처럼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타협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통신선 복원이 곧 남북 당국 대화나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남북대화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하에 무리하게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조정할 것이 아니라 전작권 전환 작업 진척을 위해서도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올해에 한국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에는 한국정부가 북한에 백신을 대량 지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그때 북한과 본격적으로 방역협력을 모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그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남북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가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갑자기 유화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므로 북한의 메시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화해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