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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정상회담 분석: 캠프 데이비드 마법(Camp David Magic)은 통할까?

등록일 2023-08-23 조회수 3,788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분석캠프 데이비드 마법(Camp David Magic)은 통할까?

 

 

 [특집캠프 데이비드 한미일3정상회담평가 및 전망

 

 지난 8월 18미국 매릴랜드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그리고 일본의 기시다 수상이 모여 역사적인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의 평화협정과 같이전후의 국제정치사에 있어서 주요한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낸 장소라는 점에서도 그 회담의 의의가 남다를 수 있는 이번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등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그리고 일본에서는 어떤 평가와 전망을 제시하는지 간략하게나마 살펴본다.   [편집위원회]   

 

 

[세종논평 No. 2023-09(2023.08.23)]

서정건 (경희대학교 교수/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seojk@khu.ac.kr

 

  지난 818일 한미일 3국의 정상들이 미국의 워싱턴 근교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에서 만났다. 한일 정상 회담과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한미 정상 회담, 그리고 G-7 회의를 통한 한미일 3국 정상 회담 등 2023년 잇달아 열린 세 나라 리더들 간의 만남이 우리에게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다. 하지만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의 독자적인 회담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것에 대해 나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 의회의 휴회로 인해 휴가 기간인 워싱턴의 8월에 한국과 일본의 정상을 대통령 별장으로  초대한 바이든의 전략에 대한 관심이 우선 컸다. 기자들과의 접촉이 뜸한 현직 대통령 바이든을 만날 기회이기도 하였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과거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미국 언론 입장에서 볼 때 회담 장소인 캠프 데이비드가 가진 역사적 상징성이 화제였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 국가이자 경제 리더국인 한일 정상과 미국 대통령이 함께 협력을 천명하는 회담의 이면에는 중국 견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해 보였다. 기자 회견에서 제기되었던 질문처럼 국내의 정치적 경쟁을 초월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의 미래를 위한 과제 역시 짚어 보아야 할 숙제다. 캠프 데이비드와 3국 정상 회담, 그리고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보자.

 

캠프 데이비드의 원래 이름은 샹그릴라(Shangri-La)였다. 지금부터 80년 전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시대에 처칠과의 회담으로 인해 대통령 휴양지로서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공화당 출신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자신의 손자 이름을 따서 캠프 데이비드로 별장 이름을 고쳤다. 민주당의 도움 없이 만든 아이젠하워의 유일한 업적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냉전 시대에는 아이젠하워와 케네디 대통령 모두 캠프 데이비드에서 흐루쇼프(Khrushchev)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났다. 미국 외교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캠프 데이비드 장면은 45년 전인 1978년 카터 대통령이 이집트의 사다트(Sadat)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긴(Begin) 총리와 함께 회동하여 만들어 낸 캠프 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이었다. 이 협정은 이듬 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에 맺어진 최초의 평화 조약으로 발전하였다. 같은 해 11월 압도적인 재선에 성공하였던 36세 상원 의원 바이든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을 법하다. 실제로 이후에 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소위 캠프 데이비드 마법(magic)”으로 불리는 외교 대박을 기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년 간 노력의 결실이라 자평하며 한미일 3국 회담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한미일 정상 회담의 성과는 3국 협력의 구체화 및 제도화라는 두 가지 차원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구체화의 경우 캠프 데이비드 원칙(Principles), 정신(Spirit), 그리고 협의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회담 결과물이 세 가지로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통상적인 행동 계획들을 담은 공동 성명 발표 방식과는 매우 상이하다. 얼핏 보면 원칙과 정신 두 문건 간의 차이를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한미일 협력의 당위성과 지향성이 매우 구체적으로 반복되어 나열되어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사이의 양자 관계가 어느 때 보다 강력할 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를 개선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용감한 리더십(courageous leadership)" 덕분에 3국간의 관계 역시 강력하다는 내용이 캠프 데이비드 정신의 첫 문단을 장식하고 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통해 정례적인 연합 훈련, 실시간 미사일 경보 공유,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대응 그룹, 개발 금융 협력, 해양 안보 시스템 구축, 여성의 경제 활동 강화 노력, 공급망 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 과학 혁신 협력, 암 치료 공동 협력 등까지 합의하였다. 한편 한미일 3국 협력의 제도화 역시 구체화 못지않게 주요 의제로 등장하였다. 특히 제도화의 핵심을 정례화에 두었다. 세 나라 정상이 매년 적어도 1회 이상 대면으로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3국의 외교부, 국방부, 상무부, 산업부 장관, 안보 보좌관의 정기적 회동을 약속하였다.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Trilateral Indo-Pacific Dialogue) 역시 새로 창설되었다. 기자 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새 시대(new era)"를 강조하며 수십 년 간 지속될 관계(”decades and decades of relationships)를 건설 중이라고 강조한 점이 눈에 띤다.

 

여느 정상 회담과 마찬가지로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담 역시 향후 과제가 만만치 않다. 우선 협력의 계획과 목표가 다양하고 거창할수록 그 실천과 성과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4개월 동안 4차례나 만난 한미일 정상들이 이제는 각자의 국가 이익을 3국 협력의 범주 안에서 가시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마치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북한 핵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이행 조치들이 한미 간에 추가 협의되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향후 한미일 협력이 주로 경제와 과학, 교류에 초점이 맞추어 지면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대응은 다소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일부 앞서가는 미국 언론에서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한미일 군사 동맹의 출발점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 역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처음으로 공개 언급된 이번 3국 회담의 결과만 놓고 보면 미국과 일본이 합의하는 사항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얼마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한미일 3국 협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더라도 세 나라가 모든 이슈에 대해 완벽하게 일치된 입장을 가질 수는 없다. 이번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 회담이 향후 우리 국익을 새롭게 지키는 분수령이 되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