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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종료의 배경과 평가

등록일 2024-05-22 조회수 4,438

지난 3월 28일 러시아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유엔안보리’)에서 유엔안보리 소속 대북제재위원회를 집행함에 있어 감시와 보고 기능을 수행해온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4월 말까지 새로운 결의안이 가결되지 않아 전문가 패널이 자동적으로 해산되었다. 유엔대북제재 집행에 있어 대북제제위의 보조기관인 전문가 패널의 해산은 단기적으로 유엔 대북제재의 집행 무력화 우려와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적으로 북한 제재 능력 무력화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종료의 배경과 평가
2024년 5월 22일

 

    피터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pward89@sejong.org
      지난 3월 28일 러시아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유엔안보리’)에서 유엔안보리 소속 대북제재위원회를 집행함에 있어 감시와 보고 기능을 수행해온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4월 말까지 새로운 결의안이 가결되지 않아 전문가 패널이 자동적으로 해산되었다. 유엔대북제재 집행에 있어 대북제제위의 보조기관인 전문가 패널의 해산은 단기적으로 유엔 대북제재의 집행 무력화 우려와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적으로 북한 제재 능력 무력화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유엔안보리에서 국제적 대북제재를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해온 대북제재위원회가 더욱 심각한 마비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미 2017년 이후 제재 지정 기능이 작동되지 않았던 점과 특히 최근에 들어 북러 경제적 협력과 밀무역의 확대에 비추어 볼 때 전문가 패널의 연장 부결은 제재의 존폐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러 측면에서 존폐위기에 직면해 있는 대북제재의 극심한 위기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 패널이 해산된 배경과 이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대북제재의 집행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본고는 패널의 임무 발달과 그 임무의 수행과정, 앞으로 해산 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 유엔제재와 전문가 패널
      대북 제재 집행에서만 전문가 패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유엔안보리 제재의 집행과정에서 흔히 활용되는 제도이다. 1990년대 초까지 포괄적 유엔안보리 제재가 채택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라크, 아이티, 르완다, 유고슬라비아에 이러한 제재가 적용되었는데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제재로 인해 오히려 독재 정권은 제재 회피를 통해 권력을 갖게 되고 권력의 공고화에도 기여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제재는 정권의 기반인 엘리트에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일반 시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제재를 설정할 때 표적을 삼아 특정인, 특정 기구 혹은 특정 거래와 물자 등을 지정하여 제재 사유에 해당하는 자에게 처벌을 가하고 무고한 일반인에게 피해되지 않도록 설정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유엔안보리에서 제재 체계(sanctions regime)는 소말리아, 이슬람국가와 알카에다, 이라크, 콩고, 수단, 레바논(국무총리 암살관련), 북한, 리비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기니비사우,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예멘, 남수단, 아이티 등 15개가 있다. 거의 모든 제재 체계를 받쳐주는 데에 전문가 패널 혹은 유사한 보조기구가 있다.

      전문가 패널 혹은 유사한 기구가 조직된 이유는 1990년대 이후 전쟁과 분쟁으로 발생되는 전쟁범죄와 인류에 대한 범죄, 인권 침해, 또한 대량살상무기 생산과 확산에 맞서 표적 제재를 하려면 특정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분석하는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러한 인프라를 갖추기 마련이다. 그러나 제재의 설계와 범위에 대한 해석, 그에 따른 보고의무, 그리고 집행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문가 패널은 정치화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제재의 집행과 위반 관련해서 회원국들은 보고의 섬세함과 솔직함이 큰 차이를 보인다.
    | 대북제재와 전문가 패널 정치
      북한과 관련된 유엔안보리의 제재는 북한당국이 단행한 제1차 핵실험에 따라 채택된 2006년 이후 대북 제재를 2009년, 2013년, 2016년 그리고 2017년에 거듭 실시하게 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미사일과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학 무기 등) 생산과 개발을 저지시킬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김정은의 권력 승계 이후 미사일과 핵능력의 고도화에 맞대응으로 무기생산에 직결된 자재 조달과 재원에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금융활동과 무역에 대해 범위를 넓혀갔고 2016년~2017년에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과 일반적 수입품에도 상한제 혹은 전면금지를 가함으로써 북한 경제를 전반적으로 겨냥하게 되었다. 2016년 이전에 대북제재의 내용과 제도는 일반적 특성도 있지만 2016년 이후 오히려 1990년 초까지 실시되었던 포괄적 제재와 더 유사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제재를 집행함에 있어 임무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유엔안보리 차원에서 2006년에 유엔안보리에 소속으로 1718호 대북제재위원회(이하 ‘대북제재위’)를 조직하여 제재 집행을 감독하게 되었다. 대북제재위의 주요 임무는 이행에 있어 회원국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제공한다. 제재위반관련 정보를 조사하고 필요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또한 결의에서 정한 제재 면제 대상에 대한 요청을 검토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추가 제재 품목, 물자, 기술 등을 결정하고 제재대상으로 개인과 단체를 지정한다. 마지막으로 조치 이행 과정에서 필요한 지침을 제정하고 90일마다 대북제재의 활동과 관련해서 보고서를 유엔안보리에 제출한다.

      제재의 범위와 분야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게 되면서 대북제재위 보고를 위해 2009년 전문가 패널을 1874호 결의의 채택으로 구성하게 되어 제재위반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제재 체계와 같이 대북제재위에 전문가 패널은 유일한 보고처가 아니지만 전업으로 보고하고 공정한 보고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다른 자료 원천(가령 회원국 등)과 매우 달랐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제재의 집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었다. 매년 중간 보고서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고 공개했다.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유일한 국제기구 자료로서 유엔회원국들은 미국의 독자적 보고나 제재대상자 지정 행위보다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비교적으로 높다고 한다.

      그러나 임무가 중요한 만큼 전문가 패널은 관련 회원국들 간의 정치적 갈등에 얽매여 임무 수행이 어려워졌다. 특히 2018년 이후 무역전쟁으로 인해 첨예화되어 가는 미중 전략적 경쟁 속에서 중국 정부는 유엔안보리에서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제재 집행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 간에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 러시아는 정상 회담과 여러 실무 회의를 통해 북한과 군사협력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군수물자 밀무역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와 관련된 제재위반 사례가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도 일부가 제기되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패널에 대한 불신과 적대심이 충분히 조성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결의안이 부결되어 4월 말에 해산되었다. 앞으로 유엔안보리 차원에서 대북제재의 실효성과 북한에 유의미한 수준에서 제재를 집행할 수 있는 능력마저도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 대북 제재의 위기와 전망
      2017년 이후 대북제재위에서 제재 위반에 따른 특정인 혹은 특정 기구에 대한 제재 대상자 지정이없었던 점에서 대북제재위 회원국들 간에 제재 집행에 대한 갈등이 상당히 심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기존 제재로만 현 대북 제재가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은 2023년에 추가 유엔제재와 관련해서 거부권 행사를 했고,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을 대가로 대북 제재에 대한 시간 제한 도입(일몰 조항)을 제안했다. 궁극적으로 회원국 간의 절충안이 타개되지 않아 패널이 해산되었는데 앞으로 대북제재가 패널 없이 실시되고 집행될 수밖에 없다.

      대북제재위가 패널 없이도 유엔안보리에 직접 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회원국으로부터 받는 제재 위반 등과 관련 정보를 유엔안보리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정보 수집 이후 배포하여 회원국의 제재 집행에 지원해주는 것인데 전문가 패널없이 현 체계하에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총회를 통해 전문가 패널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제가 거론되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에 따라 시리아 내전 2011년 3월 이후 시리아에서 벌어진 국제법상 심각한 중대범죄 가해자의 조사 및 기소를 돕기 위한 독립적인 메커니즘(IIIM)이 한 예시로 지금 나타나고 있는데 여러 회원국은 제재 집행에 있어 정보 수집과 전달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유엔총회를 통해 그러한 기제가 설립되지 않았고 설립될 가능성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 외의 방법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과 함께 한국정부는 기존 싱크탱크와 언론사들의 제재위반 사례 연구를 재정적으로 받쳐주면서 정보도 공유함으로써 최대한으로 제재위반을 실시간으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 패널처럼 상설기구로서 조사기능과 정기적 보고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만약 유엔 차원에서 전문가 패널은 해산을 막지 못하고 유엔총회에서 새로운 체계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한국, 일본, 호주 등 포함)의 대북제재와 관련해서 다국적 해상감시망(ECC, Enforcement Coordination Cell)과 같은 정보 수집도 중요하고, 제재 집행에도 서로 간에 맞추어 행동을 하는 것이 주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다른 서방국 서로 간의 제재 집행을 도와주기 위한 대북제재연구 기구를 다국적 협력하에 설립할 방안을 수립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인 및 특정 기구를 제재위반으로 보고할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이런 국제기구는 전문가를 정기적으로 활용함과 더불어 법무팀까지 채용할 재원이 필요하겠지만 다국적 협력으로 재원 마련, 정보 수집 및 보고 체계가 설계되어 실행될 경우, 유엔 아니더라도 일종의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러시아 등의 협력을 기대할 수 없겠으나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주요국가의 적극적 협력과 지원을 통해 대북제재 위반 문제를 사전에 최소화할 방안을 구상해보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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