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첨단 전투기라도 정비사와 격납고, 예비부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활주로에 세워 둘 수밖에 없다. 하물며 핵추진잠수함은 '바다 속을 움직이는 원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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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잠수함, 건조만큼 중요한 지속운용 - 프랑스 IPER·MCO 정비체계와 한불 협력 방향 - |
| 2026년 7월 28일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I. 문제 제기: 핵잠 논의를 '건조'에서 '지속운용'으로 확장해야 한다
아무리 첨단 전투기라도 정비사와 격납고, 예비부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활주로에 세워 둘 수밖에 없다. 하물며 핵추진잠수함은 '바다 속을 움직이는 원자로'다. 일반 함정의 정비에 원자로 안전검사와 방사선 관리, 핵연료 취급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정비체계를 갖추지 못한 핵추진잠수함은 전력이 아니라 국가의 부담이 된다. 본고가 핵추진잠수함 논의의 초점을 '건조'에서 '지속운용'으로 옮기자고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더 이상 추상적인 구상에 머물지 않는다. 국방부는 2026년 5월 26일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저농축우라늄(LEU) 사용, 국내 개발·건조,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 설계에서 해체까지의 총수명주기 관리,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와 2030년대 후반 전력화라는 기본 방향을 공식화했다. 특히 설계·건조·운용·정비·핵연료 관리·해체의 전 과정을 총수명주기 관점에서 관리해 '지속 운용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은 핵잠 정책의 초점이 함정 건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1)
이제 한국이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가"를 넘어 "건조한 핵추진잠수함을 수십 년 동안 안전하고 높은 가용률로 운용할 수 있는가"이다. 여기서 가용률이란 보유한 함정 가운데 실제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함정의 비율을 말한다. 핵추진잠수함은 선체·무장·원자로·핵연료·추진계통·전투체계·방사선 안전·승조원 교육·전용 정비기지·부품 공급망·비상대응 체계가 하나로 결합된 고도의 복합 무기체계이다. 프랑스 해군은 쉬프렌(Suffren)급 공격핵추진잠수함 한 척이 약 100만 개의 구성품으로 이루어지고 건조에 약 800만 노동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복잡한 함정은 정비체계를 미리 갖추지 못하면 수조 원을 들여 건조하고도 작전해역이 아니라 부두와 도크에 장기간 묶일 수 있다.2)
미국과 영국의 경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핵잠 설계·건조 기술을 보유한 국가도 정비시설, 숙련인력, 예비부품과 공급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함대의 실질 가용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프랑스는 저농축우라늄 기반 해군핵추진을 오랫동안 운용하면서 정해진 시점에 함정을 통째로 점검·수리하는 계획대정비(IPER), 정비·부품·비용·가용률을 하나로 관리하는 통합 운용유지(MCO), 이를 국가 차원에서 총괄하는 함대지원청(SSF), 그리고 장기 정비계획(PMMI), 정비기지와 교육체계를 하나의 지속운용 체계로 발전시켜 왔다. 프랑스 사례의 가치는 특정 원자로 설계의 이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핵잠을 수십 년간 안전하게 운용하고 정비해 다시 바다로 내보내는 제도·조직·시설·인력의 결합에 있다.
본고에서 말하는 핵추진잠수함은 핵탄두를 탑재해 전략적 핵보복 임무를 수행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재래식 무장을 탑재하는 공격핵추진잠수함(SSN)이다. 본고의 핵심 주장은 한국형 SSN 사업의 성패가 진수 척수 자체보다 설계단계의 정비성, 계획대정비 체계, 가용률 중심의 통합관리, 전용 정비기지, 숙련인력과 공급망을 얼마나 일찍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한불 협력도 이러한 지속운용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II. 정비가 핵추진잠수함 전력의 가용률을 결정한다
잠수함 전력에서 '보유'와 '가용'은 같은 뜻이 아니다. 장부상 보유한 함정 가운데 일부는 작전 중이고, 일부는 출동 준비와 승조원 훈련을 수행하며, 일부는 단기 점검이나 장기 대정비를 받는다. 핵추진잠수함에는 원자로 안전검사, 방사선 관리, 핵연료 관련 작업, 특수 장비 교체와 현대화가 추가된다. 따라서 전력의 실질적 규모는 총 보유 척수가 아니라 일정 시점에 안전하게 출동할 수 있는 함정의 수와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0척을 보유하더라도 정비체계가 부실하면 실제로 바다에 나갈 수 있는 함정은 그 절반 안팎에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정비 병목. 미 의회조사국(CRS)이 미 해군 자료를 정리한 표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미국의 공격핵추진잠수함 47척 가운데 16척, 약 34%가 창정비를 받고 있었고 작전·훈련에 활용할 수 있는 함정은 31척이었다. CRS는 이러한 비가용 함정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네 곳의 국영 해군조선소가 겪는 인력 부족과 시설 제약, 수리부품 공급망 문제를 지적했다.3) 미 회계감사원(GAO)은 2016~2025회계연도 공격핵추진잠수함이 정비 착수를 기다리며 부두에 머문 '활성 유휴시간'이 8,906일에 달했고, 정비 대기와 지연 상태의 함정을 유지하는 데 약 42억 달러가 지출된 것으로 추산했다.4) 세계 최강의 잠수함 강국조차 정비 기반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보유 전력의 3분의 1을 부두에 묶어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함정의 성능 부족이 아니라 정비수요를 감당할 도크·인력·부품과 일정관리 능력이 부족해 발생한 전력 손실이라는 점에서 한국에 직접적인 경고가 된다.
영국의 가용성 위기. 영국 하원 국방위원회가 2026년 발간한 AUKUS 보고서는 의회에 제출된 증거를 인용해 일부 잠수함이 클라이드와 데번포트의 시설 부족, 전략핵잠수함 우선 정비 때문에 2년 넘게 정비를 기다렸고, 2024년 상반기에는 취역 중이던 애스튜트(Astute)급 5척 가운데 작전배치를 완료한 함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신예 함정을 다섯 척이나 취역시키고도 실제 작전에 투입한 함정은 한 척도 없었던 셈이다. 잠수함을 '만드는 능력'과 '굴리는 능력'이 별개임을 이보다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보고서는 SSN-AUKUS가 취역하는 날부터 수십 년간 이를 지원할 유지·정비 시설, 인력과 공급망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5)
미국과 영국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세 가지이다. 첫째, 정비는 함정 취역 뒤에 준비하는 후속 지원업무가 아니라 설계와 전력기획 단계부터 포함해야 할 핵심 성능이다. 둘째, 정비 병목은 단순히 도크 하나를 더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숙련인력, 예비부품, 기술자료, 장기 납기품, 안전검사, 산업체 작업과 예산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셋째, 보유척수 확대만으로 가용률이 자동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정비능력보다 함정 수를 빠르게 늘리면 대기함과 장기 계류함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한국의 지속운용체계는 세 층위에서 동시에 설계되어야 한다. 함정 차원에서는 정비 인력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 장비 반출·교체 경로, 방사선 차폐, 진단수단과 기능 중복성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함대 차원에서는 작전·훈련·단기정비·장기 대정비를 연계한 순환일정과 도크 배분, 가용률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해군·방위사업청·원자력 안전기관·연구기관·조선소·장비업체를 연결해 계약·비용·인력·부품·핵연료 관련 일정과 기술자료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 프랑스의 IPER·MCO·SSF 체계는 이 세 층위를 연결하는 비교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
III. 프랑스 핵추진잠수함 운용·정비체계의 핵심
한국이 저농축우라늄 노선을 공식화한 지금, 서방 국가 가운데 LEU 기반 핵추진잠수함을 수십 년간 성공적으로 운용·정비해 온 나라는 프랑스가 사실상 유일하다. 미국과 영국의 핵잠이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랑스의 운용·정비 경험은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실증 사례다.
저농축우라늄과 장기 산업기반. 프랑스 해군핵추진 체계의 특징은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면서 민수 원자력과 일부 상류 산업기반을 공유한다는 데 있다. 프랑스 원자력청(CEA)은 해군핵추진과 프랑스 전력공사(EDF) 원자로용 저농축우라늄이 같은 조달회로를 활용하고, 일부 금속 부품도 동일한 산업 생태계에서 공급된다고 설명한다.6) 또한 CEA가 함정용 원자로의 사업책임과 설계권한을 담당하고, 프랑스 병기본부(DGA)는 함정 전체의 사업책임과 설계권한을 담당하며, TechnicAtome과 Naval Group이 각각 원자로와 함정 분야의 산업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 구조는 핵추진잠수함의 지속운용이 특정 조선소의 능력만이 아니라 국가기관·해군·원자력기관·산업체가 수십 년간 기술과 인력을 유지하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계획대정비(IPER). 프랑스의 IPER는 고장이 난 뒤 수리하는 응급조치가 아니라 미리 정한 시점에 함정을 장기간 운용에서 제외하고 원자로 관련 설비, 선체, 추진계통, 전투체계와 안전설비를 종합적으로 점검·수리·개량하는 생애주기 관리절차이다. 사람에 비유하면 아플 때만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정기 종합검진과 필요한 수술을 미리 계획해 받는 방식이다. 프랑스 해군에 따르면 쉬프렌급은 매년 약 10주간의 계획정비를 받고, 약 10년마다 약 1년 6개월의 대규모 계획정비를 받도록 계획되어 있다. 이 대정비 때에는 원자로 노심을 반출하고 용접부와 주요 장비를 정밀 검사하며, 노후 장비 교체와 성능개량을 병행한다. 작업에는 원자로 주변의 전용 접근시설, 인양장비, 작업장과 수백 종의 특수공구가 필요하다.7)
뤼비(Rubis)급 공격핵추진잠수함 페를(Perle)의 복구는 IPER와 MCO가 단순한 정기수리를 넘어 함정의 회복탄력성을 뒷받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페를은 2020년 툴롱에서 IPER 중 화재로 전방 선체가 크게 손상되었으나, 프랑스는 퇴역한 사피르(Saphir)함의 전방 선체를 접합하는 복구작업과 기존 IPER를 연계했다. 이후 원자로 재가동, 계류·해상시험과 기술검증을 거쳐 2023년 다시 작전순환에 복귀했다.8)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특수한 선체 접합기술 자체보다 국가기관·해군·산업체가 사고복구, 대정비, 성능개량과 안전검증을 하나의 관리과정으로 결합한 점이다.
통합 운용유지(MCO)와 함대지원청(SSF). MCO는 직역하면 '작전 가능한 상태의 유지'로,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하는 좁은 의미의 정비보다 훨씬 넓다. 예방정비와 수리, 예비부품·특수공구·기술자료의 확보, 성능개량, 계약·재고·비용·일정·품질과 가용률 관리가 모두 포함된다. 프랑스의 함대지원청은 해군참모총장 지휘 아래 DGA의 기술전문성을 활용하면서 수상함과 잠수함의 MCO를 단일 조직에서 국가 사업관리 방식으로 총괄한다. SSF는 정비를 계획·준비·지휘하고, 부품재고와 기술전문성을 관리하며, 미래 함정이 취역할 때 필요한 지원체계도 미리 준비한다.9)
프랑스식 역할분담의 핵심은 산업체가 실제 정비를 수행하더라도 국가와 해군이 가용성·일정·비용·품질에 대한 최종 관리책임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쉬프렌급 MCO에서는 설계·건조 경험을 가진 Naval Group이 주계약자로 정비를 수행하고 TechnicAtome이 원자로 분야에 참여하지만, 프랑스 해군은 계약 이행의 적절성을 직접 관리한다. 또한 함정별 정비책임자가 장기 정비계획인 PMMI를 수립해 도크 사용, 산업체 작업과 물류수요를 조정한다.10) 이는 한국이 핵잠 정비를 특정 조선소에 맡기는 사후 수리계약으로 축소해서는 안 되며, 국가가 가용률과 총수명주기 비용을 책임지는 사업관리 구조를 갖추어야 함을 시사한다.
정비기지와 인력은 1번함보다 먼저 준비해야 한다. 프랑스는 쉬프렌급 도입에 맞추어 2019년부터 툴롱 미시에시(Missiessy) 구역을 개조하는 '바라쿠다 수용·지원(ASB)'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일상정비·비상정비·10년 주기 대정비를 위한 세 개의 도크, 원자로 작업장, 연료요소 저장수조와 관련 안전시설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사업이다. 대규모 계획정비용 시설은 쉬프렌함의 첫 중대정비가 예상되는 2030년경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11) 이는 핵잠 정비기지가 일반 함정용 도크를 조금 확장한 시설이 아니라 원자로 작업·오염통제·방사선 감시·비상전력·소방·연료 취급과 폐기물 관리가 결합된 별도의 국가 기반시설임을 보여준다.
인력 양성도 시설 구축과 병행된다. 프랑스 군사원자력응용학교(EAMEA)는 해군핵추진, 원자력 안전, 방사선 방호와 위험관리 등 약 50개 과정을 운영하며 매년 평균 약 1,000명의 군·민간 교육생을 양성한다. 교육기간은 수일에서 2년까지 다양하다.12) 이번 원고의 초점은 교육체계 자체보다 정비인력의 자격인증과 재교육, 안전문화, 사고사례의 축적과 전파가 지속운용체계의 일부라는 점에 있다. 함정과 도크가 준비되어도 원자로 운용요원, 기관·전기·전자 정비인력, 방사선 방호요원, 안전감독관과 비상대응요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가용률을 유지할 수 없다.
프랑스 사례를 종합하면 세 가지 원칙이 도출된다. 첫째, 정비성은 취역 후 보완하는 항목이 아니라 설계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핵심 성능이다. 둘째, 대정비는 단순한 운용중단이 아니라 안전검사·핵연료 관련 작업·수리·현대화를 결합해 함정의 수명과 전투력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셋째, 해군·국가기관·산업체·교육기관·정비기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관리체계가 있어야 첨단 함정을 장기간 실전전력으로 유지할 수 있다. 프랑스가 바라쿠다 사업 계약에 6척의 건조뿐 아니라 일정 기간의 MCO를 포함했던 사실도 획득과 운용유지를 별개의 사업으로 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13)
IV. 한불 협력의 가능성·제약과 우선과제
한불 협력은 프랑스 핵추진잠수함이나 K15 계열 원자로 설계를 그대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으며, 현실적으로도 그러한 민감기술 이전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의 가장 큰 비교우위는 저농축우라늄 기반 해군 핵추진을 장기간 운용하면서 정비성 검토, 계획대정비, 기지·안전, 교육·자격, 국가와 산업체의 역할분담을 하나의 체계로 발전시킨 경험이다. 따라서 협력의 중심은 비밀 설계자료의 이전이 아니라 한국형 SSN이 취역한 뒤 실제로 정비되고 다시 작전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속운용 체계'를 공동 검토하고 검증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프랑스로서도 민감기술 이전의 부담 없이 협력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점에서 양국 모두에 수용 가능성이 높다.
한불 협력은 한미협력을 대체하는 구상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저농축우라늄 확보와 관리에서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IAEA와 공동으로 핵추진잠수함에 적용할 안전조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식화했다.14) 핵연료 확보, 핵비확산, IAEA 안전조치, 동맹 차원의 정보보호와 연합작전은 한미협의를 기본축으로 추진해야 한다. 반면 프랑스는 저농축우라늄 핵잠의 정비성·안전성·기지·인력·생애주기 관리 분야에서 한국의 시행착오와 일정 위험을 줄이는 '운용·정비 검증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미국이 핵연료와 비확산이라는 '제도의 문'을 여는 파트너라면, 프랑스는 그 문 안에서 핵잠을 실제로 굴리는 '운용의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파트너다. 미국과 프랑스의 역할을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로 설정해야 한불 협력의 국제적 수용성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15)
다만 협력 가능성을 과장해서도 안 된다. 프랑스의 해군핵추진 기술은 국가안보와 핵비확산, 산업기밀의 제약을 받으며 CEA·DGA·프랑스 해군·Naval Group·TechnicAtome의 역할과 공개 가능한 범위도 서로 다르다. 한국 내부에서도 해군, 방위사업청, 원자력 안전기관, 연구기관과 조선업체의 책임이 정리되지 않으면 프랑스와의 협력이 단발성 연수나 일반적 자문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협력을 요청하기 전에 필요한 기술·제도 과제를 세분화하고, 어떤 기관이 협상·계약·안전감독과 성과관리를 담당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한불 협력의 우선과제는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설계단계의 정비성 검토와 계획대정비 체계 공동설계이다. 한국형 SSN의 기본·상세설계 단계에서 프랑스의 운용경험을 활용해 정비 접근성, 장비 반출경로, 방사선 차폐, 오염통제, 진단수단, 기능 중복성, 특수공구와 도크 작업성을 점검하는 공동검토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 최종 설계권과 민감기술은 한국이 보유하되, 프랑스 전문기관과 산업체가 공개·이전 가능한 범위에서 '정비 가능한 설계'인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한국형 원자로의 노심수명과 임무에 맞는 단기·중간·장기 정비주기, 대정비 때 시행할 검사·수리·성능개량 항목, PMMI 작성방식을 공동연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용률 중심의 통합 운용·정비 관리체계 구축이다. 프랑스 SSF의 조직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그 기능을 분석해 한국의 제도에 맞는 국가 관리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해군은 작전요구와 함정별 가용률을 책임지고, 방위사업청은 사업·계약과 비용을 관리하며, 원자력 안전·방사선 방호 기관은 독립적인 안전감독을 수행해야 한다. 조선소·원자력 전문기관·장비업체는 설계·정비·부품 공급을 담당하되, 국가가 정비일정·핵연료 관련 일정·예비부품·인력자격·기술자료와 총수명주기 비용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 한불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가칭 '핵잠 지속운용 통합관리실'의 임무·권한·인력구성을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정비기지·원자력 안전·비상대응 협력이다. 툴롱 ASB 사업을 참고해 계류시설, 일반정비 도크, 대정비 도크, 원자로 작업구역, 방사선 감시, 오염통제, 연료 취급·저장, 방사성폐기물 관리, 비상전력과 소방·냉각체계를 기본설계 단계부터 검토해야 한다. 협력은 시설 도면의 단순 제공보다 안전요건 도출, 작업동선 검증, 비상시나리오 작성, 모의훈련과 독립적 검증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다. 1번함 진수 뒤에 시설을 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정 상세설계와 기지설계를 상호 검증하는 병행개발 방식이 필요하다.
넷째, 정비인력·기술자료·부품 공급망의 장기관리이다. EAMEA의 공개 가능한 교육·자격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장교·부사관·군무원·민간기술자의 단계별 연수, 교관 양성, 원자력 안전문화와 비상대응 공동훈련을 추진할 수 있다. 동시에 설계단계부터 부품목록, 수명·고장자료, 재고기준, 장기 납기품과 단종위험, 특수공구, 정비절차서와 형상관리 자료를 통합해야 한다. 프랑스와의 협력은 단기간의 기술교육보다 한국이 장기간 독자적으로 정비지식과 자격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교관·검증자·정비관리자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한불 양국은 정부·해군·안전기관·연구기관·산업체가 참여하는 '핵추진잠수함 운용·정비 협력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협의체 아래에 정비성·계획대정비, 통합관리·계약, 기지·안전, 교육·공급망의 네 작업반을 설치하고, 비민감 분야의 공동연구와 인력교류부터 시작해 성과와 신뢰가 축적되는 범위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랑스의 SNA 25 MCO 계약처럼 장기간의 비용·일정·품질을 묶어 관리하는 경험은 한국의 성과기반 정비계약과 국가 감독방식을 설계하는 데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다.16)
V. 한국의 지속운용 역량 구축과 단계별 한불협력 로드맵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성공기준은 "몇 척을 진수했는가"가 아니라 "몇 척을 안전하게 작전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가"가 되어야 한다. 국방부 기본계획이 총수명주기 관리와 지속 운용성을 원칙으로 채택한 만큼, 정부는 함정 개발일정과 병행해 '장보고-N 지속운용·정비 로드맵'을 별도로 수립해야 한다. 이 로드맵은 정비성 요구조건, 가용률 목표, 정비주기, 기지·인력·공급망, 총수명주기 비용과 한불 협력과제를 하나의 시간표에 담아야 한다.
첫 단계에서는 설계검토가 최우선이다. 함정의 속도·소음·무장성능뿐 아니라 정비 인력이 접근하고 주요 장비를 반출·교체할 수 있는지, 원자로 관련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진단장비와 기능 중복성이 충분한지를 성능요구조건에 포함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해군·방위사업청·원자력 안전기관·조선소의 권한과 책임, 정비기지 부지와 시설 규모, 인력·부품 소요와 총수명주기 비용의 기준선도 확정해야 한다.
둘째 단계에서는 함정 건조와 정비기지·교육체계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 장기 납기품과 단종 가능성이 높은 부품을 조기에 식별하고, 정비절차서·도면·소프트웨어·시험자료의 형상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프랑스와는 ASB 사업의 시행착오, 작업구역 안전설계, IPER 준비절차, 교관·정비관리자 양성을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다. 1번함의 취역 시점에는 최소한 일상정비, 비상정비와 원자로 안전사고 대응이 가능한 시설·인력·절차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셋째 단계에서는 1·2번함을 '전력'인 동시에 '지속운용체계 검증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험평가 과정에서 고장자료, 부품소요, 정비시간, 방사선 작업과 비상대응 결과를 축적하고, 이를 설계·정비절차 재고와 교육과정에 환류해야 한다. 성공기준도 진수·취역 일정만이 아니라 계획정비 준수율, 평균 고장복구시간, 핵심부품 확보율, 승조원·정비인력의 자격충족률과 안전지표를 포함해야 한다.
넷째 단계에서는 실제 운용자료를 바탕으로 복수함 순환운용체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본고가 참고선으로 제시하는 4척과 6척 구상은 확정적인 적정 척수라기보다 정책 시나리오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4척은 작전 훈련·단기정비·장기 대정비를 구분하는 최소 순환구조의 참고선이 될 수 있고, 6척 안팎은 정비 지연이나 돌발 고장에도 예비여력을 확보하는 중장기 검토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전력 규모는 한국형 원자로의 노심수명, 실제 정비주기, 임무·작전해역, 승조원 제도, 도크 용량과 예산을 종합해 단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숫자를 먼저 확정하기보다 1·2번함과 초기 복수함에서 축적한 가용률·정비자료를 기준으로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로드맵의 이행은 보안상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국회와 관계기관에 정기적으로 보고할 필요가 있다. 핵심지표는 함정별 가용률, 계획정비 준수율, 정비 착수 완료 지연일수, 핵심부품 확보율, 인력 자격충족률, 방사선 안전지표와 총수명주기 비용 전망이어야 한다. 이러한 지표가 있어야 핵잠 사업이 단기 정치일정이나 1번함 진수 행사에 흔들리지 않고 40년 이상 지속될 국가사업으로 관리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의 실질적 전력은 건조된 함정의 숫자가 아니라 정비를 마치고 적시에 다시 바다로 내보낼 수 있는 국가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프랑스의 IPER·MCO·SSF·ASB 체계는 한국이 미국과 영국의 정비 병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설계단계부터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한미협력을 통해 핵연료·비확산·동맹 운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프랑스와는 정비성·계획대정비·통합관리·기지·안전·인력·공급망 분야의 실질 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핵잠 건조는 시작일 뿐이다. 한불 협력의 최종 목표는 '정비 가능한 핵잠'과 '수십 년간 지속 가능한 전력'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설계도를 그리는 지금 이 단계에서 정비까지 함께 설계하는 나라만이, 30년 뒤에도 핵추진잠수함을 바다에 띄울 수 있다.
- 국방부,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2026. 5. 26.;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30년대 중반 '핵추진잠수함' 1번함 진수... 국방부, 기본계획 발표」, 2026. 5. 26.
- Marine nationale, "Sous-marins nucléaires d'attaque : le maintien en condition opérationnelle 'lourd'," 18 juin 2025, https://www.colsbleus.defense.gouv.fr/fr/sous-marins-nucleaire-dattaque-le-maintien-en-condition-operationnelle-lourd (검색일: 2026. 7. 18).
-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Navy Virginia-Class Submarine Program and AUKUS Submarine (Pillar 1) Project: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RL32418, 2026, Table 1 and Appendix C, https://www.congress.gov/crs-product/RL32418 (검색일: 2026. 7. 18).
- 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Military Readiness: DOD Should Take Further Actions to Address Challenges Across the Air, Sea, Ground, and Space Domains, GAO-26-108888, 2026, "Attack Submarine Maintenance Delays," https://files.gao.gov/reports/GAO-26-108888/index.html (검색일: 2026. 7. 18).
- UK House of Commons Defence Committee, AUKUS, Eighth Report of Session 2024-26, HC 841, 28 April 2026, paras. 94-103, https://publications.parliament.uk/pa/cm5901/cmselect/cmdfence/841/report.html (검색일: 2026. 7. 18).
- Commissariat à l'énergie atomique et aux énergies alternatives (CEA), "La propulsion nucléaire : un atout pour la France," 7 juillet 2025, https://www.cea.fr/presse/Pages/actualites-communiques/defense/propulsion-nucleaire-atout-France.aspx (검색일: 2026. 7. 19).
- Marine nationale, "Sous-marins nucléaires d'attaque : le maintien en condition opérationnelle 'lourd'," 앞의 글.
- Ministère des Armées, "Le sous-marin nucléaire d'attaque (SNA) Perle de retour dans le cycle opérationnel," 6 juillet 2023, https://www.defense.gouv.fr/marine/actualites/marin-nucleaire-dattaque-sna-perle-retour-cycle-operationnel (검색일: 2026. 7. 19).
- Ministère des Armées, "Notre organisation : Service de soutien de la flotte (SSF)," https://www.defense.gouv.fr/marine/mieux-nous-connaitre/notre-organisation; Marine nationale, "Ingénieur général de l'armement Guillaume de Garidel-Thoron, directeur central du service de soutien de la flotte," 16 juin 2025, https://www.colsbleus.defense.gouv.fr/fr/ingenieur-general-de-larmement-iga-guillaume-de-garidel-thoron-directeur-central-du-service-de (검색일: 2026. 7. 19).
- Marine nationale, "Sous-marins nucléaires d'attaque : le maintien en condition opérationnelle 'lourd'," 앞의 글.
- Marine nationale, "Programme 'Accueil et soutien Barracuda', une collaboration étroite entre la Marine et le SID," 19 juin 2025, https://www.colsbleus.defense.gouv.fr/fr/programme-accueil-et-soutien-barracuda-une-collaboration-etroite-entre-la-marine-et-le-sid (검색일: 2026. 07. 19); Ministère des Armées, "Service d'infrastructure de la Défense : Programme Accueil et soutien Barracuda," https://www.defense.gouv.fr/marine/cols-bleus/cols-bleus-magazine/passion-marine/soutiens/service-dinfrastructure-defense (검색일: 2026. 7. 19).
- Ministère des Armées, "L'École des applications militaires de l'énergie atomique (EAMEA)," https://www.defense.gouv.fr/marine/mieux-nous-connaitre/ecoles-formations/lecole-applications-militaires-lenergie-atomique-eamea (검색일: 2026. 3. 1); 정성장,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을 위한 한불 협력 방향: 프랑스 EAMEA의 시사점과 한국형 해군원자력교육센터 로드맵」, 『세종포커스』, 2026. 7. 21.
- Sénat, Projet de loi de finances pour 2009 : Défense - Équipement des forces, "Le programme de sous-marins Barracuda," 2008, https://www.senat.fr/rap/a08-102-5/a08-102-517.html (검색일: 2026. 7. 19).
- 국방부,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앞의 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30년대 중반 '핵추진잠수함' 1번함 진수... 국방부, 기본계획 발표」, 앞의 글.
- 정성장,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의 시간과 위험을 줄이는 한불 협력: 한미 LEU 연료협정과 양립 가능한 한불 기술검증 로드맵」, 『세종포커스』, 2026. 6. 18.
- Marine nationale, "Sous-marins nucléaires d'attaque : le maintien en condition opérationnelle 'lourd'," 앞의 글. 이 자료에 따르면 SNA 25 MCO 계약은 4년간 10억 유로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이며, Naval Group이 주계약자로 정비를 수행하되 프랑스 해군이 이행을 감독한다.
※ 본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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