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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과 미중관계 변화 전망

등록일 2023-06-26 조회수 3,231 저자 정재흥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과 미중관계 변화 전망

 

 [세종논평 2023-07 (2023.06.26)}

정 재 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jameschung@sejong.org 

 

   지난해 10월 열린 20차 당 대회에 이어 금년 3월 양회에서 시진핑 지도부 3연임 공식화 이후 개혁개방과 경제 발전 중심의 40년간 덩샤오핑(鄧小平) 시대가 사실상 마감되고 2049년까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 기치를 내건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개막되었다.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에 이은 덩샤오핑 시기는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으로 연 10% 이상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통해 약 40년만에 중국을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시켰다. 이러한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과를 이어 받아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 3기 지도부는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다극화된 국제질서 구축을 통한 중국의 꿈(中國夢)실현과 사회주의 강대국 달성이라는 역사적 소명과 과제를 안고 출범하였다.

 

   새로운 대외노선를 밝힌 시진핑 3기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변화는 과거 국경분쟁으로 불편했던 중러관계를 정리하고 국제질서 다극화와 국제관계 민주화 실현을 위해 21세기 중러 전략적 경제-안보협력 본격화를 대내외에 밝혔다. 특히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유라시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대만해협 문제 해결을 위해 전략적 소통 강화와 군사-안보협력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중러 정상은 '새로운 시대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주권, 영토보존, 안보, 경제발전 문제 등에 대해 상호 협력과 지지를 밝혔다. 아울러 미국 주도의 대중 디커플링(decoupling, 탈 동조화)과 첨단 기술 대중 제재 대응 차원에서 러시아뿐만 아니라 브릭스(BRICS), SCO(상하이협력기구),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국가들과 정치-경제-안보 연대와 협력을 크게 강화 시켜 나가는 중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중인 러시아는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제1위 산업-제조 공급망을 가진 중국과의 전략적 경제-안보협력을 통해 새로운 다극화된 국제질서 창출 및 유라시아 정치-경제 통합을 가속화시켜 나간다는 중장기 대외정책 노선을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광활한 영토와 에너지 자원을 가진 러시아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산업-제조 공급망과 14억 소비시장을 가진 중러간 전략적 경제-안보협력 본격화로 인해 새로운 다극화된 국제 질서 출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이자 미국의 주요 제재 대상인물인 리상푸(李尙福)신임 국방부장이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러간 무제한 협력 파트너십과 공동 군사훈련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미 중러 양국은 유라시아 지역 서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와 동쪽에 위치한 대만해협 문제를 놓고 상호 긴밀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약속하였다. 아울러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 지역(CIS 연합체)국가들과의 정치-경제-안보 협력 시너지 효과를 확대 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여 역내 질서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진핑 3기 지도부 출범 이후 중러 전략적 관계 강화를 통한 다극화된 국제질서 구축의 대외정책 노선 변화로 인해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약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여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위원, 시진핑 국가주석과 마라톤 회담을 가졌다. 이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여러 가지 복잡하고 쉽지 않은 도전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나 여전히 올바른 길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대결 구도에서 경쟁과 협력 구도로 전환을 시사하였다. 물론 620일 바이든 대통령이 금년 2월 정찰풍선 사건을 거론하며 시진핑 주석을 독재자(Dictator)로 지칭하고 23일 미 법무부가 펜타닐 문제로 중국 기업과 중국인을 기소하면서 양국관계가 다시금 냉각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으나 빌 게이츠 MS 설립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이미 다이먼 JP MORGAN 회장 등이 월가와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인들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하여 대중 경제협력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미중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2차 전지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 자원(희토류 등)상당수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어 사실상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적 단절이 나타날 경우 미국이 입을 경제 타격도 적지 않아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완화)로 대중 정책이 바뀌었다. 만약 금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다시금 개최될 경우 미중관계는 대결과 갈등에서 경쟁과 협력으로 방향 전환이 예상된다.

 

   물론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2월 정찰 풍선 사태 이후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우발적 충돌을 막는 핫라인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군사 핫라인 재개에는 이르지 못하여 제한적 성과만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국제질서 변화 흐름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 조정 이유를 살펴보면 1. 중러 전략적 경제-안보협력 본격화, 2.브릭스(BRICS) 및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국가들의 새로운 결제 화폐 추진과 탈 달러화(De-dollarization)추세 3. 미국 내부 국채 위기와 디폴트 문제, 4. 우크라이나 사태 교착 상태 지속과 대만해협 군사적 충돌 가능성, 5. 바이든 대통령 재선 준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중정책 조정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졌다. 아울러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에 앞서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대중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이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통해 합의된 주요 사안들을 얼마나 순조롭게 이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중관계 개선 향방에 중요한 척도로 보여진다. 예컨대 미국과 중국이 합의된 사안들을 놓고 다시금 언행(言行) 불일치가 나타날 경우 미중관계는 더욱 심각한 갈등과 대립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왕이 중앙 정치국 위원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으며 친강 외교부장은 직접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 이익이며 미중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위험이라 지적하며 대만 문제에 있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개입 의사 거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였다. 특히 왕이 중앙 정치국 위원은 직접 중국 위협론 중단, 대중 첨단 기술제재 철회, 대만 문제를 포함한 내정간섭 금지 등을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요구하며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중국은 협력 혹은 충돌에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결국 약 5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 이후 미중관계에 일정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금년 3월 양회 이후 시진핑 시대를 선포한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냉전 해체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 질서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된 국제질서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며 러시아와 긴밀하게 손잡고 중동, 중앙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까지 정치-경제-안보 영향력을 대폭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아울러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나토(NATO)연대 모색,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쿼드(QUAD), 오커스(AUKUS), (CHIP)4,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전방위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으나 앵글로 색슨 국가(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을 비롯한 한국, 일본, 대만 등 일부 서방 국가들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은 여전히 중국과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중요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역시 다극화된 국제질서 출현과 미중관계 변화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며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익 중심 외교로의 새로운 전략적 고민과 대안 마련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