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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진화와 한미일 억제협력의 과제 - 정보공유·위기관리·대잠협력의 단계적 제도화를 중심으로-

등록일 2026-06-01 조회수 1,048 저자 정성장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 이상 한국만을 직접 겨냥하는 지역적 위협에 머물지 않는다. 북한은 단거리 전술핵 운반수단,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잠수함(SSBN) 개발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한반도, 일본 열도, 미국 본토를 하나의 억제 방정식 안에 결합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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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위기관리·대잠협력의 단계적 제도화를 중심으로-
2026년 6월 1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1. 문제의 제기: 북한 위협의 진화와 억제협력의 현실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 이상 한국만을 직접 겨냥하는 지역적 위협에 머물지 않는다. 북한은 단거리 전술핵 운반수단,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잠수함(SSBN) 개발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한반도, 일본 열도, 미국 본토를 하나의 억제 방정식 안에 결합시키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이 아니라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키려는 '동맹 분리(alliance decoupling)' 전략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고도화할수록,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나 워싱턴에 대한 핵 피격 위험까지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략환경 변화 속에서 한미일 3국은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와 2024년 7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를 통해 제도화된 3국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한미일 안보협력은 주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공동 위협평가, 연합훈련, 대북 억제 메시지 조율 등 선언적·외교적·제한적 정보공유 중심의 낮은 단계 억제협력에 머물러 있다. 이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수중·고체연료·전술핵 차원으로 복합화되는 속도에 비하면 아직 충분하지 않다.
본고가 주장하는 것은 선언적 억제 메시지나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의 단순 확대가 아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북한의 수중 핵위협, 고체연료 ICBM, 전술핵 운용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형 작전지원형 억제협력의 단계적 제도화이다.
한국 내 역사 인식, 일본 자위대 활동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 한미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의 지휘구조, 일본의 법적·제도적 제약, 중국과의 확전관리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한미일 협력은 조약동맹화나 전시 통합운용이 아니라 기능적·단계적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본고의 목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고도화가 기존 한미동맹 중심 억제 구조에 제기하는 공백을 진단하고, 현재의 정치적·법적 제약 속에서 실현 가능한 정보공유, 공동 위협평가, 대잠 탐지·추적, 후방기지 방호, 위기관리 협력의 단계적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본고는 이를 위해 첫째,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변화와 전략적 함의를 분석하고, 둘째, 이 위협이 한국·일본·미국에 미치는 비대칭적 영향을 검토하며, 셋째, 한미일 안보협력의 현주소와 제약 요인을 짚어본 뒤, 넷째, 억제협력의 현실적·단계적 정책 로드맵을 제안한다.
II.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변화와 전략적 함의
1. 핵물질 생산 확대와 핵탄두 증가 가능성
북한 핵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핵물질 생산 능력의 확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5년 보고서에서 영변 농축시설의 지속 가동, 냉각능력 증가, 강선 농축시설 확장 운용, 영변 5MW 원자로 재가동과 방사화학실험실의 재처리 징후를 동시에 지적하였다. 올리 하이노넨(Olli Heinonen) 전 IAEA 사무차장은 2026년 3월 영변 경수로 재가동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능력을 최대 3배 이상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1)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에 대해서는 기관별로 추정치가 다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5년 연감에서 북한이 약 50기의 핵탄두를 조립했고, 최대 40기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2) 반면 한국국방연구원의 이상규 핵안보연구실장은 2025년 7월 기준 북한이 최대 1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최대 243기, 2040년에는 최대 429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하였다.3)
이러한 수치 차이는 추정 방법론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SIPRI의 수치는 이미 조립된 핵탄두와 비교적 보수적인 핵분열물질 평가에 근거한 하한선에 가깝고, 한국국방연구원의 추정은 북한이 보유하거나 생산 가능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을 핵탄두 수량으로 환산한 상한선에 가깝다. 그러나 정책적 함의는 동일하다. 북한은 더 이상 소수 핵무기를 정치적 협상 카드로 보유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운반수단에 탑재 가능한 '핵전력(nuclear force)'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2. 미사일 전력의 다층화와 핵 문턱의 하강
북한 미사일 전력의 질적 변화는 단거리 전술핵 영역과 장거리 전략핵 영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단거리 영역에서는 KN-23, KN-24, 600mm 대구경 방사포 등이 변칙궤도 비행과 기동성을 바탕으로 한국의 패트리어트 및 THAAD 요격체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들은 비행시간이 짧고 탐지·추적·결심·요격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와 위기 의사결정 구조에 큰 부담을 준다.
장거리 영역에서는 고체연료 ICBM의 등장이 핵심 변수다. 북한이 2023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8형은 최고 정점고도 6,518km, 비행거리 1,002km, 비행시간 74분을 기록했으며, 일본 방위성은 정상 궤도 발사 시 사거리가 15,000km를 초과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발사 준비시간이 짧고 은닉·기동성이 높아 한미일의 탐지 결심 요격 주기를 크게 압박한다. 2024년에는 화성-19형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북한의 장거리 핵투발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핵 문턱의 하강이다. 북한은 2022년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였거나 림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4) 이는 재래식 정밀타격조차 북한이 핵사용의 명분으로 해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한미의 선제타격 또는 참수작전 논의는 억제력을 높이는 동시에 위기 시 핵사용 위험을 높이는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해군 핵무장화와 2차 타격 능력 추구
북한 위협의 장기적 구조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수중 기반 핵전력의 추구이다. 북한은 2023년 9월 전술핵 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하였고, 이후 SLBM 및 잠수함 기반 순항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과시해왔다.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Beyond Parallel은 2025년 7월 기준 해당 잠수함이 아직 완전 작전 상태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였지만,5) 북한이 수중 핵투발 능력을 정치·군사적으로 중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북한이 실제로 생존성 높은 SLBM 전력을 확보한다면 한미일 억제구조에는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다. 지상 이동식 발사대와 달리 잠수함은 발사원점 탐지가 어렵고, 위기 시 선제 무력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히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또는 장기 잠항 능력을 갖춘 잠수함 전력을 확보할 경우, 기존의 킬체인 중심 대응개념은 근본적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 비용을 높이고, 한국과 일본의 안보 불안을 동시에 증폭시키며, 한미일 3국 간 해양감시·대잠협력의 필요성을 크게 높인다.
III. 한국·일본·미국에 대한 비대칭적 영향
1. 한국: 짧은 경보시간과 핵사용 위험의 증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지리적 근접성에서 비롯되는 극단적으로 짧은 경보시간이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대구경 방사포가 수도권 또는 주요 군사시설을 겨냥할 경우, 한국은 발사 탐지, 위협평가, 요격명령, 주민 경보, 지휘부 결심을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수행해야 한다. 특히 전술핵 탑재 가능성이 거론되는 단거리 무기체계의 경우, 재래식 공격과 핵공격을 위기 초기에 구분하기 어렵다.
이 조건에서 한국의 억제정책은 두 가지 딜레마에 직면한다. 첫째, 선제타격 능력을 강화할수록 북한 지도부는 이를 체제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핵사용 조건을 더 낮게 설정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존이 커질수록 북한은 미국 본토 위협을 통해 한미동맹을 분리하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동맹의 핵 기반 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의 저강도·기회주의적 도발과 제한전 가능성에 대비한 독자적 대응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2. 일본: 후방기지 취약성과 확전관리의 부담
일본이 직면한 북한 위협은 두 가지 차원을 갖는다. 하나는 일본 본토와 주일미군 기지에 대한 직접 타격 위협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미군 증원과 후방지원의 핵심 거점이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전략적 취약성이다. 요코스카, 사세보, 가데나, 미사와 등 주일미군 기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 공격으로 기능을 상실할 경우, 미국의 대한반도 증원작전은 심각한 지연 또는 마비를 겪을 수 있다.
일본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 개정을 통해 반격능력(counterstrike capability) 보유를 공식화하고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한반도 위기관리와 복잡하게 연결된다. 일본의 반격능력 행사가 한국의 군사작전이나 대북 위기관리 전략과 충분히 조율되지 않을 경우, 북한의 확전 계산을 자극하거나 한국 내 정치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일 협력에서 일본의 역할은 우선적으로 주일미군 기지 방호, 후방지원, 해상교통로 보호,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대잠 탐지·추적 협력 등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특히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는 한국 내에서 고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한일 안보협력 확대가 자위대의 자동적 한반도 진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협력 전체에 대한 국내적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사전 동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후방지원 협력과 한반도 영역 내 작전 참여를 분리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자위대가 한국 방어를 위해 한반도에 직접 진입할 가능성은 북한의 대일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도 매우 희박하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수소폭탄 장착 능력을 주장해왔고,6) 일본 방위성도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무기화를 달성해 일본에 도달 가능한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으며 노동과 스커드-ER을 일본 공격용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요컨대 문제의 본질은 북한이 일본 주요 도시와 주일미군 기지를 괴멸적 피해에 노출시킬 수 있는 수소폭탄급 핵능력과 중거리·준중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에서 자위대의 한반도 직접 전투 개입은 일본 본토와 주일미군 기지를 북한의 핵·미사일 보복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정이 된다. 원폭 피해 경험과 강한 반핵 여론을 가진 일본 사회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국 방어를 위한 지상전투 개입을 지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3. 미국: 확장억제 신뢰성의 구조적 압박
미국의 전략적 딜레마는 북한의 ICBM 능력 고도화에 따라 심화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으로 위협할 수 있게 될수록,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흔히 '서울-로스앤젤레스 교환 방정식'으로 표현되는 확장억제의 구조적 문제이다.
미국은 2024년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하고, 핵억제·핵작전 지침을 공식화하였다.7) 이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문서화된 공약만으로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 시 핵협의 절차, 재래식-핵 통합계획, 전략자산 운용, 미사일 방어, 대잠 탐지·추적 등 작전적 상호운용성이 뒷받침되어야 신뢰성은 강화될 수 있다.
IV. 한미일 억제협력의 현주소와 제약 요인
1. 억제·외교 협력과 전시 작전협력의 구분
한미일 안보협력 논의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억제·외교 협력과 전시 작전협력의 차이다. 현재 한미일 협력의 중심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평가, 연합훈련, 대북 억제 메시지 조율, 외교적 공조에 있다. 이러한 협력은 비교적 정치적 수용성이 높고, 법적·제도적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전시 작전계획, 공통 작전상황도, 수중작전 통합운용, 상호접근협정, 한일 군사동맹과 같은 영역은 훨씬 복잡한 정치적·법적·작전적 제약을 수반한다. 따라서 한미일 억제협력은 당장 전시 통합운용을 목표로 하기보다, 정보공유와 위기관리에서 출발해 제한적 기능적 상호운용성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 접근은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외 정치적 현실 속에서 협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2. 국내 정치와 역사문제의 제약
한일 안보협력은 북한 위협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역사 인식과 국내정치의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 군수지원 협력, 정보공유 확대 등은 한국 사회에서 쉽게 정치화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러한 제약을 무시한 채 안보협력의 당위성만 강조하면, 오히려 협력의 국내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일 안보협력은 역사 문제와 안보 협력을 분리 관리하되, 역사 문제를 무시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이 원칙은 장기 과제가 아니라 협력의 출발점에서 확립해야 할 단기적 기초적 원칙이다. 역사 현안이 발생하더라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안보 소통 채널은 유지한다는 원칙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협력의 목적이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미군 증원전력의 안정적 운용, 북한의 오판 방지에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3. 지휘구조와 법적 제약
한반도 유사시 군사작전의 핵심 축은 한미동맹과 한미연합사이다. 유엔군사령부는 일본 내 후방기지 운용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유엔사의 역할과 권한, 주한미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의 관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은 복잡한 법적·제도적 쟁점을 포함한다. 따라서 한미일 협력은 이러한 지휘구조를 대체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한미동맹 구조와 유엔사 후방지원 구조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도 이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일 협력 확대는 자위대의 한반도 자동 진입을 의미하지 않으며, 한국 정부의 명시적 사전 동의 없이는 자위대가 한국 영역 내에서 군사활동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한일 안보협력의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협력의 국내적 정당성을 높이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법적으로도 자위대의 한반도 직접 진입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일본국 헌법 제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포기하고,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 보유와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8) 2015년 안보법제로 제한적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이 열렸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평화국가·전수방위의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현실적 역할은 한국 영역 내 직접 전투가 아니라 일본 본토 방위, 주일미군·유엔사 후방기지 방호, 미군 증원전력 지원,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등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4.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의 연동 문제
만약 대만 해협에서 미중 군사 충돌이 발생한다면, 김정은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고 서해 5도를 점령할 수 있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열린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미국이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등 다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대만 유사시 중국이 반드시 북한의 군사도발을 적극 지원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중 군사충돌이 장기화 고강도화될 경우, 중국이 북한의 기회주의적 도발을 적극 억제하기보다 묵인하거나 제한적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 러시아도 미국의 관심을 한반도와 동북아로 돌리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내심 환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과 지원 하에 한국 영토의 일부 탈취를 시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의 연동 가능성은 한미일 3국이 장기적으로 공동 검토해야 할 핵심 위기관리 의제이다. 이제라도 한미일 3국 간에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가 동시에 발발할 경우에 대한 치밀한 검토와 대응 방안 논의가 비공개적으로라도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위기가 시작된 뒤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 이미 늦다.
다만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의 연동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것은 한국이 대만 방어 작전에 자동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국의 핵심 관심은 대만해협에서 미중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이 이를 한반도 도발의 기회로 오판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주일미군·유엔사 후방기지의 안정적 운용을 통해 한반도 방어태세의 공백을 막는 데 있다.
현 시점에서의 적절한 접근은 층위별 분리이다. 첫째, 한미동맹 차원에서는 북한의 기회주의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대비태세와 응징 메시지를 정교화해야 한다. 둘째, 한미일 차원에서는 미사일 경보정보, 해양 감시, 사이버 위협, 북한군 동향에 대한 정보공유와 공동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일본 차원에서는 주일미군 기지와 유엔사 후방기지 방호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넷째, 대중국 확전관리 차원에서는 한반도와 대만해협의 위기가 상호 증폭되지 않도록 외교적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V. 정책 제언: 한미일 억제협력의 단계적 로드맵
한미일 억제협력은 '군사동맹화'나 '전시 통합운용'을 목표로 하기보다, 실현 가능한 기능적 협력부터 축적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핵심은 조약동맹의 형식이 아니라 위기 시 예측 가능한 협력 절차와 제한적 상호지원 능력을 단계적으로 축적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단기·중기·장기 로드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1.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와 공동 위협평가의 제도화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과제는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와 공동 위협평가의 제도화이다. 한미일 3국은 이미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가동하고 있으나,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위협평가와 대응 메시지 조율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북한의 단거리 전술핵 운반수단, 고체연료 ICBM, SLBM 시험발사가 이루어질 경우 3국이 각각 다른 평가와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북한은 그 틈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공동 위협평가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과도한 제도화 없이도 억제효과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다.
2. 북한 SLBM 위협에 대비한 대잠 탐지·추적 협력
북한의 수중 핵투발 능력은 아직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일단 실전화될 경우 대응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한미일 3국은 북한 SLBM 위협이 완전히 현실화되기 전에 대잠 탐지·추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이 협력은 '한미일 수중작전 통합운용'이 아니라, 대잠훈련 정례화, 탐지·추적 절차 표준화, 수중 음향 정보 공유 가능성과 범위 검토, 해상초계기 운용 경험 공유 등 제한적이고 방어적인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은 동해와 서해, 일본은 동해와 대한해협·쓰가루해협·소야해협, 미국은 인도태평양 차원의 광역 해양감시 능력을 갖고 있다. 세 나라의 능력은 상호보완적이다. 이를 통합작전으로 묶기보다, 북한 잠수함 활동에 대한 상황인식의 공백을 줄이는 방향으로 협력을 설계해야 한다.
3. 일본 내 후방기지 방호와 유엔사 후방지원 협력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은 주일미군 기지와 유엔사 후방기지의 안정적 운용에 있다. 북한은 한반도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 내 군사시설뿐 아니라 일본 내 미군기지와 후방지원 거점을 타격함으로써 미국의 증원작전을 지연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미일 협력의 우선순위는 주일미군 기지와 유엔사 후방기지의 방호, 병참 지원, 해상교통로 보호, 미군 증원전력의 안정적 이동 보장에 두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은 중기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ACSA의 필요성, 적용 범위, 국내법적 쟁점, 사전 동의 절차를 먼저 검토하고, 중기적으로 제한적 협상 또는 위기 시 병참지원 절차 구체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ACSA는 즉각 체결을 목표로 하기보다, 국내 여론과 법적 쟁점을 고려해 필요성, 적용 범위, 사전 동의 절차, 유사시 운용 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 연동에 대한 비공개 위기관리 협의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의 동시 발생 가능성은 공개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지만, 한미일 3국이 외면해서는 안 되는 전략적 위험이다. 미국이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고강도 군사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은 북한에 기회주의적 도발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3국은 공개적 통합전략을 발표하기보다, 비공개 위기관리 협의체에서 동시위기 시나리오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협의의 핵심은 네 가지이다. 첫째, 북한의 기회주의적 도발 징후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한 정보공유. 둘째, 북한 도발 시 한미동맹 차원의 즉각 대응태세. 셋째, 일본 내 미군 및 유엔사 후방기지 방호. 넷째, 중국과의 확전관리 및 외교적 소통이다. 이러한 접근은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대만 유사에 자동 연루되는 것 아니냐는 국내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 즉, 대만 유사 관련 협의의 목적은 대만 방어 작전에 대한 한국의 자동 참여가 아니라, 대만해협 위기가 한반도 도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억제·위기관리 대비이다.
5. 자위대 한반도 진입 문제와 한국의 사전 동의 원칙
한일 안보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우려는 일본과의 안보협력 자체보다, 위기 시 한국의 동의 없이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일 안보협력 확대가 자위대의 자동적 한반도 진입을 의미하지 않으며, 한국 영역 내 자위대 활동에는 한국 정부의 명시적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원칙은 한일 협력을 제약하는 장치가 아니라, 협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정치적 안전판이자 국내 수용성 확보의 핵심 조건이다. 사전 동의 원칙이 명확할수록 한국 내 반발은 줄어들고, 일본도 협력의 법적·정치적 경계를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한일 2+2 안보대화 또는 한미일 고위급 협의에서 이 문제를 비공개적으로 검토하되, 국내적으로는 후방지원 협력과 한반도 내 작전 참여를 분리해 설명하는 전략적 소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내적으로는 "자위대 한반도 자동 진입론"이 과장된 우려라는 점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일이 동맹 관계가 아닌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가 한국을 지키기 위해 한국 영역에 진입하려면 한국 정부의 명시적 요청과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의 핵탄두와 노동·스커드-ER 등 대일 타격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으며, 북한은 위기 시 일본의 자위대 개입을 주일미군기지와 일본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원폭 피해 경험과 국내 반핵 여론, 대일 핵보복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위대를 한국 방어를 위한 한반도 지상전투에 투입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6. 국내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소통
한미일 억제협력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국내 수용성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아무리 심각해도, 국민이 협력의 필요성과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책은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전문가 사회는 한미일 협력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미일 협력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한미일 협력은 한미동맹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억제력을 보완하는 것이다. 셋째, 한일 협력은 자위대의 한반도 자동 진입을 의미하지 않으며, 한국의 사전 동의 원칙을 전제로 해야 한다. 넷째, 대만 유사 관련 협의는 한국의 자동 연루가 아니라 북한의 기회주의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위기관리 차원의 대비이다. 다섯째, 북한이 일본을 핵·미사일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위대가 한국 방어를 위해 한반도 지상전투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한일 안보협력의 현실적 초점은 후방기지 방호와 미군 증원전력 지원에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결국 한미일 억제협력의 정책적 가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만들어낸 억제 공백을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줄이는 데 있다. 북한은 한국, 일본, 미국을 분리해 압박하려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되, 일본 및 미국과의 정보공유·대잠협력·후방기지 방호·위기관리 협력을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정치적 제약 속에서도 추진 가능한 한미일 억제협력의 현실적 방향이다.
장기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충분한 신뢰와 제도적 기반을 축적한다면, 한일 관계는 현재의 기능적 협력을 넘어 보다 구조화된 안보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것이다. 이는 현 시점의 정책 목표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환경의 장기적 변화에 따른 전략적 가능성으로 열어두어야 할 방향이다.

  1. 조상진, "북한 핵무기 최대 50개 추정...경수로 재가동으로 생산능력 최대 3배," VOA, 2026.3.13.
  2.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 "Nuclear risks grow as new arms race looms-new SIPRI Yearbook out now," 2025년 6월 16일.
  3. 이상규, "최근 북한의 핵무기 생산능력 변화 분석과 비핵화 고려사항," KIDA 안보전략 FOCUS, 2025.7.17.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로동신문』, 2022.9.9.
  5. Joseph S. Bermudez Jr., Victor Cha and Jennifer Jun, "North Korea's First Ballistic Missile Submarine Still Not Operational," CSIS Beyond Parallel, July 17, 2025.
  6. 38 North, "Sixth Nuclear Test Detected at Punggye-ri, Declared to be a Hydrogen Bomb," 2017.9.3; 일본 방위성, "Recent Missile & Nuclear Development of North Korea (Oct 2025), Security Environment Surrounding Japan, 2025.11.21. 참조.
  7. 미 국방부,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2024.10.30.
  8. 일본국 헌법 제9조 Government of Japan, Japan's Legislation for Peace and Security, March 201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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