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2020 미 대선의 판독과 긴 뒤끝 [세종논평 No.2020-29]

등록일 2020-11-16 조회수 5,913 저자 강명세

2020 미 대선의 판독과 긴 뒤끝

 

 

[세종논평] No. 2020-29 (2020.11.16.)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miongsei@sejong.org

 

2020 미국대선 어떻게 볼 것인가?


  마침내 7일에야 바이든 후보의 승전보가 울렸다. 초반 대접전은 개표가 지날수록 곳곳에서 역전이 나타나더니 펜실베니아에서 승부가 결정되었다. 치열한 접전은 승패를 확인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었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등 미국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양극화의 후유증을 낳았다. 2020년 미국대선의 결과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는 극에 달한 당파성과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환경이다. 


양극화와 역대 최대 투표율


  이번 대선은 트럼프 4년 집권에 대한 평가로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적으로 지난 4년 동안 국제관례와 전통적 규범에서 벗어난 국정을 했다. 미국의 재건이라는 슬로건 하에 모든 미국인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한 집단을 위한 정치에 치중했다. 트럼프가 추진한 진영중심의 정치로 오랜 갈등은 더욱 악화되어 양극화는 극도로 치달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중도나 민주당 지지층에겐  트럼프에 대한 평가였다.  


미국의 두 도시 이야기


  선거과정과 결과에서 보듯 공화당과 민주당은 미국의 두 도시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서로 멀어진 두 도시는  이번 대선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2016년 뚜렷하게 나타난 두 도시의 대립은 승자와 패자는 바뀌었으나 더욱 치열해졌다. 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은 참여의 열기로 이어진다. 2020년 선거에서 미국인은 2016년에 비해 약 1600만이 투표에 더 참여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0년 미국의 총유권자 수는 약 2억 4천만명이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1억 5천 8백만 명으로 투표율은 66.4%로 추정된다. 2020년 투표율은 1900년 투표율 73.7% 이후 최대 투표율이다. 1900년 투표율은 흑인이 사실상 배제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 투표율은 실질적으로 최대 투표율이다.


 


  43개 주에서 2016년 투표율을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주는 미네소타 주이며 81%를 기록했다.  <그림 1>에서 보듯, 트럼프와 바이든 후보 모두 2016년 트럼프와 클린턴이 획득했던 표 이상을 얻었다. 2016년 클린턴 후보는 약 6500만 표, 트럼프는 6300만 표를 얻었었다. 2020년에는 바이든 후보는 클린턴 표에 970만 표를 추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6년 획득표에 약 780만 지지를 추가했다. 


왜 이리 극단적 정치가 되었나? 내집단과 외집단


  2020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국면적 배경은 코로나 팬데믹이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현역에게 유리한 선거였을 것이다. 개인 투표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투표자의 입장에서 집권당이나 현 대통령 하에서 재난이나 팬데믹이 일어날 경우 집권세력이 아니라면 누굴 비난하겠는가? 


  정치학은 전통적으로 투표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해왔다. 하나는 집권정부의 국정운영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집권 기간 동안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면 재신임을 받는 반면 실정한 정부는 패배하게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투표자와 시민은 일 잘하는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이는 다운즈 전통에 따른 합리적 선택을 중시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팬데믹의 만연은 트럼프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집권정부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홍수, 기근, 팬데믹이 오면 민주주의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둘째 기준은 후보선택의 사회심리적 기반을 중시한다. 개인은 스스로의 집단적 정체성에 따라 행위하며 당파성은 정치적 정체성을 반영한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정체성은 청소년기부터 형성되어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개인의 오랜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하는 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정부가 아무리 실정을 했더라고 우리 편이기 때문에 지지한다. 정체성의 렌즈로 보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을 주관적으로 본다. 한 마디로 선거는 진영논리의 대립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내집단 편향에 기반한 진영대립이 심각해짐에 따라 양당제 정치의 폐해 즉 제로섬 대립이 심각했다. 야당에게 유리한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예측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강력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엄습했으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애국심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팬데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과소평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통합”을 이루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확진자 수가 연일 10만명을 초과하고 희생당한 사망자가 25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했다(그림 2). 그럼에도 양극화와 당파성은 트럼프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공화당 혹은 트럼프 지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따라 코로나방역보다 경제살리기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지만  정치적 당파성은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했다.  위 두 가지 기준에 근거하여 2020년 대선을 논의한다면 팬데믹 공포에 대한 책임론이 작동했으나 내집단 편향도 팬데믹 못지않게 작동했다고 보여진다. 대선 불복사태에서 보듯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양극화로 인해  미국민주주의는 위기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당선자는 아직 절차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현직 대통령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새 정부 출범이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둘째, 예상과는 달리 민주당이 의회, 특히 상원 지배에 실패하면서 인사청문회 등에서 공화당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여 바이든과 민주당 의중대로 내각을 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에게는 내년 1월 5일 실시될 조지아 주 상원 보궐선거가 중요하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