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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김정은의 경제정책 평가 [정세와 정책 2020-12월호-제30호]

등록일 2020-12-01 조회수 6,031

2020년 김정은의 경제정책 평가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ucyang@sejong.org 

 

코로나19 방역과 태풍피해 복구 사업에 전념

 

한때 북한은 중국과의 무역 증가로 2016년에는 4.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3.9%, -4.1%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2019년에는 0.4%의 미미한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였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2019년 북한경제는 산업 전반이 부진했지만, 건설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했고 농림어업 부문과 서비스업이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그 이유는 2017년과 2018년에 북한경제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2019년에는 전년 대비 거의 동일한 미세한 성장을 달성했다고 추론되기 때문이다.

 

2020년의 북한경제는 이미 언급한 코로나19 사태, 경제제재, 태풍피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여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재 북한경제는 생산에 필요한 광물, 비료, 유류 제품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북한의 기업소를 비롯한 생산 단위도 물자 부족으로 생산 달성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북중 국경봉쇄는 무역 거래를 위축시키고, 국경 지역에서의 밀무역과 방문을 통한 경제교류마저 중단시켰다. 북한경제에 큰 도움을 준 중국 상품의 수입감소는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중국 해관 자료에 따르면 20201월부터 9월까지 북중 양국의 총 무역 거래 액수는 약 53천만 달러로, 이는 전년 대비 약 73% 정도가 감소한 액수이다. 북한은 중국에 약 44백만 달러 정도의 물품을 수출했다. 이 액수는 중국으로부터 수입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빈약한 북한의 무역 거래에 대해 북한경제 연구자인 윌리엄 브라운은 북한의 대중 교역을 조선 시대 무역 수준에 비유하고 있다.

 

북중 무역의 침체로 계획경제의 실패를 보완해오던 북한의 시장 활동도 극히 부진하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상품 부족과 구매력 감소로 거래가 감소하여 시장 활동 관여자 모두가 큰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시장의 위축은 일차적으로는 북한의 무역업무 관계자들과 시장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하고 판매하던 북한 기업소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파생적으로 기업소에 투자한 돈주와 급여 노동자들이 손해를 입게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시장에 물품을 조달하고 구매하던 일반 주민들이 타격을 받게 되었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수차례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경제생활을 영위한 진정한 주체세력의 몰락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외생적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제시한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도 경제 부양책보다는 오히려 80일 전투와 같은 주민 동원령을 내세웠다. 따라서 향후 북한경제는 생산 감소와 시장의 위축으로 상당한 경제적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실패 인정

 

내년이면 취임 10주년을 맞을 김정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2020년의 경우,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방역과 확산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 더욱 어렵다. 북한은 2016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하였다. 당시 김정은은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간에 균형을 보장하여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인민경제 선행부문, 기초공업부문을 정상화하고 농업과 경공업 생산을 증대하여 인민 생활을 결정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당시 김정은의 발언은 본인이 제시했던 일련의 경제정책이 나름 효과를 거두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김정은은 공식적으로 시장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제정책에서는 시장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김정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628방침은 가족농을 도입하여 농업 생산성을 증대하려 했던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유사하고 530조치는 북한의 기업소들에 제품, 가격, 임금 및 이익 분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2013년과 2015년에는 기업소법을 개정하여 기업소가 자체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 결과 많은 기업소가 돈주를 활용해서 민간 자본을 유치했고, 새로운 기술을 자체 개발 또는 도입하여 일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발전을 도모했다. 실제 김정은의 시장 허용적인 정책과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으로 북한은 경제난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경제 성장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2020년에도 이러한 정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사태의 발생과 자연재해로 북한의 경제정책은 무력화되었다. 새로운 경제정책을 제대로 시행해보기도 전에 제한된 재원이 우선 질병 예방과 태풍피해 복구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20 8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예상하지 못한 국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북한경제의 성장 목표가 미진했고 인민들의 생활도 개선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그리고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실패를 인정하였다. 그리고 당의 영도에 충실한 군민의 대단결과 협동작전으로 큰물 피해복구를 기본적으로 끝내라고 지시하였다.

 

10월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는 군과 인민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기념식에서 김정은은 우리 당은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하고 더 많은 혜택을 안겨줄 우월한 정책과 시책들을 변함없이 실시하고 끊임없이 늘려나갈 것이며 인민들이 꿈속에서도 그려보는 부흥번영의 리상 사회를 최대로 앞당겨올 것이라며 정책 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김정은의 언급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북한에 필요한 개혁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과 계획경제를 더욱 개방적으로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 등이다.

 

자력갱생과 경제 효율성의 충돌

 

원칙적으로 북한의 경제정책은 생산과 소비, 재생산 과정이 자립적으로 연계되는 자립적 민족경제의 이상 안에서 진행되어야만 한다. 자본주의 시각에서 보면 자립적 민족경제의 추구는 무역을 통한 국제 분업에 의한 경제 이득과 수출을 통한 상품 경쟁력 신장의 이득을 포기하는 것이다. 북한은 당면한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매우 강압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일반 경제정책은 자력갱생 이념에 기반하고 있어 실효성이 매우 낮다. 개인들의 자본을 활용한 기업소들은 성공한 사례가 많지만, 일반 기업소는 지방 공업관리국에 지원을 요청해도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온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금도 북한은 주체화, 자강력 제일주의, 국산화 등을 강조한다. 실제 정책 운용에서 북한의 국산화 정책은 일부 국방공업, 경공업, 농업 부문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식료품, 생필품 등의 분야로 자국 상품 공급이 확산되어 부수적으로 북한 상품이 경쟁을 통해 품질이 점차 개선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국산화를 강조하는 자력갱생은 기업과 협동농장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된 시장적 관리방법하에서의 경제발전 전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북한의 많은 기업소가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고, 가동 중인 기업소도 대부분 중국의 설비투자, 자재, 기술로 운영되고 있다. 상품의 판매처도 중국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진정한 국산화에는 한계가 있다. 심지어 시장에서도 중국 인민폐가 상당수 유통되는 상황에서 자력갱생에 대한 집착은 현실을 도외시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또 다른 정책 오류는 북한의 산업이 아직도 군수산업과 중공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자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과 실험에 투입되는 자본으로 인해 심각한 자원 배분의 왜곡을 가져오게 된다. 북한경제가 성장하려면 자본유치뿐만 아니라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낙후된 사회간접자본과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김정은은 공식적으로 시장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제정책에서는 시장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김정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628 방침은 가족농을 도입하여 농업 생산성을 늘린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유사하다. 530조치는 북한의 국영 기업에게 제품, 가격, 임금 및 이익 분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개혁은 북한경제가 회생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북한 지도부는 북한 주민들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염려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 3대 세습으로 다져진 북한의 통치체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북한에서 시장이 확산되고 관련 종사자들도 증가하게 되면서, 이제는 국가도 시장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돈주를 활용하는 정책이다. 현재 북한 내 부동산 관련 사업이나 대규모 건설 공사, 국영 기업소의 투자자금 유치까지 돈주의 역할은 증대되고 있다. 대중 교통수단 공급과 같은 국가의 주요 역할마저 돈주들이 상당 부분 대행하게 되면서 국가의 권위는 하락하였다. 국가의 영향력이 축소됨에 따라 일부 국가 정책의 시행이 좌절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건설이나 부동산과 관련해서 국가가 단독으로 주도하는 정책은 자본이 부족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가사업에 개인의 투자를 활용하는 정책에 대해 주민들은 계획경제와의 타협안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재까지 김정은의 최대 경제적 업적은 나름대로 시장을 활성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김정은이 그토록 강조한 자력갱생과 주체화의 효과는 미미하다. 국산화의 경우 북한 내부의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시행한다는 점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더 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이 일부 기업소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서비스업의 발전을 유도한 정책은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의 시장을 용인하는 정책과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으로 북한은 경제 어려움을 일부 해소할 수 있었다. 과거보다 북한의 시장 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향후 북한의 계획경제 운용은 시장의 협력이나 지원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정책은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제 북한에서 국가와 시장은 대립 관계가 아니며 서로 협력하고 공생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대다수 북한 주민과 간부들도 시장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 국가의 시장에 대한 감시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계획경제는 시장과의 상호 작용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218차 당 대회에 대한 기대

 

2021년 김정은은 취임 10년을 맞게 된다. 군사적으로는 핵무기와 ICBM급의 미사일 기술도 보유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북한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되었다. 북한의 핵 보유는 북한경제가 도약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경제의 활로는 자명하다. 핵 포기를 대가로 협상을 하려는 북한으로서는 먼저 과감한 경제개혁을 시행하여 서방세계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6월에 행해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사건은 북한의 대외 이미지만 추락시킬 뿐이다.

 

김정은은 2020년 북한경제의 부진 요인을 외생적 요인으로 돌리고 있다. 10월 열린 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의 앞서가는 정책 개선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북한의 태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개혁 대신에 극히 비효율적인 80일 전투라는 속도전으로 정신무장을 시키고 경제를 회복시키려 한다. 과거 유사한 사례를 복기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분명해진다. 합리성과 인센티브가 없는 경제정책을 시행하면 북한경제의 생산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들로서는 참여 명분을 얻기 위한 형식적 노동력만 제공할 뿐이다. 북한은 20211월에 개최 예정인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며 현재 경제 부진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경제를 이끌어 오던 북한의 시장도 중국과의 무역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위축되었다. 시장 활동의 부진은 대다수 북한 주민의 소득을 차단하게 된다. 삼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경제가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힘들었던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다. 먼저 개인의 재산권과 소유권 범위를 확대하고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할 국가는 없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식량과 에너지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지원하더라도, 대규모 투자와 경제지원을 할 명분은 약해진다. 북한이 언제까지 국제사회와 척을 지고 경제를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북한이 개혁을 늦출수록 한국과의 경제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는 향후 남북한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이나 한반도 통일은 요원한 목표가 될 것이다. 통일 30년을 맞은 동서독이 아직도 경제가 수렴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북한에서의 경제개혁의 당위성을 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1989년 동독의 계획경제 책임자였던 게하르트 쉬러는 보고서를 통해 동독경제는 개혁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여 더는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며, 유일한 대안은 서독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길이라고 적시하였다.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동독지역에서 시위는 더욱 격화되었고, 불과 며칠 후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이제 북한도 과감한 경제개혁을 시행할 시점에 도달했다. 2021년에 개최될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북한이 개인의 경제적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 친화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개혁과 인센티브가 결여된 경제정책의 제시만으로는 몰락하고 있는 북한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