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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정책 2022-특집호-제1호] 2022년 국제 안보정세 전망

등록일 2021-12-24 조회수 4,273

2022년 국제 안보정세 전망

 

 

이대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delee@sejong.org

 

2021년 회고

 

2021년 미중갈등(패권경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국제 안보정세는 매우 불안정했다. 새로이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정책을 계승하고 강화했고, 중국 시진핑 정부도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대응함에 따라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었다.

 

미중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압박정책은 경제제재, 군사력 증강과 무력시위, 연합세력 구축, 국내법 강화 등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었다. 우선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민주주의 탄압(홍콩)과 인권탄압(신장 위구르 및 티베트)을 이유로 중국에 대규모 경제제재를 가했다. 둘째,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시로 전개했으며, 동맹국들과의 연합군사훈련을 강화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해군이 남중국해, 대만해협, 북한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서태평양에 진출하여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

 

셋째,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인권과 자유, 평화와 안전, 그리고 법치를 강조하는 가치동맹을 앞세워 민주주의 국가를 집결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QUAD 화상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일본 스가 총리,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의, 그리고 G-7, NATO, EU 정상회의를 잇따라 개최하여 반중 민주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했으며, 호주·영국과 새로운 안보협력협정(AUKUS)도 체결했다. 그리고 QUAD 대면정상회의가 뉴욕에서 개최되었고(9.24), 바이든 대통령은 129110개국 정부와 민간분야 관계자들을 초청해 화상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모든 회의에서 대만해협을 비롯한 남동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현상타파 정책을 비난하고,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의 문제점 지적은 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 협력을 강조했다.

 

끝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도전에 맞서 미국의 외교 안보, 산업,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국혁신경쟁법(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을 제정했다. 즉 중국 견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국내법을 강화했다.

 

한편 중국도 미국의 압박정책과 유사한 방향으로, 즉 대미 경제제재, 반미 연대구축, 무력시위, 그리고 국내법 강화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경제제제에 상응하는 고관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권탄압 등의 정치 공세에 대해서는 주요 관리,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을 통한 비난 말, 글 또는 메시지 발표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남중국해, 대만, 홍콩, 신장 등은 중국의 핵심이익이니 존중해 주어야 하며 내정문제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QUAD 회원국을 포함한 관련국에게는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로 대응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러시아, 이슬람 시아파 맹주이자 대표적인 반미국가로 중동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란, 중동의 대표적인 친중국 국가이며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인 파키스탄, 북한, 그리고 최근 아프가니스탄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 미국의 반중 가치동맹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셋째,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대만해협에서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맞서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으며, 대만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여 관련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끝으로 중국도 미국 주도 반중연대의 대중국 압박정책에 반격을 가하고 기세를 꺾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국내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해치는 외국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규정’(2020.9.19)과 전략물자와 첨단기술 등의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최초의 포괄적이고 통합된 수출통제법’(2020.12.1) 제정에 이어 20216반외국제재법도 제정했다. 이 법의 핵심내용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제재하면 중국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지원하고 서방 국가 조직과 관련 인물에게 보복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구상이 충돌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남동중국해 해양영토분쟁과 대만해협 양안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예상되었다.

 

한편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NATO 가입을 놓고 NATO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러시아는 10만 명 정도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흑해에는 순항 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까지 배치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국경선을 맞댄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이 들어오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강력한 견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미군과 유럽군이 서서히 철수함에 따라 내전이 끊이지 않았고, 테러도 빈번히 발생하여 불안한 정세를 유지했다.

 

2022년 전망

 

202211월 전후해 양국의 주요 정치행사인 미국의 중간선거와 중국의 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상대국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기에 미중갈등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바이든 정부는 중간선거에서 승리해야 하고, 시진핑 주석은 당대회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주도의 AUKUS 결성이 호주의 군사력 증강은 물론 미국의 전략자산 호주 배치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국도 파키스탄의 과다르항과 스리랑카 함반토타하에 자국의 군함을 기항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또한 미중갈등을 증폭시키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미중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1115일에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화상)에서 양국 정상은 무역갈등, 인권문제, 남중국해 갈등에 대해 이견이 존재했지만,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아킬레스건인 대만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정책이 유효함을 확인해줌에 따라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유럽에서 NATO와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포함한 NATO가 러시아의 요구대로 NATO 확대를 중단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과 패권경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유럽에서의 러시아와의 갈등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미군의 아프간 철군으로 인해 주요 세력(수니파 vs. 시아파, 탈레반 vs. 이슬람국가)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즉 아랍 대 미국이 아닌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 그리고 탈레반과 이슬람국가 갈등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프리카 지역에서 내전 및 테러는 지속될 것이고,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려 친미(親美) 국가와 친중(親中) 국가 간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비전통 안보위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2020년부터 전 세계로 확산된 COVID-19로 인해 3억명에 육박하는 인류가 감염되었고, 530만명이 사망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COVID-19 백신과 치료제를 생산하는 화이자는 COVID-192024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렇듯 COVID-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염병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세기에 들어와 사스(SARS, 2003), 신종플루(Swine Flu, 2009), 에볼라바이러스(Ebola, 2014), 메르스(MERS, 2015)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2020)까지 약 5년 주기로 출현하는 신종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신흥국, 즉 백신을 많이 확보한 부국과 그렇지 않은 빈국과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펜데믹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공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둘째, 26차 당사국회의(COP26) 이후 새로운 기후체제 이행이 본격화함에 따라 에너지 수급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탄소중립을 위한 개도국 지원자금 확보 과정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인프라가 강화됨에 따라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는 사이버 안보위협이 증대될 것이다.

 

넷째, 미국의 국제경찰 역할 축소로 인해 초국가적 범죄(마약, 인신매매, 해킹 등)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난민문제도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테러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의 아프간 철군에 이어 아프리카에서도 미군과 프랑스군의 철수가 이어지고 있어, 극단적 폭력주의자들의 표적에서 미국과 유럽국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는 COVID-19 여파와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COVID-19 사태 이후의 국민 지원을 위해 상당한 예산을 투입했고, 이는 글로벌 물가상승(인플레)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통화공급을 줄이고,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고, 이는 신흥국들의 금융사정을 악화시켜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중국으로 고급기술이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의 기술동맹은 국제 공급망(Supply Chain) 재구축 및 자원 무기화로 이어지고 있어 국제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즉 미국이 기술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고성능 반도체 및 그 기술 유입을 억제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희토류를 포함해 항공 및 통신, 군수 분야에 필수 자원인 주석과 텅스텐, 티타늄, 코발트 안티모니, 나이오븀 등의 수출을 금지시키는 조취를 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