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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내정치 갈등과 대선 전망 [정세와 정책 2020-7월호-제15호]

등록일 2020-07-01 조회수 8,597

미국 국내정치 갈등과 대선 전망

 



정구연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ckuyoun@kangwon.ac.kr

 

 

혼돈의 2020년 미국

 

   COVID-19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수가 12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망 사건은 미국 내 혼돈 상황을 고조시키고 있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 아래 전국적 시위, 약탈과 방화 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정파적 접근을 택함으로써 국내 정국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보다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해 자신의 지지기반에 호소하는 공약과 정책들에 집중하고 있다. COVID-19를 중국이 고의로 퍼뜨렸다는 주장뿐만 아니라, 불법체류 청소년 유예제도(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DACA) 폐지 재추진, 허울뿐인 경찰개혁 행정명령 서명(June 16, 2020) 등 자신의 지지계층 결집을 위한 다수의 조치들을 계속해서 제시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COVID-19 확산과 관련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은 채 전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잘 대처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없는 낙관론은 미국민들의 분노와 환멸을 자아내고 있으며, ‘미국예외주의의 종언(End of American Exceptionalism)’이라는 표현이 다시 회자될 정도이다.   

 

   본고는 위와 같이 다양한 현상들로 점철된 미국 내 혼돈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으로서 이념적 양극화를 논의하고, 이것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0년 미국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논의해 본다.  

   

COVID-19와 이념적 양극화 확대

 

   이념적 양극화는 이미 2000년대 들어서며 미국 정치의 주요 화두로 등장하였다. 2010년 티파티 운동과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더욱 현저해진 이념적 양극화는 유권자들 내부에서 정서적 양극화, 그리고 행정부 차원에서 ‘partyocracy’ 즉 시민 전체가 아닌 특정 정당 구성원의 이익에 집중하는 국정운영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국 유권자들은 COVID-19로 인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좀 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제공하는 경기부양패키지의 효과에 대해서도 민주·공화 양 지지층은 상당히 정파적인 판단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의 “Black Lives Matter”운동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92%가 지지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오직 37%만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1) 이러한 정파성(partisanship)의 강화는 정파적 미디어의 존재와 결합되며 이념적 양극화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데, 예컨대 공화당 지지자들의 CNN 혹은 New York Times 등 진보 매체에 대한 불신 수위가 최근 5년간 두 배 정도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2) 또한 이념적 양극화 시대 유권자들은 동종선호(homophily) 경향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유사한 사람들과의 교류에 집중함으로써 양극화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COVID-19 확산 가운데 양극화를 고려한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 3월 의회에서 통과된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 CARES Act)에 따라 배분된 주별 예산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주(red states)에 좀 더 많이 책정되었다. 예컨대 예산배분 상위 5개주는 유타, 아이다호, 사우스다코타, 네브라스카, 와이오밍 등 전통적 공화당 지지주였으며, 캘리포니아, 오레곤, 뉴욕과 같은 민주당 지지주(blue states)보다 일인당 평균 2-300 달러 더 많은 지원금이 책정되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력한 위기관리능력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거부감은 공화당 지지주에도 전이되어 COVID-19에 대한 늦장대응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예컨대 주 전체 재택명령(Stay-at-home order)를 내리지 않는 8개 주는 모두 공화당 주지사가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그 8개주 가운데에서도 네브라스카, 오클라호마, 아이오와, 사우스다코타 등에서는 최근 COVID-19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미국 유권자들의 태도와 선호를 예측하는데 있어 그 어느 것보다도 정파성(partisanship)이 점차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COVID-19가 장기화되고 사망자수가 더욱 늘어나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관리 무능력이 명확해짐에 따라 최소한 COVID-19와 관련한 정파성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

 

정치적 균열선으로서의 인종적 불평등

 

   정파성과 맞물린 정치적 균열선은 바로 인종적 불평등(racial inequality)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전국적 시위는 법집행(law enforcement)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특정 인종집단이 오랜 시간 겪어온 차별과 불평등의 경험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COVID-19으로 인해 미국 내 흑인이 오히려 더 많이 감염되고, 사망하였을 뿐 아니라 이들의 실업률도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제로 백인 가정의 평균소득 보다 흑인 가정의 평균 소득은 두 배 이상 차이날 뿐 아니라 부의 축적 수준은 10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흑인은 백인에 비해 건강보험 가입율도 절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3)

 

   이러한 인종적 불평등은 이미 미국 역사 속에 오랫동안 구조화되어왔지만, 이번 COVID-19 위기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맞물려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소외되었던 집단, 예컨대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의 투표가 중요했던 것과 같이 이번 2020년 대선에서는 구조적으로 차별과 소외, 불평등을 겪었던 인종집단의 투표가 중요한 정치적 균열선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림 2]는 정파성에 따라 백인들 내부 인종적 적대감의 수위가 2016-2018년 사이 얼마나 변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X축의 적대감이 낮을수록 흑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음을 보여준다. [그림 2]는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흑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으며,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그 반대의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와 소수인종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현재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전국적 폭력시위의 주요 행위자가 흑인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공화당은 특정 집단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민주당 바이든 후보는 인종중립적 정책(race-neutral policy)만으로는 지금의 인종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면서 좀 더 적극적인 인종간 경제불평등 해소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인종문제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더욱 악화되었다는 의견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여론 조사 결과를 고려한다면, 인종적 불평등 역시 정파성을 띄는 하나의 정치적 균열선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민주당 지지자들을 일부 결집시킬 수 있는 의제가 되어가고 있다.4)

 

2020년 대선 전망과 한국으로의 함의

 

   COVID-19 위기로 인해 이번 2020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신임투표(referendum)의 성격이 짙어졌다. 일반적으로 위기상황 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진다는 결집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캐나다, 호주, 영국 총리의 지지도가 20% 이상의 결집효과를 누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는 오직 5% 미만의 결집효과만이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월 미 의회 상원에서 권력 남용 및 의회방해 혐의로 탄핵투표를 실시했을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미국 유권자들 내부의 이념적 양극화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COVID-19 대응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실망감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밋 롬니 상원의원,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 등 공화당 중진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 철회 선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향후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COVID-19 장기화 여부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 수위에 따라 많은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미국의 COVID-19 사망자수는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에, 이것이 경기침체 우려와 맞물린다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것이다. 이념적 양극화가 고착된 전통적인 민주당 혹은 공화당 텃밭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경합주의 경우 얼마나 투표율이 높아지는가(turnout)에 따라 선거결과는 유동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COVID-19가 장기화될 시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며, 우편투표와 같은 대안이 얼마나 실질적 효과가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1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실제 투표할 의향이 있는 유권자(likely voter)로 여론 조사 결과를 좁혀보면 트럼프의 승리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결과 동향만으로는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단언 할 수 없으며, 오히려 2016년 선거에서와 같이 일반투표(popular vote)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미국내 정파성이 한국의 대외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민주·공화 양당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대중국 접근법과 미중관계의 탈동조화 현황과 관련해서도 그 수위만 다를 뿐 양당적 인식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지금의 트럼프 행정부보다 다자주의 및 동맹국들과의 연대 강화가 예측가능하다. 그러나 현 바이든 후보의 인수위원팀(Transition team)의 경우 자유국제주의질서가 미국 대외정책의 목표여야한다고 단언하고 있지 않으며,‘자유’의 가치가 과거만큼 당연시되고 있지 않을 정도로 국제질서는 변화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 대선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이러한 미국 국내정치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정파성이 어떠한 대외정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Kim Parker, Juliana Menasce Horowitz and Monica Anderson, “Amid Protests, Majorities Across Racial and Ethnic Groups Express Support for the Black Lives Matter Movement” Pew Research Center (June 12, 2020).

2) Mark Jurkowitz, Amy Mitchell, Elisa Shearer and Mason Walker, “US Media Polarization and the 2020 Election: A Nation Divided” Pew Research Center (January 24, 2020).

3) Tami Luhby, “US Black-White inequality in 6 stark charts” CNN (June 3, 2020). 

4) Kim Parker, Juliana Menasce Horowitz and Monica Anderson, “Amid Protests, Majorities Across Racial and Ethnic Groups Express Support for the Black Lives Matter Movement” Pew Research Center (June 1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