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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중국의 對일본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

등록일 2026-02-19 조회수 174

2026년 초 동아시아 안보·경제 환경은 구조적인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25년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중국은 단계적으로 보복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의 對일본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
2026년 2월 19일
    이병철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bcclee65@naver.com
    | 들어가기
       2026년 초 동아시아 안보·경제 환경은 구조적인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25년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중국은 단계적으로 보복 수위를 높여왔다. 일본 여행 자제령, 일본 영화·공연 금지, 수산물 수입 재개 취소에 이어 이중용도 물자(Dual-Use Items)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이중용도 물자란 민간 용도와 군사 용도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품목으로, 반도체, 희토류, 첨단 소재, 정밀기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물자는 첨단 산업의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좌우하기 때문에, 수출 통제가 발동되면 산업 공급망 전반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충격을 미친다. 이번 사례는 센카쿠(댜오위다오) 사태 때의 비공식적 조치와 달리, 법적 체제를 갖춘 이중용도 물자 수출에 대한 전방위적 통제라는 점에서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본고에서는 중국의 대일 보복 중 이중용도 물자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 중국의 대일본 제재 내용
       2025년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심대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발언 철회를 요구했으나, 일본이 이를 거부하자 단계적으로 보복 수위를 높여갔다. 2026년 1월 6일 중국 상무부는 '이중용도 품목 대일본 수출관리 강화에 관한 공고(2026년 제1호)'를 발표하고 즉각 시행했다. 공고에 따르면 "모든 이중용도 물자의 일본 군사 사용자, 군사적 용도, 그리고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체의 최종 사용자 및 최종용도로의 수출을 금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다. "어떠한 국가 및 지역의 조직과 개인이라도 중화인민공화국을 원산지로 하는 관련 이중용도 물자를 일본의 조직이나 개인에게 이전하거나 제공하는 경우 법에 따라 책임을 추궁한다"라고 명시하여,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 경로도 차단할 의도를 명확히 했다.
    | 일본에 대한 영향
       일본은 희귀 광물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희토류 수입의 약 60%를 중국에 의존하며, 중희토류(디스프로슘, 테르비움)의 중국 의존도는 거의 100%에 이른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9%(2024년 27만 톤), 정제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 외 전략광물에서도 일본의 대중 의존도는 높다. 갈륨은 중국이 세계 생산의 98%를 장악하여 단기적으로 대체할 수 없고, 게르마늄도 중국의 정제 지배력이 높아 공급 리스크가 크다. 천연 흑연은 일본 수입의 약 90%가 중국산이며, 마그네슘 역시 중국이 세계 생산의 85% 이상을 점유해 공급 차질 시 즉각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텅스텐은 일본 수입의 약 55%가 중국산으로 대체 공급원(베트남, 호주 등)이 존재하나 중국의 세계 생산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취약성은 상존한다.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순도 망간 황산염도 중국이 세계 생산의 95%를 점유한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3개월 지속될 경우 일본의 산업 생산 감소액이 약 6,600억 엔(GDP 0.11% 하락), 1년 지속될 경우 약 2조 6,000억 엔(GDP 0.43% 하락)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아가 중국이 군민 양용 품목까지 확대할 경우, 반도체·전자부품·통신기기(7.7조 엔), PC류(2.4조 엔), 정밀기계(0.4조 엔), 화학품(0.2조 엔) 등 대중 수입 총액 25.3조 엔의 약 42%가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DIR)는 공급 제약이 1년간 지속될 경우 일본의 실질 GDP가 1.3%(7조 엔), 취업자 수가 1.3%(9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희토류 외 희귀 광물까지 수입이 통제될 경우, 감소 폭은 실질 GDP 3.2%(18조 엔), 취업자 수 3.2%(216만 명)로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 일본의 대응
       2010년 센카쿠(댜오위다오) 사태 때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선장 석방)하며 수일 내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나, 이번에는 일본이 발언 철회를 거부하며 장기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본은 센카쿠(댜오위다오) 사태 때 충격을 교훈 삼아 15년간 조달처 다변화, 대체 기술 개발, 국가비축 확대, 경제 안전보장 추진법 (2022년) 시행, 심해 희토류 채굴 등을 통해 희토류의 대중 의존도를 90%에서 60%로 낮추었다. 중국의 압박이 전례 없이 높아졌음에도 일본이 장기 전을 감내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사전적 대비가 있다.

      첫째, 조달처 다변화다. 일본은 센카쿠(댜오위다오) 사태 이후 2011년 호주 라이너스(Lynas Rare Earths)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간 8,500톤의 희토류 공급을 확보했다. 일본 에너지 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와 소지츠 상사는 2023년에 약 180억 엔을 추가 출자하여 중희토류(디스프로슘·테르븀) 생산량의 최대 65%를 확보했다. 2024~2025년에는 프랑스 정제기업 카레마그(Caremag)에 총 2억 1,000만 유로를 투자하는 등 유럽 내 정제 역량 확보에도 나섰다.

      둘째, 대체 기술 개발이다. 히타치는 2017년 아모르퍼스 금속을 활용해 희토류 무사용 산업용 모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도요타는 2018년 네오디뮴 사용량을 최대 50% 감축한 내열 자석을 개발했다. 고가의 중희토류를 배제하고 저렴한 란탄·세륨으로 대체하면서도 동등한 내열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저감·무사용 기술은 중국 의존도를 수요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TDK, 신에쓰화학 등도 영구자석의 중희토류 함량을 줄이는 기술로 규제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셋째, 국가비축 강화다. 일본은 JOGMEC를 통해 이바라키현 다카하기시 소재 국가비축창고(약 37,000㎡)에서 34 광종을 일원 관리한다. 기존 목표는 국내 소비량의 60일분(국가 42일+민간 18일)이었으나 경제산업성은 2020년 3월 '신국제 자원 전략'에서 고위험 광종의 비축 목표를 최대 180일분으로 상향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희토류 비축량은 반년~1년분으로, 단기 공급 차단에 상당한 완충력을 확보했다.

      넷째, '도시광산(都市鉱山)' 활용이다. 도시광산은 폐전자제품 속 희귀 광물을 자원으로 회수하는 개념으로, 물질·재료연구기구(NIMS)에 따르면 일본 내 축적량은 세계 매장량 대비 금 약 16%, 은 약 22%에 달한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전국 6개 공장에서 연간 약 230만 대의 폐가전을 처리하며, 모터에서 희토류 자석(중량의 약 30%가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가전·하이브리드차의 희토류 모터 탑재율 상승에 따라 2026년경 연간 수십 톤 규모 회수를 목표로 사업화 추진 중이다. DOWA 홀딩스는 2025년 11월 아키타현에서 폐모터 소자 처리 후 네오디뮴 자석을 회수하는 실증시험에 착수했다.

      다섯째, 자국 해양자원 개발이다. 남조도(南鳥島) 주변 EEZ 해저에는 세계 최고 품위의 '희토류 진흙(レアアース泥)'이 분포한다. 도쿄대 연구팀은 2013년 수심 약 6,000m 해저에서 중국 육상 광산 대비 20배 고품위의 희토류 진흙을 발견했고, 2018년 약 1,600만 톤이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2026년 2월 1일,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탐사선 '지큐(ちきゅう)'가 수심 약 6,000m에서 희토류 진흙 양니(揚泥)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내각부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 프로그램(SIP)은 2027년 본격 채광 시험에서 1일 350톤 회수를 실증하고, 2028년도 이후 산업화를 목표로 한다.

      금번 중국의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에 대해 일본은 외교적 항의와 경제적 실태 조사를 병행하며 입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후나코시 외무차관이 주일 중국대사 우장하오를 소환하여 강력히 항의하고 조치 철회를 요구했으며, 관방장관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국제관행에도 합치하지 않는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 한국에 대한 시사점
       한중 관계가 악화하거나, 미·일 등 동맹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도 일본과 같은 경제적 강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일본에 대한 전방위 수출 통제와 일본의 대응은 한국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장기적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다. 한국은 2021년 요소수 대란 후 중국산 비중을 66%까지 낮췄다가, 2023년 다시 88%로 회귀했다. 이차전지 핵심 8개 광물의 대중 의존도도 2010년 36%에서 2020년 59%로 23%포인트 급등했다. 이후 한국 정부가 요소수 공급원 다변화를 적극 추진한 결과, 2024년에는 대중 의존도가 27%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느냐다. '위기→다변화 논의→재의존'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의존도 상한선 설정, 다변화 투자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에 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대체 기술 개발과 사용량 절감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원천적으로 수요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도 이차전지·반도체·전기차 등 핵심 산업에서 대체 소재·공정 기술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폐배터리·폐전자제품에서 광물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활용도 시급하다. 전기차 1대에는 리튬 8~10kg, 코발트 10~15kg, 니켈 30~40kg이 들어가는데, 이를 회수해 재활용하면 신규 채굴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은 순도가 높아 '블랙매스(Black Mass)'라 불리며 새로운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핵심 광물 재자원화율은 평균 7%, 희토류는 0%에 불과하다. EU가 2030년까지 희토류 재활용률 25%를 목표로 하고, 일본이 이미 10% 이상을 달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 광물 수요의 20%를 재자원화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핵심광물 재자원화 포럼을 운영하고, 재자원화 시설·장비 지원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전략비축을 실효성 있게 확대해야 한다. 일본은 2010년 쇼크 직후 희토류 비축량 목표를 60일분에서 180일분으로 세 배 확대했다. 한국도 2023년 2월 '핵심 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하며 2031년까지 핵심 광물 비축량을 100일분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비축량은 2023년 42일에서 2024년 말 85일로 두 배 가까이 개선됐다. 그럼에도, 특히 리튬은 5.8일, 코발트는 57.8일에 불과해 목표치(리튬 100일, 코발트 180일)에 크게 못 미친다. 새만금에 축구장 25개 규모(17만 9천㎡)의 핵심 광물 비축기지를 건설 중이며, 2027년 완공 예정이다. 이러한 인프라 투자는 매우 시의적절하며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모든 광물을 똑같이 비축할 수는 없다. 중희토류처럼 중국 외 대체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품목은 선별적으로 비축량을 더 늘려야 한다.

      넷째, 탈중국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국은 대중 의존 탈피를 위해 향후 10년간 1,200억 달러 이상을 핵심 광물에 투입할 계획이다. 2026년 2월 미국 국무부가 개최한 핵심 광물 장관급회의에서 루비오 국무장관은 기존 핵심 광물 안보 동반관계(MSP)의 후속 기구인 '포지 이니셔티브(FORGE: 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의 창설을 발표했다.

      기존 MSP가 정보 공유와 프로젝트 발굴 중심의 느슨한 협의체였다면, FORGE는 회원국 간 가격 하한선 보장, 역외 저가 광물에 대한 관세 부과 등 실질적인 무역 블록 성격이 강화됐다. 54개국과 EU가 참여하며 사실상 중국산 핵심 광물 배제를 제도화한 것이다.

      한국은 MSP 의장국에서 FORGE 의장국으로 자연 승계되어 2026년 6월까지 의장국 역할을 수행한다.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의 규칙을 만드는 자리에 있는 만큼, 이를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 기회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 맺으며
       중국의 이번 대일 전방위 조치는 전략 경쟁 시대에 국가가 공급망을 어떻게 지정학적 수단으로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사례가 시사하는 핵심은 '위기 대응'이 아니라 '위기 이전의 준비'다. 일본은 지난 15년간 조달 다변화, 대체 기술 개발, 비축 확대, 도시광산 활용, 해양자원 개발 등 다층적 대비를 병행해 왔고, 그 결과 제재의 충격을 흡수할 완충력을 확보했다. 이는 경제 안보가 단기적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 산업·기술 전략의 축적이라는 점을 입증한다.

      한국도 2023년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설치해 제도적 틀을 갖추었다.

      문제는 위원회가 점검·보고에 머물지 않고 산업·통상·외교·안보를 횡단하는 전략 플랫폼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공급망 정보를 상시 공유하고, 정례 협의를 통해 핵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 감축 목표와 실행 로드맵을 함께 수립·점검해 나가야 한다. 민관 협력이 제도로 뒷받침될 때 경제안보는 비로소 실질적 국가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공급망 의존은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자율성의 문제다. 결국 경제 안보의 본질은 '위기가 닥쳤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위기가 닥치기 전에 무엇을 하였는지’에 달려 있다. 일본의 15년이 보여주는 교훈은, 준비된 공급망만이 지정학적 충격 속에서도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켜낼 수 있다는 점이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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